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과 '사판', 어느 쪽이 더 좋을까?

'이판'과 '사판', 어느 쪽이 더 좋을까?

2015.09.21. 오전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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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연]
한 사내가 뒷걸음질을 칩니다.

막강한 적을 만나 잔뜩 겁을 집어먹었네요.

그런데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재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잘 됐습니다.

깨질 때 깨지더라도 부딪쳐 보는 거죠.

이판사판이니까요.

[이광연]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경험, 있으시죠?

[정재환]
수두룩하죠. 이판사판 합이 6판~

우스갯소리로 이런 표현도 자주 썼습니다.

근데 2와 4가 숫자가 맞나요?

[이광연]
이판사판은 숫자가 아니라 불교 용업니다.속세와 인연을 끊고 도를 닦는 걸 이판, 절의 재물과 사무를 처리하는 일을 사판이라고 하는데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잇기 위해서는 이판이, 절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판이 필요하죠.

[정재환]
이판과 사판이 보조를 잘 맞춰야겠네요.

그런데 왜 그 말이 막다른 상황에 몰린 부정적인 의미가 됐을까요?

[이광연]
숭유억불정책을 썼던 조선시대에 최하계층인 승려가 된다는 것은 인생의 막다른 선택과 같았기에 이판이나 사판 모두 끝장을 의미하는 말로 전이됐다는 설이 있고요.

또 출가한 뒤에는 일의 성격이 확연히 다른 이판과 사판, 둘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의미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정재환]
그렇군요. 자, 오늘 배운 재미있는 낱말! 불교에서 유래된 이판사판입니다.

[이광연]
이판사판은 속세와 인연을 끊고 도를 닦는일을 의미하는 이판과 절의 재물과 사물을 관리하는 일을 하는 사판이 결합된 말로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을 뜻합니다.

[정재환]
혹시 자신이 이판사판~ 막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 계신가요?

그렇다면 뒤로 돌아서 보세요.

[이광연]
서 있는 그곳이 막다른 곳이 아니라 길이 새롭게 시작하는 곳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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