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이재명...비명도 품고 갈까? [앵커리포트]

'기사회생' 이재명...비명도 품고 갈까? [앵커리포트]

2023.09.27. 오후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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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치 생명 기로에 섰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구치소를 걸어서 나왔습니다.

소속 의원 수십 명이 이 대표를 기다렸습니다.

새벽 4시에 가까운 시간에도 지지자들은 자리를 지켰고 환호로 맞이했습니다.

영장 심사를 받으러 들어갈 때와 달리 이 대표는 직접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사법부에 감사하다고 했고, 이제 진짜 정치로 돌아가자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 : 역시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해 주신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는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기를 바랍니다.]

이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7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이재명 대표와 검찰이 직접 법정에서 다툰 시간만 9시간 20분, 역대 두 번째로 긴 심사였습니다.

백현동 개발 관련 혐의를 다투는 데만 오전을 모두 할애했습니다.

판검사 출신이 포함된 변호인단과 10명이 나온 검찰 측의 치열한 공방이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그 자리에서 직접 답변도 하고 때로는 목소리도 높이며 적극적인 태도였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첨예한 창과 방패의 대결.

일단 법원은 방패에 판정승을 선언했습니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혐의별로 어떤 게 소명이 되고 어떤 건 부족한지 자세한 입장을 냈습니다.

모두 900자에 가까운 기각 사유였습니다.

이 내용은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송재인 기자!

[기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입니다.

[앵커]
먼저 법원이 밝힌 기각 사유부터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기본이 되는 혐의 소명 여부에 대해서도각 사건별로 법원 판단이 달랐던 거죠?

[기자]
맞습니다.

먼저 백현동 개발비리 특혜 의혹의 경우,

지금 그래픽으로 정리해 놨는데요.

법원은 이 대표가 관여했다고 볼 만한상당한 의심이 들긴 하지만

이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 자체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북송금 의혹도 결론은 같은데,

이 대표가 검찰이 주장하는 범행을 인식하거나

공모나 관여했는지는 다툴 여지가 있다고 봤습니다.

정리하면 의심스러운 정황은 있지만,

성남시나 경기도 총책임자였던 이 대표의 관여를 입증할

'핵심 증거'는 부족하단 말로 풀이됩니다.

다만 법원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는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는데요.

앞서 검찰은 심사 과정에서이 대표가 지난 2018년 '검사 사칭 사건' 재판 당시

관계자에게 연락해 이렇게 말해주면 도움이 되겠다고 말하는 녹취록을

화면 자료에 띄워 직접 재판부에 제시했습니다.

[앵커]
이번 영장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증거인멸 우려일 거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은 어떻습니까?

[기자]
법원은 증거인멸 쟁점에 대해서도 사건별로 판단했습니다.

백현동 의혹과 위증교사 혐의는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는데요.

이미 검찰 수사가 상당히 진행돼 자료가 충분히 확보된 만큼,

이 대표가 증거인멸을 하려 해도 그러기 어려울 거란 뜻으로 보입니다.

대북송금 의혹은검찰이 앞서 심사 과정에서 증거인멸 우려를 부각하는 데

특히 공을 들였던 부분인데요.

민주당 측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진술 회유를 시도한 증거라면서,

접견 당시 녹취록을 심사에서 직접 재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법원 판단도 더 구체적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대표 주변인들이 이 전 부지사 진술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들은 있지만, 여기에 이 대표가 직접 관여했는지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대표의 지시란 점을 규명하기 위해선녹취록에 포함됐다는

'위에서 원한다'는 발언보다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단 취지로 풀이됩니다.

또, 이 전 부지사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 변화는 결국,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이라고 했는데,

오락가락했던 진술은 결국, 진행되고 있는본안 재판에서 따져볼 문제란 뜻으로 보입니다.

[앵커]
제1야당 대표라는 부분도 언급이 됐다고요?

[기자]
그 부분에 있어선 법원과 검찰이 정반대 시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파악한 이 대표 본인과 주변인들의 과거 증거인멸 시도 정황을 보면,

현재 거대 야당의 수장으로 있는 이 대표가사회적 영향력과 지위를 이용해

이후에도 사건 관련자 압박할 가능성 크다고 주장해왔는데요.

반대로 법원은이 대표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 대상인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이번 영장 심사 결과에 영향이 있지 않겠냐, 이런 말이 나왔던

이 대표의 건강 문제의 경우 892자에 이르는 기각 사유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검찰 반응도 나왔습니까?

[기자]
중앙지검 관계자는 오늘 오전법원의 영장 기각을 수긍하기 어렵다며깊은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이 대표의 직접 관여 여부를 둘러싼 혐의가 소명된다고

여전히 검찰은 판단하고있고 증거인멸 우려 판단에도 큰 의문을 보였는데요.

특히 앞서 전해드린 이 대표의 정치적 지위와 관련해서는

재판부가 현직 정당 대표란 신분 때문에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적시한 건 사법의 영역에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수원지검 관계자는 어제 영장심사 재판부가대북송금 관련 방북 보고를 받았는지

이 대표에게직접 질문했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에

재판부도 의문을 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이원석 검찰총장 역시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법원 결정과 근거가

검찰과 상당한 견해 차이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겠다는 듯 남은 수사를 철저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이원석 / 검찰총장 : 영장 재판은 죄가 있고 없고를 따지는 본안 재판이 아닙니다. 구속이 필요하냐 하는 것을 판단하는 본안 재판 이전의 절차입니다. 아직 재판은 시작되지도 않았고 검찰에서 영장 기각 사유를 충분히 보고 또 범죄 혐의에 대해서 추가로 저희가 보강해서….]

[앵커]
정치권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책임론이 나오고 있는데 한 장관은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국회에서 직접 이재명 대표체포동의 요구서를 설명했던 한동훈 장관도

오늘 출근길에 관련 발언을 내놨습니다.

이원석 총장과 마찬가지로구속영장 관련 결정은 범죄 수사를 위한중간 과정일 뿐이라며

무죄 판단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는데요.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으로무리한 수사가 아니었느냐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동훈 / 법무부 장관 : 체포동의안 설명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관련 사안으로 21명이 구속됐습니다. 무리한 수사라는 말을 동의하실 만한 국민이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또 수사 동력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수사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별도의 동력이 필요한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번에 영장심사를 받은 크게 세 가지 혐의에 대해서 검찰이 추가로 수사하는 게 가능합니까?

[기자]
우선 최종 책임자인 이재명 대표 영장을 청구했다는 건

이미 관련 수사는 거의 정리됐던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병을 확보했다면 집중 조사를 통해 윗선인 이 대표의 관여 여부를 파고들었겠지만,

기각된 지금은 추가 소환 등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정기국회가 한동안 이어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혐의로 다시 영장을 청구하는 것도검찰의 유력한 선택지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영장 심사에 올렸던 백현동 의혹 관련 배임 혐의, 대북송금 관련 제2자 뇌물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선 증거관계 등을 정리하는 대로

불구속 기소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 대표가 수사를 받아야 하는 또 다른 사건도 남아 있는 거 아닙니까?

[기자]
주요 사건들만 그래픽으로 추려봤는데요.

중앙지검에선 우선 대장동 비리 혐의와 관련한 '428억 약정' 의혹,

수원에선 쌍방울의 '쪼개기 후원' 의혹과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남아있습니다.

또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는정자동 호텔 개발 특혜 의혹도 수사 중인데요.

일각에서는 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허위 인터뷰 의혹도

결국 배후 규명 과정에서 이 대표 관여 여부를 살펴보기는 어려울 거다,

이런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국회에서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정작 법원에서 기각된 만큼,파장이 수습될 때까지 검찰이 당분간은

다른 수사에 속도를 내긴 어렵지 않겠느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앞서 송 기자가 얘기한 대장동 혐의 관련한 약정 의혹은 428억이 맞겠죠.

그렇게 수정하면 될 것 같고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끝났다고 보긴 어려운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구속 수사는 불발됐지만, 정식 재판으로 넘어간 뒤 혐의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이 내려지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현재 고(故) 김문기 전 처장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과

첫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대장동·위례, 성남FC 사건으로 재판으로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 세 사건 재판은 다음 달 초부터는법정 공방이 본격화할 예정인데요.

백현동 의혹과 대북송금, 위증교사 혐의까지, 재판 단계로 넘어가고 나면

이 대표가 법원을 찾는 횟수도 더욱 늘어나게 됩니다.

1심 선고는 물론 최종 확정 판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텐데,

그동안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YTN 송재인입니다.

[앵커]
반격하는 민주당과 물러서지 않는 국민의힘의 충돌로 정치권은 다시 시끌합니다.

민주당은 사필귀정, 검찰 독재 정권에 경종을 울렸다고 여권을 겨냥했습니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극렬 지지층에 흔들렸다면서 법원을 비판했습니다.

국회 반응은 박광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이 대표에 대한 법원의 영장 기각에 민주당은 공세의 고삐를 더욱 조였습니다.

당 소속 의원 전체 이름으로 결의한 입장문을 통해 윤 대통령 사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며 정부와 검찰을 향한 비판 수위를 더 끌어올렸는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홍익표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 표적 수사와 무리한 구속 시도에 대해 사과해야 합니다. 또한, 이번 수사를 사실상 지휘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즉각 파면해야 합니다.]

동시에 '대여 강경' 드라이브에도 속도를 냈습니다.

정부 규탄 문화제 등을 통한 '여론전' 돌입은 물론 장관 후보자 '송곳 검증'을 강조하며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습니다.

밤사이 전해진 제1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 소식에 국민의힘은 예정됐던 추석맞이 귀성인사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의원총회를 열어 대응책을 모색했습니다.

민주당의 대통령 사과와 한동훈 장관 파면 촉구에 대해 '정치공세'라고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영장 기각이 범죄사실에 대한 '면죄부'는 아니라며, 이재명 대표 사과와 대표직 사퇴 요구로 역공에 나섰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 범죄사실 소명 부분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사과와 당 대표 사퇴를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배신자 색출, 법원 압박 등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 행동에 대한 사과를 요구합니다.]

나아가 법원이 이재명 대표 강성지지층인 이른바 '개딸'에 굴복했다고 비판의 수위를 더 높였습니다.

증거인멸 염려가 차고 넘치는데, 기각이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결정한 것처럼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한 겁니다.

김명수 체제가 만든 편향적 사법부의 반국민적, 반역사적, 반헌법적 결정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앵커]
체포동의안 가결과 함께 분출된 당내 갈등은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수습하고 하나로 뭉치자는 의견이 있지만 강경파 목소리가 여전합니다.

비명계도 할 얘기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방탄 프레임을 벗게 해줬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청래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검찰과 한통속이 되어 이재명 대표의 구속을 열망했던 민주당 가결파 의원들도 참회하고 속죄해야 할 것입니다. 당원과 지지자 국민들에게 피멍 들게 했던 자해행위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외상값은 계산해야 할 것입니다.]

[이원욱 / 더불어민주당 의원 (SBS'김태현의 정치쇼') :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이번에 가결한 의원들 덕분에 민주당은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 그렇죠? 그러면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난, 만약에 벗어나지 못했다면 이게 계속해서 내년 총선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질 문제인데 그것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아주 공이 크거든요. 오히려 저는 가결파 의원들 중에서 일부 밝혀진 의원들이 몇 분 계시는 것 같은데. 그런데 그분들에 대해서는 표창을 줘야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큰 파도를 넘은 이재명 대표가 마주한 과제가 바로 이 갈등입니다.

아직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한 얘기는 없었습니다.

이 대표의 첫 메시지나 친명계 의원들의 움직임에 따라, 작게는 민주당 내부, 크게는 정치 지형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YTN 김영수 (yskim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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