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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연속 묶인 기준금리 3.5%
2월과 4월, 5월, 7월, 8월, 그리고 10월까지…6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한국은행이 올해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올린 이후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올린 뒤 10차례에 걸쳐 빠르게 인상했다. 이러다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춘 건 올해 2월부터다.
이번 결정 전부터 시장에선 이미 금리 동결을 유력, 아니 확정적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다른 결정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전망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한미 금리 차는 2%포인트로 유지된다.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금리 차이는 계속된다. 올해 기준금리 결정은 11월 단 한 번 남겨 놓았다. 한미 금리차가 2.25%포인트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왜일까?
'불황형 흑자'…무너지는 상저하고 전망
무엇보다 '불황형 흑자'가 이어진다. 수출 회복은 더딘데 수입은 더 많이 감소하면서 만들어 낸 결과다. 한국은행이 지난(10월) 11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경상수지는 48억 1천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4월 적자 이후 5월과 6월, 7월에 이어 4개월째 흑자 기조가 유지되는 모양새다. 그런데 흑자 폭이 문제다. 1∼8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09억 8천만 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236억 6천만 달러)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54%) 급감한 것이다.
수입은 더 크게 감소했다. 486억 8천만 달러를 기록해 1년 전보다 21%나 줄었다. 감소액과 감소율 모두 수출을 크게 웃돌면서 '불황형 흑자' 형태를 유지했다. 그만큼 수입 물가가 크게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39.67로 8월(135.68)보다 2.9%나 상승했다. 수입 물가가 오르더라도 수출이 잘 되면 돌파구가 생기기 마련인데 수출 회복이 더디니 비싸게 들여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경기가 둔화하다가 회복한다"…한국은행은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최근까지도 올해 경제를 '상저하고'로 전망한다. 기획재정부도 마찬가지다. 수출 회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데 이 전망은 '상저하저'로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하반기에도 우리 경기가 계속해서 안 좋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상저하고' 전망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밝힌 대로 하반기에만 1.7% 이상 성장해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두 배 성장하더라도 정부와 한국은행이 예상하는 전망치를 달성하는 수준이다. '하고'(下高)보다는 저성장 기조가 유지된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하다. '상저하고'가 관료의 책임 회피성 표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둔촌주공에서 시작된 가계대출 증가…결국 한국은행의 '실기'
가계대출이나 물가를 놓고 보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맞다. 한국은행의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862조 8천억 원. 3월(1천853조 3천억 원)보다 0.5%, 그러니까 9조 5천억 원이나 급증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부동산 경착륙만은 막겠다며 정책 금융을 확대한 결과다. 이른바 '둔촌 주공 살리기'의 나비 효과인 셈이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발(PF) 부실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은 여전히 계속된다.
올해 남은 단 한 번의 기회 때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경기 회복이 도드라지고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한다면 금리 인상 요인이 생기겠지만 현재로선 어느 하나 인상 요인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9월 금리 동결을 결정한 미국 연준이 올해 안에 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미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리느냐 마느냐보다 고금리 기조를 장기간 끌고 갈 수 있다는 전망이 우리 경제엔 더 암울하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20일 기준) 5%를 돌파했다. 지난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소비 지표가 예상을 뛰어넘어 호조를 지속하면서 채권 금리를 크게 끌어올렸다.
외부 환경까지 이러면 한국은행 선택지는 더 좁아진다.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은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희망 섞인 경기 전망을 내세워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실기(失期)한 결과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YTN 배인수 (insu@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2월과 4월, 5월, 7월, 8월, 그리고 10월까지…6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한국은행이 올해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올린 이후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올린 뒤 10차례에 걸쳐 빠르게 인상했다. 이러다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춘 건 올해 2월부터다.
이번 결정 전부터 시장에선 이미 금리 동결을 유력, 아니 확정적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다른 결정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전망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한미 금리 차는 2%포인트로 유지된다.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금리 차이는 계속된다. 올해 기준금리 결정은 11월 단 한 번 남겨 놓았다. 한미 금리차가 2.25%포인트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왜일까?
'불황형 흑자'…무너지는 상저하고 전망
무엇보다 '불황형 흑자'가 이어진다. 수출 회복은 더딘데 수입은 더 많이 감소하면서 만들어 낸 결과다. 한국은행이 지난(10월) 11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경상수지는 48억 1천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4월 적자 이후 5월과 6월, 7월에 이어 4개월째 흑자 기조가 유지되는 모양새다. 그런데 흑자 폭이 문제다. 1∼8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09억 8천만 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236억 6천만 달러)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54%) 급감한 것이다.
수입은 더 크게 감소했다. 486억 8천만 달러를 기록해 1년 전보다 21%나 줄었다. 감소액과 감소율 모두 수출을 크게 웃돌면서 '불황형 흑자' 형태를 유지했다. 그만큼 수입 물가가 크게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39.67로 8월(135.68)보다 2.9%나 상승했다. 수입 물가가 오르더라도 수출이 잘 되면 돌파구가 생기기 마련인데 수출 회복이 더디니 비싸게 들여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경기가 둔화하다가 회복한다"…한국은행은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최근까지도 올해 경제를 '상저하고'로 전망한다. 기획재정부도 마찬가지다. 수출 회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데 이 전망은 '상저하저'로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하반기에도 우리 경기가 계속해서 안 좋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상저하고' 전망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밝힌 대로 하반기에만 1.7% 이상 성장해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두 배 성장하더라도 정부와 한국은행이 예상하는 전망치를 달성하는 수준이다. '하고'(下高)보다는 저성장 기조가 유지된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하다. '상저하고'가 관료의 책임 회피성 표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둔촌주공에서 시작된 가계대출 증가…결국 한국은행의 '실기'
가계대출이나 물가를 놓고 보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맞다. 한국은행의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862조 8천억 원. 3월(1천853조 3천억 원)보다 0.5%, 그러니까 9조 5천억 원이나 급증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부동산 경착륙만은 막겠다며 정책 금융을 확대한 결과다. 이른바 '둔촌 주공 살리기'의 나비 효과인 셈이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발(PF) 부실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은 여전히 계속된다.
올해 남은 단 한 번의 기회 때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경기 회복이 도드라지고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한다면 금리 인상 요인이 생기겠지만 현재로선 어느 하나 인상 요인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9월 금리 동결을 결정한 미국 연준이 올해 안에 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미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리느냐 마느냐보다 고금리 기조를 장기간 끌고 갈 수 있다는 전망이 우리 경제엔 더 암울하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20일 기준) 5%를 돌파했다. 지난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소비 지표가 예상을 뛰어넘어 호조를 지속하면서 채권 금리를 크게 끌어올렸다.
외부 환경까지 이러면 한국은행 선택지는 더 좁아진다.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은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희망 섞인 경기 전망을 내세워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실기(失期)한 결과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YTN 배인수 (ins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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