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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7년 1월 6일(금요일)
□ 출연자 :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우리 정부의 외눈박이 외교 천착, 다른 외교에 금 가
-박근혜 정부 외교, 낙제점은 아냐, C-,D+
-북한붕괴론, 흡수통일론 전개하며 남북관계 찬스 놓쳐
-사드 방중 매국행위? 외교는 정부 독점 아냐
-야당 의원이 메신저 역할 할 수도 있는 것,
-자기가 안 한다고 매국외교라니, 문제
-북핵 예방외교에는 미국보다 중국이 더 중요할 수 있어
-북한이 악마라도 협상예방외교 했다면 상황 이렇게까지 안왔을 것
-트럼프 시대, 서두를 필요 없어, 아베처럼하면 실패해
◇ 신율 앵커(이하 신율): ‘신율의 출발새아침’에서는 2017년 정유년, 새해를 맞아 사회 원로들에게 혜안을 듣는 신년 특집, 릴레이 인터뷰를 마련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외교안보 분야로 가보겠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동북아시대위원장,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를 지내신 연세대 문정인 명예특임교수, 전화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이하 문정인): 네, 안녕하세요.
◇ 신율: 2016년을 외교안보적인 측면에서 평가하신다면 어느 정도 점수를 주실 수 있으실 것 같으세요?
◆ 문정인: 글쎄요. 상당히 박한 점수밖에 못 주겠네요. 남북관계 개선하고 한반도 신뢰 구축한다고 했는데 신뢰구축 못했지, 평화협력구상 만든다고 했는데 지금 한중관계는 최악의 바닥을 치고 있고, 한일관계에 노력을 많이 했는데 국민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죠. 우선 너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 압박이라고 하는 외눈박이 외교에 아주 천착하다보니까 다른 외교에 많이 금이 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하여간 한반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대북제재를 하는 국제공조를 하는 데에 현 정부가 많은 외교적 실력을 발휘한 건 사실이니까 그런 점은 후하게 주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C-, D+, 이 정도 주고 싶습니다. 낙제점은 아닙니다.
◇ 신율: 네, 그런데 남북관계는 사실상 상대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북한이 더 호전적으로 된 건 사실 아니겠어요? 그런 것도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문정인: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상 예방외교거든요. 그런데 현 정부의 아쉬운 점은 예방외교에 주안점을 주기 보다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것을 땜질하는 땜질 외교에 역점을 두었던 것 같아요. 지난 4년 동안 남북관계 개선 여지가 많았거든요. 특히 재작년 8월의 목함지뢰 사건이 났을 때 남북한 외교안보담당 고위 당국자들이 합의를 맺고 남북관계 개선을 한다고 했을 때 그걸 잘 밀고 나갔으면 큰 출구가 보였을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이, 저 자신도 현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2년간 일을 했습니다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북한은 곧 망할 것이다.’ 이런 북한붕괴론을 전제로 해서 일종의 흡수통일론이라고 하는 그런 시각을 전개하면서 남북관계가 상당히 어그러졌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찬스는 분명히 있었다고 보고, 현 정부가 초기에는 그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는 건 저는 인정합니다.
◇ 신율: 네, 어쨌든 지금 탄핵 상태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지금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어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 외교안보 상에 공백이 생겼다는 우려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문정인: 글쎄요. 저는 안보 문제는, 우선 황교안 총리가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이거든요.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안보의 구멍은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 신율: 외교는요?
◆ 문정인: 외교는 앞서 신율 교수님이 지적하신대로 상대가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정상들이 한시적인 권한대행하고 중요한 외교적 사안을 협의하려고 할 것인가? 이런 제약이 있겠죠.
◇ 신율: 그런데 한중일 정상회담 같은 경우에, 일본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든, 아니든, 별 신경 안 쓴다, 이런 이야기 있거든요.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 문정인: 그러니까 외교를 할 수는 있는데 문제는 중국이 거기에 동참을 안 하는 거니까요. 한중간에 사드 문제도 있고, 중국 사람들은 외교적 격을 엄청나게 따져요. 그러니까 지금 한국 정부에는 정치적 유고가 생겼다고 중국에서는 보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중국 총리, 일본 총리, 한국 총리가 오는 건 좋은데, 권한대행으로 오는 건 한국 측은 뭔가 풀릴 수 있는 게 없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기 쉽겠죠. 일본의 경우에는 자기들이 주최하니까 한중일 정상회담을 꼭 하고 싶어 하는 거고요.
◇ 신율: 네, 지금 사드 말씀하셨는데,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이 중국을 방문했죠. 이거 어떻게 보세요?
◆ 문정인: 그걸 매국행위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잘못된 사람이라고 봅니다. 외교는 정부가 독점하는 게 아니거든요. 특히 지금처럼 세계화된 수준에서는 초국가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초국가적인 연합을 만들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국가의 이익을 신장시킬 수 있는 거거든요. 국내적으로도 상당히 정부의 결정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건데, 정부가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는 거거든요. 그리고 사실상 우리가 미국하고는 네트워크가 좋은데 중국하고는 없다, 그러면 야당 의원들이 가서 소위 메신저 역할을 해줘도 되는 거거든요. 저는 외교부 같은 곳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서, 야당 의원들과 협의해가지고 가서 이런 식으로 중국 사람들 설득해주십시오, 이렇게 이야기하는 자세가 필요한 건데, 자기가 안 한다고 해서 정부 여당 쪽에서 그걸 매국 외교라고 부르는 건 아주 큰 문제가 있죠.
◇ 신율: 그런데 지금 사드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다시 재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사드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곳, 국가 신임도에 문제가 생긴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 문정인: 그건 난센스예요. 미국에 대해서만 신뢰도가 있고, 중국에 대해서는 신뢰도가 없는 겁니까? 그건 아주 잘못된 외교라는 거죠. 그리고 정부가 잘못된 결정을 했는데, 지금 배경을 보세요. 작년 1월 7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우리 국민적 토론도 없이, 정부 내부의 신중한 토론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드 결정을 했다는 말이에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요. 이게 충분한 국민적 공론화가 되고, 여야 간에 충분한 협의가 되고, 군사적 위험성은 있는가? 경제적 이득은 있는가? 사드 배치에 따른 국제 정치적 역학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것들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국민을 설득한다, 안 한다, 그런 상황 하에서 야당이 간다면 문제가 있죠. 그런 것도 없이 밑도 끝도 없이 결정해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이런 걸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수용합니까? 그건 정부가 외교를 하는데 외교의 기본을 어긴 겁니다. 외교의 기본은 국민적 합의를 구하지 않으면 그 외교가 잘 될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이해당사국들은 그 틈을 파고들겠죠. 그러면서 한국 내에서 사드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하겠죠. 그게 국제정치의 기본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해야지. 그리고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 제가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사드 한다고 이북 아이들이 핵무기 사용 안 하겠습니까? 더 중요한 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예방외교를 해야 하는데, 예방외교를 하는 데에는 미국보다 중국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그러면 중국하고 긴밀한 협의가 중요한데 그 단계를 밟지 않고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상당히 토론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 신율: 알겠습니다. 또 하나는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달에 한 인터뷰에서 ‘당선 후에 북한과 미국을 모두 갈 수 있다면 주저 없이 북한을 먼저 가겠다.’ 이런 발언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리시겠어요?
◆ 문정인: 저도 당연한 외교적 선택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가장 큰 군사적 위협은 어디서 옵니까? 북한에서 오죠. 그러면 북한하고 항상 이야기해야죠. 왜 그걸 미국이나 중국 같은 제3국을 통한 우회외교를 통해서 풀려고 합니까? 저는 현 정부의 가장 큰 외교적 실책이라고 하는 것은 북한을 바로 보고, 아무리 북한이 악마라고 하더라도 북한과 바로 협상을 해서 풀어나가는 예방외교의 상상력을 발휘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안 왔을 겁니다. 그런데 미국, 중국 힘만 빌려서, 외주외교를 통해서 북한에 압력을 주려고 하고, 이런 외교가 어디 있습니까?
◇ 신율: 네, 그런데 지금 사실 북한 같은 경우에는 핵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와 잘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 아닌가요?
◆ 문정인: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북한은 자기들이 느끼는 위협이 미국이니까 미국하고 하겠다는 건데요.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설득력을 가지고, 북한에 대해서 영향력을 가졌을 때에는 훨씬 일이 잘 풀려 갑니다.
◇ 신율: 그게 언제였죠?
◆ 문정인: 우선 6자 회담 개시하고 2005년 9.19공동성명을 채택할 때도 사실상 우리 정부의 역할이 상당히 컸거든요. 그때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6자회담 수석대표였는데 송민순 장관 역할이 상당히 컸어요. 9.19공동성명을 만들어 내는 데에.
◇ 신율: 그런데 결과론적으로 보면, 9.19공동성명 이후에도 북한은 계속 핵개발을 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요?
◆ 문정인: 그건 끝이 없는 건데, 그러니까 여기서 중요한 건, 만약 이명박 정부가 들어와서 2008년부터 2007년 2월 13일에 합의한 2.13합의를 제대로 이행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북한 문제를 다뤘다면 상황이 여기까지 안 왔죠. 그때까지는 북한이 1차 핵실험, 그것도 실패한 핵실험만 했습니다. 그 다음에 2차, 3차, 4차, 5차는 전부 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났어요. 초기에 대응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을 결국, 저는 이걸 관리 실패라고 봅니다. 북한 관리 실패인데, 상황이 더 어려워졌죠.
◇ 신율: 네, 그렇게 보시는군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 20일에 정식 출범하는데요. 우리 입장에서는 정상회담도 가능하지 않고, 교류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 문정인: 글쎄요. 그건 뭐 서두를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트럼프 행정부는 이제 인수위에서 조각하고 있고, 정책이라는 건 보통 미국 국방부하고 국무부의 차관보 또는 부차관보 선까지 인선이 되고, 그들 중심으로 정책검토를 통해서 어떤 그림이 갖춰졌을 때 정부 수준으로 하는 걸로 족하고요. 지금 수준에서는 비공식 접촉해서, 주미한국대사를 통해서 비공식 접촉을 한다든가, 이렇게 하면 되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한국 정부가 지금 대통령이 유고 상태에 있기 때문에, 그쪽에서 누구하고 이야기하는 가에 대해서 상당히 의아해 할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쪽 어려움도 있죠.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우선 기다려보고,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카드들을 내놓는가 보고, 그에 대에서 대응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지, 지금부터 아베처럼 한다, 아베도 성공이 아니라 실패했죠.
◇ 신율: 네, 저도 일본 여쭤보려고 하는데요. 일본의 경우에는 서두르잖아요?
◆ 문정인: 그게 실패했죠.
◇ 신율: 물론 성공하진 않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실패하라는 법은 없는 거 아니겠어요?
◆ 문정인: 아니, 오히려 역풍이 많이 불겠죠. 우리가 자꾸 트럼프라는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고, 미국 대통령이 중요한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동맹은 미국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한국하고 같이 하는 겁니다. 미국도 한국 말 들어야죠. 우리고 떳떳하게 원칙을 지키고 미국에 대해서 할 이야기 하면 미국도 그만큼 우리를 존경하는 게 되니까, 아직 완전히 공식 출범도 하지 않은 정부에 직접거릴 필요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가만히 지켜보면서 어떤 정책을 가져오는지 보고 그에 대해서 차분한 대응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지, 지금 당장 트럼프하고 정상회담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 신율: 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문정인: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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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17년 1월 6일(금요일)
□ 출연자 :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우리 정부의 외눈박이 외교 천착, 다른 외교에 금 가
-박근혜 정부 외교, 낙제점은 아냐, C-,D+
-북한붕괴론, 흡수통일론 전개하며 남북관계 찬스 놓쳐
-사드 방중 매국행위? 외교는 정부 독점 아냐
-야당 의원이 메신저 역할 할 수도 있는 것,
-자기가 안 한다고 매국외교라니, 문제
-북핵 예방외교에는 미국보다 중국이 더 중요할 수 있어
-북한이 악마라도 협상예방외교 했다면 상황 이렇게까지 안왔을 것
-트럼프 시대, 서두를 필요 없어, 아베처럼하면 실패해
◇ 신율 앵커(이하 신율): ‘신율의 출발새아침’에서는 2017년 정유년, 새해를 맞아 사회 원로들에게 혜안을 듣는 신년 특집, 릴레이 인터뷰를 마련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외교안보 분야로 가보겠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동북아시대위원장,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를 지내신 연세대 문정인 명예특임교수, 전화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이하 문정인): 네, 안녕하세요.
◇ 신율: 2016년을 외교안보적인 측면에서 평가하신다면 어느 정도 점수를 주실 수 있으실 것 같으세요?
◆ 문정인: 글쎄요. 상당히 박한 점수밖에 못 주겠네요. 남북관계 개선하고 한반도 신뢰 구축한다고 했는데 신뢰구축 못했지, 평화협력구상 만든다고 했는데 지금 한중관계는 최악의 바닥을 치고 있고, 한일관계에 노력을 많이 했는데 국민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죠. 우선 너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 압박이라고 하는 외눈박이 외교에 아주 천착하다보니까 다른 외교에 많이 금이 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하여간 한반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대북제재를 하는 국제공조를 하는 데에 현 정부가 많은 외교적 실력을 발휘한 건 사실이니까 그런 점은 후하게 주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C-, D+, 이 정도 주고 싶습니다. 낙제점은 아닙니다.
◇ 신율: 네, 그런데 남북관계는 사실상 상대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북한이 더 호전적으로 된 건 사실 아니겠어요? 그런 것도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문정인: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상 예방외교거든요. 그런데 현 정부의 아쉬운 점은 예방외교에 주안점을 주기 보다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것을 땜질하는 땜질 외교에 역점을 두었던 것 같아요. 지난 4년 동안 남북관계 개선 여지가 많았거든요. 특히 재작년 8월의 목함지뢰 사건이 났을 때 남북한 외교안보담당 고위 당국자들이 합의를 맺고 남북관계 개선을 한다고 했을 때 그걸 잘 밀고 나갔으면 큰 출구가 보였을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이, 저 자신도 현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2년간 일을 했습니다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북한은 곧 망할 것이다.’ 이런 북한붕괴론을 전제로 해서 일종의 흡수통일론이라고 하는 그런 시각을 전개하면서 남북관계가 상당히 어그러졌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찬스는 분명히 있었다고 보고, 현 정부가 초기에는 그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는 건 저는 인정합니다.
◇ 신율: 네, 어쨌든 지금 탄핵 상태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지금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어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 외교안보 상에 공백이 생겼다는 우려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문정인: 글쎄요. 저는 안보 문제는, 우선 황교안 총리가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이거든요.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안보의 구멍은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 신율: 외교는요?
◆ 문정인: 외교는 앞서 신율 교수님이 지적하신대로 상대가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정상들이 한시적인 권한대행하고 중요한 외교적 사안을 협의하려고 할 것인가? 이런 제약이 있겠죠.
◇ 신율: 그런데 한중일 정상회담 같은 경우에, 일본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든, 아니든, 별 신경 안 쓴다, 이런 이야기 있거든요.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 문정인: 그러니까 외교를 할 수는 있는데 문제는 중국이 거기에 동참을 안 하는 거니까요. 한중간에 사드 문제도 있고, 중국 사람들은 외교적 격을 엄청나게 따져요. 그러니까 지금 한국 정부에는 정치적 유고가 생겼다고 중국에서는 보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중국 총리, 일본 총리, 한국 총리가 오는 건 좋은데, 권한대행으로 오는 건 한국 측은 뭔가 풀릴 수 있는 게 없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기 쉽겠죠. 일본의 경우에는 자기들이 주최하니까 한중일 정상회담을 꼭 하고 싶어 하는 거고요.
◇ 신율: 네, 지금 사드 말씀하셨는데,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이 중국을 방문했죠. 이거 어떻게 보세요?
◆ 문정인: 그걸 매국행위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잘못된 사람이라고 봅니다. 외교는 정부가 독점하는 게 아니거든요. 특히 지금처럼 세계화된 수준에서는 초국가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초국가적인 연합을 만들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국가의 이익을 신장시킬 수 있는 거거든요. 국내적으로도 상당히 정부의 결정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건데, 정부가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는 거거든요. 그리고 사실상 우리가 미국하고는 네트워크가 좋은데 중국하고는 없다, 그러면 야당 의원들이 가서 소위 메신저 역할을 해줘도 되는 거거든요. 저는 외교부 같은 곳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서, 야당 의원들과 협의해가지고 가서 이런 식으로 중국 사람들 설득해주십시오, 이렇게 이야기하는 자세가 필요한 건데, 자기가 안 한다고 해서 정부 여당 쪽에서 그걸 매국 외교라고 부르는 건 아주 큰 문제가 있죠.
◇ 신율: 그런데 지금 사드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다시 재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사드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곳, 국가 신임도에 문제가 생긴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 문정인: 그건 난센스예요. 미국에 대해서만 신뢰도가 있고, 중국에 대해서는 신뢰도가 없는 겁니까? 그건 아주 잘못된 외교라는 거죠. 그리고 정부가 잘못된 결정을 했는데, 지금 배경을 보세요. 작년 1월 7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우리 국민적 토론도 없이, 정부 내부의 신중한 토론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드 결정을 했다는 말이에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요. 이게 충분한 국민적 공론화가 되고, 여야 간에 충분한 협의가 되고, 군사적 위험성은 있는가? 경제적 이득은 있는가? 사드 배치에 따른 국제 정치적 역학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것들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국민을 설득한다, 안 한다, 그런 상황 하에서 야당이 간다면 문제가 있죠. 그런 것도 없이 밑도 끝도 없이 결정해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이런 걸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수용합니까? 그건 정부가 외교를 하는데 외교의 기본을 어긴 겁니다. 외교의 기본은 국민적 합의를 구하지 않으면 그 외교가 잘 될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이해당사국들은 그 틈을 파고들겠죠. 그러면서 한국 내에서 사드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하겠죠. 그게 국제정치의 기본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해야지. 그리고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 제가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사드 한다고 이북 아이들이 핵무기 사용 안 하겠습니까? 더 중요한 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예방외교를 해야 하는데, 예방외교를 하는 데에는 미국보다 중국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그러면 중국하고 긴밀한 협의가 중요한데 그 단계를 밟지 않고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상당히 토론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 신율: 알겠습니다. 또 하나는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달에 한 인터뷰에서 ‘당선 후에 북한과 미국을 모두 갈 수 있다면 주저 없이 북한을 먼저 가겠다.’ 이런 발언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리시겠어요?
◆ 문정인: 저도 당연한 외교적 선택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가장 큰 군사적 위협은 어디서 옵니까? 북한에서 오죠. 그러면 북한하고 항상 이야기해야죠. 왜 그걸 미국이나 중국 같은 제3국을 통한 우회외교를 통해서 풀려고 합니까? 저는 현 정부의 가장 큰 외교적 실책이라고 하는 것은 북한을 바로 보고, 아무리 북한이 악마라고 하더라도 북한과 바로 협상을 해서 풀어나가는 예방외교의 상상력을 발휘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안 왔을 겁니다. 그런데 미국, 중국 힘만 빌려서, 외주외교를 통해서 북한에 압력을 주려고 하고, 이런 외교가 어디 있습니까?
◇ 신율: 네, 그런데 지금 사실 북한 같은 경우에는 핵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와 잘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 아닌가요?
◆ 문정인: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북한은 자기들이 느끼는 위협이 미국이니까 미국하고 하겠다는 건데요.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설득력을 가지고, 북한에 대해서 영향력을 가졌을 때에는 훨씬 일이 잘 풀려 갑니다.
◇ 신율: 그게 언제였죠?
◆ 문정인: 우선 6자 회담 개시하고 2005년 9.19공동성명을 채택할 때도 사실상 우리 정부의 역할이 상당히 컸거든요. 그때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6자회담 수석대표였는데 송민순 장관 역할이 상당히 컸어요. 9.19공동성명을 만들어 내는 데에.
◇ 신율: 그런데 결과론적으로 보면, 9.19공동성명 이후에도 북한은 계속 핵개발을 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요?
◆ 문정인: 그건 끝이 없는 건데, 그러니까 여기서 중요한 건, 만약 이명박 정부가 들어와서 2008년부터 2007년 2월 13일에 합의한 2.13합의를 제대로 이행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북한 문제를 다뤘다면 상황이 여기까지 안 왔죠. 그때까지는 북한이 1차 핵실험, 그것도 실패한 핵실험만 했습니다. 그 다음에 2차, 3차, 4차, 5차는 전부 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났어요. 초기에 대응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을 결국, 저는 이걸 관리 실패라고 봅니다. 북한 관리 실패인데, 상황이 더 어려워졌죠.
◇ 신율: 네, 그렇게 보시는군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 20일에 정식 출범하는데요. 우리 입장에서는 정상회담도 가능하지 않고, 교류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 문정인: 글쎄요. 그건 뭐 서두를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트럼프 행정부는 이제 인수위에서 조각하고 있고, 정책이라는 건 보통 미국 국방부하고 국무부의 차관보 또는 부차관보 선까지 인선이 되고, 그들 중심으로 정책검토를 통해서 어떤 그림이 갖춰졌을 때 정부 수준으로 하는 걸로 족하고요. 지금 수준에서는 비공식 접촉해서, 주미한국대사를 통해서 비공식 접촉을 한다든가, 이렇게 하면 되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한국 정부가 지금 대통령이 유고 상태에 있기 때문에, 그쪽에서 누구하고 이야기하는 가에 대해서 상당히 의아해 할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쪽 어려움도 있죠.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우선 기다려보고,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카드들을 내놓는가 보고, 그에 대에서 대응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지, 지금부터 아베처럼 한다, 아베도 성공이 아니라 실패했죠.
◇ 신율: 네, 저도 일본 여쭤보려고 하는데요. 일본의 경우에는 서두르잖아요?
◆ 문정인: 그게 실패했죠.
◇ 신율: 물론 성공하진 않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실패하라는 법은 없는 거 아니겠어요?
◆ 문정인: 아니, 오히려 역풍이 많이 불겠죠. 우리가 자꾸 트럼프라는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고, 미국 대통령이 중요한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동맹은 미국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한국하고 같이 하는 겁니다. 미국도 한국 말 들어야죠. 우리고 떳떳하게 원칙을 지키고 미국에 대해서 할 이야기 하면 미국도 그만큼 우리를 존경하는 게 되니까, 아직 완전히 공식 출범도 하지 않은 정부에 직접거릴 필요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가만히 지켜보면서 어떤 정책을 가져오는지 보고 그에 대해서 차분한 대응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지, 지금 당장 트럼프하고 정상회담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 신율: 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문정인: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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