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트 런던1호점'으로 덮어?... SPC 사망사고를 보도한 언론들

'파리바게트 런던1호점'으로 덮어?... SPC 사망사고를 보도한 언론들

2022.10.31. 오후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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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파리바게트 런던1호점'으로 덮어?... SPC 사망사고를 보도한 언론들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최근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의 사망....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 이후에 이렇게까지 언론이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나 싶은데요. 오늘 관련한 보도 내용 함께 이야기 나눠주신다고요?

◆ 김언경> 네, 사고는 15일 새벽 6시 20분경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했고요. 이 공장은 파리바게뜨에 반죽과 재료를 납품하는 업체인데, 냉장 샌드위치 라인에서 근무 중 앞치마가 혼합기에 끼여 빨려들어가면서 23세 여성 노동자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인 1조로 근무하기는 했는데, 동료 근무자가 잠시 자리 비운 사이 참변을 당했다고 합니다. 이 사고와 관련된 언론보도가 어땠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10월 15일부터 26일까지 네이버에서 ‘SPC 사고’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니 3,393건이 추출되었습니다. 압도적인 보도량이죠.

◇ 김양원> 보도량도 압도적이었다고 말씀하셨지만, 처음 사망사고 시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산재사고가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다보니 처음엔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 같아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노동자의 산재사망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것은 아닙니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처럼, 저는 언론이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우리는 그 죽음에 의미를 특별히 더 애도하게 되고, 더 이상은 이런 죽음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사고 발생 직후 언론이 얼마나 제대로 해당 사건의 의미를 파악하고 집중적으로 보도하는가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번에도 사건 초기부터 보도량은 많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네이버 뉴스에서 10월 15일 하루에 있었던 이 사건 보도를 찾아봤는데요. 총 53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망 당일 보도는 대부분 단신이고 사망 자체를 알리는 수준의 간단한 보도였습니다. 15일 보도 중 눈에 띄는 것은 경인일보였습니다. 경인일보는 관련 기사를 가장 먼저 보도한 언론사이고요. 15일 당일 3건의 관련 보도를 했습니다. 가장 상세히 보도한 곳은 경인일보였는데요. 경인일보는 사고가 발생한 지역 언론이다보니 이후에도 관련 뉴스를 가장 생생하게 전하는 장점이 있었고, 이를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한편, 방송사 중에서는 SBS, MBC, JTBC가 당일 저녁종합뉴스에서 관련내용을 다뤘습니다. 15일 당일 한건도 보도하지 않은 종합일간지는 조선일보와 한겨레, 세계일보였고, KBS도 당일 저녁종합뉴스에서 이 이슈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 김양원> 이 사건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노동자의 사망 다음날 그 공장에서 칸막이만 친 채 작업이 재개되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였죠.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하면서였던 것 같은데요.

◆ 김언경> 애초에 사망 사건 보도를 조금 더 충실하고 집중적으로 했다면 SPC 측이 이런 행동을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사고는 사망 그 자체보다 그 이후가 더 문제였습니다. 사고 다음날 해당 공장인 SPL에서 곧장 작업이 가동되었습니다. SPL은 노동부가 9대의 소스 혼합기 중 덮개를 열면 자동으로 기계가 멈추는 자동방호장치 인터록이 없는 기계와 덮개는 있지만 인터록이 없는 기계 총 7대만 작업중지를 권고했기 때문에 나머지 2대는 작업을 재개했다는 것인데요.
한겨레는 16일자 보도는 이렇게 여론이 악화된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요, 이 보도에서 사고 현장을 방문한 정치권 관계자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국과수 감식이 끝나지 않아 선혈도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 옆에서 직원들 빵 만들고 있다”면서 “동료 직원 사망했는데 하루 만에 칸막이 하나 두고 일을 하는 식으로 방치했다며 정신적 트라우마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지적한 것이죠. 노동부는 노동자의 사망 다음날인 16일 오후에야 나머지 2대 포함 3층 전체 공정을 중지 권고했습니다. 이렇게 안이한 대응을 한 사측은 마땅히 비판받아야하지만, 더 많은 언론이 사망 직후부터 대대적인 보도를 통해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고 관심을 가졌더라면 노동부나 사측 모두 더 빠르게 정상적 대응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이 때문에 ‘피 묻은 빵’이라는 좀 불편한 표현도 소비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고요. 심지어 10월 19일 경인일보의 단독보도 <동료시신 수습 SPL 직원들, 사고후 쉬지 못했다>를 보면 SPC 측이 작업자들에게 5일간의 휴가를 지시했지만요. “이들은 사고 이후에도 최대 3일간 동료가 변을 당한 현장을 곁에 두고 작업해야만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SPC측에서 고인의 장례식장에 파리바게트 빵을 보냈다는 것도 기사화되면서 해당 이슈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 김양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런 지적이 나왔어요. 사고가 난 SPL 사업장이 2016년에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안전보건 인증을 받은 사업장이라는 건데, 인증을 받을 정도면 잘 관리되고 있었다는 얘기 아닙니까?

◆ 김언경> 말씀하신 국감 발언은 17일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지적한 것인데요. 사고가 난 SPL 공장은 산업안전공단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까지 받았고요. 2016년 최초 인증 후 올해 5월까지 두 번이나 연장되어 7년간 인증받은 사업장입니다. 이 공장의 업무상 재해의 40.5%가 끼임사고였습니다.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모두 37명의 사고 재해자가 발생했는데 그중 가장 많은 15명이 끼임 사고로 인한 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안전공단이 끼임사고 방지장치 설치 여부 심사도 안 하고 안전인증을 해줬던 것입니다. 심지어 2020년 정부의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되어서 3년간 고용노동부 정기근로감독도 면제되었습니다.

이은주 의원은 "공단이 2차 인증 당시에 제대로 된 검사를 진행했더라면 오늘날 이러한 비극은 없지 않았겠냐"고 질타했고요. 이 의원실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SPL 평택 제빵공장은 사고 다음날인 16일에도 사고 지점과 기계를 제외한 나머지 기계를 가동 중이었습니다. 사고 기계에는 노동자 움직임을 감지하는 안전장치가 설치되지 않았으나, 사고 직후에는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는데요.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사고 직후 몇 시간 사이에 안전 센서를 설치했다는 것은 작업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안전 센서를 뗐다가 다시 붙였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 내용은 네이버 뉴스 기준 50건 정도가 17일에서 18일 사이 보도되었습니다. 이 내용을 좀 의미있게 잘 전한 보도는 노컷뉴스, 민중의소리 등이었습니다. 17일에 중앙일간지 중에는 경향신문이 <‘제빵공장 사망사고’, SPC계열사 대표, 국정감사 증인 소환>에서 보도했고요. 10월 18일 YTN은 <이슈인사이드/20대 노동자 숨진 빵 공장 '안전 인증' 어떻게?>에서 이은주 의원과 전화연결해서 관련 내용을 상세히 전한 정도였습니다.

◇ 김양원> 자, 이렇게 노동부나 사측의 대응이 질타를 받는 사이 ‘파리바게트가 영국 런던에 1호점을 열게 되었다’는 보도자료를 사망사고 다음날 SPC측에서 배포하면서 여론으로부터 더 외면을 받게 되기도 했는데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한국노총은 17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SPC그룹은 계열사에서 노동자가 죽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음에도 관련 뉴스가 보도되자 16일 파리바게트 런던매장 오픈하며 영국 시장에 진출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파리바게트에 납품하는 재료 작업을 하다 죽은 노동자에 대해 애도하기는커녕 관련 기사를 덮으려 했던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부분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SPC 그룹은 16일 해당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심지어 노동자의 사망당일 별다른 보도를 하지 않았던 일부 언론(조선일보)은 17일 <파리바게뜨 英 진출… 런던에 1호점 열었다>를 보도했고요. 정작 사망사고는 18일에야 처음으로 보도했습니다. 그것도 사회8면 최하단에 보도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내용도 있습니다. 18일 SBS 신정은 기자의 취재파일 < 공식 사과하더니…"제목엔 SPC 빼 달라">을 보면요. “사고 이후 SPC 측 입장 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사측으로부터 뜻밖의 요청을 듣게 됐습니다. "혹시 제목에서라도 'SPC' 를 빼줄 수 있겠냐, 대신 '평택의 한 공장'으로 넣어줄 수 있겠냐'는 내용이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사실 파리바게트 런던1호점뿐이 아닙니다. 사망 당일인 15일에는 ”SPC그룹이 쉐이크쉑 싱가포르 9호점 '정션 8점'을 열었다“는 홍보성 보도가 소셜벨류라는 언론사에서 등장했는데 이 보도는 20일 스포츠조선에서도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21일에도 <쫄깃 촉촉 돌에 구운 베이글>이라는 홍보성 기사를 냈습니다. 이 기사는 온라인 기사는 삭제되어있지만, 지면보도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중앙일보는 21일 <맛있는 도전/‘짱구 캐릭터 키링’ 20종 출시...MZ세대 굿즈 맛집 등극>에서 SPC계열사 베스킨라빈스에서 추억의 인기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속 주요 등장인물의 모습을 담은 키링을 선보였다고 보도했습니다.

◇ 김양원> 사망사고가 났다고 그룹 차원의 홍보를 중단해야하느냐...는 주장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망사고 보도는 외면하면서 이런 기업홍보성 보도는 한다... 독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데요.

◆ 김언경> 네, 또 하나 이번 일련의 보도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SPC 허영인 회장의 사과를 그대로 받아쓰는 보도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네이버 검색기준으로 10월 15일부터 26일까지 허영인 사과 관련 보도는 총 1,463건입니다. 아까 제가 네이버에서 이 사고 관련한 보도가 3,393건이라고 했잖아요. 43%정도의 보도에서 허영인 회장의 사과를 보도한 것이죠. 그러나 허영인 회장은 기자회견장에서 사과문만 읽고 질의응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들 보도 중에서 질의응답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는 단 3건 뿐이었습니다. 대부분 사과 자체를 받아쓰는 내용이었고. 중앙일보의 10월 21일 보도 처럼 7번 고개 숙였다고 횟수까지 강조한 보도도 있었습니다.

◇ 김양원> 윤석열 대통령도 정확한 사고 경위와 구조적 문제 없었는지 파악하라고 하면서 출근길에서도 재차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 김언경>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재점검이 가장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 아닐까 싶은데요. 올 1월 27일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된 이후 9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산재 사망사고 하루 평균 2건 이상입니다. 올해 1~8월 산재 사망자 432명으로 작년 보다 9명 적을 뿐입니다. 근로자 1만명당 산재 사망자가 2021 0.43명으로 역대 최저치지만 OECD 평균은 0.29입니다. 사업주들이 법 시행으로 안전 관리 관련 서류 늘리는 등 형식적으로 처벌 피하려는 꼼수만 늘고 법무팀에 투자한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재계는 사주까지 무리하게 처벌해 위축시킨다며 10월 13일에 두성산업이 위헌심판까지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1명 이상 사망, 동일 사고 6개월 이상 치료 필요 부상자 2명 이상, 동일 유해요인 급성중독 등 직업병 1년 이내 3명 이상 등 재해로 재해 규정이 협소하고 업무로 인한 재해임을 입증해야 하며 사업주의 안전 관리 및 조치 의무 미이행도 입증되어야 하고 하청인 경우 어차피 원청 사업주는 대상도 되기 어렵습니다.

산재 사망사고가 이렇게 사회적 논란이 되면 구조적인 한계를 짚고, 대안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을 언론이 보다 중점적으로 보도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 무력화’ 지적은 한겨레 경향 정도만 보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겨레는 10월 18일 사설 [파리바게뜨 참사 보고도 중대재해법 무력화할텐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소식을 접한 뒤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사고의 구조적 문제는 결국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 의무를 외면한 데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에 여념이 없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노동부에 경영책임자 형사처벌 규정의 삭제를 제안한 사실도 최근 드러났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일터의 죽음을 막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오히려 강화하라고 지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김양원> SPC 계열 SPL 제빵공장 노동자의 사망 사고를 다뤘던 언론 보도 내용들, 과연 적절했나... 살펴봤는데요. 지난 15일 끼임사망사고가 난 SPC의 다른 공장에선 일주일 뒤에도 노동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가 나기도 했죠. YTN이 단독으로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일, 단지 일터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가족의 안전, 국민의 안전을 챙기는 일입니다. 언론도 지속적으로 후속보도, 문제점과 대안을 짚는 보도들을 게을리하지 않아야할 이유인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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