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 이름 바꿔"...북한에서 사라지는 '주애'들

"일주일 내 이름 바꿔"...북한에서 사라지는 '주애'들

2023.02.13. 오전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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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 이름 바꿔"...북한에서 사라지는 '주애'들
북한 열병식 주석단에 오른 김주애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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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 우상화에 나선 정황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평안북도 정주시, 평안남도 평성시 등에서 `주애`라는 이름으로 주민등록이 된 여성들에게 이름을 고치도록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RFA에 “최고존엄의 ‘존귀하신 자제분’으로 선전되고 있는 딸의 이름이 ‘주애’여서 동명인을 없애라는 내적 지시가 내려왔다고 안전부 간부가 말해 주었다”고 전했습니다. 평안남도 소식통도 “평성시 안전부에서는 ‘주애’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여성들은 일주일 내로 이름을 바꾸라는 중앙의 내적 지시를 각 인민반장을 통해 포치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김주애와 같은 이름을 가진 주민들에게 개명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현재 북한 관영매체들은 아직 '주애'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김주애를 '존귀하신 자제분', '사랑하는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 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김주애와 같은 이름을 가진 주민들의 이름을 바꾸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보도와 관련해 북한이 조만간 김주애 실명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우상화에 나서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김일성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에도 최고지도자와 같은 이름을 쓰지 못하게 했으며 김정은 시대가 출범할 때도 개명을 강요했다고 RFA는 전했습니다.‘주애’라는 이름을 가진 주민들에 대한 개명 요구가 포착된 8일은 인민군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행사를 계기로 김주애가 대대적으로 북한 매체에 공개된 것과 같은 날입니다.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김주애 백마' / 연합뉴스

이와함께 북한은 지난 8일 개최된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당시 김주애가 타는 것으로 보이는 '백마'를 등장시켰습니다.

조선중앙TV는 "우리 원수님 백두전구를 주름잡아 내달리셨던 전설의 명마, 그 모습도 눈부신 백두산군마가 기병대의 선두에 서있다"며 "사랑하는 자제분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충마가 그 뒤를 따라 활기찬 열병의 흐름을 이끌어간다"고 보도했습니다. `백두전구를 주름잡아 내달리셨던 전설의 명마`는 김 위원장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8개월 만인 2019년 10월 타고 백두산 일대를 달렸던 말을 가리킵니다.

`사랑하는 자제분`은 김주애를 지칭하는 표현인데, 김주애가 백두혈통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백마를 거느리고 있으며 그의 말이 열병식에 참여했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김주애가 군 통수권자인 김 위원장의 딸이자 정통성 있는 백두혈통 4세대임을 공표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지난해 11월 초 2년 만에 북-러 열차가 운행을 재개하면서 민생물자 대신 김정은 일가와 고위층용 말 수십 마리를 가장 먼저 반입했다"고 전한했습니다. 당시 러시아 언론은 고가로 알려진 러시아산 오를로프종 준마(駿馬)가 북한에 우선 반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열병식에서 김정은의 `백두산 군마` 바로 뒤에 `사랑하는 자제분(김주애)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준마`를 공개하고, 참석자들에게 `김정은 결사옹위`와 `백두혈통(김주애) 결사보위`를 열창하게 함으로써 `후계자 책봉식`을 연상케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김주애를 김정은의 후계자로 평가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북한 건군절 기념연회에 참석한 김주애(가운데) / 연합뉴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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