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출새]"이재명 변호사 당시 변론 논란, 변호사 입장에서 보면..."

[황출새]"이재명 변호사 당시 변론 논란, 변호사 입장에서 보면..."

2021.11.29. 오전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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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1년 11월 29일 (월요일)
□ 진행 : 황보선 앵커
□ 출연자 : 구자룡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황보선 앵커(이하 황보선): 최근 스마트워치까지 작동시켰음에도 보호받지 못하고 끔찍하게 살해당한 스토킹 사건이 있었죠. 이 사건의 국민적 충격이 여전한 가운데, 과거 이재명 후보의 조카가 스토킹 살인을 했고 이 후보가 이 사건의 변호인으로서 심신미약 주장을 했던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을 법적으로 짚어 보겠습니다. 구자룡 변호사, 안녕하세요?

◆ 구자룡 변호사(이하 구자룡): 안녕하세요.

◇ 황보선: 먼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 내용부터 살펴볼까요?

◆ 구자룡: 네, 이재명 후보가 변론을 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이 몇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지금 가장 큰 핵심은 ‘이재명 후보의 조카가 벌인 스토킹 살인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2006년 5월 이재명 후보의 조카 A씨가 헤어진 여자친구가 사는 집을 찾아가 헤어진 여자친구와 그 어머니를 흉기로 각각 19번, 18번 찔러 살해했고, 당시 집에 함께 있던 아버지도 살해하려 하였는데 아버지는 이를 피하기 위해 탈출하다가 5층에서 떨어져 전치 12주 중상을 입은 사건입니다. 조카 A씨는 피해자가 이별을 통보하자 협박 e메일을 보내는 등 집착에 빠져 전형적인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다가 반년 뒤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입니다. 이 사건은 2명에 대한 살인 및 1명에 대한 살인미수 사건으로 재판이 진행되어 검찰은 사형까지 구형하였고, 변호인은 심신미약 주장도 하였지만 결국 이런 주장이 배척되고 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건의 1심과 2심 변호인이 이재명 후보였다는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변호인이 되어 ‘범행 당시 충동조절능력의 저하로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로 변론했고, 감형을 위해 치료감호소장이 작성한 정신감정서 결과도 법원에 제출했다는 것이 이번에 사실로 확인된 것입니다.

◇ 황보선: 이 사건에 관해서 이재명 후보가 사과 발언을 했죠?

◆ 구자룡: 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사과 표명을 했습니다.

◇ 황보선: 이재명 후보의 사과가 있었는데도 논란이 오히려 더 커진 측면이 있는데 왜 그런가요?

◆ 구자룡: 첫째로, 사과 발언의 진정성에 관한 논란이 발생했고, 두 번째로는 가족관계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변론을 했던 것이라는 취지의 사과표명이었는데 그로부터 1년 뒤 유사한 교제살인 사건을 변호했던 것이 추가로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사과 발언과 관련한 논란을 살펴보면, 이재명 후보는 이 사건을 ‘데이트 폭력 중범죄’ 사건이라고 지칭했는데, 이런 표현이 적절한 것인지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데이트 폭력 사건은 그 범위가 매우 포괄적일 수밖에 없고, 통계적으로도 1년에도 1만 건 이상 발생하는 사건입니다. 그 안에서 범죄 죄질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일가족을 수십 차례 칼로 찔러 살인하는 사건은 손에 꼽을 정도의 사건입니다. 게다가 이 사건은 전형적인 ‘스토킹 살해’, ‘교제살인’ 사건이라서 ‘데이트’라는 말을 붙이는 것도 적절치 않은 사건입니다. 게다가 사망한 어머니와 중상해를 입은 아버지는 ‘데이트’라는 개념으로 묶을 수 없는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런 식이면 ‘화성연쇄 폭력사건’, ‘고유정 폭력사건’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것이냐고 다른 사건과 빗대어 비판하는 여론도 있을 정도였고, 게다가 유족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지금껏 직접 사과를 받은 적이 없었다. 1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사건으로 심장이 저릿저릿하다’라고 울분을 토로하면서 비난 여론이 더 거세졌습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다시 입장을 내고, "데이트폭력이라는 말로 사건을 감추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었다"라며 "며 “미숙한 표현으로 상처받으신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습니다.

◇ 황보선: 조카 살해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또 있다는 건 어떤 내용인가요?

◆ 구자룡: 네, 이재명 후보가 조카 살해 사건의 변론을 한 1년 뒤 쯤 ‘동거녀 살해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때도 이재명 후보가 변호인이 되어 똑같이 ‘심신미약’ 감형 주장을 했던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이 사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피고인 B씨는 여자친구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들은 뒤, 지급한 생활비 등을 돌려달라고 했으나 응하지 않자 2007년 8월 경기 성남의 자택으로 찾아가 흉기로 여성을 살해한 사건입니다. 사건의 과정도 매우 끔찍한데, B씨는 범행 전 피해자의 딸들이 보는 앞에서 피해자에게 농약을 마시도록 강요하고 딸들을 향해서는 “다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다가 피해자가 농약을 마시지 않자 딸들이 보는 앞에서 피해자를 칼로 8번을 찔러서 살해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도 이재명 후보가 변호인이 되어 심신미약의 주장을 하였지만 재판부는 ‘계획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특히 어머니가 무자비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딸들은 평생 치유할 수 없는 고통과 후유증을 입게되었다“고 판단하며 심신미약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 황보선: 조카 살해사건은 가족관계라서 선임하게 됐다고 해명했는데, 두 번째 사건에 관한 이재명 후보의 입장은 어떤가요?

◆ 구자룡: 두 번째 사건에 관해서는 이재명 후보 측에서는 ‘동료 김 모 변호사와 함께 일할 때 수임한 사건인데, 해당 사건에 이 후보는 이름만 변호인으로 올렸다’, “동료 변호사가 사건 수임과 변론 작성을 온전히 담당했고, 이재명 후보는 변론을 했다기보다는 그냥 자리에 앉아있었던 것, 배석을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관여하지 않는 사건에 이름을 올린 것을 넘어 법정에 출석도 2차례 한 것이 확인되기 때문에 석연치 않은 면이 있고, 그래서 이에 관해서 당시 공동변호를 맡았던 변호사에게 취재진이 질문하자 김 모 변호사는 ‘14년 전 사건이라 누가 주무로 변호를 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 황보선: ‘조카 살인 사건’은 배우 김부선 씨가 처음으로 언급했던 것인데, 그 사건이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것도 논란이 되고 있죠?

◆ 구자룡: 네, 맞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배우 김부선 씨는 과거 이재명 후보와 연인관계였다고 주장해왔고 이재명 후보는 이를 전면 부인해 왔습니다. 이에 관해서 김부선 씨는 자신은 진실을 말해 왔는데 이재명 후보가 자신을 거짓말 하는 것으로 만들었으니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3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김부선 씨 측은 과거 연인관계였기 때문에 알게 된 내용의 사실확인을 통하여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입증하겠고 해왔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이재명 후보 조카의 살인사건에 관한 주장이었던 것입니다. 배우 김부선 씨는 소송에서의 주장 뿐 아니라 SNS에도 이 사건에 관하여 여러 차례 글을 올려왔었는데 이재명 후보로부터 그런 내용을 듣게 된 경위에 관한 여러 차례에 걸친 글을 올려왔던 것이, 이번에 ‘조카의 살인사건’이라는 그런 사건의 존재 자체는 확인된 것입니다. 다만, 이재명 후보는 김부선 씨의 발언과 관련해서 “그건 저희 형님 부부가 그분을 여러 차례 접촉했다”며 이재명 후보와 불편한 관계였던 친형 이재선 씨 부부가 김부선 씨와 접촉하면서 김부선 씨가 알게 된 내용이라며 김부선 씨와 연인관계였다거나 연인관계 중 듣게 되었다는 김부선 씨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바 있습니다.

◇ 황보선: 두 사건 모두 ‘심신미약’ 주장을 했는데, 이게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죠?

◆ 구자룡: 형사책임은 결과책임이 아니라 행위책임을 본질로 합니다. 잘못된 결과가 발생했다고 무조건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고, 그 행위책임의 핵심은 상황을 인식하고 그 상황에서 잘못된 행동을 의욕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범죄 상황을 인식하고 범죄를 결행하는 부분에 그 사람의 죄책의 핵심이 있고, 자신이 하는 행위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런 인식과 의사의 요소에 문제가 있다면 처벌을 하지 않거나 감경하는 것이 근대 형사책임의 기본 원리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행동한 것은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이론적 근거인데, 이것이 이론적 근거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그간 주취감경 등 폐단을 낳기도 했습니다. 주취감경의 대표적 사례가 조두순 사건이기도 합니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심신미약을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습니다. 이런 폐단에 관한 여러 지적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법 개정이 이뤄지기도 했는데, 과거에는 ‘심신미약이면 감경한다’라고 필요적 감경규정으로 되어 있던 것이 2018년에 ‘감경할 수 있다’는 임의적 감경규정으로 개정된 것입니다.

◇ 황보선: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센데, 특히 변호사의 업무는 피고인의 기본권과도 관련된 내용이라서 민감한 부분이 있잖아요.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 구자룡: 그래서 이 사건은 세 가지 정도로 구분해 봐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비난 여론을 보면, 첫째로 그런 흉악범죄를 변호하고 심신미약 주장을 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는 비판, 둘째로 인권변호사를 표방해 왔었는데 “인권변호사 맞냐, 포장이었냐”는 비판, 세 번째로 변호할 때는 심신미약 주장 하더니 정치인으로서는 ‘심신미약 감경에 분노한다’는 의견을 냈던 것은 신념의 문제가 아니냐는 비판으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로, 변호를 맡은 것은 그 자체로 비판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됩니다. ‘흉악범을 변호하다니!’라는 생각만으로 비판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부인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게다가 우리 형사소송법은 중범죄의 경우일수록 ‘필요적 변호사건’으로 규정해서 반드시 변호사가 있어야만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법으로 반드시 누군가는 변호를 해야만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흉악범에 관해서 논하고 있지만 과거 독재정권 시대에는 정권의 탄압으로 변호사들이 수임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여러 이유를 고려해서 어떤 식으로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헌법정신인 것이고, 반드시 누군가는 변호했어야 하는 사건을 변호했다고 해서 그 자체로 비난을 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재판이 충분한 변호에 의해서 진행되어야 오판을 막고 설령 유죄의 극형이 내려지더라도 피고인의 승복을 이끌 수 있고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올드보이 영화처럼 사인이 누군가를 가두면 감금죄가 되지만 판결로 징역형을 부과하면 이것이 감금죄가 아니라 정당한 형벌이 되는 것은 그것이 적법절차에 따른 정당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그 정당성은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 황보선: 그렇다면 지금 논의의 초점은 과거 변호사로서의 변론에 대한 정치인으로서의 책임이라고 봐야겠죠?

◆ 구자룡: 네, 맞습니다. 지금 논란도 ‘변호사 시절 업무를 본 내용이 잘못되었으니 변호사 자격을 문제 삼자’라는 취지가 아니라 그 시절 변호사 업무에 관한 현재의 이재명 후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주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이재명 후보는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인권변호사’를 표방해 왔는데, 지금 논란이 된 사건을 보면 인권변호사라는 수식어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이재명 후보가 과거 ‘조직폭력배를 변호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된바 있기 때문에 이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 논란에 대해서도 이재명 후보는 ‘조폭인줄 몰랐다’고 해명을 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논란거리도 지난 2018년에는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때 범인 김성수가 우울증 진단서 등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어날 때 이재명 후보가 당시 SNS에서 “국민들은 ‘정신질환 감형’에 분노한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는데, 본인의 변론과 정치인으로서의 주장이 정 반대 아니었느냐는 지적입니다. 평소의 지론이 바뀐 것인지 원래도 심신미약 감경을 반대하지만 과거에 변론은 그렇게 했었던 것인지 알 수 없는데, 이 부분은 이재명 후보가 딱히 어떤 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는데, 이런 해명되지 않는 부분의 의문이 지금 국민들께서 의문을 가지고 계신 지점이라 생각됩니다.

◇ 황보선: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구자룡: 고맙습니다.


YTN 박준범 (pyh@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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