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포공항 갑질 "8년 전과 똑같이 복구하고 과징금도 내"

[앵커]
김포공항이 광고업체에 제조사 부도로 사라진 자재로 8년 전 모습 그대로 원상복구를 요구하거나 사용하지 않은 부분까지도 작업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처럼 과도한 복구로 인해 늦어진 작업 기간에 수천만 원의 비용까지 청구했습니다.

이승윤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내 광고물이 있던 벽면.

8년 계약 종료에 맞춰 광고업체는 올해 1월 1일 광고물 철거 작업을 마쳤습니다.

한국공항공사 측은 실리콘을 이용한 복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8년 전과 똑같이 원상복구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제작 회사가 부도가 나서 이제는 생산이 안 되는 타일 131개로 복원하라는 겁니다.

결국, 비싼 에폭시로 구멍을 메웠고, 없는 타일을 구하느라 상당한 시간도 허비했습니다.

하지만 공사 측의 요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광고물을 뗀 공간이 나머지 벽면과 달라 보인다며 광고 벽면의 4배가 넘는 벽 전체를 새로 단장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한국공항공사 직원 (음성변조) : 시트 바르는 조건이 뭐였어요? 처음부터 끝까지였죠! 다시 말씀드리는데, 저 끝쪽부터 저 벽까지입니다.]

여기에 국제선 청사 1층 내 광고물이 있던 기둥 4개 외에 광고물이 없던 기둥 2개도 단장하라고 강요했습니다.

업체는 심야에 공사하느라 추가로 1억 원 넘게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월 17일에야 작업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공사 측은 후속 사업자의 영업을 방해했다며 과징금 성격의 무단 점유료 7천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업체는 코로나19 당시 국제선이 폐쇄돼도 임대료를 성실히 납부하며 상생을 위해 노력했는데 돌아온 건 갑질이라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이창우 / 중소 광고업체 전무 : 거의 불가능해요, 똑같이 한다는 게 왜냐하면 수작업이어서 똑같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때그때 색깔도 틀리고요. 100% 완벽할 수가 없는데 처음에 그걸 계속 고집을 해서 저희들이 매우 힘들었었습니다.]

한국공항공사 측은 "원상회복 비용은 수억 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며 모두 적법하게 처리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코레일유통과 부산교통공사 등 다른 공기업은 계약서에서 10일, 서울 메트로 9호선은 한 달의 원상회복 기간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업체가 구제받을 방법 가운데 하나는 공정거래조정원 조정 신청.

[이호종 /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공정거래팀장 : 원상복구 기간 위반에 따른 손해액으로 이렇게 산정을 했다라고 하면 좀 과한 면은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분쟁 조정 협의회 쪽에 조정 신청을 주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지난 코로나19 사태 당시에는 고통을 함께 감내할 것을 강조했던 한국공항공사.

정작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자 협력업체에 부담을 강제하며 상생의 정신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YTN 이승윤입니다.


촬영기자;윤성수
그래픽;김효진 지경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