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자살이라고 부를 수 없는 현실, 과연 옳은가?

자살을 자살이라고 부를 수 없는 현실, 과연 옳은가?

2023.09.19. 오전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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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9월 16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최휘> 매년 9월 10일은 전 세계에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세계 자살예방의 날’입니다. 또한 9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 자살예방주간이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자살 관련 미디어 행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먼저 우리나라 자살율이 매우 높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가요?

◆ 김언경> OECD가 2018~2020년 통계를 바탕으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42개국 중 자살률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2018~2020년에 걸쳐 조사한 내용이기 때문에 현재의 OECD 가입국 수인 38개국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은 2020년 통계 결과, 인구 10만명당 24.1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는 OECD 평균 자살률 11.1명의 2배를 넘는 수치입니다.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OECD 자살률 부문에서 1위 자리를 내준 것이 단 2개 연도뿐입니다. 2016년 2017년 두해죠. 2위는 리투아니아, 3위는 슬로베니아입니다. 한편, 연합뉴스 등 여러 언론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1∼6월 자살 사망자는 6천936명이고요. 작년 같은 기간의 6천375명보다 8.8% 증가한 수치입니다. 연령을 기준으로 보면 40∼60대 자살 사망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요. 가장 많은 연령대는 50대였고, 특히 남성은 75.7%로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자살의 원인에 경제적인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중장년층에서 자살 사망자가 많이 나온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한편, 올해 상반기 여성 청소년 자살 사망자는 108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73명)보다 48.0%가 늘어 전체 집단 중 증가율이 가장 가팔랐습니다.

◇ 최휘> 올해 ‘자살사망자 중 30%는 가족 자살 겪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고 하던데요. 그 소식도 좀 전해주세요.

◆ 김언경>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956명의 자살사망자를 '심리부검'한 결과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심리부검이란 전문가가 관련 기록과 유족의 진술 등을 통해 자살사망자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고 자살의 구체적인 원인을 검증하는 조사 방법입니다. 자살예방법에 근거해 효과적인 예방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정부가 유족의 신청을 받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검사에서 956명의 자살사망자를 조사했는데요. 그중 29.7%인 284명이 생전 가족의 자살사망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2018년 자살 실태조사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동일한 설문을 했을 때 그렇다고 답한 비율인 0.7%의 42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보고서는 "자살사망자 유족이 자살로 사망할 위험이 높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편 심리부검 대상 자살사망자의 93.6%는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6.0%는 감정변화를, 62.3%는 수면변화를 겪었고 자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경우가 54.9%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유족이 이를 인식한 비율은 전체의 24.0%에 불과했다고도 하네요. 또 인식하고 나서도 그중 46.0%는 '걱정은 했지만 별다른 대처를 취하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19.5%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보고서에서는 주변에서 경고신호를 인지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인지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 최휘> 듣고보니 정말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자살과 미디어의 연관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자살보도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서 자살 관련 경고 및 안내 메시지 같은 것을 보도에 추가하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자살보도가이드라인 효과가 정말 있다고 보시나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 김언경> 일단 자살과 미디어의 연관성은 매우 높다고 알려져있습니다. 2008년 당대 최고의 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배우 최진실 씨가 사망했던 당시, 우리 언론의 행태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언론사들은 조문오는 연예인 한 사람 한 사람을 클로즈업해서 슬픔을 상품화했고요. 단순히 고인을 추모하는 것이라 볼 수 없는 지나친 보도행태 이후 실제 우리의 자살이 증가했다는 수치가 있습니다. 언론으로 인해서 베르테르 효과가 확산되었던 것인데요. 이처럼 사회적으로 존경받거나 유명한 사람의 죽음, 특히 자살에 관한 소식에 심리적으로 동조하여 이를 모방한 자살 시도가 잇따르는 사회 현상인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입니다. 이후에도 자살 관련 보도의 문제가 계속되면서 자살 관련 보도의 자정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졌습니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자살예방협회가 2004년 10월 5일에 <자살보도 윤리강령>을 만들었고요. 2013년 9월에는 한국기자협회, 보건복지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함께 자살보도권고기준 2.0을 제정하고, 다시 이것을 2018년 개정했습니다. 자살 보도 권고 기준은 강제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안의 정신은 모든 언론인들이 주지하고 반드시 지켜야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자살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경우는 그야말로 비일비재합니다. 아 물론 2008년 고 최진실 씨 사망 당시에 비하면 정말 많이 달라졌죠. 하지만 지금도 유명인의 사망의 경우 부적절한 보도들은 늘 한두가지 케이스 지적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20년 개그맨 박지선 씨와 그의 어머니가 사망했을 때, 유족 뜻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유서 내용을 조선일보가 '단독' 타이틀을 달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것은 ‘유서와 관련된 사항을 보도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어긴 것입니다.

◇ 최휘>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요.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지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김언경> 자살보도권고기준 3.0에서 하지 말라는 보도가 이렇게 계속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저는 언론의 상업적 이유가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대부분의 자살 관련 보도는 유명인의 경우여서 어떤 내용이든 클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제목을 선정적으로 쓰거나 궁금증을 유발하거나 슬픔을 증폭시키는 내용을 담으면 더욱 그렇지요. 클릭장사를 하는데 있어서 유명인의 자살사건은 놓치기 힘든 요소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요. 두 번째로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번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처럼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죽음이 있습니다. 자신이 당한 스포츠 폭력의 심각성을 고발하면서 돌아가신 고 최숙현 선수도 있죠. 이런 경우 우리는 그의 유서나 그가 처했던 상황 등을 파악하면서 함께 추모하고 함께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론의 장이 펼쳐집니다. 저는 언론 모니터를 하면서 기자들이 이런 사건을 접하면서 사회적 문제 조명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자살보도권고기준을 어기는 경우가 많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실 자살예방이라는 가치에 집중해서 보도하려면요. 자살 보도를 최소화하고 그 방법이나 동기 등을 함부로 언급하지 않으며 자살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않고, 자살이 억울함을 해소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논리가 전달되지 않도록 유의하며, 사회적 모순, 제도 미비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로 자살을 다룰 경우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인식하고 정말 고민하면서 기사를 작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참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잖아요. 또한 사실 가이드라인 어디에도 정답을 알려주지 못합니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이런 사안을 어떻게 다루어야, 그 사건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는 제대로 공론화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잘 지켜낼 수 있을까 거듭 고민하고 창의적인 방식을 찾아나서야 하는 언론인의 과제가 있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서이초 선생님의 사망 이후, 사회적으로 교권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고 희망적 논의들이 펼쳐지고 있는데도 또 다른 교사의 죽음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 언론들이 교권 실추와 그로 인해 고통받는 교사들의 어려움을 보도하는만큼 또 다른 자살을 막기 위한 예방적 보도, 이런 보도를 더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지만요. 1994년 커트 코베인의 자살 이후에요. 미국의 MTV와 몇몇 다른 방송사들이 코베인이 자살한 저녁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보도하면서 "자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자살 예방 센터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임상심리사의 면담을 프로그램에 포함하고, 자살을 원하는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의 문의에 상담해주는 전화 서비스를 운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 방송국이 서비스하던 지역에서는 베르테르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 최휘> 방금 이야기를 듣다보니 소장님게서 자살이라는 단어를 여러번 그냥 사용하셨어요. 그런데 저희 언론인들 사이에서는 또 자살이라는 단어가 하나의 금기어 같이 자리잡았잖아요? 최근 이 자살이란 말을 그냥 자살로 쓰자는 말도 있던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 김언경>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2022)을 쓴 나종호 미국 예일대학 교수는 자살을 ‘선택’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했어요. 저는 이분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는 말씀을 하실 때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사람들은 흔히 자살로 세상을 떠난 사람이 이기적이란 편견을 가지고 있다. 자살을 선택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러한 편견을 강화시킬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며 “자살 생존자들에게 시도 당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질문하면, 십중팔구는 자살 생각에 너무나 강하게 사로잡혀 있어 정상적 사고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자살 명령 환청을 들었다는 환자도 있다. 그래서 자살을 시도했지만 결국 살아남은 사람 대부분은 역설적이게도 살아 있음에 안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살 고위험군은 본인 의지와 달리 자살에 내몰린 것이며, 이를 선택으로 보게 되면 이들이 자살 생각이나 자살 시도를 숨기게 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빼앗아간다는 것입니다. 나 교수는 “‘극단적 선택’이란 용어는 어찌 보면 자살을 직시하지 않고 외면하거나 우회하려는 자세가 반영된 신조어일지 모른다. (사회가) 자살에 관해 떳떳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에요. 저도 이 말을 듣고 한국기자협회와 보건복지부가 함께 만든 자살보도권고기준을 다시 살펴봐야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에 설치된 ‘자살위기극복 특별위원회’도 2023년 4월 극단적 선택이란 용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아 기자협회의 자살보도 권고기준 개정을 제안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특위가 내세운 핵심 메시지는 자살은 결코 선택일 수 없으니 극단적 선택 같은 오해를 낳는 표현 대신 차라리 자살이란 말을 직접적으로 쓰되, 자극적 보도를 지양하는 신중한 태도를 주문하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하네요. 그런데요. 저는 우리 가이드라인이 그렇게 엉망이었나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고, 약간의 오해가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 최휘> 어떤 오해가 있나요?

◆ 김언경> 2004년에 발표했던 자살보도윤리강령은 이것을 피해라. 이것을 넣어라 라는 실천요강이 들어있는데요. 이것을 피해라라는 항목에 “'자살'이란 용어를 헤드라인에 쓰거나, 사인(死因)을 자살로 밝히기”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자살이란 단어를 쓰지 말라기보다는 헤드라인, 제목에 넣지 말자는 것이고, 사인을 자살로 단정하는 단어를 넣지 말자 정도였죠. 이후 2013년 발표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에서도 “제목에 ‘자살’을 포함하지 않아야 합니다‘라고만 되어있습니다. 2018년 발표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도 ”기사 제목에 ‘자살’이나 자살을 암시하는 표현 대신 사망 사실을 알리는 표현을 선택합니다.”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요. “‘자살’, ‘스스로 목숨 끊다’, ‘극단적 선택’, ‘목매 숨져’, ‘투신 사망’ 등과 같은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과 같이 객관적 사망 사실에 초점을 둔 표현을 사용합니다.”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또한 ‘연이은 자살’, ‘또 자살’, ‘자살 확인’, ‘자살의 전염’과 같이 자살이 유행한다는 식의 보도, 를 하지 않으며, ‘자살 성공’, ‘자살 실패’와 같은 자극적이거나 긍정적인 표현을 삼가자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니까 무조건 자살이란 말은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한겨레21의 보도에 따르면 자살위기극복 특별위원회에 참여한 유현재 서강대 교수(신문방송학)가 이런 말을 했더라고요. “중요한 건 용어 선택의 문제보다는 기자와 매체의 보도 태도”라며 “20년가량 극단적 선택이란 용어를 써오는 과정에서 자살에 대한 우리 언론의 고민이 대중에게 충분히 알려졌다고 생각한다. 그 맥락을 이해하면서 한국 언론이 자살을 대하는, 한 단계 더 높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이다 라는 것인데요.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자들이 자살보도권고기준의 가치와 철학을 충분히 숙고하고, 그 위에서 보다 고심하면서 보도해야하지, 이 말 안돼, 이말 대신 써, 뒤에 경고문구 넣어 이렇게 간단한 해법만을 외워서 실천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 최휘>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신가요?

◆ 김언경> 저는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자살 장면들이 정말 너무 불편하고 매우 무섭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자살 장면은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됩니다. 저는 올해 <악귀>라는 드라마에서 악귀가 사람을 자살하게끔 유도하는 장면이 많았는데요. 이 드라마에서 는 그 모습이 정말 여러번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되었어요. 저는 아무리 드라마이고, 아무리 귀신이 시키는 서사를 그려낸 장면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장면이 너무 선정적이어서 부적절한 연출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보도에 초점을 맞춰서 자살보도에 대해 이런저런 요구를 하고 있는데요. 사실 드라마나 영화 웹툰 등이 끼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는 점에서, 자살을 극적 요소로 활용할 때의 유의사항에 대해서도 조금 더 깊이있게 논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최휘>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최휘>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신동진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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