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은 '50만 명'도 포기했는데...결국 꼬리 내린 '의경 부활'

軍은 '50만 명'도 포기했는데...결국 꼬리 내린 '의경 부활'

2023.08.29.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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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은 '50만 명'도 포기했는데...결국 꼬리 내린 '의경 부활'
사진출처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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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상비병력 '50만 명' 목표도 삭제키로

의경 부활 얘기가 나오기 두 달 전쯤인 지난달 초. 우리나라 국방계획에 큰 변화가 있었다. 조용히 지나간 편이었지만 큰 변화는 분명해 보였다. 국방부가 '상비병력 50만 명' 목표 수치를 삭제하기로 한 것이다. 북한과 대치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군 병력 규모 변화는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쉽지 않은 과제였다.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였다.

우리 군 병력 규모는 법률에 명시돼 있다.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은 '국군의 상비병력 규모는 군 구조의 개편과 연계하여 2020년까지 50만 명 수준을 목표로 한다'로 돼 있다. 그런데 국방부가 상비병력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50만 명 목표 수치를 삭제하는 대신 '가용자원을 고려하여 안보 위협에 대응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적정 수준'은 현실을 감안한 표현으로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불명확한 목표 수준이다. 목표를 채우기 쉽지 않다는 현실을 반영한 얘기다.

이밖에 개정안에는 간부 비율과 여군 간부 비율 등의 목표 수치도 함께 삭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병력을 전체적으로 축소하는 분위기다.
사진출처 = YTN

13년 뒤 20살 남성 인구 22만 명 밑으로…2042년엔 12만 명

국방부의 이 같은 조치는 바로 인구 절벽 때문이다. 행정적인 문제나 착오가 아닌 한국 사회의 근원적 문제이다. 병력 감소 자체는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2006년 67만 명이던 상비병력 정원은 2022년 기준 50만 명이 됐다. 2006년 국방개혁법 제정 당시에는 '양보다는 질'이라는 취지로 군 병력 규모 축소 대신 군 전문화를 추진하려 했지만 그사이 인구 감소가 심각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병사 수도 함께 줄어들었다. 의도치 않은 '목표 달성'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방부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2023∼2027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2027년까지 50만 명 수준을 유지하려 했다. 이게 가능해지려면 매해 22만 명이 충원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쉽게 않다. KIDA가 주민 등록 인구와 생존율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오는 2036년부터 20살 남성 인구는 22만 명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2042년에는 12만 명까지 급감한다. 군 체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작전 유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런데도 '의경 부활'이라니?

이런 상황에서 군에 날벼락 같은 얘기가 최근 나왔다. 바로 의경 부활 추진이다. 의경 부활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꺼냈다. 지난 23일 '이상 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담화문' 발표를 통해서다. 한 총리는 여기서 범죄예방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의경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 담화문 발표에 배석했던 윤희근 경찰청장도 거들었다. 윤 청장은 의무 경찰 제도를 부활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제시했다. 흉악 범죄로 여론이 들끓고 정부가 잇단 강경 대책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의경 부활은 시간 문제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여론이 심상치 않았다. 인구 절벽으로 군 병력 감소 문제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의경 자원을 도대체 어떻게 채우냐는 지적과 비판이 잇따랐다. 야당은 당연하고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국민의힘 소속인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향해 "장관직을 걸고 막으십시오" "도대체 총리실이 정신이 있는 사람들인지 없는 사람들인지…"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의경 부활은 사실상 '무산'…사후 대처가 또 문제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총리실은 '필요시 검토'로 한발 물러섰고 윤석열 대통령이 '의경 부활' 백지화를 지시했다는 일부 보도까지 나왔지만 이를 다시 대통령실이 반박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현시점에서 의경 부활 추진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부활을 말한 사람은 있지만, 무산됐다고 공식화한 사람은 없다. 다만 총리실과 경찰청의 최근 행보로 충분히 유추된다. 총리실이 먼저 '경찰 인력 재배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경찰청은 9월 시행을 목표로 여러 가지 조직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수사 인력을 지구대와 파출소 인력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 역량을 키우기 위해 늘린 걸 되돌리려는 과정으로 보인다. 이 또한 경찰 조직 안팎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애초 '의경 부활' 대책은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 온 국방력 강화와 배치되는 얘기이다. 발표에 앞서 군 병력 규모의 심각한 축소 상황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아예 나올 수 없었던 대책이다. 흉악 범죄를 막는 게 목표라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번에도 사건 사고 자체보다 사후 대처가 더 문제라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줬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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