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전극 실패’ 양상문, 왜 봉중근을 올렸을까?

‘대역전극 실패’ 양상문, 왜 봉중근을 올렸을까?

2014.07.31.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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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윤세호 기자] LG가 대역전극을 허무하게 놓쳤다. 선두 삼성을 잡고 조기에 4연속 위닝시리즈를 확정지을 수 있었으나, 아웃카운트 하나가 모자랐다. 9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봉중근이 3피안타 2사사구를 범하며 8-9로 패하고 말았다.

언뜻 보면 이해할 수 없는 투수운용이었다. LG는 9회초 손주인의 극적인 투런포로 8-7로 역전, 임창용 공략에 성공했다. 그리고 곧바로 셋업맨 이동현과 마무리투수 봉중근이 불펜에서 몸을 풀었고, 9회말 이동현이 먼저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2경기서 마운드에 오른 봉중근과 달리, 이동현은 전날 휴식을 취한 상태였다. 이동현은 첫 타자 박한이를 헛스윙 삼진, 다음 타자 이영욱을 2루 땅볼로 잡았다. 이대로 LG가 승리하는 듯했다.

그런데 LG 양상문 감독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봉중근에게 맡겼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기 위해 봉중근의 3일 연속 등판을 강행했다. 봉중근은 이흥련과 김상수에게 연속안타를 맞았고, 나바로에게 볼넷, 만루서 대타 김헌곤에게 몸에 맞는 볼을 범해 8-8 동점,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계속된 만루위기서 채태인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해 경기가 종료됐다. 만일 양 감독이 봉중근이 아닌, 좋은 컨디션을 보여준 이동현을 끝까지 밀고 갔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수도 있다.

하지만 양 감독의 결정도 이해가 된다. LG 내부적으로 정해 놓은 봉중근의 최대 연투 가능일은 ‘3일’이다. 게다가 봉중근은 연투시 좋은 모습을 보이곤 했다. 오히려 긴 공백 후 마운드 올랐을 때 부진했다. 아웃카운트 하나, 그것도 하위 타선을 상대로 잡으면 되는 것이었기에 봉중근에게 부담이 크지 않는 상황이었다. 양 감독은 이날 봉중근이 세이브를 올려 위닝시리즈에 성공하고, 다음날 봉중근을 쉬게 하는 것을 그렸을 게 분명하다. 최소 2승 1패가 보장, 시리즈를 잡았기에 팀과 봉중근 모두 부담 없이 31일 경기에 임하면 됐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마무리투수에게 세이브를 챙겨주려고 한다. 마무리투수의 사기 진작 측면도 강하지만, 세이브나 홀드 숫자 하나하나가 그 팀의 경쟁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봉중근은 전날 올 시즌 최고 구위를 자랑했다. 무엇보다 손주인의 홈런 직후 스스로 불펜에 올랐다. 최근 LG 불펜투수들은 벤치 사인이 나기 전부터 알아서 준비에 들어갔고 좀처럼 실점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봉중근의 등판은, 양 감독의 독단적 선택이 아닌, 그동안 LG가 해온 승리 방정식이었다.

물론 결과가 최악이었기에 양 감독과 봉중근 모두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경기 후 양 감독은 “선수들은 삼성을 완벽히 이겼는데 감독이 잘못해서 패했다”고 자책했다. 봉중근도 눈물을 보이며 경기장을 떠났다. LG는 이날 경기 2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극심한 불펜 소모전을 벌인 LG로선 31일 3연전 마지막 경기 역시 쉽지 않을 듯하다. 기적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던 LG에 최대 고비가 찾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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