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도 비껴간 6·25 참전 소년소녀병들..."국가유공자 추진"

국제법도 비껴간 6·25 참전 소년소녀병들..."국가유공자 추진"

2020.06.24. 오후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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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소년소년병, 국가유공자 추진"
1950년 당시 17살 이하 소년소녀병 전장 투입
국제법 상 17살 이하 아이 대상으로 한 징집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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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25 전쟁 당시 치열했던 전장에는 아직 앳된 소년소녀병사들도 대거 투입됐습니다.

18살 미만의 아이들은 전쟁에 내보내선 안 된다는 국제법까지 어겨가며 징집됐던 건데,

정작 전쟁이 끝나고 나서 지금까지도 국가유공자 대우조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주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나라의 명운을 걸고 북한과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1950년.

앙상하게 마른 소년병들이 길다란 총을 들고 사격 훈련을 받습니다.

쉴 새 없이 포탄이 터지는 전쟁터에서 소년소녀병들은 그렇게 전선을 책임졌습니다.

[하명윤 / 6·25 참전 소년병 (지난 2012년) : 군의 조직체계도 잘 모르고 나이가 어리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 두렵고 무서운 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젊은 혈기에, 욱하는 마음에 뛰어나가고, (전우가) 죽으면 또 뛰어나가고….]

지금이나 당시나 18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을 전쟁에 내보내는 건 국제법 위반입니다.

그럼에도 민족의 비극 속에 3만 명이나 되는 앳된 군인들은 전쟁에 나서야 했습니다.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지난 70년 이들의 삶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나라는 소년소녀병의 공로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겁니다.

전쟁 중에 숨졌거나, 다친 사람만 국가 유공자로 지정했을 뿐, 참전자에 대한 예우는 보잘 것 없습니다.

지난 2014년 헌법재판소가 현재의 처우가 이들이 입은 피해의 특수성과 중대성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소년소녀병 전우회는 정부로부터 유공자 단체로 인정을 받지 못해 친목회 수준으로 운영되다가 결국 지난 4월 해산됐습니다.

[윤한수 / 전 6·25참전소년소녀병전우회 회장 : 한 달에 평균 50만 원 내지 60만 원이 있어야 하는데 1년에 돈이 700만 원이 넘어가는데 회비로는 3분의 1밖에 안 된다 말이야. 그러니 운영하기가 힘들고. 우리는 돈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명예 선양을 해달라 이거야.]

정치권에서도 지난 18대 국회에서부터 이들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돼 왔습니다.

어린 나이에 전쟁에 징용돼 희생해야 했던 부분을 보상하는 동시에 교육, 취업 등 생활안정을 위한 구체적 지원방안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국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20대까지 통과되지 못했고, 21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이 법안은 다시 발의됐습니다.

[강대식 / 미래통합당 의원 : 보훈이라는 것은 정권이나 정치적 이념과는 아주 무관한 국가의 책무다(라고 보고요.) 우리 자식들이 16세, 15세에 전장으로 간다. 이렇게 뒤집어 생각해보면 국민들도 공감하리라고….]

현재 생존해 있는 6·25 참전 소년소녀병은 약 2천 명으로 추정되는 상황.

나라를 지킨 이들의 노고를 직접 치하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하루 줄어들고 있습니다.

YTN 김주영[kimjy08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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