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의 움직이는 성’...차륜형 장갑차 지휘소 개발

‘육군의 움직이는 성’...차륜형 장갑차 지휘소 개발

2021.01.26. 오전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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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야전 지휘소로 불리는 '차륜형 장갑차 지휘소 차량'이 국내 기술로 개발
실시간 상황 파악, 기동 중 지휘 통제 가능
위협에서 안전하게 지휘부를 보호하는 장갑화된 차량형 지휘소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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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의 움직이는 성’...차륜형 장갑차 지휘소 개발
차륜형 지휘소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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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육군 5기갑여단 폭풍대대의 혹한기 기동·사격 훈련을 취재했을 때 지휘소를 방문했는데 통신을 통해 각 전차는 지휘소의 명령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지휘소는 전차의 눈이 되어 명중 여부를 확인해 주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첨단 표적 시스템을 갖춘 경기도 연천군 다락대 과학화 훈련장이라 가능한 훈련이었습니다.

●'차륜형 장갑차 지휘소' 왜 필요한가?
육군 5기갑여단 폭풍대대의 다락대 과학화 훈련 모습

그렇다면 야전에선 어떨까요? 실제 야외에서 작전을 펼치게 되면 천막형 야전 지휘소를 운용해야 합니다. 통신, 지휘 통제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하는 만큼 설치와 해체에 엄청난 시간이 걸리고, 당연히 적군은 지휘를 무력화하기 위해 야전 지휘소부터 찾아내려고 하기 때문에 화기, 포탄, 화생방 등 각종 공격의 표적이 됩니다. 야전 부대에서는 이런 작전 지휘 제약 요인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컸습니다.

또 기술의 발전으로 진격의 속도가 빨라진 기동화된 전투 부대를 효율적으로 지휘하려면 지휘소가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방송 기자가 중계차나 휴대용 중계 장비만 있으면 어디서든 생중계 방송을 할 수 있는 것처럼 통신의 발달로 구축된 네트워크 작전 환경에서 효과적인 지휘 통제를 위해 전투 지휘 체계를 탑재한 이동형 지휘소 차량의 탄생은 필수적입니다.

방위사업청에선 보병 대대급 이상 전방 부대에서 실시간 전투 상황을 파악하고 기동 중에 지휘 통제가 가능한 ’차륜형 지휘소 차량’의 개발을 2017년부터 현대로템 주관으로 착수해 이달에 체계 개발을 마무리했습니다.


●차륜형 장갑차 지휘소의 특징은?
차륜형 지휘소의 외형

차륜형에 대해 약간 설명드리지만, 장갑차엔 무한궤도(캐터필러)형과 차륜형이 있습니다. ‘탱크’하면 누구나 쉽게 떠올리는 무한궤도형 장갑차를 쓰는 부대는 기계화 보병 사단(기갑[전차]여단, 기계화 보병(무한궤도형 장갑차) 여단, (자주포) 포병 여단, 기갑수색 대대 등입니다. 차륜형은 타이어가 달린 형태로 기동성이 높은 게 장점입니다. 차륜형 장갑차는 차량과 도보로 이동을 주로 하던 보병사단에 우선 공급됐습니다. 이번 '차륜형 지휘소' 차량은 험한 지형에서도 주행이 가능한 전술 타이어를 장착하고 최신 지휘 통제 체계를 탑재해 기동성과 함께 지휘소 운용 능력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최고 시속은 95km에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고, 철갑탄 방호 장갑과 대인지뢰 방호 능력을 갖췄습니다. 바퀴별로는 노면의 충격이 탑승자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충격을 흡수하는 ‘독립 현수 장치’가 적용됐고, 타이어가 터져도 주행할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 노면에 따라 타이어 공기압을 자동 조절할 수 있는 ‘공기압 자동 조절 장치’, 수상 추진 장치도 갖추고 있습니다. 또 차량 내부 압력을 대기압보다 높게 유지하여 오염된 외부 공기 유입을 막아주는 ‘양압 장치’로 화생방 공격에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차륜형 장갑차 지휘소가 '움직이는 성'인 이유
차량형 지휘소의 내부 모습

외형이 미국의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비슷한데 가장 큰 특징은 10명 정도가 탑승해서 지휘관이 회의를 할 수 있는 작전 회의실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회의용 탁자가 들어가 있고 서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일반 차륜형 장갑차보다 30cm 정도 키가 커졌습니다.

여기엔 C4I(육군 전술 지휘 정보 체계)를 탑재했는데 이는 전술 통신 체계를 기반으로 각급 부대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전장 상황을 공유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말합니다. 감시 정찰·상황 인식·작전 지침 하달·세부 작전 지시·공격 등 감시·결심·타격을 연계해 전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차륜형 지휘소 차량은 육군의 AI(인공지능) 기반 지상 전투 체계인 '타이거 4.0'을 구현하는 핵심 장비 중 하나입니다. 이 차량에 탑승한 지휘관은 'AI 참모'(지휘 결심 지원 AI)의 도움을 받아 전장을 지휘할 수 있게 됩니다. 차량으로 어디든 이동해 지휘할 수 있어서 공간적인 작전 제약도 없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설치와 해체에 시간이 걸리고, 적의 포탄과 화생방 무기 등의 위협에서 방호가 불가능했던 기존의 천막형 지휘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성능과 안전성을 갖춘 셈입니다.


●차륜형 지휘소, 해외 경쟁력은 어떨까?
10명을 태울 수 있고 성인이 설 수 있는 크기의 차륜형 지휘소 내부

부품 국산화율은 98%인데 변속기는 독일제를 쓰고 있습니다. 경제성 측면에서 자체 개발보다 독일제 적용이 효율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라고 합니다. 방위사업청은 올해부터 ‘차륜형 지휘소 차량’ 양산 준비에 착수해 내후년 양산 계약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장갑차는 육군 보병의 핵심 전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래 전장 환경에서 네트워크 지휘 통제가 가능한 ‘차륜형 지휘소 차량’ 개발의 성공으로 보병 부대 지휘소의 기동성과 생존성 향상이 기대됩니다.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된 만큼 동남아와 남미, 중동 시장을 무대로 장갑차가 수출될 때 차륜형 지휘소도 함께 수출길에 오르게 될 전망입니다. ‘한국 육군의 움직이는 성’이 앞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독일과 미국, 영국 방산 업체들의 우수 장갑차들을 상대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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