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활동기간 소모전, 왜 만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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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9. 오전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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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프로야구 장래를 위해 노력해야 할 이 시기에 프로야구계는 비활동기간 훈련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12월 1일부터 1월 15일까지 비활동기간은 규약대로 선수들의 휴식권 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절실하게 훈련이 필요한 선수들의 어려운 여건을 고려해 훈련을 허락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뉘어져 피곤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야구 종주국인 미국의 메이저리그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을 제외하면 10월 초부터 1월 31일까지 4개월간 무조건 소속팀에서 합동훈련을 하지 않고 있어 우리도 이 조항을 규약에 넣어 시행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시즌이 끝나면 구단별로 마무리 훈련을 펼쳤는데 자율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실시했습니다. 이에 선수협의회는 지난 2006년 1월 마무리훈련으로 선수들이 제대로 휴식권을 누리지 못한다고 규약대로 합동훈련을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다다 지난 2007년 단장회의에서 비활동기간 중 마무리 훈련을 금지키로 해 선수들의 '겨울방학'이 보장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이를 어기는 구단엔 5,000만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단장들은 합의했습니다.

2008년 2월에 개정된 야규규약 138조 <합동훈련> 조항에 "12월 1일부터 31일까지 기간 중에는 합동훈련을 할 수 없다. 단 재활선수, 당해 연도 군제대선수에 한해 국내 및 해외 재활이 가능하며 트레이너만 동행할 수 있다. 입단 예정인 신인선수는 코치 지도와 함께 국내 훈련만 제한한다"면서 "선수가 구단의 명령에 의하지 않고 자유의사로 기초훈련을 행하는 것은 무방하다. 선수가 요청할 경우 1월 중순 이후 합동훈련이 가능하며 해외 전지훈련은 1월 15일부터 시범경기 전까지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몇 몇 구단에서는 12월 1일부터 합동훈련을 금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화 지휘봉을 새로 잡은 김성근 감독은 12월에도 단체훈련 일정을 잡아놓았습니다. 12월3일부터 일본 오키나와 훈련을 펼칠 계획이었지만 출발 직전 선수협의 강력한 반대에 취소했습니다.

그런데 선수협은 지난 12월 2일 정기총회에서 비활동기간 합동훈련 규정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서재응 선수협 회장은 “선수협에서는 12월 1일부터 1월 15일까지 재활 선수도 예외 없이 합동훈련에 참가할 수 없도록 결정을 내렸다. 실제로 발견된다면 별도의 벌금이 나간다. 훈련은 구단이 시켜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단이 벌금을 내게 될 것이다. 어느 팀인지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단체 훈련 금지 조항이 과연 선수들에게 유리한 지 묻고 싶다”면서 “이제 겨우 선수들이 이기고자하는 의욕이 생겼는데, 단체 훈련 금지 규정이 길게 볼 때는 선수들에게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아쉬워했습니다. 12월 마무리 훈련부터 1월 중순 스프링캠프까지 계속 훈련이 이어지지 못하면 흐름이 끊긴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kt 위즈의 조범현 감독이 신생팀에 비활동기간 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지난 12월 18일 수원 kt 위즈 구장에서 열린 특별지명과 FA(프리에이전트) 등으로 합류한 13명의 신규 입단선수 기자회견에서 "우리 팀은 대다수가 입단 1~2년 차의 어린 선수로 구성됐다. 이 겨울에 개인이 어디서 뭘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지 모른다"고 현재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조 감독은 "지금은 상당히 중요한 시기다. 12월 중순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며 "우리 팀은 이제 입단한 지 얼마 안 된 어린 선수들이다. 이 추운 겨울에 스스로 뭘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어디서 어떻게 운동을 할지 등에 대해 부족하다. 실내에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기술훈련도 스프링캠프에서 시작하면 너무 늦다. 지금 시각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합동훈련이 금지되자 일부 선수들은 개인 돈을 들여 따뜻한 해외로 나가 훈련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화 임경완(39)은 이번 주말 사이판으로 가는데 동반자는 한화 포수 조인성, SK 외야수 박재상도 동행합니다. 마음 맞는 선수들끼리 개인훈련을 하러 떠나는 것입니다.

이러다보니 12월 개인훈련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액 연봉자는 따뜻한 해외로 가 개인캠프를 차리거나 국내에서 개인트레이너를 고용해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훈련을 합니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선수들도 해외에 개인캠프를 차리는 경우가 생기고 있습니다. 재활 중인 SK 투수 전병두와 엄정욱은 괌으로 떠났는데 전병두는 2400만원 삭감된 5600만원에 2015시즌 재계약을 했고 연봉 7000만원을 받았던 엄정욱도 억대 연봉자는 아니지만 자비로 나간 것입니다.



그러나 서재응 선수협 회장은 “실제로 해외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은 별로 없다. 선수협 선수들이 500명이 넘는다. 선수들 개개인을 대변할 수는 없다. 선수협이 다수결 원칙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선수협이 강경하게 규약 준수를 촉구하자 일부 구단에서는 실내 연습장에서 숨어서 연습을 하는 등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어느 지도자는 비활동기간을 바꾸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시즌이 종료되자마자 한 달 정도를 비활동기간으로 잡는 게 좋겠다는 견해입니다. 시즌이 끝나면 대개 11월 초나 중순이 되는데 시즌 직후에는 누구나 피곤한 기간이므로 한달을 쉰 다음 훈련을 벌인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선수협과 구단, 지도자, 훈련이 필요한 선수들간에 논란이 이어지기만 하는데 소모전만 벌여서는 안됩니다. 야구 규약이 선수를 위해 마련된 것이지만 분명히 우리 현실엔 맞지 않은 부문이 있습니다.

12월만 되면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비활동기간 문제가 올해 크게 이슈화됐는데 선수협과 구단, 그리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좋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모임을 가져야 합니다. 만나서 장단점을 털어놓고 협의해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왜 아직 만나지 않습니까.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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