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날카롭진 않지만 단단한...'명당'

[Y리뷰] 날카롭진 않지만 단단한...'명당'

2018.09.13. 오전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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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날카롭진 않지만 단단한...'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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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기보다 뭉툭하다. 그렇지만 단단하다. 땅을 딛지 않고 그 밑으로 매몰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보여주는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이다. 영화는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명당,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탐욕이 불러온 헛됨을, 허망함을 말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현재에도 묵직하게 와 닿는다.

땅. 우리들은 그 위에 산다. 풍수지리는 땅의 성격을 파악하며 좋은 터전을 찾는 사상이다. 환경적인 요인을 인간의 길흉화복과 관련짓는다. 이에 따라 집과 도읍 및 묘지를 가려서 잡아야 한다는 세계관이다. 고려와 조선의 도읍지는 풍수지리로 지정했다. 과거에도 땅이고 현재에도 땅이다. 천정부지로 집값이 치솟는다. 명당을 찾는 사람들의 습성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 나온 '명당'의 울림이 메시지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Y리뷰] 날카롭진 않지만 단단한...'명당'

'명당'은 주피터필름의 '관상'(2013) '궁합'(2018)에 이은 역학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제작 기간부터 촬영까지 무려 12년간의 프로젝트다. '퍼펙트 게임' '인사동 스캔들'을 선보였던 박희곤 감독의 첫 사극이다.

영화의 주된 배경은 세도정치로 인해 나라의 근간이 흔들렸던 조선 후기다.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의 비극으로 시작한다. 박재상은 묏자리를 이용해 왕의 권력을 능욕하는 장동 김씨에 반기를 들었다가 가족을 잃는다.

13년 후 복수를 꿈꾸는 그 앞에 몰락한 왕족 흥선(지성)이 나타난다. 그리고 함께 장동 김씨 세력을 몰아낼 것을 제안한다. 뜻을 함께한 두 사람은 김좌근(백윤식)과 그의 아들 김병기(김성균)에게 접근한다. 그 과정서 두 명의 왕이 나올 천하명당의 존재를 알게 되고 박재상과 흥선의 관계 또한 긴박하게 변화한다.

[Y리뷰] 날카롭진 않지만 단단한...'명당'

'명당'은 '관상'과 여러모로 비교가 불가피하다. 역학 시리즈의 첫 장을 장식한 '관상'은 얼굴을 통해 앞날을 내다보는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이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았다. 송강호가 천재 관상가로 이정재가 왕의 자리를 탐하는 수양대군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영화를 볼수록 '관상'의 내경과 '명당' 속 박재상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차이는 단연 소재다. 풍수지리 사상에서 시작된 '명당'은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명당'을 차지하기 위한 인물들의 다툼과 암투로 이어지며 흥미를 더한다. 실존하는 역사와 허구를 짜임새 있게 묶었다. 실제 흥선대원군이 지관의 조언을 받아 2명의 왕이 나오는 묏자리로 아버지인 남연군의 묘를 이장했다는 역사 기록이 존재한다. 다만 '모로 가도 명당에만 가면 된다' 식의 전개는 아쉬움을 남긴다.

[Y리뷰] 날카롭진 않지만 단단한...'명당'

배우들의 연기력은 단단한 '명당'에 힘을 보탠다. 올곧은 신념의 지관 박재상을 연기한 조승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극의 중심을 지킨다. 상갓집 개를 자처하며 살아가는 흥선 역의 지성은 정의와 욕망, 상반되는 감정으로 매력적인 얼굴을 만들었다. '압도적이다'는 말이 나오는 백윤식은 조선의 왕권을 흔드는 세도가로 선명한 존재감을 새긴다. 박충선은 박재상과 맞붙는 베테랑 지관 정만인을 통해 히든카드 역할을 해낸다.

"추석과 가장 어울리는 영화"라는 김성균의 말처럼 '명당'은 사극의 묵직한 힘을 보여준다. 탄탄한 스토리는 물론 액션의 묘미와 제목에 걸맞게 대한민국 팔도의 아름다운 전경으로 눈을 호강시켜준다.

오는 19일 개봉. 러닝타임 126분. 12세 이상 관람가.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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