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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세상 속 건축, 건축가 인터뷰_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 공간 설계 프로젝트의 책임건축가 김택빈 소장과 장용순 교수에게 들어본 세운 도시재생 에 대한 진솔한 건축적 대화 엿보기 1
“현대적 토속(modern vernacular)을 적용한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 공간 설계 프로젝트, 주변의 도시 조직을 데크와 건물 안쪽으로 침투시키고, 주변 건물과도 같은 작은 셀들을 설치해서 메가스트럭처 스케일의 데크와 건물을 3차원의 골목길 조직으로 만들고자 했다”
“도시 조직을 그물망처럼 연결하여 3차원의 네트워크를 연결하고자 했다” … 기존 도시 조직과 삶의 방식이 세포처럼 침투하는 플랫폼 셀, 다채로운 도시의 풍경과 관계를 맺는 보이드 프로그램
>>인터뷰 중인 세운상가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책임건축가 장용순 교수(왼쪽), 김택빈 대표소장(오른쪽)
에이앤뉴스 : 지난 1967년 세운상가 지어진 세운상가군 중 세운~대림상가가 도심재생 사업을 통해 새롭게 부활함으로써 어느 때보다 대중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 공간 프로젝트(이하 세운상가)의 설계를 총괄한 대표건축가의 입장에서 누구보다 많은 고뇌를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운상가 사업의 추진 배경과 설계 진행 과정은 어떠했는지 묻고 싶다.
김택빈+장용순 : 세운상가는 1960년대 말 김수근 선생의 설계로 지어진 종묘에서부터 퇴계로까지 1km 구간의 메가스트럭처이다. 고급 주거시설을 포함한 주상복합형 유토피아라는 비전으로 지어졌지만, 강남 아파트 단지와 용산 전자상가의 영향으로 많은 시설이 빠져나가고 점점 쇠락해 갔다. 오세훈 시장 때는 전면 철거와 녹지화 계획으로 현대상가를 철거했으나, 많은 건축가와 시민들의 반대했다. 당시 녹지화 개발 사업은 비효율적인 고비용으로 인해 중단되었고, 박원순 시장 때에 이르러 세운상가를 활성화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 공간 설계와 마스터플랜을 위한 국제 현상공모가 2015년 3월에 나오고, 5월에 우리가 제출한 ‘현대적 토속(modern vernacular)’가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2016년 2월까지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거쳐, 2017년 10월에 완공되었다.
에이앤뉴스 : 세운상가가 한국의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었고 건축가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설계 진행 과정에서 많은 점을 고려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운상가 일대가 국내 제조 산업의 혁신지로 많은 사람이 찾던 곳이지만, 경기 침체와 시설의 노후화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도심 재생적인 측면에서 공공 공간 활성화를 위한 방안과 주변과의 맥락성은 어떻게 디자인에 반영되었는가?
장용순+김택빈 : 우리가 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 주변 도시 조직과 삶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거미줄 같은 골목길과 작은 집들이 펼쳐져 있었고, 그곳에는 소규모 장인들이 여러 가지 생산 활동을 하고 있었다. 1960년대 말에 세운상가라는 거대한 메가스트럭처(megastructure)가 탑다운(top down) 방식으로 도시의 거대한 폭력으로 침투하면서, 이런 거미줄 같은 도시 조직은 큰 단절을 겪었다. 흥미로운 점은 50년이 지나면서 주변의 삶의 방식이 조금씩 세운상가 안쪽으로 침투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주변의 도시 조직을 데크와 건물 안쪽으로 침투시키고, 주변 건물과도 같은 작은 셀들을 설치해서 메가스트럭처 규모의 데크와 건물을 3차원의 골목길 조직으로 만들자는 생각을 제안했다. 토속적인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는 의미에서 ‘현대적 토속(modern vernacular)’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리의 설계안은 조선 시대부터 현재까지의 지도를 중첩해서 골목길의 흔적을 찾아내어, 세운상가 안쪽으로 그런 골목길이 침투시키기를 생각했다. 골목길 부분에 있는 상점들은 데크 위의 플랫폼 셀(platform cell)로 이주하는 것으로 제안한 것이다. 그리고 데크 위에 골목길의 흔적을 남기고, 중간 데크를 통해서 2층을 활성화했다. 또한, 건물 안쪽으로 침투하는 브리지를 만들고, 3층의 9m 폭의 데크 위에 플랫폼 셀을 설치하여 가로 스케일을 형성하는 것까지 계획했다.
하지만 당선 후에 건물 내부의 상가는 사적 영역이라서 건드릴 수가 없었다. 일단 다른 부분을 실현했고, 2층과 연결되는 브리지나 도시 외부로 연결되는 브리지는 더 긴 시간을 두고 완성할 예정이다. 끊어진 브리지를 연결해서 종묘에서 남산까지 이어지는 남북으로 보행축을 연결하고, ‘현대적 토속’의 개념을 적용했다. 골목길을 침투시켜서 동서를 연결하는 것은 물론 역사와 기억을 되살리고, 소량생산 소량소비의 포스트 포디즘(post fordism)적인 장인들의 사회를 활성화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걸어 다니면서 즐길 수 있는 도시 공간을 만드는 데에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건축물에 대한 고려 사항으로 우리는 과거의 건물을 새 건물로 대체시키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건물의 흔적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덧붙이는 개념으로 설계했다.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난간이나 계단을 없애고 새로운 난간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형태와 흔적을 존중하면서 필요한 부분에는 보강하고 새로운 법규에 의해서 추가해야 하는 부분을 덧붙였다. 조선 시대부터 근대와 최근까지 세운상가에 새겨진 과거의 흔적들, 흠집들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보존하고, 기존 계단과 난간을 남기고, 문화재를 보존하고자 했다. 또한, 옛길의 흔적을 데크 위에 새김으로써 시간과 역사의 켜(layer)를 느끼고, 땅의 흔적(land-trace)과 함께 삶의 흔적(life-trace)을 기억할 수 있게 하고,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공존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
3층 데크에 의해서 상대적으로 2층이 어두워지고 소외되는 것을 2층 데크와 브리지들을 두어서 활성화시켰다. 원래 김수근 선생의 설계에서 뚫려있었으나 그레이팅과 철판 등으로 덮여있던 3층 데크의 보이드 부분을 복원하고, 좀 더 많은 보이드까지 추가하려고 계획했지만, 보행 흐름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는 의견으로 반투명유리로 마감했다. 세운상가 본 건물 내부의 아트리움도 지상층까지 연장하려는 계획도 했지만, 건물 내부는 사유지여서 손을 댈 수 없었다.
에이앤뉴스 : 세운상가 프로젝트에 적용된 입체적인 보행로가 도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네트워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입체적인 도시 보행공간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세운상가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사업 구간과 설계의 업무 범위는 어떠했는가? 또한, 오래된 도심 속 재생 작업이었던 만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많은 사항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설계 진행 과정에서 고려했던 점은 무엇이며, 프로젝트에 적용한 건축적 특징과 공간별 특화 전략에 관해 설명해 달라.
김택빈+장용순 : 종묘 앞부터 퇴계로까지의 1km 구간의 공공공간의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고, 종묘 앞부터 을지로까지 500m 구간의 공공 공간의 기본 및 실시설계를 하는 것이 구체적인 사업 구간과 과업이었다.
세운상가 프로젝트의 특수성은 오래된 도심의 복잡한 주변 상황 속에 자리한 건물이라는 점, 신축이 아니라 오래된 건물의 개보수이고, 입주민과 주변 거주민, 시민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 사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공적인 프로젝트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매우 많은 심의와 자문, 협의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종로구, 중구, 서울시청과 협의를 해야 했고, 세운, 청계, 대림 상가 각각의 독립적인 여러 차례의 주민설명회, 과장, 부장, 본부장, 기획관, 부시장, 총괄건축가, 서울시장 보고, MP 회의, 기술 심의, 디자인 심의, 청계천 심의, 교통 규제 심의, 공원 심의, 하천 관리 심의, 경관 조명 심의, 구청 협의, 심의를 위한 사전 협의가 있었고, 회의 후에는 변경사항과 요구사항을 다시 설계에 반영하는 과정을 거쳤다.
“도시 조직을 그물망처럼 연결하여 삼차원의 네트워크를 연결한다”는 설계 개념을 실제로 도시적 상황 안에서 진행한다는 것은 실로 까다롭고 지난한 작업이었다. 이번 설계는 기존 건물의 보강을 동반한 개보수였다. 500m에 걸쳐 있어서 도로, 광장, 데크 상하부, 청계천, 지하상가 등 서로 다른 도시적 상황과 접해 있기 때문에, 각각의 다른 상황에 맞게 세부적으로 대응해야 했다. 건축뿐만 아니라 조경, 도시, 교통, 하천, 교량, 구조(안전진단, 구조설계, 구조보강), 토목(지하 토목, 부대 토목), 안전 진단, 전기, 설비, 기계, 조명 등과 협업하면서, 설계를 진행했다.
건축 도면이나 구조 도면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건물의 보강과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기존 구조에 대한 파악, 보강 보수 설계의 정도를 결정하기 위해서 많은 논의를 거쳤다. 현황에 맞는 지장물(땅속에 있는 상하수도, 전기, 가스, 통신 관로 등) 도면이 없는 상황에서, 지하구조물, 기초 등을 설치하기 위해 공사 중에 발견된 지장물 위치를 반영해 변경설계도 발생했고, 이에 따른 책임 소지에 대한 갈등도 있었다.
세부적인 공간 특화 전략으로는 우선, 종묘 앞 광장에서 세운 광장까지 연결하는 광폭 횡단보도를 설계했다. 이 길은 조선 시대 임금님이 다니던 어도를 연장해서, 경사 광장까지 연장하는 계획이다. 초록띠공원으로 활용되던 현대상가의 위치는 새로운 공공 영역으로서 종묘 쪽으로 완만하게 경사진 광장을 제안했다. 광장에서는 공연이나 집회가 일어날 수 있고, 편안히 앉아서 종묘 쪽을 바라볼 수 있다. 이탈리아 시에나(Siena)의 캄포 광장이나 파리 퐁피두 (Pompidou) 센터 광장처럼 완만한 경사 광장은 여러 가지 행위를 유발하고, 도시에 활력을 부여할 수 있다. 광장의 하부에는 이 땅에 있던 기존의 도시 맥락의 질서를 살리며, 공공 영역을 지원하는 다목적홀을 두었다.
현상 안에서의 세운광장은 전체가 단순한 경사면이었는데, 당선 이후 서울시의 요청으로 서쪽 부분을 계단과 벤치로 만들어서 휴식 공간을 제공했다. 동쪽의 넓은 부분은 종묘의 어도를 연장하는 경사 광장으로 만드는 것으로 계획했다. 착공 후에는 중부 관아터가 발견되었고, 국내 최초의 현지 보존 방식을 적용하여 역사의 흔적을 보존하고 체험할 수 있게 계획했다. 유적의 일부분은 외부로 노출하여 직접 볼 수 있고, 회랑과 다목적홀의 바닥은 유리로 처리되어 관아터를 관찰할 수 있다. 광장에는 철거된 현대상가의 기둥의 흔적과 벽의 흔적을 표시해서 도시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게 했다. 세운상가 전면 파사드의 벽 뒤에 숨겨져 있던 계단을 유리로 노출해서 종묘를 바라볼 수 있게 한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Interviewer_ 비비안안 편집자, Interview_ 장용순 홍익대학교 교수, 김택빈 이_스케이프 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가, 자료_ E_SCape Architects, 서울특별시, 사진_ 에이앤뉴스/ 김한석, AN NEWS, 기사 출처_ AN News(ANN News Center) 제공
안정원(비비안안) 에이앤뉴스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제공_ 에이앤뉴스그룹(에이앤뉴스/ 에이앤프레스_ 건축디자인신문사, 건설지전문출판사)
대표건축가: 장용순/ 홍익대학교+김택빈/ 이_스케이프 건축사사무소(Yongsoon Chang/ Hongik Univ.+TaekBin Kim/ E_SCape Architects), 디자인팀 : 박호, 서진석, 한정한, 민소정, 양중식, 류정연, 박소영, 박세원, 오진주, 박근이, 대지 개요 : 서울시 종로구, 중구 세운상가군 일대, 종로-다시세운광장-세운상가-청계천-청계, 대림상가 길이 450m 구간 공공영역, 건축면적: 다시세운광장 다목적 홀 600.44㎡, 상가군 보행 데크 가설 건축물 1,563.93㎡, 연면적: 다시세운광장 다목적 홀 730.03㎡, 상가군 보행 데크 가설 건축물 1,563.93㎡, 2,3층 데크 보행로 등 외부 공공 공간 11,727.76㎡, 건폐율(광장 다목적홀): 16.01%, 용적률(광장 다목적홀): 19.48%, 주요 시설: 광폭 횡단보도, 경사 광장, 다목적 홀, 문화재 전시 공간,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 연결 계단, 보행 브리지, 보행 데크(기존 및 신설), 가설 건축물(플랫폼 셀), 규모: 지상 3층, 구조: 철근콘크리트조(보수, 보강), 철골조, SRC조, 외부마감: 컬러 강판, 콘크리트, 유리, 사진 : 에이앤뉴스(김한석, AN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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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토속(modern vernacular)을 적용한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 공간 설계 프로젝트, 주변의 도시 조직을 데크와 건물 안쪽으로 침투시키고, 주변 건물과도 같은 작은 셀들을 설치해서 메가스트럭처 스케일의 데크와 건물을 3차원의 골목길 조직으로 만들고자 했다”
“도시 조직을 그물망처럼 연결하여 3차원의 네트워크를 연결하고자 했다” … 기존 도시 조직과 삶의 방식이 세포처럼 침투하는 플랫폼 셀, 다채로운 도시의 풍경과 관계를 맺는 보이드 프로그램
>>인터뷰 중인 세운상가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책임건축가 장용순 교수(왼쪽), 김택빈 대표소장(오른쪽)
에이앤뉴스 : 지난 1967년 세운상가 지어진 세운상가군 중 세운~대림상가가 도심재생 사업을 통해 새롭게 부활함으로써 어느 때보다 대중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 공간 프로젝트(이하 세운상가)의 설계를 총괄한 대표건축가의 입장에서 누구보다 많은 고뇌를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운상가 사업의 추진 배경과 설계 진행 과정은 어떠했는지 묻고 싶다.
김택빈+장용순 : 세운상가는 1960년대 말 김수근 선생의 설계로 지어진 종묘에서부터 퇴계로까지 1km 구간의 메가스트럭처이다. 고급 주거시설을 포함한 주상복합형 유토피아라는 비전으로 지어졌지만, 강남 아파트 단지와 용산 전자상가의 영향으로 많은 시설이 빠져나가고 점점 쇠락해 갔다. 오세훈 시장 때는 전면 철거와 녹지화 계획으로 현대상가를 철거했으나, 많은 건축가와 시민들의 반대했다. 당시 녹지화 개발 사업은 비효율적인 고비용으로 인해 중단되었고, 박원순 시장 때에 이르러 세운상가를 활성화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 공간 설계와 마스터플랜을 위한 국제 현상공모가 2015년 3월에 나오고, 5월에 우리가 제출한 ‘현대적 토속(modern vernacular)’가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2016년 2월까지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거쳐, 2017년 10월에 완공되었다.
에이앤뉴스 : 세운상가가 한국의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었고 건축가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설계 진행 과정에서 많은 점을 고려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운상가 일대가 국내 제조 산업의 혁신지로 많은 사람이 찾던 곳이지만, 경기 침체와 시설의 노후화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도심 재생적인 측면에서 공공 공간 활성화를 위한 방안과 주변과의 맥락성은 어떻게 디자인에 반영되었는가?
장용순+김택빈 : 우리가 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 주변 도시 조직과 삶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거미줄 같은 골목길과 작은 집들이 펼쳐져 있었고, 그곳에는 소규모 장인들이 여러 가지 생산 활동을 하고 있었다. 1960년대 말에 세운상가라는 거대한 메가스트럭처(megastructure)가 탑다운(top down) 방식으로 도시의 거대한 폭력으로 침투하면서, 이런 거미줄 같은 도시 조직은 큰 단절을 겪었다. 흥미로운 점은 50년이 지나면서 주변의 삶의 방식이 조금씩 세운상가 안쪽으로 침투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주변의 도시 조직을 데크와 건물 안쪽으로 침투시키고, 주변 건물과도 같은 작은 셀들을 설치해서 메가스트럭처 규모의 데크와 건물을 3차원의 골목길 조직으로 만들자는 생각을 제안했다. 토속적인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는 의미에서 ‘현대적 토속(modern vernacular)’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리의 설계안은 조선 시대부터 현재까지의 지도를 중첩해서 골목길의 흔적을 찾아내어, 세운상가 안쪽으로 그런 골목길이 침투시키기를 생각했다. 골목길 부분에 있는 상점들은 데크 위의 플랫폼 셀(platform cell)로 이주하는 것으로 제안한 것이다. 그리고 데크 위에 골목길의 흔적을 남기고, 중간 데크를 통해서 2층을 활성화했다. 또한, 건물 안쪽으로 침투하는 브리지를 만들고, 3층의 9m 폭의 데크 위에 플랫폼 셀을 설치하여 가로 스케일을 형성하는 것까지 계획했다.
하지만 당선 후에 건물 내부의 상가는 사적 영역이라서 건드릴 수가 없었다. 일단 다른 부분을 실현했고, 2층과 연결되는 브리지나 도시 외부로 연결되는 브리지는 더 긴 시간을 두고 완성할 예정이다. 끊어진 브리지를 연결해서 종묘에서 남산까지 이어지는 남북으로 보행축을 연결하고, ‘현대적 토속’의 개념을 적용했다. 골목길을 침투시켜서 동서를 연결하는 것은 물론 역사와 기억을 되살리고, 소량생산 소량소비의 포스트 포디즘(post fordism)적인 장인들의 사회를 활성화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걸어 다니면서 즐길 수 있는 도시 공간을 만드는 데에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건축물에 대한 고려 사항으로 우리는 과거의 건물을 새 건물로 대체시키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건물의 흔적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덧붙이는 개념으로 설계했다.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난간이나 계단을 없애고 새로운 난간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형태와 흔적을 존중하면서 필요한 부분에는 보강하고 새로운 법규에 의해서 추가해야 하는 부분을 덧붙였다. 조선 시대부터 근대와 최근까지 세운상가에 새겨진 과거의 흔적들, 흠집들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보존하고, 기존 계단과 난간을 남기고, 문화재를 보존하고자 했다. 또한, 옛길의 흔적을 데크 위에 새김으로써 시간과 역사의 켜(layer)를 느끼고, 땅의 흔적(land-trace)과 함께 삶의 흔적(life-trace)을 기억할 수 있게 하고,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공존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
3층 데크에 의해서 상대적으로 2층이 어두워지고 소외되는 것을 2층 데크와 브리지들을 두어서 활성화시켰다. 원래 김수근 선생의 설계에서 뚫려있었으나 그레이팅과 철판 등으로 덮여있던 3층 데크의 보이드 부분을 복원하고, 좀 더 많은 보이드까지 추가하려고 계획했지만, 보행 흐름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는 의견으로 반투명유리로 마감했다. 세운상가 본 건물 내부의 아트리움도 지상층까지 연장하려는 계획도 했지만, 건물 내부는 사유지여서 손을 댈 수 없었다.
에이앤뉴스 : 세운상가 프로젝트에 적용된 입체적인 보행로가 도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네트워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입체적인 도시 보행공간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세운상가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사업 구간과 설계의 업무 범위는 어떠했는가? 또한, 오래된 도심 속 재생 작업이었던 만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많은 사항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설계 진행 과정에서 고려했던 점은 무엇이며, 프로젝트에 적용한 건축적 특징과 공간별 특화 전략에 관해 설명해 달라.
김택빈+장용순 : 종묘 앞부터 퇴계로까지의 1km 구간의 공공공간의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고, 종묘 앞부터 을지로까지 500m 구간의 공공 공간의 기본 및 실시설계를 하는 것이 구체적인 사업 구간과 과업이었다.
세운상가 프로젝트의 특수성은 오래된 도심의 복잡한 주변 상황 속에 자리한 건물이라는 점, 신축이 아니라 오래된 건물의 개보수이고, 입주민과 주변 거주민, 시민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 사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공적인 프로젝트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매우 많은 심의와 자문, 협의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종로구, 중구, 서울시청과 협의를 해야 했고, 세운, 청계, 대림 상가 각각의 독립적인 여러 차례의 주민설명회, 과장, 부장, 본부장, 기획관, 부시장, 총괄건축가, 서울시장 보고, MP 회의, 기술 심의, 디자인 심의, 청계천 심의, 교통 규제 심의, 공원 심의, 하천 관리 심의, 경관 조명 심의, 구청 협의, 심의를 위한 사전 협의가 있었고, 회의 후에는 변경사항과 요구사항을 다시 설계에 반영하는 과정을 거쳤다.
“도시 조직을 그물망처럼 연결하여 삼차원의 네트워크를 연결한다”는 설계 개념을 실제로 도시적 상황 안에서 진행한다는 것은 실로 까다롭고 지난한 작업이었다. 이번 설계는 기존 건물의 보강을 동반한 개보수였다. 500m에 걸쳐 있어서 도로, 광장, 데크 상하부, 청계천, 지하상가 등 서로 다른 도시적 상황과 접해 있기 때문에, 각각의 다른 상황에 맞게 세부적으로 대응해야 했다. 건축뿐만 아니라 조경, 도시, 교통, 하천, 교량, 구조(안전진단, 구조설계, 구조보강), 토목(지하 토목, 부대 토목), 안전 진단, 전기, 설비, 기계, 조명 등과 협업하면서, 설계를 진행했다.
건축 도면이나 구조 도면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건물의 보강과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기존 구조에 대한 파악, 보강 보수 설계의 정도를 결정하기 위해서 많은 논의를 거쳤다. 현황에 맞는 지장물(땅속에 있는 상하수도, 전기, 가스, 통신 관로 등) 도면이 없는 상황에서, 지하구조물, 기초 등을 설치하기 위해 공사 중에 발견된 지장물 위치를 반영해 변경설계도 발생했고, 이에 따른 책임 소지에 대한 갈등도 있었다.
세부적인 공간 특화 전략으로는 우선, 종묘 앞 광장에서 세운 광장까지 연결하는 광폭 횡단보도를 설계했다. 이 길은 조선 시대 임금님이 다니던 어도를 연장해서, 경사 광장까지 연장하는 계획이다. 초록띠공원으로 활용되던 현대상가의 위치는 새로운 공공 영역으로서 종묘 쪽으로 완만하게 경사진 광장을 제안했다. 광장에서는 공연이나 집회가 일어날 수 있고, 편안히 앉아서 종묘 쪽을 바라볼 수 있다. 이탈리아 시에나(Siena)의 캄포 광장이나 파리 퐁피두 (Pompidou) 센터 광장처럼 완만한 경사 광장은 여러 가지 행위를 유발하고, 도시에 활력을 부여할 수 있다. 광장의 하부에는 이 땅에 있던 기존의 도시 맥락의 질서를 살리며, 공공 영역을 지원하는 다목적홀을 두었다.
현상 안에서의 세운광장은 전체가 단순한 경사면이었는데, 당선 이후 서울시의 요청으로 서쪽 부분을 계단과 벤치로 만들어서 휴식 공간을 제공했다. 동쪽의 넓은 부분은 종묘의 어도를 연장하는 경사 광장으로 만드는 것으로 계획했다. 착공 후에는 중부 관아터가 발견되었고, 국내 최초의 현지 보존 방식을 적용하여 역사의 흔적을 보존하고 체험할 수 있게 계획했다. 유적의 일부분은 외부로 노출하여 직접 볼 수 있고, 회랑과 다목적홀의 바닥은 유리로 처리되어 관아터를 관찰할 수 있다. 광장에는 철거된 현대상가의 기둥의 흔적과 벽의 흔적을 표시해서 도시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게 했다. 세운상가 전면 파사드의 벽 뒤에 숨겨져 있던 계단을 유리로 노출해서 종묘를 바라볼 수 있게 한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Interviewer_ 비비안안 편집자, Interview_ 장용순 홍익대학교 교수, 김택빈 이_스케이프 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가, 자료_ E_SCape Architects, 서울특별시, 사진_ 에이앤뉴스/ 김한석, AN NEWS, 기사 출처_ AN News(ANN News Center) 제공
안정원(비비안안) 에이앤뉴스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제공_ 에이앤뉴스그룹(에이앤뉴스/ 에이앤프레스_ 건축디자인신문사, 건설지전문출판사)
대표건축가: 장용순/ 홍익대학교+김택빈/ 이_스케이프 건축사사무소(Yongsoon Chang/ Hongik Univ.+TaekBin Kim/ E_SCape Architects), 디자인팀 : 박호, 서진석, 한정한, 민소정, 양중식, 류정연, 박소영, 박세원, 오진주, 박근이, 대지 개요 : 서울시 종로구, 중구 세운상가군 일대, 종로-다시세운광장-세운상가-청계천-청계, 대림상가 길이 450m 구간 공공영역, 건축면적: 다시세운광장 다목적 홀 600.44㎡, 상가군 보행 데크 가설 건축물 1,563.93㎡, 연면적: 다시세운광장 다목적 홀 730.03㎡, 상가군 보행 데크 가설 건축물 1,563.93㎡, 2,3층 데크 보행로 등 외부 공공 공간 11,727.76㎡, 건폐율(광장 다목적홀): 16.01%, 용적률(광장 다목적홀): 19.48%, 주요 시설: 광폭 횡단보도, 경사 광장, 다목적 홀, 문화재 전시 공간,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 연결 계단, 보행 브리지, 보행 데크(기존 및 신설), 가설 건축물(플랫폼 셀), 규모: 지상 3층, 구조: 철근콘크리트조(보수, 보강), 철골조, SRC조, 외부마감: 컬러 강판, 콘크리트, 유리, 사진 : 에이앤뉴스(김한석, AN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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