이진아기념도서관, 딸을 위한 아빠의 마지막 선물

이진아기념도서관, 딸을 위한 아빠의 마지막 선물

2016.11.15. 오후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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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기념도서관, 딸을 위한 아빠의 마지막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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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도서관'. 너무나도 안어울리는 두 단어다. 이번에 소개할 도서관은 공원 속에 숨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안 어울리긴 마찬가지다.

공원 옆으로 고가도로가 나 있고, 자동차들이 쉴 새 없이 달린다. 여행을 통해 기대하는 것 중엔 일상 탈출도 분명히 있을 터.

하지만 '도서관'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도, 큰 차도를 끼고 있는 도심 속 공원도, 너무나도 일상적인 서울의 모습이다.

이진아기념도서관, 딸을 위한 아빠의 마지막 선물

그래도 이 도서관은 꼭 한 번 '여행'을 목적으로 가 보고 싶었다.

보통 도서관이 아닌, 사연 있는 도서관이라서다.

이진아기념도서관, 딸을 위한 아빠의 마지막 선물

두 딸을 둔 사업가 아버지가 있었다. 얼마나 딸들을 사랑했는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이름도 딸들의 이름에서 한 글자 씩 따와 지었단다.

그러니까, 첫째 딸 이름이 '현아', 둘째 딸 이름이 '진아'였는데, 한 글자 씩 따서 '현진'으로 지을 정도였다.

아빠의 사랑을 듬뿍 먹고 무럭무럭 자란 둘째 딸 진아는 더 큰 세상을 배우기 위해 물 건너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런데 미국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진아는 사랑하는 아빠에게 작별인사도 하지 못하고, 영원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버렸다.

이진아기념도서관, 딸을 위한 아빠의 마지막 선물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딸을 그리워하던 아빠는 문득 딸이 책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떠나버린 딸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들 딸들이 진아처럼 언제든 찾아와 책을 읽으며 웃고 즐길 수 있도록...

아빠는 딸의 이름을 딴 도서관을 선물했다.

이진아기념도서관, 딸을 위한 아빠의 마지막 선물

먼저 보낸 딸의 이름을 딴 도서관을 짓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리고 그 도서관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아빠의 심정이 어땠을지, 나는 감히 알지 못한다.

이진아기념도서관, 딸을 위한 아빠의 마지막 선물

아이를 그리워하는 아빠의 마음이 투영됐기 때문일까? 이진아기념도서관의 분위기는 다른 도서관들과는 사뭇 다르다.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가 실내를 짓누르는 타 도서관들과는 달리, 이 곳의 분위기는 자유롭다.

아이들이 서로 의논하며 함께 숙제를 하는 모습, 아기 엄마가 유모차를 밀고 도서관 안을 걷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이진아기념도서관, 딸을 위한 아빠의 마지막 선물

도서관을 찾는 평균 연령도 매우 낮은 편이다. 중고생이나 성인 수험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른 도서관과는 달리 이곳은 항상 어린이들로 가득하다.

함께 온 부모들도, 간혹 보이는 성인 이용자들도 있긴 하지만, 이 도서관의 주인은 단연 어린이였다.

이진아기념도서관, 딸을 위한 아빠의 마지막 선물

도서관 밖에선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서대문 독립공원 안에 있는 도서관이라, 이런 모습이 낯설진 않다. 오히려 잘 어울린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산책도 할 겸, 책 읽는 습관도 길러줄 겸, 아이 손 잡고 한 번 가보는 것도 괜찮겠다.

거기다가 "아빠·엄마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줄 수 있는 계기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있겠는가!

트레블라이프=이재상 everywhere@travellife.co.kr

이진아기념도서관, 딸을 위한 아빠의 마지막 선물

TRAVEL TIP :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 현판을 보면 '이진아'라는 글자만 글씨체가 다르다. 해당 글자는 진아 씨의 노트에서 그대로 따온 것. 즉, 진아 씨가 생전에 직접 쓴 글씨다.

도서관이 개관한 9월 15일은 진아 씨의 생일이기도 하다. 진아 씨는 1980년 9월 15일 생, 도서관은 2005년 9월 15일 개관. 이런 정보들을 알고 있으면, 아빠의 사랑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서대문 독립공원 안에는 이진아기념도서관 외에 옛 서대문형무소도 있다. 자녀에게 역사 체험 교육을 시키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눈치채셨겠지만, 성인 이용자, 특히 수험생이 이용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다른 도서관 이용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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