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세계로 가다!] '동양인' 차별, 노래로 넘었다

[청춘, 세계로 가다!] '동양인' 차별, 노래로 넘었다

2015.05.23. 오전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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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남서부 바덴바덴에 위치한 유서 깊은 공연장.

'축제의 집'으로 불리는 이곳에 아름다운 사랑의 아리아가 울려 퍼진다.

화려한 고음도 부드럽게 끌어올리는 검은 머리의 프리마돈나.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소프라노 조선형 씨다.

[카타리나 도이스, 관객]
"귀엽고 감성이 풍부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주 강력하고 놀라운 모습을 보이는 대단한 가수라고 생각합니다."

동요를 따라 부르다 말문이 트였을 만큼 선형 씨는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

지난 2천3년, 한국에서 음대를 졸업하고 바로 이탈리아 유학길에 오른 것도 성악가로서 평생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다.

고음과 저음을 자연스럽게 넘나들고 청중을 단숨에 사로잡는 선형 씨의 표현력은 유럽 무대에서도 통했다.

스페인 빌바오 국제 콩쿠르와 이탈리아 파르마 국제 콩쿠르 같은 세계 유수 콩쿠르에서 1등을 거머쥔 것이다.

[토마스 하이어, 프랑크푸르트 음대 교수]
"조선형 씨는 폭넓은 음역대를 타고났습니다. 특히 그녀의 목소리는 뛰어난 서정적인 설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실력을 인정받아도 동양인 소프라노에게 오페라 여주인공은 여전히 높은 벽이었다.

동양인 외모가 주인공 역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이런 선형 씨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곳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극장이었다.

동양인에게는 이례적으로 연달아 2번이나 오페라 여주인공 역을 준 것이다.

[조선형, 소프라노 가수]
"(첫 무대에서) 너무너무 떨리는데 그 무대 위에서 떨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되고 저는 프로페셔널이어야 하잖아요. 그 무대에 올라가니까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 역할에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선형 씨는 첫 무대 이후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틈만 나면 이탈리아에 사는 지도 교수를 찾아가서 레슨을 받았고,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 쉴 때도 항상 귀에서 음악을 떼지 않았다.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에게 더 좋은 무대를 선사하고 싶어서다.

[박영두, 동료 성악가]
"외국 사람들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감정표현이 좋아서 그런 부분들은 같은 가수로서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조선형, 소프라노 가수]
"저는 향기가 있는 소프라노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항상 밝은 에너지와 좋은 향기와 좋은 빛깔들을 보여주고 싶은 소프라노가 되고 싶어요."

세계적인 프리마돈나도 좋지만 어디든 무대에서 노래하는 바로 그 순간이 가장 설렌다는 조선형 씨.

오늘도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진심을 담은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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