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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타이중 쇼크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한국야구에 씻을 수 없는 치욕과 수모를 안겼다. 호주와 대만을 꺾었으나 첫 경기 네덜란드전에서 당한 0-5 영봉패 여파가 끝내 발목을 잡았다. WBC 사상 첫 1라운드 조기 탈락으로 한국야구의 위기론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타이중 쇼크도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 어쩌면 예고된 재앙이었는지도 모른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지난해 연말 한 시상식장에서 한국야구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김 감독은 "프로야구를 바깥에서 보니 700만 관중에 너무 도취돼 있다. 우리나라 야구 자체가 위기 속에 있다. 이때 야구선수들과 관계자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안 그러면 어려운 시기가 온다"고 경고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지금 한국야구는 순식간에 위기에 처했다.
WBC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많았다. 대표팀 감독 자리를 두고 마치 폭탄 돌리기를 하는 듯했고, 부상과 개인적 이유로 무려 7명의 대표 선수가 끊임없이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구단 이기주의가 작용하는 인상을 줬고, 결과적으로 선수단이 하나로 융화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WBC에서 나타난 한국야구는 선수층도 두텁지 못했다. 내야와 외야를 가릴 것 없이 실책이 속출했다. 포수 강민호, 2루수 정근우, 3루수 최정이 부진했지만 그들을 대체할 만한 자원이 마땅치 않았. 한두 명의 선수가 부진하면 팀 전체가 흔들렸다. 만 37세 베테랑 이승엽에게 큰 것 한방을 의존해야 할 정도로 타선의 힘도 인상적이지 못했다. 류현진과 추신수의 공백을 실감했다.
한국야구를 너무 과대평가하며 상대를 한 수 아래로 여긴 방심도 빼놓을 수 없다. WBC 출정식 때부터 선수단 대부분이 마치 1라운드를 통과한듯 2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는 일본만 이야기했다. 그러나 현실은 야구의 변방으로 취급한 네덜란드에 0-5 영봉패. 뒤늦게 발등 불이 떨어졌지만 엎질러진 물을 담을 수 없었다. 상대에 대한 분석에 소홀했고, 너무 마음을 놓고 있었다.
이 같은 방심은 한국야구의 거듭된 성공이 낳은 현실이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한국야구는 국제 무대에서 승승장구했다. 자국 리그에서도 매년 관중동원 신기록을 세우며 크게 성장해고 있다고 믿었다. 9구단을 넘어 10구단 체제로 외연을 넓히며 축포를 터뜨렸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관중수는 나날이 늘어나고, 구단도 추가됐지만 정작 내실이 제대로 다져지지 않았다. 지난해 불거진 '하향평준화' 논란에서 나타나듯 기록에서 나타나지 않는 경기력 저하 현상과 각 구단의 이익만을 쫓은 시장 질서 붕괴가 한국야구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었다. 김성근 감독의 지적대로 위기는 더욱 빨리 찾아왔다. 타이중 쇼크를 거울삼아 한국야구는 진지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가 됐다.
waw@osen.co.kr
<사진> 타이중(대만)=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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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한국야구에 씻을 수 없는 치욕과 수모를 안겼다. 호주와 대만을 꺾었으나 첫 경기 네덜란드전에서 당한 0-5 영봉패 여파가 끝내 발목을 잡았다. WBC 사상 첫 1라운드 조기 탈락으로 한국야구의 위기론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타이중 쇼크도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 어쩌면 예고된 재앙이었는지도 모른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지난해 연말 한 시상식장에서 한국야구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김 감독은 "프로야구를 바깥에서 보니 700만 관중에 너무 도취돼 있다. 우리나라 야구 자체가 위기 속에 있다. 이때 야구선수들과 관계자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안 그러면 어려운 시기가 온다"고 경고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지금 한국야구는 순식간에 위기에 처했다.
WBC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많았다. 대표팀 감독 자리를 두고 마치 폭탄 돌리기를 하는 듯했고, 부상과 개인적 이유로 무려 7명의 대표 선수가 끊임없이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구단 이기주의가 작용하는 인상을 줬고, 결과적으로 선수단이 하나로 융화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WBC에서 나타난 한국야구는 선수층도 두텁지 못했다. 내야와 외야를 가릴 것 없이 실책이 속출했다. 포수 강민호, 2루수 정근우, 3루수 최정이 부진했지만 그들을 대체할 만한 자원이 마땅치 않았. 한두 명의 선수가 부진하면 팀 전체가 흔들렸다. 만 37세 베테랑 이승엽에게 큰 것 한방을 의존해야 할 정도로 타선의 힘도 인상적이지 못했다. 류현진과 추신수의 공백을 실감했다.
한국야구를 너무 과대평가하며 상대를 한 수 아래로 여긴 방심도 빼놓을 수 없다. WBC 출정식 때부터 선수단 대부분이 마치 1라운드를 통과한듯 2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는 일본만 이야기했다. 그러나 현실은 야구의 변방으로 취급한 네덜란드에 0-5 영봉패. 뒤늦게 발등 불이 떨어졌지만 엎질러진 물을 담을 수 없었다. 상대에 대한 분석에 소홀했고, 너무 마음을 놓고 있었다.
이 같은 방심은 한국야구의 거듭된 성공이 낳은 현실이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한국야구는 국제 무대에서 승승장구했다. 자국 리그에서도 매년 관중동원 신기록을 세우며 크게 성장해고 있다고 믿었다. 9구단을 넘어 10구단 체제로 외연을 넓히며 축포를 터뜨렸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관중수는 나날이 늘어나고, 구단도 추가됐지만 정작 내실이 제대로 다져지지 않았다. 지난해 불거진 '하향평준화' 논란에서 나타나듯 기록에서 나타나지 않는 경기력 저하 현상과 각 구단의 이익만을 쫓은 시장 질서 붕괴가 한국야구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었다. 김성근 감독의 지적대로 위기는 더욱 빨리 찾아왔다. 타이중 쇼크를 거울삼아 한국야구는 진지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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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타이중(대만)=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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