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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7조 원 + '숨은 빚'
1,867조 원. 한국은행이 공식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이다. 그런데 여기에 빠진 게 있다. 바로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전세보증금. 무려 1,058조 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둘을 합하면 2,925조 3,000억 원. 3,000조 원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사람 한 명당 5,700만 원의 빚을 안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5년간의 집값 상승 영향이 가장 크다. 아주 많긴 많은 거 같은데 실감이 안 난다. 이럴 땐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게 상책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OECD 31개국 가운데 4위. 여기에 '숨은 빚'인 전세보증금을 합하면 곧바로 1위로 올라선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전세보증금이 빚이라고? 보증금은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므로 사실상의 빚이 맞다. 우리나라에만 있으니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말 그대로 '숨은 빚'이다.
여기서 더 늘었다고?
그런데 더 늘고 있단다. 줄어도 모자랄 판에 계속 오르고 있다. 어느 정도일까?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월별 신규 가계대출 추이를 한번 보자. 지난 3월에만 모두 18조 4천여억 원의 신규 가계대출이 이뤄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6%, 두 배 가까이 껑충 뛴 게 통계로 그대로 잡힌다. 4월엔 조금 줄긴 했지만 1년 사이 69%나 늘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건 결국 가계대출 증가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2년 전 수준으로 회귀
이러다 보니 대출 늘고 예금은 빠르게 준다. 시중의 돈을 예금으로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던 지난해 하반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도대체 대출 금리는 어느 정도 떨어졌을까?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12일 기준 연 3.680∼5.796% 수준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무려 1%포인트 이상 뚝 떨어진 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2021년 8월 직후 수준이다.
그런데 우린 '반대로' 달린다
이렇게 된 이유는 우리나라만 다른 방향으로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1.75.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 한 숫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2월에 이어 지난달 11일에도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시중 금리를 계속해서 누르고 있는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경기가 살아나면 대부분 해결되지만, 하반기 전망도 먹구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점점 부풀고 있는 가계부채 '풍선'을 계속해서 누르면 어떻게 될까? 언젠가는 터질 것이다. 소리가 얼마나 클지는 아무도 모른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1,867조 원. 한국은행이 공식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이다. 그런데 여기에 빠진 게 있다. 바로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전세보증금. 무려 1,058조 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둘을 합하면 2,925조 3,000억 원. 3,000조 원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사람 한 명당 5,700만 원의 빚을 안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5년간의 집값 상승 영향이 가장 크다. 아주 많긴 많은 거 같은데 실감이 안 난다. 이럴 땐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게 상책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OECD 31개국 가운데 4위. 여기에 '숨은 빚'인 전세보증금을 합하면 곧바로 1위로 올라선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전세보증금이 빚이라고? 보증금은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므로 사실상의 빚이 맞다. 우리나라에만 있으니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말 그대로 '숨은 빚'이다.
여기서 더 늘었다고?
그런데 더 늘고 있단다. 줄어도 모자랄 판에 계속 오르고 있다. 어느 정도일까?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월별 신규 가계대출 추이를 한번 보자. 지난 3월에만 모두 18조 4천여억 원의 신규 가계대출이 이뤄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6%, 두 배 가까이 껑충 뛴 게 통계로 그대로 잡힌다. 4월엔 조금 줄긴 했지만 1년 사이 69%나 늘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건 결국 가계대출 증가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2년 전 수준으로 회귀
이러다 보니 대출 늘고 예금은 빠르게 준다. 시중의 돈을 예금으로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던 지난해 하반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도대체 대출 금리는 어느 정도 떨어졌을까?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12일 기준 연 3.680∼5.796% 수준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무려 1%포인트 이상 뚝 떨어진 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2021년 8월 직후 수준이다.
그런데 우린 '반대로' 달린다
이렇게 된 이유는 우리나라만 다른 방향으로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1.75.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 한 숫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2월에 이어 지난달 11일에도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시중 금리를 계속해서 누르고 있는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경기가 살아나면 대부분 해결되지만, 하반기 전망도 먹구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점점 부풀고 있는 가계부채 '풍선'을 계속해서 누르면 어떻게 될까? 언젠가는 터질 것이다. 소리가 얼마나 클지는 아무도 모른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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