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의 까;칠한] 차트 1위의 내로남불

[김예나의 까;칠한] 차트 1위의 내로남불

2018.07.19. 오후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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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 참 이율배반적이다. 내가 장기집권하는 건 당연하고, 누군가 갑자기 솟아 오른 건 인정할 수 없는 거고.



사건은 칵스 멤버 숀의 음원차트 등장으로 발발됐다. 국내 가장 많은 가입자수를 보유하고 있는 멜론에, 게다가 1위라니. 숀의 성적을 두고 많은 언론과 여론이 와글와글했다. 특히 숀에게 밀려 1위를 놓친 아이돌 가수들의 팬덤이 네티즌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얼마 전까지 숀은 연예계에서 그리 익숙한 인물은 아녔다. 그의 과거 이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기록도 없었으니.



숀은 지난 6월 27일 앨범 ‘TAKE’를 발매했다. 타이틀곡도 아닌 수록곡 ‘웨이 백 홈(Way Back Home)’은 이달 초부터 온라인상에서 반응을 얻더니 급기야 1위를 찍었다. 지난 17일 시작된 1위 행진은 오늘(19일)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 여파로 멜론보다 몸집이 작은 몇몇 차트에서도 숀의 ‘Way Back Home’ 재생수는 가장 많다.



그러자 연달아 컴백하고 있는 아이돌 회사들에서 난색을 표했다. 숀의 1위가 내심 부럽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했겠지. 그 중 트와이스를 데리고 있는 JYP엔터테인먼트 수장 박진영은 앞장서서 목소리를 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고, 결과에 따라 검찰에도 해당 문제를 의뢰하겠다는 계획. 박진영의 발표로 끊이지 않던 음원 사재기 의혹에 힘을 실었다.



박진영은 숀의 ‘Way Back Home’이 아니었다면 트와이스의 ‘Dance The Night Away’가 정상에서 밀려나지 않았을 거라 여겼던 걸까. 현재 2위를 지키고 있는 걸로 봐선 아예 무모한 예상만은 아니겠지. 그래서 숀이 눈엣가시가 됐을 거고.



박진영에게도 대중에게도 일단 숀은 음원차트에서 낯설다. 앞서 닐로도 그랬고, 장덕철도 그랬다. 더 많이 거슬러 되짚어보면 볼빨간사춘기도, 한동근도 차트에 처음 진입해 역주행했을 때는 보는 이들을 갸웃거리게 했다. 아이돌 팬덤과 아이돌 가수 회사들에게는 유독 더. 예상치 못한 경쟁자의 출현이었겠지.



이들은 모두 SNS를 기반으로 한 대형 커뮤니티에서 주목받았다. 누군가에게는 ‘덕’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탓’이 되는 바이럴마케팅. 적극적으로 서포트를 받았다. 숀을 비롯해 갑작스런 음원차트 1위 가수들이 음원사재기가 아니라고 당당히 밝힐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이 되겠다.



순수하게 노래를 좋아한 이들이 많았던 건지, 실체가 드러나진 않지만 계획적인 움직임에 의한 것인지 대중은 알 수 없다. 아니 알 필요도 없다. 그걸 일일이 따져가면서 피곤하게 노래를 들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다만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굉장히 민감한 사안.



매일, 매시각 발표되는 음원차트. 그 이면에는 남들이 들으면 나도 들어야 할 것 같은 군중심리를 움켜쥐고 있다. 1위라고 하니까 좋은 노래라는 인지도 세뇌됐을 것이고. 어쨌든 차트 1위 곡은 인기를 얻고, 결국엔 유행가가 된다.



인기가 많은 가수, 대기업에 소속된 가수, 규모 큰 유통사와 계약된 가수는 신곡에 발표할 때 마다 유리하다. 음원사이트 메인화면을 떡하니 차지한다. 시작부터 출발선이 다르다. 하루에 수십, 수백곡이 쏟아져도 정작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몫은 매우 한정적이니까.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는 구조겠지.



그래서 아쉽다. 국내 3대 연예 대기업을 이끄는 박진영은 트와이스의 곡이 차트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할 땐 그 결과를 두고 의심하지 않았다. 수많은 곡들이 음원사이트 메인에서 홍보되지 못하는 실정을 두고 개탄하지 않았다. 팬들이 24시간 내내 스트리밍을 돌려 나오는 차트에도 반발하지 않았다.



음원차트만 보면 K팝 시장은 아이돌 음악만 사랑받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연이어 컴백하는 아이돌 가수가 음원차트 상위권을 릴레이로 점령한다. 하지만 아이돌 팬덤이 곧 대중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단지 일부다. 음원차트가 대중의 기호를 모두 반영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아이돌 가수=인기 가수’로 대변되고 있는 음악산업을 누구도 함부로 부정할 수 없다.



환경이 달라지면 변화에 적응하는 자가 얻을 게 많아진다. 바이럴 마케팅을 선점한 이들은 이미 1위가수로 기세등등하고 있다. 어쨌든 차트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 그 곡이 많은 이들이에게 선택되고 있다는 거니까. 하지만 그꼴이 보기 싫다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면 되겠다. 음원사재기든, 바이럴마케팅이든, 음소거 스트리밍이든 뭐든 없애려면 실시간 음원차트가 존재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업계에는 차트 마케팅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이 많다. 그것 만큼 성과를 자랑할 수 있는 기준도 없으니까. 그들에게는 느닷없는 1위 가수만 없어지면 되는 거겠지. 본인이 1위만 하면, 그 어떤 의혹도 제기하지 않을 수도.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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