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반특집②] 놀러 가고 싶다? 트레일러 면허부터!

[카라반특집②] 놀러 가고 싶다? 트레일러 면허부터!

2017.09.15. 오후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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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반특집②] 놀러 가고 싶다? 트레일러 면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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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나이 들어 은퇴하고 나면, 남은 생을 여행이나 다니면서 살고 싶다고. 목적지도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면서 지내고 싶다 이런 생각. 숙소에서 머무르는 것도 좋지만, 차에서 먹고, 차에서 쉬면서 밤하늘도 좀 보다가 차에서 잠들고 싶다 이런 생각들.

이런 생각은 ‘어라? 그렇다면 캠핑카 같은 게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내가 가진 면허로도 캠핑카 운전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카라반특집②] 놀러 가고 싶다? 트레일러 면허부터!

흔히들 뭉뚱그려서 ‘캠핑카’라고들 하지만, 사실 형태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 차 한 대가 단독으로 움직이는 건 ‘캠핑카’, 두 대를 이어서 다니는 건 ‘카라반’이라고 한다.

2종면허만 있어도 승합차나 화물차를 개조해서 만든 ‘캠핑카’는 운전할 수 있다. 카라반이라도 차량 총중량이 750kg 미만인 차량은 그냥 차 뒤에 매달고 다녀도 무관하다. 뭔가 좀 작고 귀엽게 생겼다 싶으면 750kg 미만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넉넉하고 편한 걸 원한다면 특수면허를 따야 한다. 특수면허 중에서도 ‘견인면허’를 따야한다. 일명 ‘트레일러 면허’, 또는 ‘츄레라 면허’라고 불리는 면허다. 참고로 ‘레커’로 알려진 차량을 몰 수 있는 면허는 견인면허가 아닌 ‘구난면허’다.

◆ 알아둬야 할 용어&상식

[카라반특집②] 놀러 가고 싶다? 트레일러 면허부터!

[사진-차량 총중량 750kg 이상 카라반을 몰고 다니려면 특수면허인 견인면허가 필수다.]

트랙터(또는 탑) : 차 두 대 중 ‘끌고 가는’ 입장인 차량.
트레일러(또는 테일) : 차 두 대 중 ‘끌려가는’ 입장인 차량. 일본 식으로 ‘데루’라고도 불리는 듯 하다.

[카라반특집②] 놀러 가고 싶다? 트레일러 면허부터!

[사진-대형견인면허가 있으면 이런 커다란 차를 몰고 다닐 수 있다는 얘기. 카라반이 목적이라면 굳이 대형견인면허를 따지 않아도 괜찮다.]

견인면허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소형견인’과 ‘대형견인’. 소형견인면허 소지자는 총중량 750kg 이상, 3톤 이하의 트레일러 차량을 몰 수 있다. 대부분의 카라반이 이에 해당한다. 대형견인면허 소지자는 그런 제한이 없다. 트레일러라면 뭐든지 주렁주렁 매달고 다닐 수 있다. 항만도시나 공업도시에서 자주 보이는 대형 트레일러도 운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소형견인 면허가 생긴 건 불과 1년 남짓. 지난해 7월에 새로 생긴 면허다. 과거엔 카라반 달고 다니려면 대형트럭이 트랙터로 활용되는 집채만 한 차량으로 시험을 보고 합격해야만 했다.

그러나 신설된 소형견인 면허는 1톤 화물차량이 시험용 트랙터로 활용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운전자들에게 익숙하다. 합격률도 높다. 도로교통공단의 올해 초 집계를 보면, 소형견인은 67.1%, 대형견인은 19.5%란다. 전문학원에서 수강할 경우, 대형견인은 10시간 의무 교육을 이수해야 하지만, 소형견인은 4시간이면 된다. 그러고도 많이들 합격한다. 비용도 적게 든다.

이 쯤 되면 단순히 ‘놀러 다니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소형견인면허를 취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지는 셈이다. 국가에서도 그러라고 소형견인면허를 도입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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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견인면허에 도전해봤다. 어차피 돈 쓰고 배우는 거, 조금 더 내더라도 큰 차를 배우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했기 때문. 여기에 은퇴 후 놀러 다닐 수 있는 팔자일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 팔자일지는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총 10시간 중 첫 4시간은 전진 후진 연습만 했다. 후진을 잘 할 수 있느냐가 합격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차 두 대를 연결해놓다 보니 아무리 트랙터 핸들을 꽉 잡고 있어도, 트레일러는 제 멋대로 이리저리 움직인다. 허리가 자유로운 탓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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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맞나 보다. 3~4시간 타니까, 요동치는 트레일러를 컨트롤할 수 있는 요령이 생겼다.

차를 꺾으면서 후진하는 건 조금 난이도가 더 높다. 하지만, 후진 훈련이 충분히 돼 있으니, 몇 시간 만에 꽂아놓을 수 있는 요령이 생긴다. 직선으로 꽂느냐, 꺾어서 꽂느냐. 그 차이일 뿐이다.

직진으로 전진 - 꺾어서 후진 - 꺾어서 전진 - 직진으로 후진. 이 과정을 5분 안에만 모두 완료하면 합격이다. 트랙터와 트레일러를 분리 결합하는 과정이 있긴 한데, 이 과정에서 감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카라반특집②] 놀러 가고 싶다? 트레일러 면허부터!

후진하기 전 찍어본 사진. 처음엔 제 멋대로 노는 트레일러 때문에 당황하지만, 연습하면 곧 익숙해진다.

수동운전 경험이 있는 운전자라도, 대형차량의 변속기에 익숙하지 않다면 시동을 꺼트리기 일쑤다. 또는 깜빡 잊고 파킹브레이크를 풀지 않은 채 출발해도 시동은 꺼진다. 1,2종 보통면허나 대형면허의 경우 반복해서 시동을 꺼트려 제대로 출발하지 못한다면 실격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특수면허는 그렇지 않다. 시동을 여러 수십 번 꺼트려도 T자 코스 과제를 검지선 접촉 없이 5분 안에만 수행하고 나오면 결코 실격되지 않는다. 당황하거나 염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차분히 돌고 나오면 된다.

[사진-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진 않을 것이다. 카라반 운전만이 목적이라면 소형견인을 취득하려는 사람이 대부분 아닐까.]

소형면허의 경우, 굴절과 S자, T자 코스를 각 3분 만에 검지선 밟지 않고 빠져나오면 합격이다. 굴절과 S자 코스는 1,2종 보통면허와 요령이 비슷하고, T자 코스는 트레일러와 트랙터의 진행 방향이 다르다는 점만 기억하면 된다. 어렵지 않다. 수동변속기 운전 경험이 없는 운전자도 응시할 수 있으며, 금방 배워 합격할 수 있다.

대형면허와 소형면허 모두 도전해보면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자유로운 여행을 꿈꾼다면, 견인면허. 한 번 쯤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인터뷰- 윤정용 자유로자동차운전전문학원 원장

[카라반특집②] 놀러 가고 싶다? 트레일러 면허부터!

- 소형 견인면허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추세는?

"각 면허별로 도전하려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대형면허와 대형견인, 구난차 면허는 생계를 위해 취득하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소형견인과 2종소형(2륜차)면허는 레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도전한다.

주로 삶에 여유가 있는 분들이다. 2종소형의 경우는 현직 검사가 와서 배우기도 했고, 소형견인은 주로 3~40대 중산층 이상이 많다. 여성 취득자도 생각보다 많다. 우리 학원 최초의 소형견인면허 취득자도 젊은 여성이다."

- 대소형 견인면허 수강생들에게 주안점을 두는 것은?

"원장실에 폼 잡고 앉아 있으면 뭐하나. 수강생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게 훨씬 더 좋다(웃음). 사실 소형견인면허를 교육하는 운전전문학원은 전국에서 자유로운전전문학원이 최초다. 이런 점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고, 그러다보니 직접 현장에 나서 수강생들을 만나고 싶어지게 되는 것 같다."

[카라반특집②] 놀러 가고 싶다? 트레일러 면허부터!

- 면허에 쉽게 합격하기 위한 노하우는?

"대형 소형 모두 T자 코스에서 후진 주차하는 게 가장 어려울 것이다. 트랙터의 핸들을 아무리 신중하게 돌려도 트레일러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에는 차체 방향 수정을 해주면 된다. 직진을 하되 최대한 앞으로 많이 빼야 한다. 앞으로 많이 빼 봐야 시간은 1초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많이 빼야 방향 수정이 잘 된다. 그 외에는 강사가 지도하는대로 잘 따라주면 된다. 대형이든 소형이든 결코 어려운 시험이 아니다.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절반 이상은 이미 합격한 셈이다."

사진=언스플래시닷컴, 삼척 장호비치캠핑장

트레블라이프=이재상 ever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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