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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1월 16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전수련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살다 보면 그때 내가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지금과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되뇌이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과거의 일을 바꿀 수는 없지만 말이죠. 대전 대덕구 송촌동에서 골목길 순찰에 나섰던 경찰이 뺑소니범들로부터 권총을 탈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당연히 즉각 수사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죠. 그리고 정말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이 사건이 두 달 후 벌어질 그 사건을 위한 범인들의 치밀한 밑작업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총에 맞은 남성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습니다. 이 남성은 은행 직원으로 사고 당시 6억 원이 든 현금 수송 차량에서 은행 내부로 현금을 옮기는 작업 중이었죠. 그러니까 사고를 낸 범인들은 애초에 이 돈을 노리고 치밀한 범죄를 계획해 왔던 겁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사건의 범인은 20년 넘게 잡히질 않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이 범인들을 특정할 만한 단서가 하나 발견됐습니다. 과연 뭐였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전수련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전수련: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전수련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사필귀정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되는 그런 사건 아니었나 싶은데요. 2001년에 발생했던 사건입니다. 당시 대전 시내가 이 사건으로 굉장히 떠들썩하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정말 충격적인 사건이 전해졌었죠.
◇전수련: 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얼마 앞두지 않았던 2001년 12월 21일 대전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 차량이 강도 2인조로부터 습격당한 사건입니다. 당시 현금 수송 차량에는 은행 담당자와 청원 경찰 그리고 운전기사가 타고 있었는데요. 범인들은 현금 수송 차량에 총을 쏘았고 이 중 2명은 피하였는데 끝까지 저항하던 은행 담당자는 결국 총에 맞게 되었습니다. 이후 범인들은 현금 3억 원이 든 가방을 탈취해 도주했습니다.
◆이원화: 이 사건 자체도 굉장히 충격적이지만 총에 맞으셨다는 분 이분이 궁금한데요. 이분은 좀 괜찮으셨나요? 어떤가요?
◇전수련: 네. 총에 맞은 은행 담당자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안타깝게도 과다 출혈로 사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나 이 은행 담당자는 과장 직책으로서 평소 인망이 두터웠던 직원이었던지라 다른 은행 직원들의 충격도 컸다고 합니다.
◆이원화: 사실 2001년이라고 하면 얼마 안 된 것 같지만 무려 24년 전 일이거든요. 그리고 미국에서 발생한 사건도 아니고요. 한국이기 때문에 총기를 지닌 강도가 은행 현금을 턴다는 게 진짜 무슨 영화도 아니고요. 상상이 잘 안 돼요.
◇전수련: 맞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일반인에게는 총기가 허락되지 않은 국가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충격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범행에 사용된 총의 탄창을 조사한 결과 경찰이 사용하는 총알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원화: 범행에 사용된 총이 경찰이 소지하던 총이었다, 이건가요? 그러면 이걸 어떻게 봐야 되죠? 경찰이 범인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전수련: 아닙니다. 총 자체는 경찰의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범인은 아니었고요. 이 이야기를 하려면 이 사건 두 달 전에 발생했던 사건부터 좀 찬찬히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시 범인은 대전에서 도보로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뒤에서 차로 들이받고 권총을 탈취했었습니다.
◆이원화: 범인들이 설마 은행 현금을 털기 위해서 몇 달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를 해 왔다 이건가요?
◇전수련: 네 맞습니다. 만약 경찰관이 습격을 당한 후에 총기가 탈취된 사건이 그때 해결되었더라면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은행 직원이 사망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참 안타까운 일이죠. 경찰은 이후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범인을 특정할 지문이나 단서도 없었고 목격자도 없었기 때문에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원화: 그렇죠. 사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CCTV 같은 것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는 그런 상황까지는 아니었거든요.
◇전수련: 네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로서는 달리 증거가 없어서 단지 몽타주를 만들고 당시로서는 굉장히 큰 돈인 2천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면서 수사를 이어갔다고 하는데요. 당시 경찰이 용의선상에 올린 사람만 5천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원화: 용의선상에 5천 명이요? 어마어마하네요.
◇전수련: 네. 경찰은 은행 직원, 경비 업체 관계자 유사 전과자뿐만 아니라 하다 못해서 비디오 대여점에서 경찰관 피습 장면이 담긴 영화를 빌린 사람까지도 조사했다고 합니다. 또한 범행에 이용된 차량이 경기도 수원에서 도난당한 차량이었기 때문에 경찰들은 범행 전에 수원에서 대전을 오간 모든 차량의 고속도로 통행권까지 수거해서 일일이 이 지문을 다 감식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 누구에게서도 용의점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사건은 이제 점차 장기화되었는데요. 그러다 사건 발생 8개월 만에 단서가 하나 포착되었습니다.
◆이원화: 어떤 거였죠?
◇전수련: 한 술자리에서 20대 남성이 자신의 지인이 이 사건 범인이라고 마구 떠들어 댔던 것이죠. 이를 근거로 경찰은 당시에 20대였던 송 모 씨 등 3명의 용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이원화: 검거가 됐다니 다행인데요. 혹시 이 사람들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나요?
◇전수련: 네. 경찰은 수사를 통해서 그 20대 송 씨가 사건 발생 두 달 전에 권총을 구입했었고 수원에서는 그랜저 승용차도 훔쳐갔다는 진술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확보한 건 이러한 자백이 전부였다는 게 바로 문제였습니다. 검거된 3명 중 2명은 일관되게 처음부터 범행을 부인했으며, 검거 초기에는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범행을 자백했던 송 씨마저 결국 진술을 뒤집었습니다. 이들이 훔쳤다는 현금이나 범행에 이용했다는 권총의 소재도 사실상은 확인되지 않았고요. 결국 송 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즉 영장실질심사 당시에 경찰의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을 한 것이었다고 밝혔고, 이로 인해서 법원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면서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여서 송 씨 등 일행들은 결국 모두 풀려나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송 씨 등이 자백을 했다는 내용이 원래 우리가 알고 있었던 사실 관계랑은 다른 측면이 있긴 한 것 같아요. 권총도 원래는 경찰이 사용하는 권총이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권총을 구입했다고 하니까 사실 사실관계가 맞는 건가 싶긴 하거든요. 근데 어쨌든 이 사람이 범행을 자백을 했다 그리고 또 술집에서 이 사람이 자기 지인이 이 사건의 진범이다라고 떠든 사람까지 있었다는 거 이런 상황까지 다 감안을 하면 또 진범이 뒤늦게 와서 자백 이외에 다른 증거가 전혀 없으니까 드러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갑자기 말을 바꾼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또 들기도 하고요. 실제 범인들이었는데 뭐 증거가 확실치 않아서 잡아놓지 못한 건지 아니면 진짜로 경찰이 무리한 수사로 애먼 사람들을 괴롭혔던 건지 사실 뭐 오리무중인 상황인 거네요.
◇전수련: 맞습니다. 당시로서는 그래서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경찰과 과학수사팀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원래라면 아시다시피 공소시효가 2016년 12월에 만료가 되는 건데 그 살인죄에 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일명 태완이법으로 인해서 공소시효의 제약을 받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경찰로서는 우선 사건을 계속 추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신 거 보니까 여전히 범인을 잡지 못한 상황인 건가요?
◇전수련: 아닙니다. 2022년 8월 25일 사건 발생일로부터 21년 만에 대전 경찰청 미제 사건 전담팀에 의해서 용의자 2명을 드디어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은 재수사에 돌입하면서 손수건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를 채취해서 대조하던 중에 충청북도에 있는 한 불법 게임장에서 채취했던 유전자와 일치하는 사람을 발견했고, 이후 해당 불법 게임장에 출입했던 무려 1만 5천 명의 사람들을 모두 수사한 끝에 이정학이라는 인물을 용의자로 특정하여 대전광역시에서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이원화: 앞서 용의자로 특정했다는 5천 명의 인원도 상당하다 싶었는데 1만 5천 명의 사람들을 수사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싶네요. 이번에는 제대로 된 자백 받아냈나요?
◇전수련: 다행히 이번에는 제대로 된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정학을 취조한 끝에 사건에 대한 자백과 더불어서 공범인 이승만이라는 자와 함께 범행을 했다는 내용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원화: 공범에 대해서도 드디어 털어놨군요.
◇전수련: 다행히 그렇습니다. 이후 경찰은 이 이승만이라는 작가지 정선에서 검거하면서 마침내 사건 발생 21년 만에 그때 당시에 범인이었던 두 사람을 모두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이 둘이 굉장히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알려졌는데요. 그러니까 은행 직원을 총으로 쏴 죽인 사람이 누구냐 서로 내가 안 했다 이렇게 책임을 미룬 것 같은데요.
◇전수련: 네. 사건 이후 둘은 서로가 총을 쏜 것이라며 살인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강도 살인죄는 이 공소시효가 없기 때문에 처벌의 대상이 되는 데 반해서 강도죄 자체는 공소시효를 받기 때문에 어쩌면 일부 처벌을 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화: 네.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됐습니까?
◇전수련: 1심 재판부는 군인 출신이었던 이승만을 총을 잘 쐈던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주범으로 보았고, 이승만에게 대해서 무기징역 그리고 이정학은 단순히 범행에 가담한 것이라고 보아서 20년의 형을 선고하였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논란이 되었던 실행자의 역할과 사건의 법적 쟁점들이 일부 검토가 되었고 2명 모두 결국 무기 징역을 선고하는 것으로 바뀌었죠. 이에 대해서 범인들은 모두 상고를 했으나 최종 대법원에서도 역시 항소심과 같은 무기징역이 확정되었습니다.
◆이원화: 둘의 형량이 같은 걸 보면 공모 공동정범이었다. 이렇게 아마 판단을 한 것 같아요. 맞습니다. 똑같이 무기징역이 나왔으니까 애초에 둘이 옥신각신 싸울 필요도 없었던 것 같은데. 그쵸?
◇전수련: 맞습니다. 법적으로는 두 사람 모두 살인 행위에 관여한 공범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책임을 지는 게 당연했습니다. 이 사건은 과학 수사의 발전과 법의 지속적인 개선 그리고 경찰의 끈질긴 수사가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특히 태완이법과 같은 법적 제도가 없었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사건을 해결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결국 정의는 시간이 지나도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원화: 사건 X파일. 오늘은 대전 도심 한복판에서 은행 직원을 권총으로 살해한 뒤 거액의 현금을 훔쳐 달아났던 대전 현금 수송차 권총 강도 사건 살펴봤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작은 단서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고 끝끝내 범인을 잡아낸 수사 당국의 의지가 빛을 발한 사건 아니었나 싶은데요. 죄를 지었으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겠죠.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방송일 : 2025년 1월 16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전수련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살다 보면 그때 내가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지금과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되뇌이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과거의 일을 바꿀 수는 없지만 말이죠. 대전 대덕구 송촌동에서 골목길 순찰에 나섰던 경찰이 뺑소니범들로부터 권총을 탈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당연히 즉각 수사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죠. 그리고 정말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이 사건이 두 달 후 벌어질 그 사건을 위한 범인들의 치밀한 밑작업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총에 맞은 남성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습니다. 이 남성은 은행 직원으로 사고 당시 6억 원이 든 현금 수송 차량에서 은행 내부로 현금을 옮기는 작업 중이었죠. 그러니까 사고를 낸 범인들은 애초에 이 돈을 노리고 치밀한 범죄를 계획해 왔던 겁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사건의 범인은 20년 넘게 잡히질 않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이 범인들을 특정할 만한 단서가 하나 발견됐습니다. 과연 뭐였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전수련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전수련: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전수련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사필귀정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되는 그런 사건 아니었나 싶은데요. 2001년에 발생했던 사건입니다. 당시 대전 시내가 이 사건으로 굉장히 떠들썩하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정말 충격적인 사건이 전해졌었죠.
◇전수련: 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얼마 앞두지 않았던 2001년 12월 21일 대전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 차량이 강도 2인조로부터 습격당한 사건입니다. 당시 현금 수송 차량에는 은행 담당자와 청원 경찰 그리고 운전기사가 타고 있었는데요. 범인들은 현금 수송 차량에 총을 쏘았고 이 중 2명은 피하였는데 끝까지 저항하던 은행 담당자는 결국 총에 맞게 되었습니다. 이후 범인들은 현금 3억 원이 든 가방을 탈취해 도주했습니다.
◆이원화: 이 사건 자체도 굉장히 충격적이지만 총에 맞으셨다는 분 이분이 궁금한데요. 이분은 좀 괜찮으셨나요? 어떤가요?
◇전수련: 네. 총에 맞은 은행 담당자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안타깝게도 과다 출혈로 사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나 이 은행 담당자는 과장 직책으로서 평소 인망이 두터웠던 직원이었던지라 다른 은행 직원들의 충격도 컸다고 합니다.
◆이원화: 사실 2001년이라고 하면 얼마 안 된 것 같지만 무려 24년 전 일이거든요. 그리고 미국에서 발생한 사건도 아니고요. 한국이기 때문에 총기를 지닌 강도가 은행 현금을 턴다는 게 진짜 무슨 영화도 아니고요. 상상이 잘 안 돼요.
◇전수련: 맞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일반인에게는 총기가 허락되지 않은 국가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충격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범행에 사용된 총의 탄창을 조사한 결과 경찰이 사용하는 총알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원화: 범행에 사용된 총이 경찰이 소지하던 총이었다, 이건가요? 그러면 이걸 어떻게 봐야 되죠? 경찰이 범인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전수련: 아닙니다. 총 자체는 경찰의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범인은 아니었고요. 이 이야기를 하려면 이 사건 두 달 전에 발생했던 사건부터 좀 찬찬히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시 범인은 대전에서 도보로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뒤에서 차로 들이받고 권총을 탈취했었습니다.
◆이원화: 범인들이 설마 은행 현금을 털기 위해서 몇 달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를 해 왔다 이건가요?
◇전수련: 네 맞습니다. 만약 경찰관이 습격을 당한 후에 총기가 탈취된 사건이 그때 해결되었더라면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은행 직원이 사망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참 안타까운 일이죠. 경찰은 이후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범인을 특정할 지문이나 단서도 없었고 목격자도 없었기 때문에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원화: 그렇죠. 사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CCTV 같은 것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는 그런 상황까지는 아니었거든요.
◇전수련: 네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로서는 달리 증거가 없어서 단지 몽타주를 만들고 당시로서는 굉장히 큰 돈인 2천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면서 수사를 이어갔다고 하는데요. 당시 경찰이 용의선상에 올린 사람만 5천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원화: 용의선상에 5천 명이요? 어마어마하네요.
◇전수련: 네. 경찰은 은행 직원, 경비 업체 관계자 유사 전과자뿐만 아니라 하다 못해서 비디오 대여점에서 경찰관 피습 장면이 담긴 영화를 빌린 사람까지도 조사했다고 합니다. 또한 범행에 이용된 차량이 경기도 수원에서 도난당한 차량이었기 때문에 경찰들은 범행 전에 수원에서 대전을 오간 모든 차량의 고속도로 통행권까지 수거해서 일일이 이 지문을 다 감식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 누구에게서도 용의점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사건은 이제 점차 장기화되었는데요. 그러다 사건 발생 8개월 만에 단서가 하나 포착되었습니다.
◆이원화: 어떤 거였죠?
◇전수련: 한 술자리에서 20대 남성이 자신의 지인이 이 사건 범인이라고 마구 떠들어 댔던 것이죠. 이를 근거로 경찰은 당시에 20대였던 송 모 씨 등 3명의 용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이원화: 검거가 됐다니 다행인데요. 혹시 이 사람들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나요?
◇전수련: 네. 경찰은 수사를 통해서 그 20대 송 씨가 사건 발생 두 달 전에 권총을 구입했었고 수원에서는 그랜저 승용차도 훔쳐갔다는 진술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확보한 건 이러한 자백이 전부였다는 게 바로 문제였습니다. 검거된 3명 중 2명은 일관되게 처음부터 범행을 부인했으며, 검거 초기에는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범행을 자백했던 송 씨마저 결국 진술을 뒤집었습니다. 이들이 훔쳤다는 현금이나 범행에 이용했다는 권총의 소재도 사실상은 확인되지 않았고요. 결국 송 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즉 영장실질심사 당시에 경찰의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을 한 것이었다고 밝혔고, 이로 인해서 법원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면서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여서 송 씨 등 일행들은 결국 모두 풀려나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송 씨 등이 자백을 했다는 내용이 원래 우리가 알고 있었던 사실 관계랑은 다른 측면이 있긴 한 것 같아요. 권총도 원래는 경찰이 사용하는 권총이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권총을 구입했다고 하니까 사실 사실관계가 맞는 건가 싶긴 하거든요. 근데 어쨌든 이 사람이 범행을 자백을 했다 그리고 또 술집에서 이 사람이 자기 지인이 이 사건의 진범이다라고 떠든 사람까지 있었다는 거 이런 상황까지 다 감안을 하면 또 진범이 뒤늦게 와서 자백 이외에 다른 증거가 전혀 없으니까 드러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갑자기 말을 바꾼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또 들기도 하고요. 실제 범인들이었는데 뭐 증거가 확실치 않아서 잡아놓지 못한 건지 아니면 진짜로 경찰이 무리한 수사로 애먼 사람들을 괴롭혔던 건지 사실 뭐 오리무중인 상황인 거네요.
◇전수련: 맞습니다. 당시로서는 그래서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경찰과 과학수사팀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원래라면 아시다시피 공소시효가 2016년 12월에 만료가 되는 건데 그 살인죄에 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일명 태완이법으로 인해서 공소시효의 제약을 받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경찰로서는 우선 사건을 계속 추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신 거 보니까 여전히 범인을 잡지 못한 상황인 건가요?
◇전수련: 아닙니다. 2022년 8월 25일 사건 발생일로부터 21년 만에 대전 경찰청 미제 사건 전담팀에 의해서 용의자 2명을 드디어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은 재수사에 돌입하면서 손수건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를 채취해서 대조하던 중에 충청북도에 있는 한 불법 게임장에서 채취했던 유전자와 일치하는 사람을 발견했고, 이후 해당 불법 게임장에 출입했던 무려 1만 5천 명의 사람들을 모두 수사한 끝에 이정학이라는 인물을 용의자로 특정하여 대전광역시에서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이원화: 앞서 용의자로 특정했다는 5천 명의 인원도 상당하다 싶었는데 1만 5천 명의 사람들을 수사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싶네요. 이번에는 제대로 된 자백 받아냈나요?
◇전수련: 다행히 이번에는 제대로 된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정학을 취조한 끝에 사건에 대한 자백과 더불어서 공범인 이승만이라는 자와 함께 범행을 했다는 내용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원화: 공범에 대해서도 드디어 털어놨군요.
◇전수련: 다행히 그렇습니다. 이후 경찰은 이 이승만이라는 작가지 정선에서 검거하면서 마침내 사건 발생 21년 만에 그때 당시에 범인이었던 두 사람을 모두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이 둘이 굉장히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알려졌는데요. 그러니까 은행 직원을 총으로 쏴 죽인 사람이 누구냐 서로 내가 안 했다 이렇게 책임을 미룬 것 같은데요.
◇전수련: 네. 사건 이후 둘은 서로가 총을 쏜 것이라며 살인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강도 살인죄는 이 공소시효가 없기 때문에 처벌의 대상이 되는 데 반해서 강도죄 자체는 공소시효를 받기 때문에 어쩌면 일부 처벌을 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화: 네.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됐습니까?
◇전수련: 1심 재판부는 군인 출신이었던 이승만을 총을 잘 쐈던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주범으로 보았고, 이승만에게 대해서 무기징역 그리고 이정학은 단순히 범행에 가담한 것이라고 보아서 20년의 형을 선고하였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논란이 되었던 실행자의 역할과 사건의 법적 쟁점들이 일부 검토가 되었고 2명 모두 결국 무기 징역을 선고하는 것으로 바뀌었죠. 이에 대해서 범인들은 모두 상고를 했으나 최종 대법원에서도 역시 항소심과 같은 무기징역이 확정되었습니다.
◆이원화: 둘의 형량이 같은 걸 보면 공모 공동정범이었다. 이렇게 아마 판단을 한 것 같아요. 맞습니다. 똑같이 무기징역이 나왔으니까 애초에 둘이 옥신각신 싸울 필요도 없었던 것 같은데. 그쵸?
◇전수련: 맞습니다. 법적으로는 두 사람 모두 살인 행위에 관여한 공범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책임을 지는 게 당연했습니다. 이 사건은 과학 수사의 발전과 법의 지속적인 개선 그리고 경찰의 끈질긴 수사가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특히 태완이법과 같은 법적 제도가 없었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사건을 해결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결국 정의는 시간이 지나도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원화: 사건 X파일. 오늘은 대전 도심 한복판에서 은행 직원을 권총으로 살해한 뒤 거액의 현금을 훔쳐 달아났던 대전 현금 수송차 권총 강도 사건 살펴봤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작은 단서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고 끝끝내 범인을 잡아낸 수사 당국의 의지가 빛을 발한 사건 아니었나 싶은데요. 죄를 지었으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겠죠.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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