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의 함정"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의 함정"

2016.10.07. 오후 6:3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데이터정치분석]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의 함정”

- 빌 클린턴 선거전략가 제임스 카빌 슬로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 It's the economy, stupid 번역상 함정은 ‘문제는....’
- 경제는 경제, 정치는 정치일뿐
- 2011년 IMF 연구, 민주국가보다 독재국가 경제성장률 더 높아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6년 10월 7일 (금요일)
■ 대담 :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


◇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콘텐츠와 데이터로 정치를 분석해 보는 시간, <데이터 정치 분석>입니다.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인 이규창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이하 이규창)> 네, 안녕하세요.

◇ 최영일> 오늘은 어떤 주제입니까?

◆ 이규창> 오늘의 주제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유명한 이 문장을 주제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 최영일> 그거 아주 유명한 말이죠. 빌 클린턴이 1992년 대통령 선거 운동을 할 때 사용했던 슬로건인데 국내 정치인들도 자주 인용했죠?

◆ 이규창> 네 맞습니다. 클린턴의 선거전략가 제임스 카빌이 만든 슬로건입니다. 국가 안보, 테러, 범죄, 인종차별과 같은 여러 정치 사회적인 이슈들이 계속 미디어에 등장해서 여론을 흔듭니다. 그러나 그 모든 이슈들을 압도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는 바로 '경제’(economy)라는 것입니다. 경제를 내세운 클린턴 대선 승리했고 재선까지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치인들도 이 말을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번역해 인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래, 보수냐 진보냐, 이런 거 따져서 뭐 하겠냐, 우리나라, 내 회사, 내 가정 풍족하게 해주고 월급 오르게 해주면 되지, 여기에 공감한 사람들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번역된 말에는 함정이 숨어있습니다.

◇ 최영일>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이 문장이 영어를 번역한 건데요. 여기에 함정이 숨어있다? 원어로는 “It’s the economy, stupid.” 맞죠? 번역에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어떤 함정이 있다는 거죠?

◆ 이규창> 그 당시에는 이 번역 문장이 괜찮아 보였습니다. 만약, 지금 이런 문장이 처음 등장했다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번역을 하자면… ‘뭣이 중헌디? 경제가 중허지’ 정도가 될 것입니다. 북한 핵, 사드, 위안부 할머니와 일본 정부 협상, 무슨 재단 문제, 그리고 단식을 하고 막말을 하는 정치인들,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뉴스들을 보면서 “경제가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 문제야” 라고 말하고, 이 문장을 다시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듣게 됩니다.

◇ 최영일> ‘문제는 정치다’ 이 말도 많이 들어봤어요. 이런 제목의 책도 있고, 지난달에는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교섭단체 연설에서 정치가 문제다, 정치만 바로서면 경제는 좋아질 거다, 이렇게 말하기도 했었죠?

◆ 이규창> 문제는 경제다’와 ‘문제는 정치다’. 언뜻 보면 비슷한 문장인데, ‘문제’라는 단어가 뜻을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문제는 경제다’라고 할 때는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었는데, ‘문제는 정치다’라고 할 때는 정치가 나쁘다. 정치가 잘못됐다. 이런 의미입니다. ‘It’s economy’를 번역했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오역의 함정입니다. ‘문제’라는 단어를 집어넣으면서 만들어졌습니다.

◇ 최영일> 듣고 보니, ‘문제는 경제다, 아니다’, ‘문제는 정치다’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네요. 그런데 워낙 오랫동안 그렇게들 이 말을 사용해 와서, 사람들은 뭔가 어색하다는 걸 느끼지 못할 것 같아요. 아까 말씀하신 ‘함정’, 에이 뭐 별 거 아닌데?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요.

◆ 이규창> 과연 그럴까요? 원어 문장을 만든 사람, 그리고 번역하면서 함정을 놓은 사람 모두 고도의 계산이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가설입니다. ‘뭐가 중요하니, 바로 경제야’ 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자연스럽게 경제가 안 좋은데 문제는 경제일까? 아니 문제는 정치입니다. 투표를 잘 해야 중요한 경제가 살아난다, 투표할 때는 경제를 살릴 사람을 뽑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이 이어지도록 의도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는 어떨까요? ‘경제는 경제다’가 정답입니다.

◇ 최영일> 경제는 경제다’, 이건 무슨 뜻인가요? 무슨 선문답 같은데요?

◆ 이규창> 경제는 경제, 정치는 정치일 뿐입니다. 둘은 별로 관계가 없다는 뜻입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다음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 가장 중요한 과제 뭐냐, 경제 활성화입니다. 경제 대통령이 1위입니다. 사람들 머릿속에는 대통령을 잘 뽑아야 경제가 산다, 경제가 안 좋은 건 대통령을 잘못 뽑은 탓이다, 이런 생각이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합니다.

◇ 최영일> 정치를 잘하고 못하고, 이게 경제와는 무관하다? 물론, 대통령 한 명 정치인 몇 명이 경제가 잘되고 못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정치와 경제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 한다는 건 우리의 일반 상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 이규창>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는데,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IMF에서 2011년에 발표한 Ari Aisen , Francisco Jose Veiga 의 연구에 따르면, 1960년부터 2004년 사이 169개국의 정치 상황과 경제성장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정치의 불안정이 경제성장에는 악영향을 줬습니다. 이는 내부 요인보다 해외투자자들의 투자를 위축시키기 때문입니다. 반면, 독재국가냐 민주국가냐, 보수냐 진보냐, 집권 정당의 정치적 성향이나, 개별 정책의 방향성이 주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결론입니다. 청취자들은 실망 하실지도 모르겠는데요. 민주국가보다는 독재국가들이 정치 안정성은 더 높고 경제성장률에도 더 긍정적이었습니다.

◇ 최영일> 아하, 그러니까 내전이나 쿠데타가 벌어지는 나라면 당연히 경제가 안 좋겠지만, 정치 제도만 잘 안정돼있다면 정치 때문에 경제가 발목 잡히는 일은 없다는 건가요? 그런데, 경제가 좋아지거나 나빠지지만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그에 따라 왔다 갔다 하잖아요. 이게 다 그저 운일 뿐이다?

◆ 이규창>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러합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경제 대통령’ 내세워서 당선했습니다. 당시 42개 대학의 학생회장들이 지지선언을 했는데, 지지선언 자체보다 선언문 내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우리는 최악의 청년실업에 고통 받고 있고 이건 경제 때문이다, 그러니 경제대통령이 필요하다, 이런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2007년은 경제가 가장 고점이었고 실업률도 가장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 노동자 출신의 좌파 대통령이어서 경제 안 좋아질까 봐 걱정했는데 재임기간 브라질 경제 호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퇴임 후 후계자에게 정권 물려주고 나서 경제는 곤두박질했습니다. 그의 재임기간에는 원자재 가격 급등해서 브라질 경제 좋았고, 퇴임 후 원자재가격 떨어지면서 정권 지지율 추락하면서 비리 수사까지 당하게 됩니다. 금융위기 이후 좌파가 집권한 나라든 우파가 집권한 나라든 경제상황은 다들 비슷했습니다.

◇ 최영일>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이규창> 네, 감사합니다.

◇ 최영일> 지금까지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였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