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부동산 '먹구름'은 왜 한국을 향할까?

미국 상업용 부동산 '먹구름'은 왜 한국을 향할까?

2023.05.03.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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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과 LA에 이은 경제 규모, 스타트업의 성지, 1인당 GDP 23만 달러…

미국 대표 경제 도시인 샌프란시스코가 흔들리고 있다. '안개의 도시'라는 별칭답다. 코로나 위기 이후 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도시 전체를 덮치고 있는 거다. 그런데 이번엔 '주택'이 아닌 '사무실'의 위기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 위기가 불러온 급격한 사회 변화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눈에 띄게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도시가 바로 샌프란시스코다. 샌프란시스코 금융 지구에 있는 22층 짜리 한 건물은 2019년 3억 달러, 우리 돈 4천억 원의 가치가 있었는데, 최근 매물 가격은 6천만 달러 정도다. 4년 전에 비해 80% 정도나 급락한 것이다. 이 빌딩의 공실은 75%에 이른다. 물론 이 건물만이 아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전체 사무실 공간은 10곳 가운데 3곳이 비어 있을 정도다. 그리고 상업용 부동산 위기는 샌프란시스코를 넘어 같은 서부인 LA 그리고 동부인 뉴욕 등 다른 대도시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갑자기 미국에서 텅텅 비는 건물이 왜 늘어날까?

코로나 시작과 함께 재택근무가 활성화되었는데 사실상의 종식 이후에도 재택근무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사무실에 나오나 집에서 일하나 성과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큰 차이를 못 느끼는 거다. 이러니 사무실을 유지할 이유가 없게 된다. 이런 데다 지난해부터 금리가 치솟았다. 역대급이다. 임대는 안 되는데 금리까지 오르니 건물주 입장에선 버텨낼 재간이 없는 거다. 이러다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은행들은 대출 연장을 주저하고 있다. 뚜껑을 열면 그 안에 부실 대출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데 더 큰 게 오고 있다. 바로 미국 경제 전반에 드리워진 침체 전망이다.

이번 위기는 2008년 금융 위기 때와 다르다. 15년 전에는 주거용의 위기로 거주자 개개인의 위기였다면 이번엔 은행들이 직접적으로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70%를 가진 중소은행은 앞으로는 조심 또 조심하자는 주의일 거다. 대출 기준을 깐깐히 할 거고 이러면 시중에 돈줄이 마를 것이다. 이는 곧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내부 위기의 해법을 국경 밖에서 찾을 게 불 보듯 뻔하다. 과거에도 그랬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미국은 이 같은 방식으로 선방 했는데 3년 뒤 남유럽에서 재정 위기가 터진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미국은 이번 위기 해법을 어디서 찾을까?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경제 규모가 어느 정도 되면서 금리가 낮은 나라를 찾게 될 것이다. 그럼 한국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게 된다. 미국 기준금리는 5%, 우리나라는 3.5%다. 이번 달에 미국이 베이비스텝을 밟으면 한미 금리 차는 1.75%p로 벌어진다. 이것도 역대급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이 펼쳐지게 된다. 미국 안에서 급전이 필요하면 수익이 가장 많이 날 수 있는 국경 밖 어딘가가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금을 한국에서 빼서 미국으로 가는 그림을 자연스럽게 그릴 수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급락 가능성과 가계 부채 문제 때문에 금리를 맘대로 올리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계속해서 시중 금리를 위에서 누르고 있다. 이 사이 자산 가치의 거품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번은 터져야 하는데 터지지 않으면 더 큰 불안감을 안고 사는 거다.
위기는 직감하고 대비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뻔한 얘기지만 실제로 아무것도 안 하면 그 피해는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만약 해결 방법이나 의지가 없다면 위기가 안 오기만을 고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럴 가능성은 점점 작아진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에 이어 워런 버핏의 단짝인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도 "부동산 부실 위험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요즘 금융시장에선 경고가 유행이고 대세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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