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출새]"日방사성 오염수,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빠른 결정 필요"

[황출새]"日방사성 오염수,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빠른 결정 필요"

2021.04.19. 오전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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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1년 4월 19일 (월요일)
□ 진행 : 황보선 앵커
□ 출연자 : 구자룡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앵커 황보선(이하 황보선):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기로 결정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 큰 논란입니다. 국제법 위반의 문제는 없는지 현재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사건의 법적 쟁점을 살펴보겠습니다. 구자룡 변호사, 안녕하세요?

◆ 구자룡 변호사(이하 구자룡): 네, 안녕하세요.

◇ 황보선: 일본의 오염수 방출 결정까지의 사건 개요 좀 간략히 설명해 주실까요?

◆ 구자룡: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그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것은 다들 잘 아실 것입니다. 그 당시 원전 사고로 냉각수 공급이 끊기고 온도가 계속 올라가면서 원자로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는데 망가진 원자로 자체의 처리는 불가능했기 때문에 현상을 유지하고 핵물질이 확산하는 것을 최대한 막는 쪽으로 조치를 취해왔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10여 년간 취해진 조치가 원자로에 물을 부어서 최대한 온도를 낮추는 식으로 현상 유지를 해온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용된 물이 하루에도 140t씩 오염수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처리하지 않으면 2022년 말 저장한계를 초과할 것이라면서 2023년부터 30년에 걸쳐서 해양 방류하겠다는 방침을 공식 결정한 것입니다.

◇ 황보선: 일본이 국제사회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강행하려는 근거 논리는 무엇인가요?

◆ 구자룡: 일본은 자국 내부의 문제이고, 자국 영해에 방류하는 것이고, 우려되는 부분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논의해서 동의를 받았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바다라는 것이 전 세계로 연결된 것이라서 일본이 방류 문제를 자국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고, 또 국제원자력기구와 논의해서 동의를 받았다는 부분에 관해서도 도대체 일본이 어떤 정보를 제공해서 무엇을 대상으로 분석해서 논의가 진행된 것인지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은 알 수가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지금 방류가 문제없다고 주장하면서 냉각에 사용된 물을 ‘처리수’라고 칭하면서 언급하고 있는데, 후쿠시마 오염수의 21%가 방사능 기준치를 10배 이상 초과하고 방사능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는 이 물의 72%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바 있습니다. 그럼 이것을 ‘처리수’라고 이름 붙이면 오염수가 아니게 되는 것인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인데, 이와 관련해서 아소 다로 부총리가 ‘먹어도 안전하다’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되어 우리나라와 중국뿐 아니라 일본 내부에서도 ‘그렇게 안전하면 한번 먹어봐라’라는 말도 나왔지만, 아소 부총리는 ‘먹을 수 있다’라는 말만 하고 아직 먹지는 않고 있다고 합니다.

◇ 황보선: 국제법적 분쟁으로 치닫고 있는데, 당연히 국제법 위반 여부를 따져봐야겠죠?

◆ 구자룡: 네, 맞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해양 문제는 바다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절대로 한 국가만의 문제일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UN해양법협약은 ‘각국은 자국의 관할권이나 통제하의 활동이 다른 국가에 대해 오염으로 인한 손해를 주지 않게 수행되도록 보장하고, 자국 관할권이나 통제하의 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오염이 자국이 주권적 권리를 행사하는 지역 밖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협약은 어느 국가가 해양환경이 오염에 의해 피해를 입을 급박한 위험에 처한 경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되는 다른 국가와 국제기구에 신속히 통고하고, 해양환경 오염의 위험이나 영향을 과학적 방법에 의해 평가해서 그 결과 보고서를 공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일본이 우리나라에게 얼마나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했는지 조차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부분부터도 국제법 위반의 문제가 될 수 있고, 방류 그 자체로 인한 부분은 국제분쟁의 영역으로서 결국은 국제재판소에 의한 해결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황보선: 국제법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방법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 구자룡: 국제정치적,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해결 방법은 아무래도 국제중재, 국제사법재판소, 국제해양법재판소의 판단을 받는 방법입니다. 그 중 문대통령께서 “한국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에 방출 결정 중지를 요구해야 한다”며 “일본이 협력하지 않을 경우 국제해양법재판소에 방출 중단 가처분 제소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바 있어서 국제해양법재판소가 가장 주목 받고 있습니다.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유엔해양법협약의 해석 및 운영과 관련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재판소입니다. 주로 해양 대륙붕 경계, 어업권, 배타적경제수역(EEZ) 문제가 주로 다뤄지지만 해양환경보호 역시 관할로 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 황보선: 국제 해양법재판소의 재판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 구자룡: 국제해양법재판소는 단심 재판을 실시합니다. 그리고 국가 간의 문제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분쟁 국가들로부터 재판 결과에 따르겠다는 승복의 의사표시를 받아야 재판이 진행됩니다. 다만, 당사국들이 서로 승복에 관해 합의한 상태에서 제소를 해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제소했을 때 제소당한 국가가 그 제소에 응하여 재판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부분이 국제사법재판소와 다른 부분인데, 국제사법재판소는 양측이 승복에 관한 합의를 해야만 문제를 다룰 수 있지만, 국제해양법재판소는 1982년 발효된 유엔 해양법체계, 해양법에 관한 유엔협약에 따라서 일방 제소에 의해서도 사건이 개시되고 원칙적으로는 강제적인 관할권이 발동될 수 있는 것입니다.

◇ 황보선: 이번 분쟁을 국제재판소에 가져갈 경우 본안재판이 얼마나 오랫동안 진행될지도 관심사인데 어떤가요?

◆ 구자룡: 그게 정말 문제입니다. 오래 걸릴 경우엔 이미 벌어진 상태를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을 것이고 이른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빠른 결론을 얻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오염수 방류로 인한 영향에 관해서 과학적 분석이나 조사가 충실히 진행되어 반영되는 것이 여의치 않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해양 분쟁에 관해서도 국제사법재판소, 국제해양법재판소, 중재 재판, 특별 중재 재판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중재 재판부의 경우 구성만 해도 6~8개월가량 걸리기 때문에 과연 어느 방법으로 적절한 시점에 어떻게 원하는 결론을 얻을 수 있을지도 고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를 먼저 진행해서 심판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입니다.

◇ 황보선: 잠정조치란 게 우리나라 법체계로 보자면 가처분 사건과 같은 개념이죠?

◆ 구자룡: 네, 맞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본안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최종판결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막기 위해서 임시조치로서 가처분을 하듯이 국제해양법재판소에서도 임시적 조치로서 잠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제해양법재판소의 잠정조치와 관련한 유사 사례로는 아일랜드와 영국의 핵연료 재처리 공장과 관련한 이른바 ‘목스 플랜트’ 분쟁을 들 수 있습니다. 사용 후 핵연료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우라늄 합성물질을 ‘목스’(MOX)라고 하는데, 영국 서부 해안에 건설된 목스 생산 공장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이 해양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아일랜드가 중재재판소 제소와 함께 잠정 조치를 요구한 사건입니다. 목스 플랜트 사건도 한 달 만에 잠정조치의 일부 인용 결과가 나온 사례가 있습니다.

◇ 황보선: 목스플랜트 사건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사건의 잠정조치의 승소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 있을까요?

◆ 구자룡: 그게 참 어렵습니다. 그리고 잠정조치로 무엇을 청구할지 역시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국제 분쟁이란 것이 국내법의 적용처럼 명쾌하지 않은 면이 있고 외교의 문제가 엉켜있기 때문에 국내법처럼 규정이나 판례 사례 군이 충분히 형성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방금 선례로 말씀드렸던 아일랜드와 영국 사이의 목스플랜트 사건의 경우에도 우리 사건에 얼마만큼 활용할 수 있는지는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목스플랜트 사건은 잠정조치가 인용되기는 하였지만, 당시 재판소는 ‘목스 플랜트 시운전으로 인해 아일랜드 해역에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추가 정보 교환 및 아일랜드해에 미칠 위험이나 영향 모니터링, 해양 오염 방지를 위한 조치를 고안하는 데 양국이 협력하라’는 내용의 잠정 조치를 내린 것이었고, 정작 가장 중요한 ‘공장허가 중지와 핵폐기물 해상운송 중지’는 받아들이지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잠정조치로 국가의 어떠한 행위를 중지시키는 수준의 결론까지 이끌어 낼 수 있을지 확언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 사건의 특수성으로 그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재판이기 때문에 애초에 그런 부분은 인용 가능성이 희박한 것인지 역시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국가 간의 문제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우리가 국내법적으로 생각하는 가처분과 같은 그런 명쾌한 결론에 이를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부터 국제해양법조약과 관련한 치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입니다. 특히, 국제해양법분쟁에 관해서는 잠정조치를 하려면 본안 제소와 함께 하도록 되어 있어서 잠정조치와 본안 제소가 모두 법리검토가 충분히 끝나서 양쪽이 유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진행하는 플랜이 서 있어야 할 것입니다.

◇ 황보선: 이게 오염물질의 영해 유입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지난번 우리가 승소했던 일본산 수산물 수출입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죠?

◆ 구자룡: 네, 맞습니다. 문제가 일파만파 커질 수 있고 사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문제입니다.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초기에 막아야 할 필요성도 그래서 더 큰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원인으로 해서 일본산 수산물 잠정 수입제한 조치를 취해 왔습니다. 이에 관해서 일본이 이미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제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조치에 관해서 국제법적으로 다투었지만, 우리나라가 승소하였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핵심 논거가 ‘일본과 한국의 해양 환경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후쿠시마를 비롯한 일본 인근의 해양 환경은 원전사고로 인하여 오염 사실 및 오염우려 사실이 인정되는 반면 우리나라 인근의 해양환경은 그렇지 않으니 차이가 발생하고 그 차이에 의해서 수산물이 오염우려가 있다면 수입제한 조치도 가능하다는 것이 2019년 WTO 한국 승소의 핵심 논거였습니다. 그런데 오염수 방류에 의해서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 바다부터 환경이 동일해진다면 핵심 논거도 사라질 우려가 있습니다. 결국 일본의 방출이 국제적으로 합리화된다면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잠정 수입제한 조치도 종료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황보선: 이번 방류조치가 용인된다면 일본 수산물 수입뿐 아니라 우리나라 수산물의 수출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죠?

◆ 구자룡: 네, 맞습니다. 그런 상황도 벌어질 수 있어서 더 철저히 대응해야 하는 것입니다.이게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관철하기 위해서 일본이 자신들이 방류하려는 것이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라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고 그러면서 ‘먹을 수도 있다’는 둥 언론플레이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가 방류되는 것이라서 문제가 없다.’는 것이 관철되면, ‘그 처리수가 일본과 한국의 바다에 섞여서 해양환경이 동일한데 왜 수산물에 있어서 차별을 하느냐 수입제한조치는 정당성이 없다’는 주장도 등장하게 될지 모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가 일본 수산물의 수입제한 조치를 했고 그것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일본 오염수가 방류되어 우리나라 바다까지 섞여서 동일 환경이 된 이후에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 수산물을 일본 수산물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제3국이 우리나라의 수산물에 대해서 일본 수산물과 다를 게 없다면서 수입제한 조치를 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대응도 쉽지 않아지는 면이 있어서 그로 인한 우리나라 수산업과 어민의 피해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 황보선: 대응에 있어서 국제사회와의 연대가 중요할 것 같은데, 이게 나라마다 입장차가 크죠?

◆ 구자룡: 네, 맞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입장이야 당연히 우리와 다를 게 없는데, 국제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미국의 입장은 불개입 입장입니다. 방한 중인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일본이 한국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미국이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지금 당장 계획하고 있지 않으며, 이미 진행 중이고 명확한 규정과 기대치가 있는 절차에 미국이 뛰어드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은 방류 결정 자체에 반대하지 않으며 IAEA 검증 과정에 문제가 없으면 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되는데, 실제로 이런 입장이 반영되어 미국이 주최하는 기후 정상회의 의제에 일본 오염수 방류 문제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진 바 있습니다. 물론 미국이 국제해양법조약의 당사국으로 가입되어 있지 않고 결국 국제분쟁으로 치달을 경우 국제 재판소의 독립적인 결정이 중요한 것이지만 국제 이슈는 세계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여러 나라와 연대해서 최대한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외교적 노력도 더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 황보선: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구자룡: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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