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휴게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노동자, 법적인 대책은 없나?

[생생경제] 휴게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노동자, 법적인 대책은 없나?

2022.09.28. 오후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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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00~16:00)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방송일 : 2022년 9월 28일 (수요일)
■ 대담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생생경제] 휴게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노동자, 법적인 대책은 없나?

-청소노동자 10명 중 3명...휴게 사각지대 놓여
-휴게공간 기준 8월 법제화, 그동안 법규 없어
-과태료 소액...인권, 노동 감수성 중요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산업 안전이 모두가 하나로 외치는 울림이 될 수 있도록! YTN라디오와 안전보건공단이 마련한 <안전 산울림> 코넙니다. 오늘은 청소노동자 휴게시설과 휴게권에 대해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이하 김종진)> 네, 안녕하세요.

◇ 최휘> 최근에 청소 노동자의 휴게권에 대해서 고용노동부가 실태조사를 했다고 들었는데요. 현황이 어땠습니까?

◆ 김종진> 현재 진행 중이고요. 많은 분들이 언론을 접했겠지만 우리 사회의 학교 혹은 아파트라고 하는 공동주택에서 청소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잖아요. 그런데 방금 말씀하셨듯이 몇 년 전에 서울대학교에서 청소하는 분이 돌아가셨는데, 그 장소가 휴게공간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너무나 열악한 거죠. 계단 밑을 개조해서, 곰팡이가 슬은 곳에서. 그래서 제대로 된 휴게시설 필요성이 있었고,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이 됐습니다. 올해부터 20인 이상 사업장은 시행이 되고 있고, 고용노동부가 특별 지도 기간을 두 달 동안 선정을 했고요. 8월부터 10월까지, 현재 진행 중입니다. 말씀하신 그 조사는 국회에서 정의당의 이은주 의원님과 관련된 노동단체들이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조사를 했더니 우리가 생각하는 사회적 상식 수준의 휴게공간은 10곳 중에 한 곳에 불과하고요. 기존에 우리가 ‘청소 비품을 놓는 창고’라고 표현되는 곳에서 휴게공간을 활용하는 분들이 10명 중에 1명 정도 됐고, 아예 적합한 기준이 아닌 곳에서 휴게하는 분이 10명 중에 3명.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법이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각지대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계신 분이 많습니다.

◇ 최휘> 청소 노동자분들, 또 아파트에서 경비 일하시는 분들의 근무 현실이 굉장히 이렇게 열악한 것은 사실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휴게시간에 대한 공지는 비교적 명확하게 있는데, 공간에 대한 법적 기준은 없더라고요. 왜 그런 걸까요?

◆ 김종진> 근로기준법이 1953년에 만들어졌고요. 70년이 지났는데, 주로 임금 혹은 시간. 특히 근로시간, 휴게시간은 근로기준법 54조에 4시간 근무 후 30분 휴게, 또 4시간 근무 후 30분 휴게. 그러니까 하루 일하시는 분들은 8시간 기준으로 1시간의 휴게시간을 주도록 적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공간은 근로기준법에 없어요. 그래서 이 공간은 방금 전에 말씀드린 산업안전보건법에 휴게시설 설치 기준이 128조에 이어 작년에 제정이 돼서 올해 8월부터 시행입니다. 휴게공간이라는 것은 적합한 공간이 아닐 경우에는 건강권, 휴게권의 이름으로 생명 안전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산업안전법에 삽입된 것으로 이해를 해야 할 것 같고요. 문제는 그 ‘공간’이 법에 적시돼 있지 않아요. 시설과 기준 등만 되어 있고, 고용노동부에서는 구체적인 건 가이드라인으로 되어 있죠. 위치, 크기, 면적, 조명 등. 근데 가이드라인은 있다는 것은 그간에는 법을 안 지켜도 가이드라인이니까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8월부터 시행이 되기 때문에, 1차 50만 원의 과태료부터 시작해서 3차까지 한 500만 원 정도에서 1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록 되어 있는 거죠. 요약하면, 지난 70년 동안 휴게공간에 대한 기준이 없었는데 그나마 다행히도 산업안전보건법에 쉴 권리, 건강권을 위해서 법의 제정이 되고. 이제 시행하는 과정으로 우리가 봐야 될 것 같습니다.

◇ 최휘> 휴게공간이 없었다는 것은, 그럼 과거에는 휴게공간을 마련하지 않아도 이걸 법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전혀 없었다는 거죠.

◆ 김종진> 과거에 우리는 야간 노동이라든가 교대제 일하는 사람들에게 노동 시간 기준만 있었고 휴게공간 시설에 대한 기준은 없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일하는 사람 인권에 대한 고려되지 않은 법제도와 공간이 운영이 됐고요. 주위를 둘러보면 아직도 그런 곳이 많습니다. 건물 지을 때 휴게공간을 미리 어떻게 만들지 상상하고 설계를 하는 게 아니라, 건물을 지어놨더니 휴게공간이 없네. 환기가 잘 되면 좋지만, 습하고 면적이 적은 곳에서 수십 명이 좁은 공간에서 휴게를 하고요. 그나마 공간이 주어지면 다행인데, 제가 확인한 곳은 화장실 안 개수대 옆이 휴게공간인 현실도 마주했습니다.

◇ 최휘> 저도 우연히 목격을 하는 것이 화장실 청소도구함을 모아둔 곳 한 구석에서 쉬고 계시는 모습을 종종 목격을 했거든요. 그럴 때마다 참 마음이 안 좋았는데, 지금 이렇게 ‘휴게공간을 마련하라’고 법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이번에 생긴 것이고. 10월까지는 계도 기간이라고 하셨죠? 그러면 과태료를 무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 건가요.

◆ 김종진> 지금 대학교부터 아파트까지 한 100여 곳 이상을 계도 기간에 조사하고 있거든요. 기준에 맞지 않거나, 설치돼 있지 않으면. 지도감독 결과에 대한 시정조치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고. 이게 이행되지 않을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행정이 그렇지만 우리들이 원하는 만큼 되는 것은 아니고 1차, 2차, 3차까지 해야 벌금 500만 원. 이렇게 되죠. “아니 왜 이렇게 과태료가 낮냐. 3차까지 해야 되고. 중소기업들에게 제재가 심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죠. 그래서 사람이 우선이어야 되는데, 아직도 그렇지 못한 현실을 확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최휘> 지금까지 휴게공간을 마련하지 않았던 건물. 기업이나 학교나 아파트 등에서는 갑자기 이렇게 휴게공간을 마련하라고 하면, 참 나름대로 어려울 것 같은데. 그래도 방법을 찾고 있겠죠.

◆ 김종진> 사실은 애초에 건물 지을 때 이걸 고려하지 못한 곳이 많잖아요. 우리가 그런 현실은 고려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단계별로 절차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휴게공간이 없는 곳은 최대한 공간을 찾아서 공간을 마련하는 게 좋고, 그 곳에 공기가 순환되게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고요.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새로 리모델링할 때는 고려하게끔, 그리고 리모델링 과정에서 정부 영세 업체가 또 있는 거잖아요. 거기서 지원도 하고, 가장 중요한 건 이 법이 시행된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새로 짓는 건물은 필히 휴게공간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죠. 가장 모범적인 곳이 서울시립대학교에 새로 짓는 건물도 생기고 그러잖아요. 그 건물은 휴게공간이 지상에 있습니다. 인권 감수성, 노동 감수성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최휘> 그런데 정부는 이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사업장 내 휴게실의 기본 요건을 제시를 했거든요. 여기서 간이 휴게공간의 기본 조건은 어떤가요?

◆ 김종진> 가이드라인은 9월 5일에 홈페이지에 게시됐고요. 7가지 카테고리로 돼 있고, 무려 51쪽 가까이 됩니다. 최소 면적을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우리가 천장구라고 그러잖아요. 천장 높이 2.1미터 이상, 그리고 남녀 분리를 한다든가, 일하는 곳과 가까워야 된다라든가. 온도, 습도, 조명. 구체적으로 돼 있긴 합니다. 제 생각에는 조그마한 회사들에서 부담 가질 것 같아요. 그런데 역으로 계산을 해보면, 상무님 사무실 오피스는 그렇게 넓은데 동등한 인격 주체로서 더 많은 2~30명의 노동자들의 공간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되죠. 적어도 면적이나 위치, 공간은 점진적으로 고려해서 그 기본 요건을 우리가 조금 더 계산하는 방향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최휘> 그렇다면 기업들이 최소 공간도 마련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 김종진> 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추석이 이제 한 달 전이었잖아요. 가끔 중앙차로를 위반해서 가는 차를 목격하잖아요. 과태료가 너무 낮죠. 1차 위반해봤자 50만 원이면 저도 낼 것 같아요. 특히 우리나라의 노동법은 유럽에 비해서 처벌 과태료 기준이 대단히 낮습니다. 최저임금 위반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양형 기준이 상대적으로 기업 고려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것 같고요. 두 번째로는 한 2~30년 전만 해도 고속도로 휴게실이라든가 콘서트나 극장을 보러 가면 여자 화장실은 되게 적었잖아요. 그러니까 이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 이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이 누구이고, 그들에게 어떠한 공간을 마련한다고 생각한다면, 설계 과정에서부터 이 고려가 필요하죠. 그래서 청소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공간에 대한 설계 기준부터 해서 관련한 것들이 산업안전보건법에 들어갈 게 아니라, 저는 건축 관련된 법무에 포함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예 건물을 세울 때 이 공간을 마련을 해야 제도 상호 보완이 이루어지거든요. 건축하는 분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알 리는 사실 전무합니다. 저희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우리 사회가 인권 수준이 향상되고, 모두가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여러 제도가 상황을 받쳐줘야 되는데. 제 생각에는 건축 관련된 법률에 이 휴게공간 조항을 포함하는 것이 어렵다면 시행규칙에 넣는 것이 효과성이 있다고 봅니다.

◇ 최휘> 이렇게 청소 노동자들의 휴게권이 잘 지켜지지 않아서 안타깝게 발생한 산재, 사건, 사고들이 잊혀질 만하면 뉴스를 통해서 전해지고 있는데요. 최근에도 이런 사고들이 있었는지요.

◆ 김종진> 2019년 8월 9일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한 분이 휴게공간에서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있었죠. 그런데 휴게공간이 계단 밑이었고, 휴게에 적합하지 않은 공간이어서 사회적으로 많이 환기가 됐죠. 그리고 매년 대학교나 아파트 경비 노동자 선생님들이 비단 목숨을 잃는 것뿐만이 아니라, 불편한 공간에서 쉬고 있는 모습도 자주 확인이 되고요. 4호선 사당역을 한 번 둘러보세요. 노동자분들이 한 평 남짓해서 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거든요. 우리의 공공기관에서 조차도 그 현실이 드러납니다. 인간이 한 인격 존재로서 쉴 수 있는 적정한 공간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최휘> 비슷한 사고가 계속 반복을 해서 일어난다는 점이 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제도적으로도 그렇고, 지금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람들의 인식적인 변화도 함께 필요해 보이는데요. 청소 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이 명목상의 휴게공간이 아니라 정말 제대로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보완이 돼야 한다고 보세요?

◆ 김종진> 무엇보다도 아직도 휴게공간이 없는 곳도 있고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화장실에 비품 넣는 곳에서 쉬는 분도 있고, 남녀 공간이 분리되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공간이 필요하다’는 개념을 확인 할 필요가 있고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일반적인 건물에 휴게공간도 없지만, 산업단지라고 그러잖아요. 지방을 보면 일정 정도의 공단 지역이 많습니다. 그런 공간에도 휴게공간이 없고, 그래서 업종·업체별로 보면 휴게공간의 현실이 어떤지 확인할 수 있고요. 제가 2018년에 국가인권위원회 유통산업 실태조사를 했는데 어떻게 하면 우리 국민들에게 이 휴게공간에 대한 현실을 직관적으로 확인시켜줄까. 그래서 같은 대형 마트인데, 프랑스 대형마트의 휴게공간과 우리나라의 대형마트의 휴게공간을 비교해서 사진을 게시한 적이 있거든요.

◇ 최휘> 어땠나요.

◆ 김종진> 스웨덴의 이케아도 마찬가지고요. 해외 기업의 전 세계 어느 곳, 어느 지역에 있는 자사의 대형마트의 공간, 크기, 조명, 조도, 비품이 동일합니다. 소파도 마찬가지고요. 근데 우리나라 대형마트의 공간은 군대 막사처럼 그냥 마룻바닥만 있고, 그런 모습들이 있죠. 그래서 기본적으로 어느 회사에 일하더라도 최저 보장선이라고 그러잖아요. 이런 것들을 정부가 마련하고 제시해 업종별로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최휘> 지금 해외 사례를 말씀해 주셨는데. 예전에 연구원님이 저희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해 있었던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서울이 아닌 파리 소르본 대학이라면 달랐을 거다.” 과로 산재로 인정받았을 것이라고 하신 그 인터뷰 내용이 참 아프게 들렸거든요. 다행히 우리도 우여곡절 끝에 산재로 인정을 받긴 했지만, 외국의 경우 청소 노동자 휴게권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 거죠.

◆ 김종진> 작년에는 프랑스 소르본 대학을 이야기했으니까요. 오늘은 독일의 베를린에 있는 훔볼트 대학 얘기를 해보면요. 거기는 정문에서 한 30m쯤 가면 본관 건물이 있고요.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 청소 노동자 휴게실이 있어요. 우리는 상상할 수 있나요? 우리의 주위에 있는 대학들 보면 휴게시설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지하에 있고, 그래서 ‘같은 공간에 일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같은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할 것 같고요. 휴게시간도 다릅니다. ‘청소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가치 저평가’ 이런 문제도 있지만, 인권이라고 하잖아요. 인간의 기본적 권리는 이런 것을 더 보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걸 억압하는 우리 사회 인식의 개선. 이런 것들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최휘> 네. 청소 노동자분들, 또 경비원분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제대로 쉴 수 있도록 계속해서 힘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도 잊지 않고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종진> 감사합니다.

◇ 최휘> 지금까지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과 함께 했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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