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얼굴 봐야 되지 않습니까" 거부에도 집요한 추행...블랙박스 공개

"내일 얼굴 봐야 되지 않습니까" 거부에도 집요한 추행...블랙박스 공개

2021.06.30. 오후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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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군 고 이 모 중사가 강제 추행을 당했던 당시 차 안 상황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내일 얼굴을 봐야 하지 않느냐"는 말 등으로 여러 차례 거부했지만, 추행이 계속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는데요.

군 당국은 이 영상을 확인하고도 사건을 은폐하기 급급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분노를 더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한연희 기자!

사건 당시, 차량에 있던 블랙박스가 공개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족 측이 지난 3월 2일, 강제 추행이 일어났던 차량의 블랙박스를 공개했습니다.

고 이 중사가 상급자들의 지시로 부대 밖 회식자리에 참석했다가 관사로 복귀하는 차량 뒷좌석에서 범행이 벌어졌는데

이 블랙박스에 당시 차 안에서 오갔던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가해자인 장 중사는 차가 출발한 지 10분쯤 지났을 때부터 성추행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나는데요.

심지어 당시에는 노 모 상사가 함께 뒷좌석에 앉아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노 상사가 먼저 내리고 뒷자리에 둘만 남자 추행은 더 심해졌는데요.

장 중사는 이 중사에게 "정신 차리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운전자가 있었던 만큼 술에 취한 이 중사를 챙겨주는 것처럼 말한 건데요.

하지만 실제로는 이 중사를 추행하던 상황이었죠.

블랙박스에는 학교 후배이자 군부대 후임인 운전자 문 모 하사가 운전 중이라 수치스러움과 공포가 뒤섞인 상태에서,

어떻게든 상황을 멈추려는 이 중사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일부러 장 중사에게 "내일 늦게 출근하느냐"고 말을 걸기도 하고, 또 "보름달은 언제 뜨나" 같은 혼잣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장 중사의 추행이 계속되자, "그만하라, 내일 얼굴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밝힙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장 모 중사 / 강제 추행 가해자 : 으아 죽겠다.]

[故 이 모 중사 : 그만 하면 안돼요? 진심으로….]

[故 이 모 중사 : 그만 만지면 안 돼요?]

[故 이 모 중사 : 장 중사님, 내일 얼굴 봐야 되지 않습니까?]

[앵커]
네, 이런 거부에도 장 중사는 집요하게 추행을 이어갔던 거군요.

[기자]
네, 가해자 장 중사는 차량이 부대 안으로 들어가서야 추행을 멈췄습니다.

이 중사가 차량이 부대에 진입하자 숙소를 한참 남겨두고 차량에서 내린 건데요.

내려달라는 이 중사에게 운전자가 괜찮겠냐고 묻고, 그냥 걸어가면 된다고 답하는 내용이 녹음돼 있습니다.

이 중사가 내리고, 잠시 뒤 장 중사도 차에서 내려 이 중사가 간 방향으로 걸어가는 장면으로 블랙박스 영상은 끝납니다.

블랙박스는 내린 화면까지만 담겼지만, 장 중사가 이 중사를 따라가 '신고할 테면 신고해보라'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 중사가 성추행 신고 직후, 이 영상을 직접 확보해서 제출했지만, 군 경찰은 사실상 이 영상을 누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관련 내용이 알려지기는 했지만, 이 중사의 절박한 목소리가 직접 전해지면서 영상을 보고도 진실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했던 군 당국에 대한 분노와 이 중사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하고 있습니다.

[앵커]
성추행 사건과 더불어서 이런 초동 수사 부실에 대해서도 지금 수사가 진행 중인데요.

내일이면 수사가 시작 한 달을 맞이하는데, 지금까지 수사 상황 정리해 보죠?

[기자]
네, 지난 1일 공군으로부터 사건을 이관받은 이후 국방부는 검찰단, 조사본부, 감사관실 등 세 갈래로 나눠 수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공군 제20전투비행단과 이 중사가 사망 직전에 옮긴 제15특수임무비행단, 공군본부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만 10여 차례 이뤄졌고 20명 넘게 피의자로 입건됐습니다.

이 가운데 성추행 가해자인 장 중사와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노 모 준위, 노 모 상사 등 3명이 구속됐고, 장 중사는 지난 21일 구속기소 됐습니다.

검찰단은 내일이면 구속기한이 종료되는 노 준위와 노 상사를 조만간 기소하고, 7월 중순에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게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인데요.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군 검찰과 군 경찰이 '제 식구 봐주기식' 수사를 한다는 지적이 여전합니다.

특히, 군사경찰의 부실했던 초동수사와 늑장·축소 보고 의혹 규명에 한계를 보이는 점과, 초동수사 지휘를 총괄하는 공군본부 법무실에 대한 수사에서 별다른 진척이 없는 부분이 비판 대상입니다.

유족들 역시 최근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군 수사에 한계가 있다고 비판하며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내정한 박인호 공군참모총장에 대한 임명은 연기됐죠?

[기자]
네, 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경질됐던 이성용 공군참모총장 후임으로 박인호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을 내정했습니다.

내정 하루 뒤인 어제(30일) 국무회의에서 박 내정자에 대한 임명 안건을 상정한 뒤,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할 예정이었는데요.

안건 상정이 연기됐습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인데요.

총리실 관계자들은 안건 상정을 준비했지만, 보류됐다면서도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일단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군 내 성폭력 문제 등이 민감한 만큼 막판에 추가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는데요.

군 일각에서는 박 내정자가 공군사관학교장 재직 시절 성 비위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당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또 지난해 공군사관학교 교수 2명이 동료 교수를 '감금 협박'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최근 '직무 유기' 등으로 국방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막판 추가 검증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단 박 내정자는 인사 검증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청와대에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고, 국방부는 향후 국무회의 일정과 임명 절차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통일외교안보부에서 YTN 한연희입니다.

YTN 한연희 (hyhe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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