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씨 기다리던 기자들, 스토킹? 취재행위?

김혜경씨 기다리던 기자들, 스토킹? 취재행위?

2021.11.22. 오전 08:5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11월 20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송영훈 뉴스톱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팩트체크] 김혜경씨 찍으려 기다리던 기자들, 스토킹? 취재행위?
- 경찰, 이재명 부인 김혜경씨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스토킹 경고 조치 논란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지난 한주간 있었던 뉴스들 가운데 사실 확인이 필요한 뉴스를 팩트체크해 보는 시간입니다.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의 송영훈 팩트체커와 전화 연결 되어 있습니다. 송 기자님, 안녕하세요?

◆ 송영훈 기자(이하 송영훈)> 네. 안녕하세요?

◇ 김양원>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부인인 김혜경 씨를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경찰이 스토킹 경고 조치를 한 것을 두고 논란입니다. 기자의 취재이냐, 스토킹이냐 논란 정리되지 않은 상황인데요?

◆ 송영훈> 분당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4시쯤 김 씨의 수행원으로부터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김 씨 자택 인근에서 취재 중이던 기자들에게 “스토킹 처벌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경고를 했습니다.
‘스토킹 경고 조치를 받은 기자들은 모 언론사 소속의 5명으로, 당시 차량 4대를 이용해 김혜경 씨 동선을 취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기자들은 이 후보 자택 인근에서 대기하다가 김 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집 밖으로 나오자 차량을 타고 뒤따라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고 당시 수행원은 “오후 1시 30분 집에서 나올 때부터 렌트카가 미행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전체적인 상황을 봤을 때 스토킹 처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김양원> 이른바 ‘뻗치기’라고 하던데요. 기자들이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를 취재하기 위해 집앞에서 기다리거나 하는 일은 취재행위의 일환이기도 한데, 이걸두고 스토킹이다... 온라인에서는 찬반이 갈리고 있죠?

◆ 송영훈> 네, 진영에 따라서 갈리기도 하던데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기자의 취재가 무슨 스토킹이냐’와 ‘몰래 따라다니면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게 스토킹이지 뭐냐’. ‘몰래’라는 부분이 관건입니다.
법률을 좀 살펴보면, 우선 올해 제정돼 지난 10월 21일부터 시행 중인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즉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어떤 행위를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나 직장, 학교 등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팩스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등이 해당합니다. 이 같은 스토킹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스토킹 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경우 해당 기자들이 취재 차량임이 표기되지 않은 렌터카 4대를 이용해서 따라다니며 취재를 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언론사임이 표기된 차량이었다면 판단이 달랐다는 거죠.
경찰도 “신원을 알 수 없는 차들이 2시간 넘게 미행하고 있다”는 112 신고 내용과 “당시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취재 방식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자 신분이나 취재 목적을 밝히지 않고 2시간 동안 미행이 지속됐기 때문에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기 어려운 정황으로 파악했다”는 거죠.

◇ 김양원> 언론사 표기가 없는 렌트카를 이용해서 취재목적임을 밝히지도 않고 미행했다, 경찰의 판단 근거에도 이유가 있군요.

◆ 송영훈> 법조계 등에서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기자의 일반적인 취재 행위 자체는 스토킹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언론사의 취재 방식이 통상적인지는 따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또, “아무리 공인이어도 최소한의 인권은 있고, 기자라고 해서 이를 무시하고 보도할 권리가 있지는 않다”, “취재 행위가 너무 과도하게 이뤄져서 실제로 여러 가지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았다면 제한될 수 있다”는 등의 의견도 나왔습니다.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과거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조국 전 장관 관련 보도를 언급하며, “언론이 하려는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을 위한 게 맞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김양원> 그러면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에 대한 기자의 미행 취재, 스토킹인가, 취재의 일환인가 어떻게 판정해야 합니까?

◆ 송영훈> 판정 보류가 맞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짚어봐야 할 건, 스토킹 관련 법률에 나타나 있는 ‘정당한 이유’라는 항목에 대한 판단기준이 불확실하고 스토킹 행위의 ‘목적성’이 명시되지 않은 점 등이 스토킹처벌법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같은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판례가 좀 더 쌓여봐야할 것 같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