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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2년 3월 28일 (월요일)
□ 진행 : 황보선 앵커
□ 출연자 : 구자룡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황보선 앵커(이하 황보선): YS와 DJ가 맞붙었던 92년 대선의 뇌관이었던 초원복국집 사건’이 다시금 화제입니다. 이 사건은 선거와 불법도청에 관한 정치적 파장만큼이나 주거침입에 관한 법리도 중요했던 사건이죠. 이 판례가 무려 25년 만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되었습니다. ‘사건in법’에서 이 사건의 내용과 그 안에 담겨있는 법리를 분석해 봅니다. 구자룡 변호사, 안녕하세요?
◆ 구자룡 변호사(이하 구자룡): 안녕하십니까.
◇ 황보선: 지난 3월 24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이, 1992년 ‘초원복집 사건’ 판례를 소환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아요. 먼저, 이번에 문제된 사건부터 살펴볼까요?
◆ 구자룡: 이 사건 역시 몰래 녹음과 주거침입죄가 문제되었던 사건입니다. 운송업체 부사장인 A씨와 관리팀장 B씨는 지난 2015년 1~2월경 전남 광양시에 위치한 식당을 침입한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습니다. 혐의 내용을 살펴보면, 당시 한 인터넷 언론사는 수입이 금지된 왕겨펠릿(벼 껍질로 만든 바이오연료)이 화력발전소에 납품되던 중 압류돼, 철도 운송시설에 보관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그러면서 해당 언론사는 압류된 왕겨펠릿이 썩은 채 방치돼 먼지가 날리는 등의 관리부실과 오염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이 기사에는 A씨 등이 소속된 운송업체가 해당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겨있었습니다. 이 뉴스 때문에 A씨 등이 운영하는 업체는 민원이 발생하고 기자들이 찾아오게 되자, A씨와 B씨는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 C씨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그가 부적절한 요구를 하는 장면을 녹음·녹화하려 마음먹고 일을 벌인 것이라는 사실이 수사결과 밝혀졌습니다. 실제로 A씨 등은 지난 2015년 1월부터 2월까지 4차례에 걸쳐 C씨에게 식사를 대접한 식당에 마련된 방에 들어가 녹음·녹화장치를 설치하고 그 후 녹음·녹화된 장비를 회수한 행위를 하였는데, 이것이 형법적으로 죄가 된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 황보선: 기자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려 했고, 이것을 위해서 식당에 몰래 녹음·녹화장치를 설치하고 회수했다는 것인데, 이게 법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되고 왜 ‘초원복국집 사건’이 소환된 건가요?
◆ 구자룡: 두 가지 점에서 검토 필요성이 있었는데, 먼저 몰래 녹음·녹화를 한 것이 문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행위는 우리가 이제는 상식적으로 잘 알다시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문제되지만 결국은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 행위입니다. 왜냐하면 통신비밀보호법은 대화를 나누는 당사자 사이의 대화 녹음은 몰래 했더라도 처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법적으로 ‘대화자 사이의 녹음’이라고 합니다.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이 녹음 사실을 몰랐더라도 죄가 되지 않고, 타인 간의 대화를 제3자가 몰래 녹음했을 때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처벌이 됩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경우 오로지 주거침입 여부만 문제되었는데, 여기서 과거 초원복국집 사건 판례가 등장하게 됩니다. 초원복국집 사건은 1992년 대선 직전에 있었던 불법도청이 문제되었던 사건인데, 그 당시에는 통신비밀보호법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행위가 처벌되는 규정이 없었고, 그래서 법적으로는 주거침입만 문제되었는데, 당시 판결은 ‘식당 주인이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하려는 출입의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주거침입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결국, 몰래녹음은 처벌되지 않는 상태에서 주거침입만 문제된다는 점에서 사건구조가 같았기 때문에 초원복국집 사건 판례의 적용이 매우 중요했던 것입니다.
◇ 황보선: 이번 사건은 사건이 어떻게 진행됐나요?
◆ 구자룡: 사건 구조가 같았기 때문에 당연히 초원복국집 사건의 적용이 논의되었고, 1심에서는 초원복국집 사건과 동일한 법리에 의해서 유죄로 판결했었습니다. ‘몰래 녹음이 비록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은 아니더라도 이런 몰래녹음 행위를 하려는 의도를 식당 주인이 알았더라면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시였습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2심은 A씨 등이 녹음·녹화한 것은 몰래했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상 불법이 아니므로 그런 목적으로 출입했더라도 주거침입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몰래녹음은 불법행위가 아니고, 식당에 들어가는 것 자체는 주인의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식당 주인이 몰래녹음 의도는 몰랐더라도’ 식당 주인의 ‘의도를 알았다면 못들어오게 했을 것이다’라는 가정적 의사에 의해서 범죄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고, 대법원도 전원합의체까지 올라가는 격론 끝에 결국 무죄로 판단한 것입니다. 이번 전원합의체까지 올라갔다가 결국 무죄 의견이 다수가 되면서 25년간 유지되어 온 초원복국집 사건이 폐기되게 된 것입니다.
◇ 황보선: 이 사건에서도 문제가 된 곳이 ‘식당’인데, 죄명이 ‘주거침입죄’라고 되어 있지만 꼭 주거가 아니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는 거죠?
◆ 구자룡: ‘주거’는 침입의 대상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언급한 것이고, 사람이 생활하는 ‘주거’뿐만 아니라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도 주거침입죄의 객체가 됩니다. 여기서 ‘방실’이란 것은 건물 안에 다시 또 별도로 구획된 방에 침입한 경우를 말합니다. ‘사장실’ 등 별도로 구획된 방이 있고 그 방의 주인이 따로 있다면 그 사람의 의사에 어긋나게 들어가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공중화장실 용변칸에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는데 그걸 밀고 들어간 경우에도 범죄 성립을 인정한 판례 사례가 있습니다. 주거가 아닌 ‘건조물’도 포함되기 때문에 백화점 매장, 상가건물 등 주거가 아니고 숙식을 하지 않는 건물에 대한 것도 침입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침입 대상이 된 ‘식당’도 포함되는 것입니다.
◇ 황보선: 이번에 폐기된 초원복국집 판례가 굉장히 유명하잖아요. 정치적으로도 그렇고 법리적으로도 그렇고. 어떤 사건이었죠?
◆ 구자룡: 한국 선거 사상 초유의 ‘도청 스캔들’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14대 대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사건이 터졌는데, 당시 대선은 김영삼 - 김대중 - 정주영 등 사실상 3자 구도로 재편된 상태에서 지지율 격차가 거의 없는 초박빙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992년 대선 직전 부산의 복어요리 식당인 초원복국에서 정부 기관장들이 관권선거를 모의했고, 그 과정을 도청녹음한 테이프가 공개된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 기관장들은 14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키려 지역감정을 부추기자는 등의 대화를 나눴고, 이때 “민간에서 지역감정 좀 불러일으켜야 돼”라면서 나온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은 지역감정의 대명사와 같은 표현이 되기도 했습니다.
◇ 황보선: 당시 초원복국집 사건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관권선거 현장이 발각된 셈인데도 예상과 다르게 사건의 향방은 야당이 아닌 여당에게 유리하게 돌아갔죠?
◆ 구자룡: 이 사건은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대선 후보로서 꽤 선전을 하던 와중에 여당 측의 관권선거 현장을 잡은 것이라서 야당측에 유리하게 돌아갈 것으로 예측이 되었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르게 사건이 진행되었습니다. 당시 지역감정 조장이나 관권선거에 관한 문제 보다는 불법도청, 주거침입 등 범죄행위라는 쪽에 사건의 초점이 맞추어져서 오히려 정주영 후보가 역풍을 맞았고, 여당 후보인 김영삼 후보쪽으로 지지세가 더 결집되는 효과까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정치적으로 ‘프레임 전환’, ‘악재를 통한 지지세 결집 효과’ 측면에서도 연구 대상이 되었고, 언론보도 측면에서도 ‘의제 설정 이론’에 관한 주요 연구사례로 등장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법적으로는 25년간 주거침입죄에 관한 리딩케이스로 자리 잡아왔던 중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 황보선: 선거 결과는 YS의 승리였는데, 선거 후 도청을 기획하고 진행했던 정주영 후보가 소속됐던 통일국민당 측은 어떤 처벌 받았나요?
◆ 구자룡: 일단 도청행위를 했던 사람들은 당시 통신비밀보호법이 없었기 때문에 주거침입죄로만 기소되었는데, 법원은 당시 ‘도청 목적의 출입이라는 점을 알았더라면 식당 주인이 출입을 허락했을 리 없다’라는 가상적 판단을 통해 주거침입죄를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관련자들은 모두 주거침입죄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고, 이 사건으로 인한 정치보복이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현대그룹은 김영삼 정부 시절 여러 차례 검찰 수사와 세무조사 받았습니다.
◇ 황보선: 최근 주거침입죄에 관한 판례 변경 뉴스를 자주 접하는데, 그 이유를 뭐라고 봐야 할까요?
◆ 구자룡: 주거침입죄는 발생빈도가 매우 높은 범죄입니다. 그래서 사례는 매일 발생할 정도로 많은데, 그 법리가 다른 범죄나 출입의 의도와 매우 긴밀하게 연동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즉, 다른 범죄와의 연관성이 매우 높은 범죄라서 출입의 목적과 연관지어 주거침입의 성립여부를 연동했던 것들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판례변경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범죄혐의로의 처벌이 쉽지 않을 때 보충적인 처벌 수단으로 다루어져 왔던 것은 아닌지에 관한 고민의 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뉴스에서 주된 범죄만 언급해서 그렇지 주된 범죄에는 주거침입죄가 약방의 감초처럼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서, ‘오로지 누군가의 주거에 들어가기만 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주거침입을 하고 들어가자마자 ‘내 뜻을 이루었으니 다시 나가야지’라며 순순히 되돌아 나오는 사람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들 의도가 있어서 침입을 합니다. 그런데, 문을 뜯고 들어가거나 창문을 깨고 들어가면 의문의 여지가 없을텐데, 아주 평화적인 방법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사례처럼 식당 같은 곳을 들어가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들어가서 절도나 강도를 하려는 경우에는 주거침입도 성립한다는게 쉽게 수긍이 갈텐데, 들어가는 목적이 거주자의 의사에는 분명 허락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범죄는 아닌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지점에서도 논의가 뜨거웠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판례는 거주자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는 주거침입으로 보는 초원복국집 사건이 유지되어 왔고, 그중에서도 ‘범죄 목적으로 출입’한 경우에는 별다른 의문 없이 주거침입도 인정된다고 보아 왔습니다. 그래서 판례 사안에서는 대리시험을 치기 위해서 고사장에 들어간 경우에는 대리시험은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하면서 범죄 목적으로 고사장에 들어갔으므로 주거침입죄의 성립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 황보선: 과거 ‘출입의 목적’도 중요하게 따져봤던 판례가 ‘출입의 목적’과 관련해서 판단이 변경되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 구자룡: 맞습니다. 국민의 기본권에서 주거에 관한 권리는 사생활의 자유와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것이 형법적으로 보호되는 것이 주거침입에 관한 죄입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이해관계가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서 주거에도 한 명만 사는게 아니라 가족들이 살고 있을 때 공동주거자들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최근에 대법원 판례가 변경된 다른 사안을 보자면, ‘부부 중 한명이 문을 열어줘서 집으로 들어간 내연관계의 사람에게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느냐’의 문제였습니다. 예를 들어서 배우자 한쪽의 허락을 받고 열어준 문을 통해서 들어갔을 경우 ‘침입’이란 개념이 인정되는지 의문이 있었고, 이에 관해서 판례는 범죄 목적의 출입의 경우에는 주거침입을 인정해 왔기 때문에 그동안에는 ‘간통’ 목적의 출입이라서 처벌된다고 보아 왔습니다. 그런데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범죄 목적의 출입’이라는 법적 평가가 변경되어 버린 것입니다.
◇ 황보선: 더 이상 간통이 범죄가 아니니까 한쪽 배우자의 의사만을 앞세워서 형사처벌까지 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인가요?
◆ 구자룡: 정확합니다. 이게 불합리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간단치 않은 문제가 계속 연결되어 나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판례 변경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부모님이, 아들이 너무 망나니짓을 하니까 나쁜 친구들과 놀지 말고 집에도 데려오지 말라고 했는데, 아들이 부모님이 없는 틈에 친구들을 불러들여서 술판을 벌이고 난장판을 만들었다.’라고 할 경우에도 공동주거자의 의사에 반해서 출입시켰기 때문에 주거침입이 될 수 있다는 문제가마찬가지로 발생하게 됩니다. 이처럼 범죄의 성립을 주거자의 ‘의사’에 연동시키는 것은 처벌 범위를 불명확하게 하는 문제가 있고 이는 형법이 추구하는 명확성 원칙과 배치됩니다. 그런데 판례는 초원복국집 사건에서 ‘주거자의 가상적 의사에 어긋날 때도 침입으로 본다’고 하고 있었으니 사실 개개인별로 다를 수도 있는 주거자의 가상적 의사가 범죄 성립의 중요 요소가 되는 것은 문제점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 판례는 간통목적 출입 판례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더 넓은 의미의 중요성을 갖습니다. 판례는 ‘사실상 평온’이 주거침입으로 보호하는 법익이라고 보면서도 ‘주거자의 의사에 가상적으로라도 어긋난다면 사실상 평온이 깨진 것’이라고 보아 왔는데, 이제는 가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사실상 평온이 깨질 때만 주거침입으로 보겠다는 성립 범위를 좁게 보려는 취지로 보입니다. 즉, 가상적인 내용으로 평가하기보다는 현실적, 객관적 침입의 현상을 놓고 엄격히 보겠다는 것이 이번 판례의 취지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황보선: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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