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리기행] 소리로 하나 된 행복한 마을, '강진 비자동 베틀놀이'

[한국소리기행] 소리로 하나 된 행복한 마을, '강진 비자동 베틀놀이'

2015.02.28. 오전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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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 시골 마을.

하지만 전라남도 강진 비자동 마을 어르신들의 얼굴엔 환환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인터뷰:조연순, 강진 비자동 베틀놀이 보존회장]
"베틀놀이를 함으로써 (마을 사람들이) 화합이 잘되고 모임도 잘 나오시고 잘 지내고 있어요."

아낙네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베틀놀이.

비자동 사람들은 우리의 소리를 지켜가며 행복한 마을을 만들고 있습니다.

전라남도 강진군에 위치한 비자동 마을입니다.

도시와는 다른 따뜻한 풍경이 묻어나는 마을, 150여 명의 마을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전형적인 소규모 농촌 마을입니다.

비자나무가 많아 비자동이라 불린 마을, 그런데 이 마을엔 더 유명한 것이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윤영심, 강진 비자동 베틀놀이 회원]
"목화밭이 많았어요. 여기뿐만이 아니라 저기 끝까지가 다 목화밭이었어요. 누에 키우고 모시 삶고 그런 것들 했지요."

마을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던 옛 시절.

비자동 사람들은 밭에 목화를 심어 길쌈으로 생계를 유지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윤호경, 강진 비자동마을 이장]
"섬유 제품이 화학 섬유가 나온 뒤로 길쌈은 우리도 모르게 없어졌어요. 1960년대 초반까지는 했었는데 그 이후로 목화, 길쌈이 없어졌거든요."

길쌈으로 생계를 유지했던 마을 아낙네들.

때문에 이 마을에선 그 시절부터 전해 내려온 놀이가 하나 있다고 합니다.

실을 뽑아 베를 짜고 다듬이질 하는 과정을 노래와 엮은 베틀놀이입니다.

[인터뷰:조연순, 강진 비자동 베틀놀이 보존회장]
"이건 최초로 나온 손베틀이라고 하는데요. 기계로 안하고 손으로 짰었거든요. 이건 물레요. 이건 목화를 따서 실을 빼서 베틀 과정에 올리는 실을 빼는 물레예요. 이건 목화를 수확해서 씨를 발라야 실을 뽑거든요 그 씨를 바르는 씨앗이예요."

옛 시절 그 놀이를 지켜가고 있는 마을 주민들.

그런데 한 판 놀이를 앞두고 유난히 분주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비자동 마을의 윤호경 이장입니다.

사실 윤호경 이장은 무형문화재 계승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 때 단절됐던 베틀놀이를 다시 재현해 낸 주인공입니다.

[인터뷰:윤호경, 강진 비자동마을 이장]
"80년 이후부터 우리가(마을 주민) 이 행사를 재현해 보자. 우리 선조들이 했던 작업을 우리가 놀이로 발전해 보자. 그렇게 추진해서 주민들이 베틀놀이로 인해서 호응도 얻고 화합도 잘 되고 있습니다."

1986년 제15회 남도문화제 종합 최고상을 수상으로 비자동 베틀놀이는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희귀성 때문인지 전국 각종 행사엔 단골손님으로 초청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박봉래, 강진 비자동 베틀놀이 회원]
"우리가 놀이할 때 재미있게 하고 서로 맞을 때 서로 기분이 좋았고 합의가 될 때 좋았고."

일주일에 두세 번 함께 모여 연습을 한다는 주민들.

베틀놀이를 함께하며 이웃 간의 정도 돈독해졌습니다.

우리 것의 소중함을 알리면서 이웃 간의 돈독한 우애까지 쌓고 있는 마을.

강진 비자동 마을엔 오늘도 행복한 우리의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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