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교과서] 노점상 위한 '열린 장터'

[세상교과서] 노점상 위한 '열린 장터'

2015.04.18. 오전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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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에서 북동쪽으로 120km 정도 가면 상업도시 '즈볼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주말을 맞아 시내 광장에는 큰 장이 열렸는데요.

형형색색의 꽃부터 옷과 가방, 각종 생활용품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만물 장텁니다.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풍부한 먹거리죠.

갓구운 빵에, 신선한 채소와 과일 등을 사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인터뷰:도리스. 즈볼러 시민]
"딸기랑 와플 사 먹는 게 좋아요. 재미있어요."

[인터뷰:얍 드용, 즈볼러 시민]
"마트보다 가격도 훨씬 싼 데다 딸 아이가 이곳에 와서 생선튀김을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이 장터는 가게가 따로 없는 노점상을 위해 마련된 공간입니다.

즈볼러시는 1990년부터 일주일에 두 번 노점 상인들이 합법적으로 장사할 수 있도록 광장을 개방했습니다.

쉰두살 얀 보스 씨는 25년째 이 곳에서 장사를 해 온 토박이 장사꾼인데요.

얇은 빵 사이에 카라멜 시럽을 듬뿍 넣은 네덜란드 국민 간식 '스트롭 와플'을 팔아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가난한 형편에 가게를 차릴 수 없었던 얀 보스 씨에게 노점상을 위한 열린 장터는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하네요.

[인터뷰:얀 보스, 노점 상인]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을 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즐거움이에요. 점포를 가지고 있다면 비용도 너무 많이 들거든요."

즈볼러 장터에는 얀 보스 씨처럼 노점상을 운영하는 영세 상인 180여 명이 모였습니다.

노점 상인들이 장터에 나서려면 시청을 찾아가 미리 승인을 받으면 되는데요.

1년동안 즈볼러시 5곳에서 열리는 장터에 언제든 나설 수 있는 등록비는 1000유로, 우리 돈으로 119만 원 정돕니다.

목돈이 부담스러운 상인들을 위해 1일 사용료도 있는데요.

가판대는 만 7천 원, 차량 노점은 2만 천 원을 현장에서 시장 관리인에게 내면 됩니다.

[인터뷰:딕 브람, 즈볼러 노점 시장 관리인]
"모든 노점들이 자리를 잡고 차량 진입과 주차 그리고 자리 배정에 맞게 노점들이 자리 잡는 것을 관리합니다. 장사를 잘 할 수 있게 제반 여건을 확인하고 노점들을 돕는 거죠."

인터넷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고 대형마트가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이 곳 노점상도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는데요.

하지만 다양한 서비스 개발로 저마다 난관을 극복하고 있었습니다.

노점 어디서든 카드 결제가 가능하고, 인터넷을 통해 선주문을 한 뒤 장날 물건을 찾는 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옙니다.

[인터뷰:르네 더 히얼, 즈볼러 부시장]
"전문적인 차량을 갖춘 노점들이 등장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가판을 이용한 노점들은 줄어들고 완벽한 시설을 마련한 차량 노점이 늘어나는 거죠."

네덜란드에서는 전국적으로 일주일에 천개가 넘는 노점 시장이 열립니다.

만 8천여 개에 달하는 노점상들만을 위한 '열린 장터'.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웃음과 활기, 후한 인심은 날로 넘쳐 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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