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국민연금 수탁자 위원회, 원칙 바로 세워야 오해 없을 것

[생생경제] 국민연금 수탁자 위원회, 원칙 바로 세워야 오해 없을 것

2019.04.05. 오후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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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박상인 서울대 교수


[생생경제] 국민연금 수탁자 위원회, 원칙 바로 세워야 오해 없을 것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한 달에 한 번 모시는 두 분입니다. ‘신박세상’의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님, 그리고 서울대 박상인 교수님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 박상인 서울대 교수(이하 박상인)> 네, 안녕하십니까.

◆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이하 신세돈)> 오랜만입니다.

◇ 김혜민> 우리가 나눌 첫 번째 얘기. 국가 부채 문제입니다. 국가 부채가 사상 최대, 무려 1682조 원을 기록했는데요. 2017년보다 126조 9000억 원, 8.2%가 증가했어요. 이게 이렇게 들으시면 청취자분들이 감이 안 오실 것 같아서 나라 빚을 인구수로 나누면요. 1인당 국가부채가 3260만 원꼴이라고 합니다. 이게 사상 최대하고 하는데, 어떤 수준입니까?

◆ 박상인> 일단 국가부채라는 게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서 볼 수가 있습니다. 하나가 일반적으로 흔히 말하는 국가 채무라는 것 하나하고요. 연금 충당 부채라고 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번에 많이 120조 늘어난 것의 95조 가량이 사실은 연금 충당 부채고요. 국가채무 자체는 20조 정도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국제적인 비교를 할 때 쓰는 것은 국가 채무만 가지고 사실 하고요. 연금 충당 부채는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가채무만 보면 GDP의 60% 정도 조금 넘는 수준이다. OECD 평균보다는 양호하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고요. 다만 연금 충당 부채가 많이 쌓이고 있는 것인데, 이것은 미래의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4대 연금이죠. 공무원 연금이라든지, 군인 연금이라든지, 그런 연금들을 미래의 우리에게 정부가 주기로 계약 단계에서 확약했기 때문에 그것을 채무로 계산하는 겁니다. 이것은 국가별 비교에는 사실 안 들어가고 별도로 계산하는데, 저희가 발표할 때 국가 부채라고 하면 국가 채무와 연금 충당 부채, 두 가지를 합쳐서 1700조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 김혜민> 국가부채가 국가 채무와 연금 충당 부채로 나뉘고, 국가채무 수준은 괜찮다고 평가를 해주셨어요. 신 교수님도 동의하세요?

◆ 신세돈> 그렇죠. 1700조,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아까 박 교수님이 설명하셨지만, 공무원들한테, 또 군인들한테, 그분들이 돌아가실 때까지, 혹은 가시고 나서도 배우자한테 줘야 하는 의무적, 법률적 부채가 있거든요. 그것을 미리 다 당겨서 계산한 돈이기 때문에 이보다 더 클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습니다. 부채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과장된 면이 있고요. 엄격한 의미에서 채무도 좁게 보느냐, 예를 들면 국가를 뭐로 보냐는 거죠. 국가를 중앙부서하고 지방자치단체만 놓고 볼 것이냐, 아니면 정부가 투자하거나 출자한 공기업까지 다 할 것이냐. 핵심적인 게 한전 부채 같은 거죠. 이것을 포함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GDP의 60%가 될 수도 있고, 한전을 빼면 더 작아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 김혜민> 지금은 포함한 건가요?

◆ 박상인> 안 된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국가채무죠. 국가채무도 세 가지 정도로 나눠서 조사를 합니다. 이번에 발표한 것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거고요. 그다음에 비영리 공공기관까지 포함해서 일반 정부 부채라고 정의하고요. 신 교수님이 말씀하신 공기업까지 포함하면 공공부문 부채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공공부채까지 합치더라도 아마 작년 통계인데요.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닙니다. 국가채무가 작년에 660조였는데, 공공까지 합쳐서는 1000조가 조금 넘는, 400조 정도가 늘어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신세돈> 아직까지는 그게 국가부채든, 공공부채든 견딜 만한 수준이고, 다만 여기에서 아직 괜찮다고, OECD 국가에 비해서 괜찮은 수준이니까 맘 놓고 쓰자, 맘 놓고 빚을 늘리자, 이것은 곤란하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 박상인> 거기에 한 가지 제가 덧붙여 얘기하자면, 부채라고 하는 것은, 경제학에서 얘기하면 스탁 개념이고요. 플로어 개념으로 말하는 것이 재정 수지죠. 통합 재정 수지, 관리 재정 수지,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요. 보통 외국하고 통계를 낼 때는 통합 재정 수지를 냅니다. 그러면 우리는 통합 재정 수지는 흑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OECD 대부분 국가가 적자인데요. 이 통합 재정 수지에는 이른바 4대 보험, 공무원 연금뿐만 아니라 고용 보험이라든지, 이런 것까지 다 포함하는데, 이게 들어가서 여기서 더해지니까 흑자가 나오는 거예요. 이 4대 보험을 빼버리면 관리 재정이라고 하는데, 관리 재정은 사실 적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요. 그러면 왜 4대 보험을 포함해서 통합 재정은 흑자가 나오느냐? 지금 아직까지 우리는 다른 OECD 국가에 비해서 역사가 짧아서 모아둔 돈이 더 많아요. 나가는 돈보다요. 이제 앞으로 지나면 모아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 관리 재정보다 통합 재정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고요. 나빠진 그것이 쌓이기 시작하면 국가 재정이 늘어나는 것이죠. 그런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 단지 지금 수준만 가지고 될 것은 아니고요. 그리고 고령화 문제라든지,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부채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 김혜민> 부채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나온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부가 연금 충당 부채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 저금리 때문이라고 설명을 했어요. 그러면 금리를 올리라는 얘기인가요? 이런 접근 어떻게 생각하세요?

◆ 신세돈> 회계적으로 금리가 낮으면 낮을수록 미래에 계속해서 내야 할 돈이나, 또는 미래에 들어오는 돈이 현가를 할 때, 당겨서 지금 가치로 환산할 때, 금리가 낮을수록 이게 폭발적으로 증가해요. 그래서 금리가 낮으니까 미래의 지급 의무를 환산한 부채가 커진다고 하는 건데요. 아까 박 교수님이 지적한 것은 그런 금리의 차원이 아니고, 예를 들어서 우리가 연금도 내고, 여러 가지 내지 않습니까? 보험료도 내지 않습니까? 낼 때는 그 돈이 정부에 계속 쌓여요. 그런데 나중에 나갈 때가 되면, 들어오는 돈에 비해 나가는 돈이 폭발적으로 커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4대 보험들이 지금은 통합 재정 수지에서 상당히 흑자 요인이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이게 어마어마한 적자 요인이 되면, 관리 재정 적자는 몇 년째 적자거든요. 게다가 통합마저 적자가 되면, 양쪽 다 적자가 되니까 순식간에 우리 국가 부채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지금서부터 조금 신경을 쓰면서 조심하며 재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그런 이야기죠.

◇ 김혜민> 그러니까 단순히 금리를 올리고, 내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간으로 보고 해야 한다는 거군요.

◆ 신세돈> 그렇죠.

◆ 박상인> 이것은 굉장히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시는 거고요. 우리가 미래에 돈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가치로 환산을 하게 되는데요. 그러면 금리를 계산해서 현재 가치로 하는 거죠. 똑같은 미래에 나가는 돈을 현재에 평가하는 게 현재 금리에 따라서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이게 기술적으로 바뀌어서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였다는 의미고요. 앞으로 금리가 바뀌면 현재 가치가 바뀌기 때문에 이것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죠.

◆ 신세돈> 그래서 아까 정부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저의는 제가 잘 모르겠으나 그분의 말씀이 그러므로 충당 부채의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 금리를 올리자, 이런 이야기는 아니라는 거죠.

◇ 김혜민> 최근에 미국이 금리 동결을 하고, 트럼프가 금리 인하를 하라고 압박을 하니까 미국도 금리 인하하는 것 아니냐, 그러면 우리도 인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니까요. 저 같은 서민은 금리에 예민합니다. 제 대출이자가 더 중요해요. 이 금리에 대한 두 분의 생각이 궁금해요.

◆ 신세돈> 자꾸 인하로 그렇게 몰아가면, 자꾸 최경환이 생각난다니까요. 금리가 낮은 것도 좋지만, 금리가 낮으면 생기면 부작용이 심하잖아요. 우리 그 부작용을 앓고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 미국의 백악관이 금리를 낮춘다고 압력을 넣는다고 해서 우리도 따라 내릴 것은 아니고,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봐요.

◆ 박상인> 저도 동의하고요.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효과는 지금 몇 년을 보더라도 그다지 있는 것은 아니고, 가계 부채를 증가시킨다든지, 은퇴하신 분들의 연금 금리 같은 것이 떨어져서 수입이 떨어지는 그런 문제들. 그래서 오히려 큰 득은 없었던 것 아니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고요. 그다음에 연금 충당 부채 관련해서 하나만 더 말씀을 드리면, 이것을 따로 국가채무하고 분리해서 계정을 만들어서 얘기하는 이유는 연금 충당 부채가 너무 크다고 하면, 지난번에 한 번 한 것처럼 공무원 연금 개혁과 같이 연금 받는 돈은 줄이고, 연금 내는 돈은 올리고, 하는 그런 조정을 하게 됩니다. 이게 국가 채무라고 했을 때 정말 갚아야 하는 돈하고, 연금 충당 부채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그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고요. 또 하나는 공무원 연금이나 이런 연금들은 공무원은 국가가 고용한 피고용자죠. 이 사람들에 대해서 직장에서 퇴직연금 주듯이 국가가 부담하는 겁니다. 사업주처럼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 하나하고, 그다음에 외국의 경우, 미국 같은 경우는 유럽도 점점 그렇게 가는데요. 기업 연금이라든지, 퇴직 연금, 공무원 연금이 DB 형태로 하고 있어요. 수익을 정부가 보장해주는 식으로 해서 수익률을 조절해주는 식으로 하는데요. 그것보다 DC로 가야 한다. DC로 가게 되면, 연금의 운영 자체가 퇴직을 할 공무원, 혹은 노동자들이 조금 더 주도권을 가지고 하게 되고요. 거기에 따라서 금리라든지, 자본시장의 변동에 따른 수익이나 차익 부분이 정부의 부담으로 가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가 연금 지급 방식 자체를 기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시점이 곧 올 것이다, 라는 생각입니다.

◇ 김혜민> 지금 기업에서는 퇴직연금을 아까 말씀하신 DB 확정급여형, DC 확정기여형, 이렇게 나눠서 운영하고 있고, 대부분 DC로 많이 하니까요. 정부에서 하는 연금도 어떻게 보면 퇴직금이니까 DC 쪽으로 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공무원 연금, 국민연금 개혁 방안까지 교수님이 말씀해주셨어요. 신 교수님, 이 부분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있으세요?

◆ 신세돈> 저는 대상자가 아니어서 할 말이 없고. 다른 연금과 비교해서 봤을 때 공무원 연금이나 군인 연금이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다. 지금 어마어마한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모든 국민들이 다 부담하는데, 그 모든 국민이 공무원이나 군인이면 몰라도 그중에는 일반 국민연금을 받는 민간인들이 많단 말이죠. 그런 차원에서 보면, 공무원이나 군인이 아닌 분의 연금은 형편없이 작은데, 군인이나 공무원 같은 경우에는 고위직을 했다고 해서 받는 돈을 보니까 400만 원, 500만 원씩 받는다? 그것은 너무 불공평하다,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형평성을 제고하는 쪽으로 국민연금을 올리든지, 공무원 연금을 낮추든지 하는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김혜민> YTN 라디오 생생경제, 한 달에 한 번 모시는 분들입니다.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님, 서울대 박상인 교수님과 함께 국가부채 이야기 나눴고요. 그리고 연금. 공무원 연금, 군인 연금 이야기까지 나눴습니다. 추경 이야기 해볼게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요? 어느새 추경은 당연히 하는 과외 지출 정도로 둔감해진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두 분은 어떠십니까?

◆ 신세돈> 저는 정신없이 추경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게 이게 IMF라는 친구들이 와서 제 허락도 없이요. 제가 그래서 IMF 규정을 다 들여다봤어요. 아마 제 4조 같아요. 정학하게는 기억이 안 나는데, IMF 대표단이 와서 연례로 하는 게 4조인데, 4조의 내용을 보니까 IMF 협의단이 와서 주로 조사를 하는 내용이 국제 수지에요. 그러니까 국제 수지에 관해서는 연례 협의를 할 수 있으나 거시 경제가 어떻고, 이런 이야기는 월권이란 말이에요. 그런 것을 늘 해 왔어요. 그러더니 이번에는 와 가지고 엉뚱하게 추경을 해야 한다. 그것도 꼭 집어서 GDP의 0.5%인가 지목했단 말이에요. 이것을 받아서 정부는 얼씨구나 한 것을 보니까 제 생각에는 사전에 입 맞추기를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게 굉장히 생뚱맞고, 한 대 얻어맞은 것 같고요. 굳이 지금 입장에서 추경을 한다고 하면, 저는 미세먼지가 너무 우리 국민들에게 충격과 불편을 줬으니까 미세먼지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추경은 생각해 볼 수 있다.

◇ 김혜민>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요.

◆ 신세돈> 아니에요. 이번에 나온 이야기를 보면, 추경은 대체로 10조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미세먼지에 1조, 나머지 9조는 거기다가 끼워 팔기 하려는 생각 같아서 저는 추경을 미세먼지에 국한하는 것은 150% 찬성하나, 이번에 미세먼지를 핑계로 해서 끼워 넣는 것은 반대다, 그런 생각입니다.

◇ 김혜민> 일단은 제가 언론에서 나온 팩트를 전해드리면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예상 규모가 IMF 권고 수준에까지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9조 원 정도 될 것이라고 했고요. 미세먼지를 사회 재난에 포함시키는 재난 안전법을 비롯한 미세먼지 관련 8가지 법 개정에 따른 소요를 재정적으로 시급히 뒷받침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은 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그것은 1조에 불과하다고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 박상인> 먼저 신 교수님께서 얘기하신 IMF가 와서 이번에 기자회견을 했는데, 제가 IMF에 근무했던 분한테 물어봤습니다. 기자회견을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는데, 언제 기자회견을 하느냐? 연례 협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해서 발표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싶으면 하게 하고, 아니면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재정 확대를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아마 협의 과정에서 이야기가 나오니까 기자회견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준 것이 아닌가, 그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 김혜민> 맞네요.

◆ 박상인> 그리고 GDP의 0.5%, 9조~10조 정도를 이야기했는데, IMF가 이야기한 것은 우리가 지금 2.6~2.7% 목표치를 잡았는데, 지금 경제 상황으로 봐서는 이게 어려울 것 같다. 그러니까 0.5% 정도 두면 떨어질 것 같다는 의미죠. 실제로는 2.2% 정도 될 것 같아 보이니 0.5% 올리려면, 추경을 통해서 올려야 한다. 그게 단순한 이야기였던 것 같고요. 정부가 그것을 받아서, 사실 추경은 법적으로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까지 법을 정말 안 지켰어요. 엄격한 기준을 굉장히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추경을 남발해왔죠. 이번에도 또 비판을 받으니 미세먼지 겸, 또 IMF를 핑계로 해서 하고, 정치적으로 이런 여야 간의 담합, 야합이죠. 야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내년이 총선인 거죠.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의 예산들을 의원들이 다 원할 것이라는 것이죠. 그러니까 쉽게 추경 규모를 키워서 할 수 있는 요인들이 있다. 이게 정말 저는 걱정스러운 것이 과연 추경을 통해서 우리가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단순하게 총 수요 부족에 의한 경제 후퇴라고 봐야 할지. 조금 더 본질적인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할지에 따라서 추경이나 경기 부양책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경기 부양을 통해서 한국 경제 문제가 해결될 수준이라도 진단하는 전문가, 정치인들조차 없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이런 대규모 추경을 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 김혜민> 예타 문턱 낮추는 것도 총선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많이 받고 있잖아요. 이렇게 예산 확대도 그럴 수 있다. 정치적인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얘기를 하셨어요. 그리고 홍 부총리도 세계 경기 둔화 등 대외 여건이 약화되면서 수출이 4개월 연속 감소해서 수출과 취약계층 30, 40대 일자리 어려움에도 이것을 쓰겠다고 얘기를 했거든요. 일자리 창출에 쓰겠다는 건 말씀하신 대로 돈을 풀겠다는 거잖아요?

◆ 박상인> 단기 일자리가 돼죠. 이번에 어르신들 단기 일자리 왕창 예산 써서 한 26만 개인가요. 일자리 늘려서 일자리 늘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식으로 일자리를 늘이는 게 수치적으로는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재정을 제대로 쓰는 방법인가, 효과적인 방법인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요. 우리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어려워지고 있어요. 제조업 구조조정 문제가 현안으로 닥칠 게 멀지 않았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그때 참 많은 재정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비축도 생각해야 하고요. 아까 말씀드린 관리 재정을 보면, 재정 수지 부분에서 재정도 생각해서 이번에 확대 재정하자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닌데, 그런 것들을 다 고려해서 스마트한 재정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라는 생각입니다.

◆ 신세돈> 맞아요. 저는 아침 5시 반, 6시쯤 집에서 마포 사무소로 40분 정도 걸어가는데, 도로가 너무 깨끗해졌어요. 보니까 어르신들이 아침 6시에 도로에서 꽁초를 주우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재정 투입해서 일자리 만들어서 도로가 깨끗해지기는 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한편으로 들면서 슬펐던 게 거기 들어가는 돈들이 물론 어르신들에게 용돈은 되겠지만, 아까 우리 박상인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이 계속해서 무너지고 있고, 창원이 무너졌고, 울산이 무너졌고, 거제가 무너지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위해서 살릴 수 있는 돈이 시급하게 투입되어야 합니다. 그쪽은 전혀, 물론 신경을 안 쓰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돈들이 너무 아까워서 도로가 깨끗한 것도 좋지만, 먹거리를 계속 살릴 수 있는 쪽으로 우리 국가 역량이 모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그런 쪽으로 생각을 덜 하시는 것 같아요.

◇ 김혜민> 국가의 재정 상태도 양호하고, 추경도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단지 단순한 경기 부양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데 재정을 썼으면 좋겠다는 두 분의 말씀이셨어요. 구조 문제로 들어가 보죠. 먼저 저는 이 이야기를 두 분한테 듣고 싶었어요. 대한항공 이번에 관련해서요. 이게 정부가 재벌 개혁의 시동을 건 것이다, 라고 분서가는 분들도 계시던데, 어떻게 보세요?

◆ 박상인> 제가 먼저 말씀을 드리면, 이게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두 가지 오해가 있어요. 하나가 스튜어드십 코드가 재벌 개혁을 위한 것이라는 오해가 있고요. 또 다른 오해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국민연금이 도입한 게 연금 사회주의가 되는 것이다. 둘 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몰이해에서 오는 오해고, 어떻게 하면 진영논리에 입각한 생각들이다, 라는 것이죠. 스튜어드십 코드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영국에서 도입됐습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할 때 재무적인 성과들 위주로 봤고, 상당히 수동적인 투자를 했었어요.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가 오고 보니까 금융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하더라. 위험 관리가 안 됐구나. 그래서 보니까 큰 위험들, 장기적인 위험들이 어디에서 오느냐? 환경 문제, 또는 사회적인 책임 문제, 그리고 가버넌스. 기업 지배구조 문제. ESG라는 게 그래서 나온 겁니다. ESG를 장기적인 위험 관리, 또는 조금 더 적극적인 의미에서는 기업 가치를 장기적으로 향상하기 위해서는 ESG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단타 치는 투자하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요. 그래서 도입됐고요. 수탁자, 기탁자, 연금 가입자죠. 우리 국민연금으로 따지면요. 이들의 이익을 위해서 독립적이고, 그리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서 과거의 수동적인 투자자가 아니고, ESG 가치를 위해서 기업의 장기 가치를 끌어올리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도 하겠다고 하는 게 이른바 스튜어드십 코드입니다. 그러니까 영국은 재벌 문제가 없는 나라에요. 그런 의미에서 도입되었고, 일본에서 그것을 아베 정부가 받아들였어요. 연금 사회주의 말씀하시는 분은 아베가 사회주의자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말이 안 되는 소리고요. 아베가 도입해서 일본 공적 연금이 이것을 받아서, 일본 공적 연금은 연금 운용을 위탁해서 합니다. 우리 국민연금은 반반인데요. 위탁할 때 위탁받는, 운용하는 금융 기업이 일본 공적 연금에서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따라야만 돈을 줍니다. 그것을 통해서 어떤 식으로 일본은 더 나아갔냐면, 기업들한테도 기업 가버넌스 코드, 기업 지배구조 코드라는 것을 도입하도록 합니다. 연금이 어떤 주주권 행사를 일본에서는 하게 되냐면, 기업 지배구조 코드를 너희들이 만들고, 그것을 따라라. 그런데 안 따른다면, 우리한테 왜 안 따르는지 설명하라. 그래서 두 가지를 했어요. 하나는 일본은 상호출자를 하고 있는데, 상호출자 이유를 설명하라고 해요. 그다음에 일본은 사외이사가 우리보다 도입이 늦었습니다. 사외이사 도입을 안 해서 잘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달라는 식으로 했어요. 일본 공적연금이 이런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서 계열 체제 하에서 상당한 가버넌스의 진전이 있었고, 그게 기업 가치를 향상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에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영국, 일본을 보고 도입을 국민연금이 했는데, 굉장히 소극적으로 도입된 상태고요. 이번에도 사실 국민연금 자체가 굉장히 소극적으로 적용하려고 해서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여튼 간에 도입된 취지가 우리의 맥락에서 보면, 재벌 총수 일가의 여러 가지 사익 편취, 황제 경영, 이런 문제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방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사익 편취나 황제 경영을 어느 정도 방지한다는 의미에서는 좋은 영향을 하는 거죠. 그러나 이것을 가지고서 재벌 개혁 자체가 목적이어서 도입했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도 아전인수고, 그렇게 되면, 어떤 오해를 사냐면, 정부 정책을 통해서 국민연금을 움직이려고 한다, 즉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의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독립성. 그것이 정부로부터의 독립, 그다음에 경제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재벌로부터의 독립인데, 그것 자체가 무너진다고 하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죠. 이 두 가지가 굉장히 잘못된 오해인데요. 정파적 이해를 가지고 자꾸 그런 이야기들을 양쪽에서 한다. 이것은 정말 지양되어야만 제대로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립되고, 확립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 신세돈> 저는 딱 한 가지만 지적하고 싶어요. 이번에 주주권 행사를 해서 대표이사 한 사람이 못 하게 됐는데, 원칙이 뭐냐는 거죠. 무슨 원칙이냐는 거죠. 만약에 그분이나 그분 자녀들이 뭘 던지고, 이런 식으로 해서 그것을 했다고 하면, 그러면 그 원칙이 모든 기업에 다 동일하게 적용이 되어야 하죠. 그게 아니고, 그분이 이사로 있음으로 해서 수익성에 문제가 생겼다거나 아까 이야기한 대로 사회적인 책임을 못 했다고 하면, 그 원칙을 가지고 적용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원칙보다는 국민 정서, 이런 것을 가지고 편승을 해서 했다. 저는 그래서 굉장히 원칙이 없는 행사일 가능성이 컸다고 보는 거고요.

◆ 박상인> 원칙이 없는 게 아니고요. 원칙은 지침도 있고, 다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만들었는데, 문제는 그 원칙과 지침을 일관성 있게 지키지 않았다는 거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나 기금운용본부 자체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위해서 만들어놓은 원칙과 지침이 있는데, 그 내부 회의 이사결정 과정에서 그것을 지키지 않고, 어떨 때는 이것을 적용하고, 안 하고 하는 식으로 우왕좌왕했기 때문에 제가 많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고요. 그래서 많은 오해들을 사고 있다. 원칙은 뭐냐면, 그런 원칙이 있습니다. 총수가 범죄 행위를 했을 우려로 기업 가치를 훼손시켰거나 또는 주주 권익을 훼손하는 일을 했을 때는 의결권을 행사해서 반대를 하는 식으로 한다는 것이 지침에 나와 있어요.

◇ 김혜민> 지금 조양호 회장이 배임이랑 그밖에 등등 걸려있는 게 있잖아요.

◆ 박상인> 그렇죠. 그러니까 우려의 가능성 있었고, 이미 이전에 일감 몰아주기라든지, 회사 돈을 빼돌려서 집고치고 한 문제, 집행유예 받았지만요. 그게 주주 권익 훼손에 해당하는 거죠. 그래서 대한항공 주총 하루 전날에 그 원칙, 지침에 있었던 내용을 가지고 반대한다고 말을 했어요. 그전에 현대 엘리베이터 현정은 이사를 연임시킬 때는 그 원칙과 지침이 있는데, 무슨 말로 바꿔서 해 버리냐면, 형사 사건에서 아직 판결이 확정이 안 돼서 무죄추정, 그런 것은 없어요, 원칙에. 스튜어드십 코드는 형사 재판이 아닙니다. 현정은 회장도 똑같은 식으로 걸려요. 그래서 사실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밑에 있는 주주권 행사 분과에서는 5 대 4로 반대하기로 했는데, 이것을 기권으로 바꿔버려요. 이 과정에서 어떻게 해서 이게 기권으로 바뀌었고, 그리고 원칙과 지침을 어기고 다른 이야기를 해버린 거죠. 이런 일들이 이번 주주권 행사 100여 개를 했는데, 안을 들여다보면 일관성 없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실련에서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서 감사원 감사 청구를 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첫 걸음부터 이렇게 가면,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아까 말씀하신 것에 제가 동의를 했는데, 원칙을 잘 지켜야만 전문성과 독립성이 유지됩니다. 그러려면 준칙주의에 따라서 해야 해요. 많은 것을 바이 더 룰로 하고, 아닌 상황에 대해서는 외국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하냐면, 의결권 전문 기관에 자문을 받습니다. 자문 내용대로 안 하게 되면, 자기들은 달리 하는 이유는 공시해요. 그런 준칙주의를 이번 기회에 확립하면 불필요한 오해와 재벌이라고 하는 경제 권력이나 정권이라는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성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게 될 겁니다.

◆ 신세돈> 그렇게 되려면 국민연금이 있는 여러 전문 산하 위원들 자체, 인선 자체가 굉장히 전문성 중심으로, 그리고 소신껏 할 수 있는 제도, 그리고 정치적인 간섭을 받지 않는 사람으로 해야 하잖아요. 전혀 그렇지 않잖아요. 정부의 입김을 안 받을 수가 없어요. 이렇게 가는 것은 결국은 오래 가지도 못하고, 물의만 일으키고, 이때는 이랬다가 저때는 저랬다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식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 박상인> 세계 3대 연기금이라고 하는 일본 공적연금이라든지, 노르웨이 국부 펀드 같은 경우에 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하고 있습니다. 다 잘하고 있고, 물론 정부하고의 관계가 있죠. 연금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럼에도 훨씬 더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는 게 제일 큰 이유가 제가 보기에는 준칙주의에 입각한 거죠. 그러다 보면 끼어들어서 이랬다 저랬다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아까 말씀드린 것과 같이 우리가 지침에 의해서 이렇게 의결권 행사한다는 게 나와 있는데, 결국은 어떻게 되어 있냐면 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해버려요. 이것을 참고해서 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하니까 참고해서 결정을 다르게 막 해버리는 게 생겨요. 그런 자의적인 여지를 없애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만 독립성과 전문성이 지켜질 수 있고요. 그렇게 간다면, 우리 기업 지배구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나오는 게 지배구조 취약성에서 나오지 않습니까? 우리가 정말 이런 지배구조가 개선된다면, 기업들의 잠재적 가치, 그래서 결국은 연금을 받게 되는 연금 가입자들이 장기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죠.

◇ 김혜민> 그러니까 이번에 대한항공 사태는 정부가 재벌 개혁의 시동을 걸기는커녕 바르게 나아가야 하는 시작도 못 했다?

◆ 박상인> 그게 실제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평가고요. 그것을 가지고 자꾸 정치적으로 말씀을 하시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김혜민> 알겠습니다. 오늘 4월의 ‘신박세상’ 함께했습니다. 5월에 만나요. 고맙습니다.

◆ 신세돈> 네, 감사합니다.

◆ 박상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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