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보도와 명암, 언론이 바라보는 객관과 실제의 괴리는?

파업 보도와 명암, 언론이 바라보는 객관과 실제의 괴리는?

2023.11.14. 오전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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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11월 11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최휘> 저희 미디어비평 코너에서는 노동조합의 파업과 관련된 언론비평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소장님께서도 6월에도 ㈜포운 노동자의 파업과 망루 진압에 대한 언론보도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올 가을 파업 소식이 유난히 많이 들립니다. 게다가 9일부터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최근의 노조 파업에 대한 언론보도, 어떠한지 전반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죠.

◆ 김언경> 말씀하신 것처럼 올 가을에도 여러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있습니다. 9월에는 철노도조가 파업을 했고요. 10월에는 서울대학교병원 노조와 경북대학교병원노조가 파업을 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와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가 11월 1일부터 지금까지 파업 중이고요. 9일부터는 국민연금공단 지부와 서울교통공사가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이 코너에서 이들 각 파업에 대한 언론보도가 어떠했는가, 그 양과 내용을 분석해서 전달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 같아서요. 오늘은 전반적인 경향성 위주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올 가을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데요. 언론보도량의 편차가 참 크더라는 것입니다. 최 아나운서님은 노동자가 파업 중 언론에 바라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 최휘> 글쎄요. 왜 파업을 하는지에 노동자들의 사정을 잘 전해주는 것을 가장 먼저 원하지 않을까요?

◆ 김언경>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6월에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전남 광양시 광양제철소 포스코복지센터 앞 왕복 6차선 도로에 설치된 높이 7미터의 망루에서 고공농성을 하다가 경찰에 의해 진압되었는데요. 제가 당시 이 방송에서 관련 보도를 비평하면서 이 회사는 어느 회사이며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포운이라는 포스코 하청회사의 노동자들이 400일 넘게 천막농성을 벌여왔다고도 말씀드렸죠. 그런데 이렇게 긴 시간동안 천막농성을 해도, 우리는 언론을 통해서 이 사안을 알 수 없었습니다. 왕복 6차선 도로에 7미터 망루를 만들어 누군가 올라가도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의 강경진압이 화제가 되면서 이 사안을 보도가 되었는데요. 그러나 이때에도 진압과정을 둘러싼 논란만 보도되었을 뿐, 이 회사 노동자들의 삶과 그들의 요구사항, 이후의 개선상황에 대한 보도는 거의 없었습니다.

◇ 최휘> 올 가을 대표적인 파업들에 대해서 보도량을 먼저 좀 짚어볼까요?

◆ 김언경> 제가 네이버 뉴스 서비스에서 각 단위사업장 파업이 진행중인 시기의 보도량을 검색해보았습니다. 먼저 철도노조 파업은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3,120건이 보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엄청난 보도량이죠. 서울대병원 노조 파업은 10월 11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460건 보도되었습니다. 경북대병원 노조 파업은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260건 보도되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 파업은 11월 1일부터 9일까지 9일 간 90건 보도되었습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파업은 10월 30일부터 11월 9일까지 10일 간 88건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비해서 서울교통공사 파업은 파업 전날인 11월 8일 단 하루에 425건 보도되었습니다.

◇ 최휘> 주로 철도공사나 서울교통공사 파업처럼 국민의 불편이 커질 사안에 대한 보도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이군요?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는데요.

◆ 김언경> 맞습니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면서 준법투쟁을 하면 기차가 늦어지거나 배차간격이 길어지고요. 그만큼 시민들은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을 겪습니다. 그런데 파업보도가 시민의 불편에 대한 정보만 전해주는 것은 아니잖아요. 노사분규, 노조의 파업에 대한 보도는 해당 노사분규가 왜 벌어졌는지, 어쩌다 노동자에게는 극단의 선택인 파업에 이르게 된 것인지, 해결되지 못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타협점은 무엇인지 등을 짚는 것이 파업 보도의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어떤 사업장인지조차 모르는 경우에는 해당 사업장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해서도 짚어봐야 마땅합니다. 이분들은 왜 파업을 할까, 그들의 요구가 무리일까?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를 해줘야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 국민의 불편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도,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는 일만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이 적은 사업장이라는 것은 누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일까요? 따라서 보다 치열하게 이런 사안에 대해서 따져보고, 누가 어떻게 예산을 삭감한 것인지, 해결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해결하려면 누가 나서야 하는 것인지 등을 보도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애초 보도량 자체도 적은데다가 이런 보도는 거의 없습니다.

◇ 최휘> 지금 노조가 파업에 이르게 된 상황과 요구사항을 설명하고, 해결책을 촉구하는 보도들이 부족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런 내용이 양적으로 분석된 사례들이 있을까요?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이 9월 13일부터 18일까지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 기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요. 이들 보도의 내용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은 시민 불편과 산업차질을 부각한 보도로 전체 193건 중 147건(76.2%)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파업 이유를 나열한 보도가 114건으로 59.1%가 있었지만, 이번 철도노조 파업의 쟁점이 사실 좀 복잡하고 많았었거든요. 그래서 보다 선명하게 파업쟁점을 설명해주는 보도가 필요했는데 이런 보도는 10건(5.2%)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파업에 대해 긍정인지 부정인지 중립인지 분석한 결과로 봤을 때 총 65.8%가 부정보도였다고 합니다. 민언련은 MBC, JTBC, 경향신문, 중앙일보, 한겨레를 제외한 나머지 언론은 시민 불편을 강조하며 15개 언론사 전체 평균 65.8%를 웃도는 부정보도 비중을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네이버에서 검색되는 모든 뉴스를 이처럼 분석해보지 않아서 정확하게 수치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다른 단위 사업장의 파업에 대한 보도에서도 파업 그 자체에 대한 정보보다는 시민의 불편이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 보도들이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음은 분명합니다. 사실 철도노조와 서울교통공사처럼 시민불편이 가시적으로 쉽게 잡히지 보이지 않는 사업장의 파업일수록 보도량이 절대적으로 적어지는 것으로도 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시민 불편을 강조하느라 과장을 하는 보도들, 눈살이 찌푸려지는 보도들도 쉽게 등장하곤 합니다.

◇ 최휘> 시민불편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보도들,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 김언경> 철도노조 파업 당시, 9월 17일 파이낸셜뉴스는 <철도노조 나흘간 파업에 75억 피해… 수송 대란은 없었다>와 <철도파업 나흘간 75억원 피해..코레일 "2차 파업 없을 것">이라는 2건의 보도에서 ‘나흘간 파업에 75억 피해’라는 표현을 넣었습니다. 파업의 피해를 75억 원이라고 강조한 것이죠. 그러나 이와 같은 사측의 피해산정액은 종종 현실적 손해 금액이 아니라 과장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2009년 철도노조 파업 종료 이후, 철도공사는 노조원 200여명 해고, 만2천명 징계를 했고요. 100억 손해배상 청구했습니다. 2016년 12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이 났는데 100억이 아니라 5억 9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났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법원이 “당시 파업으로 인한 공사의 손실은 없고 오히려 5억여 원의 이득을 봤다”면서 “3번의 개별 파업 중 일부 손실을 인정해 그중 일부를 6대4로 철도노조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파업으로 인한 피해액 산출은 정확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언론사들은 사측이 주장하는 피해액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단정적으로 사용하지 말고 좀더 신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의 파업이 있었던 때, 10월 12일자 보도 <서울대·경북대병원 파업...진료 발급창구 곳곳 비어 대기자 평소 4배>에서는요. 진료 발급창구가 평소 4배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제목을 썼습니다. 사실 당시 서울대 경북대 병원에서는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필수인력을 남기고 3교대로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따라서 다소 혼란하다거나, 향후 진료차질이 예상된다. 어수선하다는 표현이 많이 있기는 했지만, 이처럼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보도는 없었는데요. 조선일보 보도 본문에 그 근거가 이렇게 써있습니다. 서울대 병원의 ”오전 11시 병원 본관 1층의 진료기록 발급 창구는 6곳 중 4곳만 운영했다. 평소 같은 시간대 대기자는 10여 명이었지만, 이날은 39명으로 3~4배였다.” 저는 이와 같이 진료기록발급 창구에 6곳 중 4곳만 운영되어서 대기자가 길어지는 상황을 열심히 체크해서, 평소 같은 시간대 10명이라는 정확한 근거도 없는 수치와 대조해 ‘평소 4배’라고 쓰는 것이 바로 대표적인 시민불편 강조하는 프레임의 보도였다고 생각됩니다.

◇ 최휘> 네, 마지막으로 최근 파업 관련 보도 중에서 더 지적하실 내용이 있으실까요?

◆ 김언경> 왜 파업하는가, 어떤 상황인가에 보다 초점을 맞춰달라는 이야기를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함께 만든 인권보도준칙 제1장 민주주의와 인권 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민주적 기본권인 집회․시위를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노사 관계에 대해 편파적인 보도나 헌법 제33조에 보장된 노동3권을 무시하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언론은 노동자의 적이 아닙니다. 오히려 노동자들이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입니다. 파업에 대한 보도에서 지나치게 관성적으로 시민불편만을 강조하고, 이를 찾아내는 데 혈안이 되지 않았나, 파업의 원인과 해결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 것은 아닌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최휘>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최휘>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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