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실질소득 늘었지만 가계 빚도 역대 최대

가계 실질소득 늘었지만 가계 빚도 역대 최대

2023.11.23. 오후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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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3분기 우리나라 가계 실질소득이 5분기 만에 증가로 전환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형편이 어려운 가구들은 소득이 더 줄었고 전체 가계 빚은 역대 최대로 쌓였습니다.

이번 주 나온 경제 통계로 우리 경제 상황 짚어보지요. 나연수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통계청이 올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결과를 보니 가계 실질소득이 증가로 돌아섰는데, 이게 5분기 만이라고요?

[기자]
네, 지난 3분기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3만 3천 원이었습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4% 늘었습니다.

여기에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가계 실질소득도 0.2% 증가했습니다.

실질소득은 지난해 2분기 7% 가까이 증가한 이후 여태 감소세를 이어왔는데, 5분기 만에 증가로 돌아섰습니다.

취업자 수가 늘고 임금도 오르면서 근로 소득이 3.5% 늘었고, 재산소득도 16.5% 증가했습니다.

연금이 늘면서 이전소득도 11.7% 늘었습니다.

[앵커]
월평균 소득이 늘었고,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도 증가분이 남는다, 좋은 것 아닌가요?

[기자]
전혀 공감이 안 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5개 소득분위 가운데 1분위, 그러니까 하위 20%에 속하는 가구는 1년 전보다 소득이 더 줄었습니다.

3분기 1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은 112만 2천 원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전체 가구 월평균 소득은 5백만 원이 넘었는데 차이가 크죠.

게다가 지난해 3분기보다도 더 적은 액수입니다.

근로소득도 줄고 사업소득도 줄었습니다.

올여름에 비가 참 많이 왔죠.

그래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임시직, 일용직 노동자들의 근로소득이 우선 줄었습니다.

또 1분위 자영업자 중에 농가 비중이 큰데, 역시 날씨 탓에 소득이 줄면서 사업 소득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됩니다.

1분위 가구는 앞서 2분기에도 소득이 감소했는데, 이렇게 1분위 가구 소득이 두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인 건 2018년 이후로는 처음입니다.

[앵커]
소득 하위 가구일수록 날씨 같은 외부 환경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거군요. 그럼 소득이 가장 많은 가구는 어떤가요? 소득 증가율도 더 높은가요?

[기자]
소득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천84만 3천 원이었습니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평균 소득이 한 달에 970만 원 이상 차이가 나죠.

소득 5분위 가구 소득은 1년 전보다 4% 이상 늘었고, 4분위도 5% 늘었습니다.

3분위와 2분위 소득 증가율은 각각 2.3%, 0.3% 였습니다.

고소득층인 4~5분위 가구에서는 증가율이 높고, 아래로 갈수록 낮아지다가 1분위 가구에서는 아예 소득이 더 줄어든 것이죠.

이렇다 보니 소비지출 행태도 달랐습니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387만 원 정도였고,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 구입에 들어간 비용, 소비지출이 280만 8천 원으로 1년 전보다 4%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1분위 가구의 소비지출은 123만 7천 원으로 0.7% 감소한 반면, 5분위 가구 소비지출은 492만 2천 원으로 6.5% 뛰었습니다.

1분위 가구는 식비에 주로 돈을 쓰고 세간살이라든지 교육비, 통신비, 교통비까지 씀씀이를 줄였는데, 5분위 가구는 오락·문화에 지출하는 돈을 30% 가까이 늘렸고, 소비지출 비중으로 봐도 음식과 숙박에 가장 많은 돈을 썼습니다.

[앵커]
1분위 가구가 소비 지출을 줄였다고 했는데, 그랬는데도 월평균 소득보다 지출액이 더 크네요?

[기자]
네, 1분위 가구는 매달 평균 33만 원 적자 살림을 했습니다.

[앵커]
5분위 가구가 음식과 숙박에 돈을 많이 썼다는 건 여행을 많이 다녔다는 뜻인가요?

[기자]
네, 단체여행비가 150% 이상 늘었습니다.

아무래도 3분기에 여름 휴가철과 추석 연휴가 끼어있다 보니, 여행 경비를 포함한 오락·문화 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이렇게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돈을 쓰는 소비지출도 늘었지만, 비소비지출 비용도 꽤 늘었거든요.

소비하지 않고도 나가는 돈, 그중에서도 특히 이자비용이 24.2%나 늘었습니다.

지난해 3분기부터 5분기 연속 두 자릿수로 늘고 있는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계속 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자 부담이 늘고 있다고 하니, 이제 가계대출을 좀 짚어봐야겠습니다. 이번 주에 3분기 가계신용 통계도 나왔는데, 가계 빚이 역대 최대치였죠?

[기자]
네, 가계 실질소득이 늘어나는 동안, 가계 빚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올해 3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 6천억 원으로 한 분기 만에 14조 3천억 원이 더 쌓였습니다.

지난해 3분기 잔액이 1,871조 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는데, 1년 만에 최고액을 경신한 겁니다.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주택담보대출입니다.

잔액 기준 1,049조 천억 원으로 한 분기 전 역대 최대기록을 또 갈아치운 겁니다.

올해 분기별 주담대 잔액 추이를 보면, 그냥 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증가 폭도 갈수록 커지고 있죠.

지난 3분기에는 무려 17조 3천억 원이 불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전체 가계 빚 증가 폭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더 크군요? 부동산 경기가 다소 살아난 영향인가요?

[기자]
네,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을 보면 올해 1분기 11만 9천 가구, 2분기 15만 5천 가구, 3분기에는 14만 9천 가구입니다.

3분기에 소폭 줄긴 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나 연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활발합니다.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 모기지 상품과 개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 규모가 커졌고, 지금은 사실상 중단된 은행권의 50년 주택담보대출도 3분기 통계에는 반영됐습니다.

여기에 카드를 쓰고 아직 대금 납부를 하지 않은 금액도 사실상 빚으로 잡히는데요.

이걸 판매 신용이라고 합니다.

앞서 3분기 소비지출 통계에서 확인되듯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소비 심리가 3분기 여행과 여가 중심으로 되살아났잖아요

신용카드 이용 규모가 커지면서 판매 신용은 2조 6천억 원 증가한 116조 6천억 원, 세 분기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습니다.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은 2분기보다 5조 5천억 원 줄면서 8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가계 빚 이렇게 늘어나도 괜찮은 거예요?

[기자]
일단 가계신용이 분기별 평균 30조 원씩 늘었던 2020년~2021년, 평균 20조 원 늘었던 2010년~2019년 때와 비교하면 지난 3분기 증가 규모가 아주 높은 편은 아니라는 게 한국은행 분석입니다.

또 가계부채 관리가 규모 자체를 급격히 줄이는 것보다는 GDP 대비 점진적인 하향 안정화에 초점을 두고 있고, 현재 0%대 초반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설명인데요.

앞으로의 흐름에 대해서는 하반기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 기조가 차츰 효과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설명 직접 들어보시죠.

[서상석 /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 : 최근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금리 부담으로 주택시장에 대한 관망세가 확산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조치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보다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서민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정부가 이자 장사하는 은행들이 나서라고 주문하기도 했죠. 체감할 만한 변화가 나올까요?

[기자]
네, '상생금융'이라고 하죠.

지난 월요일에 금융당국 수장들이 5대 금융지주 회장단이 만난 자리에서 "금융회사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에서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구체적인 요청으로 나왔습니다.

8대 은행금융지주회사와 은행 연합회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대상으로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연내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세부적인 지원 규모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국회에 발의된 횡재세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발의된 법안의 계산대로라면 은행들이 내야 할 기여금은 올해 2조 원가량 되는데, 이 금액을 자발적으로 조성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입니다.

[앵커]
네, 숫자로 따져보니 가구마다 소득은 각기 다르게 늘거나 줄어드는데 이자 부담은 계속 오르고 있어서 고통이 가중되는 곳부터 잘 살펴야 하겠네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나연수 (ysn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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