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0년...유홍준 교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0년...유홍준 교수

2012.11.02.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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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도 이 분의 입과 손을 거치면 소중한 문화유산이 됩니다.

남다른 미적 감각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탁월한 입담으로 우리나라 전 국토를 박물관으로 만든 분입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는 오늘 이슈&피플에 출연해 최근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권 제주도 편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유홍준 교수는 문화유산 답사기가 모두 7권이 나왔는데 답사기를 쓰기 시작한 지는 20년이 되었고 책이 나온 건 18~19년 되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유홍준 교수는 문화유산답사기를 책으로 쓰려는 계획은 애당초 없었다며 친지들이 진보 색채의 잡지인 사회평론을 창간하면서 답사기를 한번 실어보자는 요청으로 3회 정도 약속했다가 계속 쓰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잡지는 중간에 폐간되었고 자신은 계속해서 써서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며 2~3권 쓰고 끝내려 했는데 북한에 갈 기회가 있어 북한문화답사기를 쓰게 되었고 한국미술사도 쓰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문화재청장을 한 이후 제주도 답사기를 시작했는데 쓰다보니까 종래처럼 간단히 소개해서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이참에 제주도를 속속들이 이야기해보자는 차원에서 1권의 책으로 내게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함께 쓰려고 했던 충청도나 독도, 보길도 등은 다음 편으로 넘기게 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제주편 450쪽을 쓰는데 답사는 20년 경험의 축적이고 글은 월간지에 1년 반을 썼고 그걸 재구성하는데 방학 기간 동안 3개월 정도 소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주도 답사는 지난 90년 처음으로 제주도에 강연 갔다 답사한 것을 시작으로 1년에 4~5번 씩 가서 조사해 20년 동안 100차례정도 답사를 한 셈이라고 전했습니다.

베스트셀러를 염두에 두고 썼으면 이 같은 책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조사할 때마다 감동 받은 것을 축적했다가 독자가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지루하고 장광설인 부분도 많이 있는데 이같이 진지하고 어려운 정보를 의외로 독자들이 좋아한다며 대중적인 인기가 쉽고 재미있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유홍준 교수는 7권까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내는 동안 책에 들어간 사진 중 80%는 자신이 찍은 사진이라며 못 찍는 위성사진 같은 거나 계절 상 못 찍는 사진들은 다른 이들의 사진을 빌려 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유홍준 교수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다 똑같을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카메라도 화가의 붓과 같다며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은 자신이 쓴 글과 분위기가 너무 달라 못 쓰겠다며 자신의 글에 맞는 분위기를 담으려니 자신의 사진을 많이 쓰게 된다며 밝혔습니다.

유홍준 교수는 포커스가 정확하고 디테일한 것까지 보여주는 건 사진작가가 프로니까 잘 보여주겠지만 그 유물이 갖고 있는 분위기를 전하는 건 자신의 몫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유홍준 교수는 이 책이 ‘제주 허 씨’를 위한 ‘제주 학’이라고 소개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여기서 ‘제주 허 씨’의 ‘허’는 렌터카 자동차번호 앞 글자 ‘허’를 지칭한다며 관광객들이 제주도를 방문해 ‘허’자 번호판을 달고 곳곳을 누비니 이들을 ‘제주 허 씨’라 부르는 것이라며 이 책은 그들을 위한 안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제주도에 마을 마다 있는 제주의 신당 본향당은 영혼의 주민센터이며 제주도 방언을 ‘제주어’라고 한다며 이런 차원에서 이 책은 제주 학 입문서이기도 하다고 소개했습니다.

본향당에 리 단위의 공덕비가 있는데 4.3사건이후 일본에 건너간 재일동포들이 와서 고향 마을을 위해 기부를 하는데 전기공사 가설 공덕비 등이 산재해 있다며 이런 것들이 아름다운 부분이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힘이라고느꼈다고 강조했습니다.

유홍준 교수는 솔직한 생각으로 자신의 책이 이제 그만 팔렸으면 좋겠다면서 1권이 나왔을 때 이미 그 시대 사람들이 자신의 책에 공감할 수 있었고 유물에 대한 방법론도 다 알게 되었다면서 이제 디지털 세계로 왔을 때 전혀 다른 시각으로 문화유산을 바라볼 수 있어야한고 강조했습니다.

유홍준 교수는 특히 이렇듯 이제 새로운 시선을 갖춘 작가들이 디지털 작업을 통해 유물을 바라보는 국제적이면서 민족적인 시각을 갖춘 사람이 문화유산을 이야기해야한다고 밝혔습니다.

유홍준 교수는 자신은 디지털 세계를 이해하지 못해 평론을 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작가가 작업하는 작가적 발상을 모르는데 어찌 평론을 할 수 있겠느냐고 자평하고 앞으로 40대에서 새로운 필자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홍준 교수는 독도 등 국내 편을 마무리 지은 뒤 일본 속의 한국 문화와 중국 속의 발해 문화 등을 다루는 국제 편을 끝으로 이 작업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유홍준 교수는 가볼만한 답사 장소를 추천해 달라고 하자 유물이 아름다운 것은 자연과의 어울림으로 가능하다며 가까운 경복궁이나 삼청공원 등 고목이 많은 곳을 찾아 단풍 구경을 해보라고 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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