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투도 역사다…프로야구 33년 소동의 기록

난투도 역사다…프로야구 33년 소동의 기록

2015.03.30.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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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대호 기자] 왜 하필 난투사(亂鬪史)일까. 야구팬들을 울리고 웃기고 찌푸리게 만든 사건들을 재구성, 돌아보게 하는 프로야구 역사서가 나왔다. ‘한국 프로야구 난투사’(출판사 일리, 366쪽, 1만5000원)다.


홍윤표 기자는 프로야구가 시작된 1982년부터 지금까지 현장을 지키는 유일한 대기자(大記者)다. 미국은 백발을 휘날리며 활약하는 기자들이 여럿 있지만,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때문에 저자 역시 프로야구 역사의 일부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전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나 다름없다. 프로야구 33년을 오롯이 지켜 온 그가 난투사(亂鬪史)로 접근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대해 저자는 “1980, 1990년대에는 열흘이 멀다 하고 경기장 안팎에서 폭력행위가 벌어졌다. 때로는 권력의 부당한 개입으로 스포츠 현장이 뒤틀리는 일도 빚어졌다. 선수와 선수, 선수와 심판, 선수와 관중, 감독, 코치와 심판, 관중과 관중 사이에도 난장판이 따로 없을 지경이었다. 지나간 우리 프로야구의 민낯이자 슬픈 자화상”이라고 서문에 적었다.


그래서 난투를 기록한 이 책은 프로야구 역사서다. 승자들의 이야기만 역사가 아니다. 패자, 그리고 분노한 자들의 이야기도 역사로서 인정받아야 한다. 시간 순서대로 쓰는 편년체와 사건 위주로 쓰는 기전체 사이에서 고민하던 저자는 에피소드를 주제별로 묶어 책을 냈다. 그라운드에서 난투가 벌어진 이유를 온전히 살펴보기 위해서다.


난투의 역사는 당사자들에게 숨기고픈 치부일 때가 많다. 때문에 취재 과정에서 애를 먹기도 했다. 사실을 기반으로 30년 넘게 글을 써 온 저자는 작은 것 하나까지 모두 직접 취재를 한 뒤 글로 옮겼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취재를 해 온 저자였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구본능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 총재는 "한국 프로야구의 '슬픈 자화상'을 그린 책이다. 하지만 그 아픔과 부끄러움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발전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미래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했고, 책 속에서 '난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민망한 과거를 건강한 시각으로 되돌아본 책이다. 아무도 함부로 거론하려 하지 않는 '상처'를 드러냄으로써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다"고 썼다.


선동렬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은 "현역시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나의 젊은 시절이 되살아나고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라며 반겼고, 정희윤 한양대 글로벌 스포츠 산업학과 교수는 "스포츠 사회학적 관섬에서 보면 매우 귀중한 기록물이다. 사료로서 가치를 지녔다"고 적었다. 박태웅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장은 "그는 프로야구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현장을 누비고 있는 유일한 기자다. 부지런하고 기록의 가치를 아는데, 그래서 탄생한 것이 이 책이다. 기자로서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태도가 돋보인다"고 축사를 보냈다.


저자는 난투의 역사를 6개 소제목으로 분류해서 엮었다. 1장은 ‘왜? 어째서?’인데 프로야구 초창기 사건들을 주로 다뤘다. 백인천 감독의 1호 몰수게임, 전두환 대통령의 한 마디에 구속된 김진영 감독, 투수의 공을 피한 이만수의 이야기가 실렸다. 2장 ‘과열...또 과열...’은 1986년 삼성팬들의 해태 버스 방화사건 등 흥분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3장 ‘이게 뭡니까’는 2012년 SK 이만수 감독에 대한 관객의 ‘레이저 테러’ 등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면 안 될 사건들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4장 ‘앙금은 악연이 되고’에서는 선수와 관객의 물리적 충돌을 다뤘다. 1999년 관중석으로 배트를 던진 호세는 왜 그랬을까, 김응룡 감독이 관객이 던진 참외에 맞았을 때 들었던 생각 등이 생생하게 묘사됐다. 5장 ‘황당한 질주와 헤드록’은 비교적 최근 있었던 사건들이 주제다. 지금도 회자되는 호세와 배영수의 충돌, 방망이를 들고 상대 더그아웃을 습격한 브리또, 심판에 헤드록을 건 야구팬, 관중석에 물병을 던진 강민호 등 그들이 분노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6장 ‘뿌리 깊은 난투’는 100년 전 난투극과 백인천, 박찬호 등 해외에서 벌어진 난투극을 다뤘다.


홍윤표 선임기자는 신일고, 동국대 철학과를 나와 1982년 한국일보사에 입사, 1983년부터 일간스포츠에서 체육기자로 20년 일했다. 2004년 인터넷 스포츠신문 'OSEN'을 설립, 대표를 지냈고 현재 선임기자로 현장을 지키고 있다. 1998년 제10회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 지은 책으로 '씨름'(이만기 공저, 대원사, 2002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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