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손톱에 조잡하게 칠해진 매니큐어와 한 남자의 수상한 쇼핑

시신 손톱에 조잡하게 칠해진 매니큐어와 한 남자의 수상한 쇼핑

2025.04.04. 오후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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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4월 4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안수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오늘 소개해 드릴 이 사건은요.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경기 포천에서 발생했던 사건입니다. 당시 중학생이던 한 소녀가 누군가로부터 잔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됐는데,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는 미제 사건이기도 하죠. 과연 지금이라도 우린 이 범인을 잡아 이 여중생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요? 여타 다른 날과 다를 게 없는 너무나도 평범했던 하루였습니다. 엄 양 역시 학교를 마치고 친구 4명과 함께 근처에 살던 친구의 집으로 놀러 갔다고 하죠. 그렇게 한두 시간가량 지났을 쯤 곧 집에 도착한다던 엄 양은 전화 통화 후 3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기척이 없었습니다. 엄 양을 기다리던 어머니는 걱정에 휩싸였죠. 이대론 안 되겠다는 생각에 곧바로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군인이던 엄 양의 아버지의 협조 요청에 인근 군부대까지 동원돼 엄 양을 찾아 나섰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성과는 없었죠. 하지만 많은 이들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실종된 지 100일이 다 되어갈 무렵 엄 양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엄 양의 시신에서 모두가 경악할 만한 이상한 단서가 하나 발견됐죠. 그건 바로 빨간색 매니큐어였습니다. 엄 양은 평상시 매니큐어를 일절 바르지 않았다고 하죠.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은 뭐였을까요? 사건X파일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안수진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안수진 변호사(이하 안수진):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안수진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매주 금요일 잊어서는 안 될 미제 사건들 골라서 전해드리고 있는데 오늘 이야기 나눠볼 미제 사건은 포천 여중생 살인 사건이죠

◆안수진: 네 맞습니다. 2003년 11월 포천에 살던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실종되었다가 결국 살해된 채 발견되었던 사건인데요. 시신 발견 당시 피해자의 손톱과 발톱에 범인이 바른 것으로 추정되는 붉은색 매니큐어가 확인되어 포천 매니큐어 살인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사건입니다.

◇이원화: 그러니까요. 빨간 매니큐어가 발라져 있다고 해서 굉장히 기괴하고 섬뜩한 느낌마저 주던 그런 사건으로 기억하는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하나씩 좀 살펴보죠.

◆안수진: 사건 당일 오후 4시경 피해자는 하교 후 친구 4명과 함께 학교 근처에 있는 조 모 군의 집에서 놀다가 오후 6시경 집을 나섰습니다. 피해자는 어머니와 약속하였던 귀가 시간이 늦어 지름길로 가고자 골목길에 접어들었는데요. 이후 피해자는 6시 18분경 어머니에게 본인의 휴대전화로 엄마 나 곧 들어갈 거야라고 말한 뒤 3시간이 넘도록 집에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이원화: 친구 집에서도 엄 양의 집까지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안수진: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피해자가 방문한 친구의 집은 학교 근처였고 학교에서 피해자의 집까지는 약 800m로서 10분 내외로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습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금방 온다는 피해자를 위하여 식사를 차려두고 기다렸으나 딸이 오후 9시가 지나도록 집에 오지 않고 휴대전화 연락마저 두절되자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였습니다.

◇이원화: 저도 딸 키우는 입장입니다만 아이가 몇 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된다. 올 시간이 됐는데 좀 늦는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거든요. 제정신이 아닐 것 같아요.

◆안수진: 사실 가족 구성원 중 누구라도 특별한 이유 없이 오래 연락이 되지 않으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데요. 이 사건 피해자의 경우 경찰에서는 피해자 어머니의 실종 신고를 접수 받은 즉시 수색에 돌입하였고, 피해자의 부모님 역시 신장 155cm, 체중 38kg 단발 머리에 머리를 뒤로 묶음, 중학교 교복 착용, 흰색 운동화, 분홍색 머리띠 착용 등 피해자의 외향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전단을 15만 장가량 제작하여 포천 시외버스 터미널 등에 부착하였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를 발견하였다는 제보 연락은 거의 한 달의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고, 특별한 수사 진척 상황도 없었습니다.

◇이원화: 한 달이 거의 다 되도록 엄 양을 찾지 못했다는 건가요?

◆안수진: 그렇습니다. 피해자가 실종된 때로부터 23일이 경과했을 무렵 처음으로 피해자의 소 소지품이 발견되었는데요. 피해자의 집에서 8km가량 떨어진 도로 공사 현장 쓰레기 더미 위에서 피해자의 가방, 신발, 양말, 교복, 넥타이, 노트 등 소지품 13점이 발견되었습니다. 한 방송사를 통하여 알려진 사실인데 피해자의 소지품을 발견하기 전 담당 수사관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고 합니다. 실종된 피해자의 전화번호로 걸려온 것이었습니다. 담당 수사관은 전화를 받았으나 그와 동시에 상대방은 전화를 끊어버렸고, 다음 날 재차 걸려온 전화를 받았을 때 상대방은 피해자의 전화를 주운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설명하였습니다. 담당 수사관이 포함된 수사팀은 휴대전화를 주었다는 장소를 찾아가 피해자의 소지품 13점을 발견하였고, 그로부터 또다시 한 달여가 지났을 무렵 또 다른 도로 공사 현장 근처 쓰레기 더미에서 피해자의 운동화가 발견되었습니다.

◇이원화: 엄 양이 사라진 장소 첫 번째 소지품이 발견된 장소 다 다른 걸 보니 범인이 마치 나 잡아봐라 하는 식으로 경찰을 좀 농락하고 있다 이런 느낌도 드는 것 같거든요.

◆안수진: 실제로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은 범인이 경찰을 가지고 놀기 위해서 피해자의 소지품들을 쓰레기 더미 위에 던져놓은 것 같아 받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군인이었던 피해자의 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경찰의 수색에 더불어 군부대까지 동원돼서 피해자의 학교와 집 근처는 물론 포천 야산과 남양주, 구리, 양주, 의정부 일대까지 수색 작업이 이루어졌으나 피해자를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색에 나섰던 경찰이 피해자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혹시 엄 양이었나요? 신원 파악이 됐습니까?

◆안수진: 경찰은 오전 경 낚시터 맞은편 배수로 앞을 지나가던 중 사람의 발바닥 같은 것이 보여서 접근했다가 시신을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당시 시신은 지름 60cm, 길이 7.6m의 콘크리트 배수로 안에 양손은 얼굴 쪽으로 모으고 다리는 배 쪽으로 웅크린 자세에 나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시신이 얼굴에서부터 가슴까지 훼손이 심해 신원을 알아보기는 어려웠으나 경찰은 몸에 있는 화상 및 수술 자국을 바탕으로 피해자의 시신이라는 점을 특정하였습니다. 당시 피해자가 실종된 지 96일 만이었습니다.

◇이원화: 시일은 많이 지났습니다만 혈흔이라든지 사망했다는 흔적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아 돌아오길 바랐는데 결국에는 사망한 채 발견됐군요.

◆안수진: 네 그렇습니다.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었을 당시 일부는 TV 포장 박스로 가려져 있었는데요. 경찰은 피의자의 시신이 살해 직후 유기된 것이 아니라 8시간가량 지난 이후에 유기된 것임을 알게 되자 현장에서 함께 발견되었던 TV 포장 박스에 피해자를 넣어 운반한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수소문 끝에 최종적으로 박스를 운반한 배송 직원을 찾아내었으나 해당 직원은 배수로 근처에 박스만 버렸을 뿐이라고 말하였고, 알리바이까지 같이 오셨습니다. 해당 TV 포장 박스 이외에는 현장에선 범인을 추적할 만한 특별한 단서가 없어서 수사는 또다시 난항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사인이라도 알면 뭔가 도움 될 만한 게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안수진: 피해자에게는 특별히 결박되었던 흔적이나 외상은 없었으며, 손이나 끈 등으로 목을 조른 상황도 없었습니다. 특히 나체 상태로 발견되어 성폭행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태였으나 검사 결과 정액 반응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피해자의 시신 특히 상반신이 크게 훼손된 채 발견되어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가려내지는 못하였습니다. 다만 피해자의 손톱과 발톱 전부에 칠해진 붉은색 매니큐어가 상당한 특이 사항이었습니다.

◇이원화: 이제 나오는군요. 빨간 매니큐어

◆안수진: 네 맞습니다.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는 사실도 상당히 의아한데 자세히 살펴보면 더욱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통상 매니큐어를 칠하는 경우라면 손톱의 세로 방향, 즉 손톱 결대로 칠하게 되는데, 피해자에게 칠해진 매니큐어는 가로 방향으로 발라져 있었으며, 손톱 주변까지 매니큐어가 묻어 있을 정도로 조잡하였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점은 피해자가 살해당한 이후 해당 매니큐어가 칠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사후의 손톱 및 발톱을 깎은 흔적까지 확인되었습니다.

◇이원화: 변태 성욕자 같은 느낌도 나고요.

◆안수진: 네 전문가들 역시 범인이 왜곡된 성의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하였습니다. 특히 범인이 피해자의 손발톱을 잘라간 점과 피해자의 속옷, 스타킹 이름표가 끝끝내 발견되지 않은 점을 종합해서 범인에게 피해자의 물품 등을 수집하는 성향이 있을 가능성도 점쳐졌습니다. 경찰은 범인을 잡겠다는 일념하에 직접 손톱에 붉은색 매니큐어를 칠해 보기도 하고, 아예 수사 본부를 꾸려 포천에 유통되는 약 60여 가지의 붉은색 매니큐어를 전부 확보해서 피해자의 손발톱에 칠해진 매니큐어와 대조해 보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렇다 할 수확은 없었습니다. 이후 한 탐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피해자가 실종되었을 당시 그와 유사한 시기에 한 남성에게 매니큐어를 판매한 기억이 있다는 화장품 가게 직원이 등장하였는데요. 해당 직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밤에 오더니 빨간색 매니큐어 2개를 놓고 어느 게 색이 더 진해요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부인이 시켰더라면 우리 아내가 어떤 색깔 좋아하지 뭐 이렇게 골랐을 거 아니에요? 근데 그런 게 없었고, 거기서 3년 정도 일했었는데 단 한 번도 남자가 빨간 매니큐어를 사간 적은 없었어요라고 진술하였습니다.

◇이원화: 정말 수사 당국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습니다.

◆안수진: 맞습니다. 최선의 노력을 해도 가시적으로 진척 사항이랄 게 없으니 너무나도 답답 그랬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이 사건을 담당하였던 수사반장이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였다는 죄책감과 중압감으로 인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를 잃었고, 이후 순직으로 인정된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사건의 특별한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16년의 시일이 흘러가던 중 포천경찰서에 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이원화: 16년 만에 어떤 제보였죠?

◆안수진: 제보자는 2003년 포천에서 차량 납치를 당했던 사람이었는데요. 당시 제보자가 납치 피해를 입은 직후 피해자의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제보자를 납치한 자와 피해자를 살해한 자가 동일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경찰에 연락을 취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제보자는 피해자가 실종되기 불과 일주일 전 저녁 무렵 걸어서 귀가하던 중 낯선 흰색 차량이 다가와 동승을 권유하자 이에 응하였는데 도착지에서 내려달라고 해도 운전자가 문을 잠근 채 계속 운전을 했고 결국 직접 문을 열고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렸다고 하는데요. 그로부터 일주일 뒤 피해자를 찾는다는 현수막을 본 제보자는 아 그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으나 곧 검거가 될 거라는 생각에 곧바로 제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보자는 시일이 지나면서 피해자의 부모님을 생각할수록 미안한 마음에 늦게나마 용기를 내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엄 양을 살해한 사람과 자신을 해하려던 사람이 동일 인물인 것 같다라고 느꼈다는 거죠?

◆안수진: 그렇습니다. 경찰은 제보 이후 제보자에 대한 최면 수사를 진행하였는데 제보자는 차량 뒤쪽에 가죽 가방과 카키색 점퍼가 있었다는 점, 운전자의 손톱에 투명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으며, 전반적으로 피부가 밝고 키는 170에서 175cm 사이의 호리호리한 체형이었다는 점, 흰색 차량 공업사에서 나와 제보자를 따라왔으며, 번호가 경기 735 무슨 번이었다는 점 등 상세히 진술을 하였습니다. 이후 경찰은 제보자의 묘사를 토대로 몽타주를 제작하였는데, 해당 몽타주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되자 약 반 년간 경기 북부경찰청 미제 사건 전담 수사팀에 약 90여 건의 목격담 제보가 접수되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한편 제보자의 진술로 특정된 공업사를 직접 찾아갔으나 전산 기록의 한계로 인해서 2006년 이후 해당 차량이 공업사에 방문한 기록을 토대로 차주를 특정하였습니다. 다만 당시 해당 차량을 몰던 차주는 직업상 사건 당시 포천에 있을 수가 없었으며, 외양 또한 제작된 몽타주와는 크게 상의하였다고 합니다.

◇이원화: 사건이 발생한 게 2003년인데 그때와 비교해 보면 현재 DNA 감식 기법이 굉장히 많이 발전했잖아요. 당시 피해자의 유류품에서 그때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쓸 만한 DNA를 감식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감도 좀 있긴 합니다.

◆안수진: 네 물론입니다. 특히 소위 태원이법이라고 불리는 2015년 형사소송법 개정 시행안으로 인하여 해당 시행일 전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살인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됨에 따라 지금이라도 범인이 잡힌다면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데요. 지속적으로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아서 하루라도 빨리 범인이 마땅한 죗값을 치를 날이 오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이원화: 사건X파일. 오늘은 포천 여중생 살인 사건 짚어봤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22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만 수사 당국은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하죠. 그렇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죠. 이제 사건 팀은 이 시간에도 아주 작은 제보라도 전해지길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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