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희의출발새아침] 역사학자가 본 일본의 두 얼굴 “나루히토 천황과 아베 총리”

[노영희의출발새아침] 역사학자가 본 일본의 두 얼굴 “나루히토 천황과 아베 총리”

2019.10.24. 오전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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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10월 24일 (목요일)
□ 출연자 :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日이낙연 일왕 만남 표정과 느낌에서 아베와 다른 느낌 받을 것
-‘일왕’ 호칭을 격하 의미로 보는 것은 중세적 사고방식
-일본 천황 신격화를 통해서 군국주의 이데올로기 만든 것
-천황의 인간선언은 군국주의와 이별하겠다는 것
-日두 얼굴 ‘천황은 세계 평화 향한 얼굴, 아베는 일본의 본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노영희 변호사(이하 노영희): 뉴스를 각별한 시선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뉴스 탐구생활, 다른 방송에선 절대 들을 수 없는 바른 역사 시간입니다. 역사라는 프리즘을 통해 뉴스를 똑바로 들여다보자. 이런 취지로 만들어진 우리 출발새아침의 핫 코너죠.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이하 전우용): 안녕하세요.

◇ 노영희: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가져오셨습니까?

◆ 전우용: 어제죠. 일본에서 굉장히 큰 일이 일어났죠. 우리에게는 별로 큰 일은 아닌데 일본인들에게는 굉장히 큰 일인 일이라서. ‘천황과 일왕 사이’ 정도로 해볼까요?

◇ 노영희: 네, 네. 천황과 일왕. 어제 있었던 일왕 즉위식 관련된 이야기하겠다, 좋습니다. 어제 즉위식 모습 뉴스에서 많이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이게요. 무슨 왕위 즉위하는 이런 거라기보다는 오히려 종교행사 같은 그런 분위기가 풍기던데, 일본은 원래 그런 거예요? 아니면 어제만 특별히 그런 거예요?

◆ 전우용: 일단 용어를 그렇게 쓰겠습니다. 천황이라고 하는 직위 자체가, 사람이 아니라 직위 자체가 일본 신토의 최고제사장 지위를 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고대에 보면 제정일치 사회 그랬잖아요. 고대에 제정일치였다가, 

◇ 노영희: 제정일치라고 하는 건 정확히 뭘까요?

◆ 전우용: 제사장, 종교의 제사장과 정치적인 최고 통치자죠. 최고 통치자가 한 사람이 다 했던 거죠. 샤머니즘 단계에서, 정식적으로 고대국가가 제대로 형성되기 전 단계에서는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종교 지도자가 곧 정치 지도자이기도 했었는데. 이른바 고대사회의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 제정분리, 세속권력과 종교권력이 분리되고, 그러면서 종교권력 자체가 소멸하든가 아니면 별도로 남아있죠, 남게 되죠. 우리가 천황 이렇게 부를 때 일본인들이 천황이라고 하는 이름에서 상상하는 것은 가톨릭 신자들이 교황이란 이름에서 상상하는 것과 같아요. 우리가 가톨릭을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교황에 대해서는 그냥 그렇게 부르는 데 별 거부감이 없잖아요. 마찬가지로 일본 내에서도 일본의 대다수, 일본인의 대다수가 신토 신자이기 때문에 대제사장으로서의 천황에 대한 숭배의식, 또 존경의식이 남아있고요. 오히려 고대의 한동안, 그리고 메이지유신 이후에 한 150년, 딱 100년 정도 되겠네요. 한 100년 정도가 일본 천황이 세속군주로서의 역할을 겸했던 것이지, 일본 역사 전체 기간에서 보자면 천황은 계속 종교 지도자로서만 남아 있었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노영희: 일본의 신토라고 하는 토착종교의 영향을 받아서 이렇게 된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 종교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얘기신데요. 그럼 이 신토라는 토착 종교가 정확히 뭘 하는 거예요? 누구를 숭배한다든가 이런 게 있지 않습니까?

◆ 전우용: 일종의 샤머니즘이죠. 우리는 무속이라고 불렀던, 우리가 무속이거나, 참 우리 이름 부르기 굉장히 어려워졌어요. 왜냐하면 조선시대 유불도, 유불선 할 때 선교라고도 많이 불렀고요.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들어와서 보니까 한국인들의 무당을 통해서 죽은 귀신들하고 접신하는 이런 종교적 형태가 일본의 신토와 대단히 흡사했거든요. 일본에선 이걸 주재하는 사제를 신관이라고 불렀는데, 결국 죽은 사람이나 아니며 천하 만물의 영하고 신관을 통해서 교섭하는 것이 신토의 핵심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한국의 전통종교, 우리가 뭐라고 부를 이름이 워낙 없어졌어요. 전통종교를 미신, 또는 무속. 이게 종교가 아니라 일종의 풍속으로 격하해버렸고, 지금도 우리도 그렇게 부르고 있어요, 여전히. 그러니까 이건 종교로서의 자격이 없다, 이렇게 놓고 있는 거죠. 그래서 다른 건 종교라고 부르는데, 따라서 일부 해당 종교인들은 자기네 종료를 무교라고 부르기도 해요. 신교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그런 문제가 있는데. 일본의 신토는 그러니까 우리 전통적인 무속과 흡사하다, 이렇게 해석하시면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 노영희: 토착적인 샤머니즘적인 성격을 가진 종교다. 그러면 여기서 한 번 정리를 하고 이야기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지금 이번에 나루히토 즉위식 관련해서 천황으로 부르느냐, 일왕으로 부르느냐 논란이 일어났는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인가요. 국감에서 이야기했죠. ‘우리는 공식적으로 상대국가에서 부르는 호칭을 따른다. 그래서 천황이라고 보통 하기로 했다’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어떤 게 맞아요?

◆ 전우용: 그러니까 이걸 일왕으로, 이건 이름이 없는데 이걸 굳이 격하라는 의미로 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세적 사고방식이에요. 

◇ 노영희: 일왕이라고 한다고 해서 격하는 아니다.

◆ 전우용: 절대로 그렇게 될 수가 없죠. 이거 옛날처럼 황제 왕 제후 공경대부 이런 식의 위계가 세상에 관철되고 있으면, 세상에 그대로 있으면 그런 이야기를 할 법도 하겠죠. 그런데 사실은 일본인들이 미국의 President를 대통령으로 번역한 사람들이 일본인들이에요. 그 의식 자체에 미국의 President를 일본의 천황보다 훨씬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다라고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있었거든요. 만약에 이런 의도에 따라서 호칭을 문제 삼는다면 우리 대통령이란 호칭부터 문제 삼아야 해요. 이거 잘못 지은 거다. 

◇ 노영희: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 전우용: 그러니까 새로 만들어야죠, 그런 식으로 하면. 천황과 동급으로 만들든가. 그런데 이런 식의 중세적인 사고방식에 따라서 그저 그걸 일왕으로 깎아내린다고 해서 이름을 깎아내린다고 해서 지위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말씀드렸듯이 천황이라는 이름 자체가 일본인들이 이걸 지은 지 1300~1400년 정도 되는데 도교의 천황대제, 우리가 옥황상제라고 하는 그런 개념에 가까워요. 천황이란 이름은 중국 쪽 황제나 이런 개념보다는 애초에 종교적이었기 때문에 옥황상제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해요. 그러니까 자기들의 종교 지도자를 옥황상제라고 부르겠다는데 그걸 뭐라고 그러겠어요. 그게 영 우스꽝스러우면 웃어주면 그만이고. 그런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가지고 이름을 굳이 천황이 너무 높은 이름이니까 한 등급 낮추겠다. 낮추려면 더 낮추지, 왜 그렇게 낮추는지 모르겠어요. 아주 확 낮춰가지고 제후 이렇게 불러든지, 일본 제후 이렇게 불러주든지.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굳이 그걸 가지고 무슨 자존심이니 국가 간에 격을 따지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그래서 본인들이 천황이라고 부르겠다면 천황이라고 불러주면 되는 것이지, 그게 특별히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 노영희: 그런데 우리는 사실 하늘에 대한 어떤 경외하는 생각이 있는데, 천황 그러면 하늘 천 자를 쓰니까 되게 높아 보이고, 그래서 그런 것도 있고. 또 하나는 일제강점기 관련해서 천황이 우리를 조금, 뭐라고 해야 하나요.

◆ 전우용: 일제강점기엔 천황이라고 안 불렀고요. 요즘에도 그런 분들이 있어요. 천황이라고 하는 말 자체가 너무 이름이 높아 보이니까 일본 발음으로 덴노라고 불러주자. 그러면 뭔지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이 강제로 불렀던 것이 바로 ‘덴노 헤이카 반자이’예요. 일본 말로 불렀죠. 천황 폐하 만세를 일본 말로 덴노 헤이카 반자이 이렇게 불렀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자체가 오히려 일제강점기로 돌아가는 이름이죠, 덴노란 이름 자체가. 천황이라고 우리가 일제강점기 이후로는 일본 발음으로 안 불렀으니까 이건 덴노와 천황은 다른 이름이다라고 생각하셔도 괜찮을 거고요. 일제강점기의 기억 때문에 천황이라고 더더욱 못 부르겠다고 하면 그럼 굳이 왜 일왕이라고 불러야 하느냐 이거죠. 일본의 종교지도자 이렇게 부르든가, 일본의 상징적 국가대표 이렇게 부르든가. 이렇게 부른다고 해서 안 될 건 없어요. 그런데 이게 국제관례라 국제적인 예의에 어긋나니까 자기들이 그렇게 부르는 이름이라면, 우리가 시진핑 국가주석 이렇게 부르는데 우리가 그걸 굳이 등급을 낮춰서 시진핑 중국 대통령 이렇게 부를 순 없잖아요. 그런 식이죠.

◇ 노영희: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난 다음에 사실 쇼와 천황이 1945년 8월 15일 날 라디오에서 항복연설을 한 바로 그 사람인데. 어쨌든 전쟁이 끝나고 나서 쇼와 천황이 ‘인간선언’이라는 걸 했다고, 그러니까 더더욱 이게 말이 안 맞는 것 아닙니까? 인간선언을 한다는 것은 원래 인간이 아닌 하늘의 존재인데 자기가 전쟁에 져서 인간선언을 한다는 걸로 들리잖아요. 그건 아니에요?

◆ 전우용: 그건 맞아요. 1937년 중일전쟁 나기 전인 1936년 2·26 사건 이후에 일본 군부가 천황 신격화에 착수했고요. 그렇게 하면서 천황이라고 하는 지위가 본래 천선의, 일본은 천조대신이라고 해서 태양신의 후손이라고 자기들을 생각해요. 그리고 신의 적통이 바로 천황가로 이어졌다.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신화죠. 그런데 그게 신의 적통을 넘어서서 천황은 살아있는 신이다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 30년대 후반부터예요. 그래서 현인신이라고 했죠. 인간의 모습을 한 신이다. 이런 식으로 천황 신격화를 통해서 일본 군국주의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냈거든요. 전쟁이 끝나고 나서 당시 쇼와 천황은 자기는 신이 아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천황을 신으로 숭배하라고 했던 자들이 사실은 사기 친 것이고, 나는 그냥 인간으로서 일본 국가를 상징하는 대표로서만 남겠다. 신적인 권능을 행사해서 일본 민족을 통치하지는 않겠다, 이렇게 선언한 거예요. 천황을 신격화하는 것 자체가 일본 역사 전체의 유구한 전통이 아니라 일본 군국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시대에 전쟁광들이 천황을 일종의 일본인들의 애국심을 모으기 위한 상징으로 이용했던 것이니까 나를 그런 식으로까지 생각하지 말라고 선언한 거예요. 그러니까 천황의 인간선언이라고 하는 것은 군국주의와 이별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런 정도였던 거죠. 

◇ 노영희: 그랬군요. 좋습니다. 그러면 이 질문 한 번 드려볼게요. 한일관계가 지금 냉각 중인데 이낙연 총리가 방일을 하고 있습니다. 즉위식 관련해서 가서 친서도 전달했고요, 대통령의. 그러면서 오늘 아베 총리하고 면담을 할 거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이게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이게 나루히토 일왕과 관련해서 즉위식에 찾아가서 우리 총리가 이런 식의 면담을 가지고 뭔가 관계개선을 꾀하는 계기로 지금 삼으려고 하는 거기 때문에 이것을 보는 일왕의 입장, 혹은 천황의 입장에서는 어떤 촉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보실 수 있을까요?

◆ 전우용: 아니요. 일본 천황이 계속 헌법을 지키겠다는 이야기를 했잖아요. 헌법에서는 일본 천황은 정치에 개입하면 안 된다. 일본 국민의 상징적 대표로 있어야 한다. 그거예요.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한 거예요. 이 문제를 가지고 무슨 한일관계에 외교적으로 무슨 획기적이거나 아니면 직접적인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것까진 없을 것 같아요. 다만 한국 총리가 일본 천황을 만나서 이야기를 했고, 그 표정이나 동작 하나하나를 일본인들이 보면서 아베와는 다른 어떤 느낌을 받을 수는 있겠어요. 받을 수는 있겠지만 어쨌건 간에 지금 아베 총리를 지지하고 있고 아베 총리의 외교행보를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일본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가 천황의 어떤 일거수일투족, 종교 지도자가 어떤 말을, 예를 들어서 프란체스코 교황께서 굉장히 좋은 말씀 많이 하시는데 그런다고 세계가 바로 평화로워지진 않잖아요. 일본의 천황을 일본인들의 교황이다, 마음 속 교황이다. 이렇게 생각하시고 본다면 그 발언 하나하나를 가지고 무슨 정치적으로 당장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이렇게 예측하는 것 자체가 좀 섣부른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노영희: 그러니까 사실 그동안에 보면 이번에 왕의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은 지난번 왕도 우리한테 미안하다고도 하고 평화를 지향한다는 말도 했는데, 아무 의미가 없는 거네요, 솔직히 말하면? 

◆ 전우용: 일단 일본의 두 얼굴이다. 일본의 천황은 세계를 향한 평화의 얼굴이고 아베는 일본의 본심이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노영희: 알겠습니다. 상당히 마음 아프지만 여기까지 듣고 끝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전우용: 네.

◇ 노영희: 지금까지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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