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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의 실제 편입 보다 '편입 이슈' 영향은?
김포시민, 서울시민, 국민의힘, 그리고 민주당…김포가 서울로 편입된다면 누가 어떤 이득을 볼지 현재로선 불명확하다. 논의 초반이라 행정 구역 개편의 구체성이 떨어진다. 아직은 선언적 의미에 머물러 있다. 김포 편입 이슈가 장기간 지속될지도 지켜봐야 할 일이다. 다만 실제 '편입'이 아닌 '편입 이슈'가 누구에게 어떤 이득을 안겨줄지는 따져볼 만하다.
김포 편입 이슈의 시작은 김동연 경기지사가 추진하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구상에서 비롯됐다. 김 지사는 인구 361만 명(전국 3위), 면적 4,268㎢(전국 9위)의 경기 북부를 독립시켜 오는 2040년까지 213조 5,000억 원의 투자와 민간 자본을 유치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경기도 전체를 놓고 보면 남부는 개발 이득을 많이 취했지만 접경 지역인 북부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발로 나온 게 바로 김포의 서울 편입 요구다. 김포시는 지리적으로 봤을 때 경기도 전체에서는 물론 서울의 왼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경기보다는 서울과 더 가깝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김 시장은 "서울은 김포를 통해 미래를 만들 기회"라며 적극 손짓했다. 사실 인접성과 접촉면만 따지면 고양시가 더 설득력이 있긴 하다.
김포시가 서울로 편입하는 절차는 복잡하고 길게 봐야 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행정구역 변경을 위한 법안'을 발의할 경우 김포시의회와 경기도의회, 서울시의회 동의를 얻거나 주민투표로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를 근거로 김포시·경기도·서울시가 행정안전부에 건의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입법을 위한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다. 민주당 소속인 김동연 경기지사가 있고 민주당이 절대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선 쉽지 않다. 내년 총선 이후에나 가능성을 타진해 봐야 한다. 이를 잘 아는 국민의힘은 특별법 추진을 공식화했다.
먼저 김포 시민?
김포 주민들에게 이번 이슈는 '경기도 김포시민으로 계속 살래?', 아니면 '서울시 김포구민으로 살래?'를 묻는 상황에 놓이게 한다. 찬성하는 주민들에게 서울 시민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수도 서울의 직간접적 혜택 가운데 특히 아파트 가격이 서울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는 꿈을 갖게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주민 커뮤니티가 벌써 들썩인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이뤄지면 서울 서쪽 맨 가장자리에 위치한다. 김포공항이 있는 강서구 옆이다. 김포 편입이 이뤄지면 서울은 입구가 아주 큰 주전자 모양이 된다. 김포 시민들은 마곡지구가 있는 강서구와 목동단지가 있는 양천구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서 너무 멀면 상대적으로 더 소외될 수 있다. 서울 시민이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개발 이익과 혜택을 덜 보는 도봉구와 노원구처럼 말이다.
출퇴근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지옥철' 9호선은 김포에서 서울을 오가는 직장인들의 고됨을 상징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예상 수치 산정 때부터 꼬였다. 김포시와 국민의힘은 김포 시민 85% 정도가 서울로 오간다고 했는데 통계청 공식 자료와 차이가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김포시 인구 가운데 서울로 통근하거나 통학하는 비율은 12.7%로, 경기도에 있는 31개 시군구 가운데 11번째 정도다.
그리고 서울 시민?
오세훈 시장, 그리고 서울시는 신중한 입장이다. 서울시민들이 김포 편입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과 이득이 현재로선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김포시 쪽에서 흘러나오는 '잠정적 혜택'으로 유추할 수 있다. 김포시는 이번 이슈를 띄우면서 서울시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서울에도 항구가 생긴다고 손짓한다. 김포 인구를 합치면 서울 인구가 다시 천만 명에 가까워진다는 점도 내세웠지만 '천만 서울'은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 실질적 이득으로 보긴 어렵다.
쓰레기 문제는 서울시가 안고 있는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다. 자체 소각장으론 한계가 있어 추가로 지으려 했는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게다가 2025년까지 수도권쓰레기매립장이 아닌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수도권매립지 제4매립지가 김포 땅이어서 이를 서울시가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 문제는 이미 환경부와 서울·인천·경기 등 4자 합의를 통해 어렵게 매듭지은 사안이다. 특히 인천의 반발이 거세다. 김포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서울로 편입되면서 쓰레기매립장은 김포에 두는 걸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또 하나는 수도 서울에 항구가 생긴다는 점이다. 김포 편입으로 한강에서 서해로 이어지는 물길이 확보되고, 서해안 쪽에 항구를 가질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이 다시 추진하는 한강르네상스를 상승 발전시킬 수 있다는 얘기가 서울시 관계자 발로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데 세계적인 수도 가운데 항구를 가진 곳은 거의 없다. 오히려 수도가 내륙에 있어야 항구까지 가는 주변 지역이 자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걸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해안에서 내륙으로 수도를 옮기는 경우도 있었다.
추상적이지만 그래도 임팩트가 있는 건 바로 '메가 서울' 이슈다. 지금보다 더 크고 웅장한 수도 서울이 된다는 기대다. 그런데 서울은 이미 땅 면적, 인구 그리고 교육과 경제면에서 이미 초집중도를 보이고 있다. 질적인 성장이 아닌 면적과 인구만 늘어나는 양적 팽창을 서울 시민들이 바랄지는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 이는 오세훈 시장의 고민이기도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대놓고 총선용이라고 하진 않지만 누구에게 좋든, 누구에게 나쁘든 총선 정국에 미칠 화제성은 분명히 있다. 호사가들은 벌써 "총선 판을 뒤흔들 이슈"라고 떠들기 시작한다. 김포시는 현재 갑·을 국회의원 선거구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 16대 총선에선 민주당 계열이, 17~19대 총선에선 국민의힘 계열 후보가 승리했다. 갑·을 지역구로 나뉜 지난 20대 총선에선 양쪽이 하나씩 나눠 가졌다.
지난달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곧바로 김포로 향했다. 김포 한강 차량기지에서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간담회'를 열어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이슈를 당 차원에서 공론화했다. 이미 이날 발언에서 서울 편입 확대를 시사한 부분도 있었다. 김 대표는 "김포가 대표적이긴 하지만 서울과 맞닿아 있는 주변 도시 중에 상당수가 행정구역만 서울과 나누어져 있을 뿐, 서울 생활권이자 문화권"이라고 했다. 다른 인접 도시들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포 편입', '메가 서울' 이슈는 이미 국민의힘 안에선 내년 총선 판을 뒤흔들 일종의 '게임 체인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편입으로 경기 지역 일부 도시들이 수도 서울의 혜택을 보고, 서울시는 몸집을 더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총선을 5달 정도 앞두고 이슈의 '화제성'은 일단 인정되는 분위기다. 수도권 위기론에 휩싸여 온 국민의힘에 시작만큼은 성공적이다. 그런데 김포 편입 이슈를 총선 전까지 계속해서 끌고 갈 수 있는 '지속성'은 장담하지 못한다. 총선 전까지 김포 편입이 완결될 수 없는 건 물론이고 관련 법안 마련조차도 쉽지 않다. 그래도 국민의힘 입장에선 총선 전까지 김포 편입 이슈를 계속해서 끌고 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쟁 상대인 민주당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면 국민의힘 총선 전략으로선 대단히 성공적이다. 민주당을 수용하지도 거부하지도 못하는 애매한 위치로 밀어 넣어야 표 계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주민 편익 극대화'. 국민의힘이 김포 편입에 적용한 개념인데 민주당을 향해 구체적인 찬반 입장을 밝히라고 계속 압박한다. 국민의힘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 이슈를 다룰 '수도권 주민편익 개선 특별위원회'(가칭)를 발족했다. 특위 위원장은 조경태 의원. 그는 수도권이 아닌 부산 사하구을을 지역구로 둔 5선 의원이다.
총선 전까지 5달. 김포 편입 이슈를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는 결국 국민의힘 지도부의 몫이다. 만약 잘 끌고 갈 수 없다면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 이렇게까지 했는데 또 실패했다는 더 큰 비판과 충격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처음 김포 편입 이슈를 던졌을 때 민주당은 난감하고 애매해 보였다. 확실히 나서 반발하기도 어려웠다. 성장과 개발 논리 앞에 서면 유독 작아지는 과거 민주당의 익숙한 모습을 보는 듯했다.
민주당에는 2004년 행정수도 이전 추진과 2008년 당시 한나라당의 뉴타운 개발 공약이라는 일종의 정치 트라우마가 있다. 행정수도 이전 추진 때 한나라당은 "서울 집값 떨어진다"고 맞불을 놨고, 뉴타운 개발 공약이 서울 전체를 뒤덮을 땐 전혀 맥을 못 췄다. 2008년 총선 때 뉴타운 공약 열풍으로 서울은 물론 경기도의 많은 의석을 한나라당에 내줘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민주당은 비판의 강도를 키웠다. 수도권 위기에 몰린 국민의힘의 '총선용 술책'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김포 주민이 실제 어려움을 겪는 것은 교통 문제"라며 지하철 5호선 노선 연장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파고들었다. 최고위원회의에선 서울-경기 통폐합을 주장하는 내용의 무속인 천공의 영상까지 공개했다. 천공은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를 자처했던 인물이다. 그는 한남동 관저 결정에 개입되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런데 총선을 앞둔 민주당 입장에선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대응 카드가 없으면 민심은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민주당은 방향을 틀려 한다. '행정 대개혁' 이슈다. 지난 정부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추진했던 부·울·경 특별연합의 확대 버전이다. 서울을 포함한 권역별 메가시티에, 시군구 읍면동 행정체계까지 개편하는 안을 제시하자는 게 민주당이 꺼내든 반격 카드다. 김포 편입만큼 즉자적이지 않고 좀 더 먼 미래의 구상이긴 해도 국민의힘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처음에 이번 김포 편입 이슈 앞에서 멈칫했던 이유는 이른바 '노무현 정신' 때문이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통한 지방분권, 지방분권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은 현재 민주당 이념의 근본인데 '메가 서울'은 이와 배치된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지지의 우위를 점하던 민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 프레임에 갇힌다면 내년 수도권 선거를 장담할 수 없다. 반대로 이번 이슈의 흐름을 바꾼다면 국민의힘에 역풍을 가할 수도 있다. 이 또한 민주당 현 지도부의 몫이다.
전체 '우리 국민'은?
이번 김포 편입 이슈에서 정작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의사는 빠져 있다. 김포시 '주민편익'은 있을지 모르나 전체 '국민이익'은 일단 논의 대상이 아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이익만을 위한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란 더 큰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총선용 이슈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포 편입으로 '메가 서울'이 되면 대한민국 전체 이익에도 결국 부합한다는 건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이 아니다. 현재의 수도 서울은 선진국형 도시 체계가 아니다. 오히려 비선진국 도시체계에 가깝다. 서울은 제2의 도시인 부산 인구의 3배 정도다. 인적·물적 자원이 초집중됐다. 오래전부터 지방소멸을 우려할 정도다. 수도 서울의 성장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긴 하나 장기적으론 전체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수도 런던에 대한 영국의 고민이 그랬다.
그렇다고 전국이 다 똑같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국토의 획일이 아닌 균형을 이뤄야만 장기적인 국가 발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포 편입, 메가 서울 논란 속에서도 윤석열 정부가 역대 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지방분권-균형발전' 5개년 통합계획을 수립한 이유이기도 하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김포시민, 서울시민, 국민의힘, 그리고 민주당…김포가 서울로 편입된다면 누가 어떤 이득을 볼지 현재로선 불명확하다. 논의 초반이라 행정 구역 개편의 구체성이 떨어진다. 아직은 선언적 의미에 머물러 있다. 김포 편입 이슈가 장기간 지속될지도 지켜봐야 할 일이다. 다만 실제 '편입'이 아닌 '편입 이슈'가 누구에게 어떤 이득을 안겨줄지는 따져볼 만하다.
김포 편입 이슈의 시작은 김동연 경기지사가 추진하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구상에서 비롯됐다. 김 지사는 인구 361만 명(전국 3위), 면적 4,268㎢(전국 9위)의 경기 북부를 독립시켜 오는 2040년까지 213조 5,000억 원의 투자와 민간 자본을 유치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경기도 전체를 놓고 보면 남부는 개발 이득을 많이 취했지만 접경 지역인 북부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발로 나온 게 바로 김포의 서울 편입 요구다. 김포시는 지리적으로 봤을 때 경기도 전체에서는 물론 서울의 왼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경기보다는 서울과 더 가깝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김 시장은 "서울은 김포를 통해 미래를 만들 기회"라며 적극 손짓했다. 사실 인접성과 접촉면만 따지면 고양시가 더 설득력이 있긴 하다.
김포시가 서울로 편입하는 절차는 복잡하고 길게 봐야 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행정구역 변경을 위한 법안'을 발의할 경우 김포시의회와 경기도의회, 서울시의회 동의를 얻거나 주민투표로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를 근거로 김포시·경기도·서울시가 행정안전부에 건의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입법을 위한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다. 민주당 소속인 김동연 경기지사가 있고 민주당이 절대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선 쉽지 않다. 내년 총선 이후에나 가능성을 타진해 봐야 한다. 이를 잘 아는 국민의힘은 특별법 추진을 공식화했다.
먼저 김포 시민?
김포 주민들에게 이번 이슈는 '경기도 김포시민으로 계속 살래?', 아니면 '서울시 김포구민으로 살래?'를 묻는 상황에 놓이게 한다. 찬성하는 주민들에게 서울 시민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수도 서울의 직간접적 혜택 가운데 특히 아파트 가격이 서울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는 꿈을 갖게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주민 커뮤니티가 벌써 들썩인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이뤄지면 서울 서쪽 맨 가장자리에 위치한다. 김포공항이 있는 강서구 옆이다. 김포 편입이 이뤄지면 서울은 입구가 아주 큰 주전자 모양이 된다. 김포 시민들은 마곡지구가 있는 강서구와 목동단지가 있는 양천구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서 너무 멀면 상대적으로 더 소외될 수 있다. 서울 시민이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개발 이익과 혜택을 덜 보는 도봉구와 노원구처럼 말이다.
출퇴근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지옥철' 9호선은 김포에서 서울을 오가는 직장인들의 고됨을 상징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예상 수치 산정 때부터 꼬였다. 김포시와 국민의힘은 김포 시민 85% 정도가 서울로 오간다고 했는데 통계청 공식 자료와 차이가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김포시 인구 가운데 서울로 통근하거나 통학하는 비율은 12.7%로, 경기도에 있는 31개 시군구 가운데 11번째 정도다.
그리고 서울 시민?
오세훈 시장, 그리고 서울시는 신중한 입장이다. 서울시민들이 김포 편입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과 이득이 현재로선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김포시 쪽에서 흘러나오는 '잠정적 혜택'으로 유추할 수 있다. 김포시는 이번 이슈를 띄우면서 서울시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서울에도 항구가 생긴다고 손짓한다. 김포 인구를 합치면 서울 인구가 다시 천만 명에 가까워진다는 점도 내세웠지만 '천만 서울'은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 실질적 이득으로 보긴 어렵다.
쓰레기 문제는 서울시가 안고 있는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다. 자체 소각장으론 한계가 있어 추가로 지으려 했는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게다가 2025년까지 수도권쓰레기매립장이 아닌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수도권매립지 제4매립지가 김포 땅이어서 이를 서울시가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 문제는 이미 환경부와 서울·인천·경기 등 4자 합의를 통해 어렵게 매듭지은 사안이다. 특히 인천의 반발이 거세다. 김포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서울로 편입되면서 쓰레기매립장은 김포에 두는 걸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또 하나는 수도 서울에 항구가 생긴다는 점이다. 김포 편입으로 한강에서 서해로 이어지는 물길이 확보되고, 서해안 쪽에 항구를 가질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이 다시 추진하는 한강르네상스를 상승 발전시킬 수 있다는 얘기가 서울시 관계자 발로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데 세계적인 수도 가운데 항구를 가진 곳은 거의 없다. 오히려 수도가 내륙에 있어야 항구까지 가는 주변 지역이 자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걸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해안에서 내륙으로 수도를 옮기는 경우도 있었다.
추상적이지만 그래도 임팩트가 있는 건 바로 '메가 서울' 이슈다. 지금보다 더 크고 웅장한 수도 서울이 된다는 기대다. 그런데 서울은 이미 땅 면적, 인구 그리고 교육과 경제면에서 이미 초집중도를 보이고 있다. 질적인 성장이 아닌 면적과 인구만 늘어나는 양적 팽창을 서울 시민들이 바랄지는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 이는 오세훈 시장의 고민이기도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대놓고 총선용이라고 하진 않지만 누구에게 좋든, 누구에게 나쁘든 총선 정국에 미칠 화제성은 분명히 있다. 호사가들은 벌써 "총선 판을 뒤흔들 이슈"라고 떠들기 시작한다. 김포시는 현재 갑·을 국회의원 선거구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 16대 총선에선 민주당 계열이, 17~19대 총선에선 국민의힘 계열 후보가 승리했다. 갑·을 지역구로 나뉜 지난 20대 총선에선 양쪽이 하나씩 나눠 가졌다.
지난달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곧바로 김포로 향했다. 김포 한강 차량기지에서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간담회'를 열어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이슈를 당 차원에서 공론화했다. 이미 이날 발언에서 서울 편입 확대를 시사한 부분도 있었다. 김 대표는 "김포가 대표적이긴 하지만 서울과 맞닿아 있는 주변 도시 중에 상당수가 행정구역만 서울과 나누어져 있을 뿐, 서울 생활권이자 문화권"이라고 했다. 다른 인접 도시들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포 편입', '메가 서울' 이슈는 이미 국민의힘 안에선 내년 총선 판을 뒤흔들 일종의 '게임 체인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편입으로 경기 지역 일부 도시들이 수도 서울의 혜택을 보고, 서울시는 몸집을 더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총선을 5달 정도 앞두고 이슈의 '화제성'은 일단 인정되는 분위기다. 수도권 위기론에 휩싸여 온 국민의힘에 시작만큼은 성공적이다. 그런데 김포 편입 이슈를 총선 전까지 계속해서 끌고 갈 수 있는 '지속성'은 장담하지 못한다. 총선 전까지 김포 편입이 완결될 수 없는 건 물론이고 관련 법안 마련조차도 쉽지 않다. 그래도 국민의힘 입장에선 총선 전까지 김포 편입 이슈를 계속해서 끌고 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쟁 상대인 민주당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면 국민의힘 총선 전략으로선 대단히 성공적이다. 민주당을 수용하지도 거부하지도 못하는 애매한 위치로 밀어 넣어야 표 계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주민 편익 극대화'. 국민의힘이 김포 편입에 적용한 개념인데 민주당을 향해 구체적인 찬반 입장을 밝히라고 계속 압박한다. 국민의힘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 이슈를 다룰 '수도권 주민편익 개선 특별위원회'(가칭)를 발족했다. 특위 위원장은 조경태 의원. 그는 수도권이 아닌 부산 사하구을을 지역구로 둔 5선 의원이다.
총선 전까지 5달. 김포 편입 이슈를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는 결국 국민의힘 지도부의 몫이다. 만약 잘 끌고 갈 수 없다면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 이렇게까지 했는데 또 실패했다는 더 큰 비판과 충격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처음 김포 편입 이슈를 던졌을 때 민주당은 난감하고 애매해 보였다. 확실히 나서 반발하기도 어려웠다. 성장과 개발 논리 앞에 서면 유독 작아지는 과거 민주당의 익숙한 모습을 보는 듯했다.
민주당에는 2004년 행정수도 이전 추진과 2008년 당시 한나라당의 뉴타운 개발 공약이라는 일종의 정치 트라우마가 있다. 행정수도 이전 추진 때 한나라당은 "서울 집값 떨어진다"고 맞불을 놨고, 뉴타운 개발 공약이 서울 전체를 뒤덮을 땐 전혀 맥을 못 췄다. 2008년 총선 때 뉴타운 공약 열풍으로 서울은 물론 경기도의 많은 의석을 한나라당에 내줘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민주당은 비판의 강도를 키웠다. 수도권 위기에 몰린 국민의힘의 '총선용 술책'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김포 주민이 실제 어려움을 겪는 것은 교통 문제"라며 지하철 5호선 노선 연장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파고들었다. 최고위원회의에선 서울-경기 통폐합을 주장하는 내용의 무속인 천공의 영상까지 공개했다. 천공은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를 자처했던 인물이다. 그는 한남동 관저 결정에 개입되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런데 총선을 앞둔 민주당 입장에선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대응 카드가 없으면 민심은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민주당은 방향을 틀려 한다. '행정 대개혁' 이슈다. 지난 정부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추진했던 부·울·경 특별연합의 확대 버전이다. 서울을 포함한 권역별 메가시티에, 시군구 읍면동 행정체계까지 개편하는 안을 제시하자는 게 민주당이 꺼내든 반격 카드다. 김포 편입만큼 즉자적이지 않고 좀 더 먼 미래의 구상이긴 해도 국민의힘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처음에 이번 김포 편입 이슈 앞에서 멈칫했던 이유는 이른바 '노무현 정신' 때문이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통한 지방분권, 지방분권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은 현재 민주당 이념의 근본인데 '메가 서울'은 이와 배치된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지지의 우위를 점하던 민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 프레임에 갇힌다면 내년 수도권 선거를 장담할 수 없다. 반대로 이번 이슈의 흐름을 바꾼다면 국민의힘에 역풍을 가할 수도 있다. 이 또한 민주당 현 지도부의 몫이다.
전체 '우리 국민'은?
이번 김포 편입 이슈에서 정작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의사는 빠져 있다. 김포시 '주민편익'은 있을지 모르나 전체 '국민이익'은 일단 논의 대상이 아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이익만을 위한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란 더 큰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총선용 이슈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포 편입으로 '메가 서울'이 되면 대한민국 전체 이익에도 결국 부합한다는 건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이 아니다. 현재의 수도 서울은 선진국형 도시 체계가 아니다. 오히려 비선진국 도시체계에 가깝다. 서울은 제2의 도시인 부산 인구의 3배 정도다. 인적·물적 자원이 초집중됐다. 오래전부터 지방소멸을 우려할 정도다. 수도 서울의 성장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긴 하나 장기적으론 전체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수도 런던에 대한 영국의 고민이 그랬다.
그렇다고 전국이 다 똑같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국토의 획일이 아닌 균형을 이뤄야만 장기적인 국가 발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포 편입, 메가 서울 논란 속에서도 윤석열 정부가 역대 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지방분권-균형발전' 5개년 통합계획을 수립한 이유이기도 하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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