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붕어빵 가게 앞에 젠슨 황 등신대가? “엔비디아 인기, 대만서 실감했다”

[생생경제] 붕어빵 가게 앞에 젠슨 황 등신대가? “엔비디아 인기, 대만서 실감했다”

2024.06.27. 오후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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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09:00~10:00)
■ 진행 : 조태현 기자
■ 방송일 : 2024년 6월 27일 (목요일)
■ 대담 :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태현 기자 (이하 조태현) : 다양한 산업 분야와 기업들의 움직임, 그 이면까지 생생히 전달해드리기 위해 마련한 코넙니다. 취재부터 뉴스까지, 한큐에 전해드릴 <취재수첩 생생타임즈>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전화로 연결합니다. 기자님, 안녕하세요.

◇ 김정남 기자 (이하 김정남) : 네 안녕하세요.

◆ 조태현 : 오늘 다뤄볼 주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입니다.

요즘 세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황이 대만계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고요. 요즘 증시하면 엔비디아만 쳐다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요즘 주가 상황은 좀 어떻습니까.

◇ 김정남 : 네, 그렇습니다. 본격적인 반도체 얘기 전에 엔비디아 주가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엔비디아는 잘 알려졌다시피 그래픽저장장치(GPU)라는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잘 만드는 역폭메모리(HBM)를 붙여서 만든 게 AI 가속기라는 것인데요. AI 시대 들어서 품귀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없어서 못파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이를 등에 업고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60% 이상 뛰었고요. 시가총액은 3조달러를 돌파하면서 한때 전세계 1위에 올랐습니다. 사실 시총 10위 안에 있는 기업들을 보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이런 회사들이거든요. 소비자들과 접점이 높아서 브랜드 인지도가 매우 높은 회사들입니다. 그런데 엔비디아는 그렇지는 않거든요. 그동안은 소위 말하는 그래픽카드 만드는 회사 정도로 알려져 있었고요. 심지어 컨설팅회사 인터브랜드의 ‘2023년 글로벌 대표 브랜드 100위’ 조사를 보면, 엔비디아 이름이 없습니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일반 소비자들과 접점이 현저하게 적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시총 1위에 오른 것은 엔비디아를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 조태현 : 얼마 전 대만에서 열린 IT 전시회인 컴퓨텍스, 장안의 화제였습니다. 젠슨황은 거의 록스타처럼 대접 받았다고 하던데 현장, 다녀오셨다면서요?

◇ 김정남 : 네. 저희도 취재팀을 꾸려서 대만으로 갔고요. 저는 한국에서 팀장으로 후배 기자의 대만 취재를 총괄했는데요. 말그대로 슈퍼스타였다고 합니다. 젠슨 황은 대만에서 태어나서 9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대만계 미국인인데, AI 광풍을 주도하면서 대만의 자부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예를 들면 대만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타이베이 루이팡구 ‘지우펀’의 한 붕어빵 가게 입구엔 젠슨 황의 사진이 실물과 같은 크기로 대문짝만하게 서 있었고요. 택시든 호텔이든 어디든 젠슨 황과 관련한 뉴스들이 계속 틀어져 있었습니다. 젠슨 황 역시 컴퓨텍스 행사 한참 전에 입국해서 대학 강연, 프로야구 경기 시구 등을 소화할 정도로 대만에 대한 애정이 높음을 보여줬습니다.

◆ 조태현 : 대만에는 엔비디아 말고도 세계 최대 파운드리, TSMC도 있잖아요.

◇ 김정남 : 네 그렇습니다. 얼마 전 대만 지진이 났을 때 전 세계가 “그럼 TSMC는 괜찮은 거냐”고 반응한 것은 잘 알려져 있죠. 그만큼 대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핫한 엔비디아와 TSMC가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 주목 받았죠. 젠슨 황은 지금이야 AI 황제로 불리지만 창업 초기인 1990년대 중반께만 해도 직원 월급 줄 돈이 없었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는 그때 TSMC의 모리스 창 전 회장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칩 생산을 부탁했고, 이에 당시 64세 모리스 창은 32세 젠슨 황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죠. 젠슨 황이 훗날 “TSMC가 없었다면 오늘의 엔비디아는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한 것은 유명하죠. 중화권 특유의 끈끈한 네트워크로 뭉친 두 회사는 그렇게 30년 가까이 협업을 유지하며 밀착했습니다. 둘뿐만 아닙니다. 대만계 리사 수 CEO가 이끄는 AMD는 TSMC에 생산을 의존하고 있고요. AMD와 합병한 자일링스의 전 CEO 빅터 펭 역시 대만 출신입니다.

◆ 조태현 : 어떻게 보면 대만은 사실 작은 섬나라잖아요. 미중 갈등의 중심에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 궁금한 것 같습니다. 대만이 반도체 최강국이 될 수 있던 배경, 원인, 뭐였을까요?

◇ 김정남 : 네. 한국도 북한과 인접하다 보니 지정학적으로 취약한데, 대만만큼은 아니죠. 제가 지난해까지 미국에서 특파원 근무를 했을 때도 워싱턴의 여러 싱크탱크들이 중국의 대만 공습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중국 입장에서는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면 반드시 대만을 잡아야 합니다. 반대로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으려면 반드시 대만을 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대만은 반도체만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다는 절박함이 매우 강했습니다. 대만에서는 TSMC를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으로 부릅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나라를 지켜주는 안보 첨병이라는 의미입니다. 그 바탕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죠. 먼저 대만의 상징인 TSMC부터 볼까요. TSMC는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출신 모리스 창 박사가 1987년 세운 회사인데요. 이때 대만 정부와 12개 자국 기업이 각각 48%, 25%를 출자했습니다. 사실상 공기업이라고 봐야죠. 그렇게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로 성장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라이칭더 신임 총통이 이례적으로 반도체 기업인 궈즈후이를 경제장관에 임명한 것을 두고도 업계는 충격을 받았죠. 궈즈후이는 TSMC의 소재·장비 납품 협력사인 톱코그룹의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 조태현 : 특히 정부지원, 이게 굉장히 역할이 큰 것 같더라고요.

◇ 김정남 : 네 그렇습니다. 대만은 1980년대 신주과학단지를 조성해 중소중견 기업들까지 대대적으로 지원했고, 그들이 커서 세계적인 기업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습니다. 반도체 생산 과정을 크게 보면 설계, 제조, 후공정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잘 알다시피 제조 분야는 대만이 세계 최강이죠. TSMC와 UMC는 각각 파운드리 세계 1위, 4위입니다. 반도체 설계, 다시 말해 팹리스는 세계 2위입니다. 미디어텍은 모바일 AP 설계 1위이고, 리얼텍은 오디오 칩 1위, 노바텍은 디스플레이 칩 2위에 각각 올라있습니다. ASE 테크놀로지스는 세계 최대 후공정(패키징) 기업이죠. 미디어텍, 리얼텍 등은 모두 중소기업에서 시작했거든요. 정부가 과학단지를 중심으로 인프라 등을 확실하게 지원한 결과입니다. 메모리 제조에 반도체 경쟁력이 사실상 집중돼 있는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것입니다.

◆ 조태현 : 또 다른 비결, 뭐가 있을까요?

◇ 김정남 : 저는 무엇보다 대만 안에서 엔지니어를 대하는 분위기가 매우 우호적이라는 걸 꼽고 싶습니다. 대만 반도체회사 엔지니어들은 다른 산업들과 비교하면 보수가 좋은 편입니다. 또 반도체의 중요성을 잘 알다 보니 매우 열정적으로 일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습니다. 과거 삼성전자가 처음 반도체 사업을 시작해서 미국 일본 등을 따라잡을 때의 일하는 문화를 떠올릴 법합니다. 얼마 전 삼성전자 회장을 지냈던 ‘반도체 구루’ 권오현 서울대 이사장이 한 행사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성공을 두고 “리더와 직원들의 헌신 덕분이었다”고 했는데, 지금 대만이 딱 그렇습니다. 저도 자녀가 두 명 있습니다만, 요즘 한국은 의대에 진학하는 게 마치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처럼 돼 있잖아요.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차이가 많은 거죠. 대만 사람들 특유의 기업가정신도 비결로 꼽을 만합니다. 사실 지금은 파운드리의 개념이 자연스럽죠. 그런데 TSMC가 설립된 1987년 이전에는 없던 개념이었습니다. 당시 업계를 주도하던 미국 일본과 맞서기 어려우니까 ‘설계는 하지 말고 제조만 하자’는 사업 모델을 도입한 것이죠. 그 과정에서 “TSMC는 고객들과는 경쟁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이 나왔죠. 팹리스 입장에서도 기술 유출 우려 같은 게 없으니 마음이 편하고요. 퀄컴 등과 같은 회사들이 당시에는 공장 지을 돈이 없던 스타트업이었거든요. 이런 벤처들이 쏟아져 나온 시대적인 흐름까지 타고 TSMC는 대박을 친 것이죠.

◆ 조태현 : 우리가 교훈삼아야 할 부분, 뭐가 있을까요?

◇ 김정남 : 네. 한국과 대만은 참 비슷한 게 많습니다. 지정학적으로 취약하고, 즉 미국과 가까운데 중국의 견제까지 받는 그런 미묘한 위치인 거죠.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이고 교육열이 강하다는 점도 그렇고요. 그런데 반도체 경쟁력을 왜이렇게 벌어졌냐 하는 점을 우리는 잘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조심스러운 얘기이긴 합니다만,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초거대기업을 비롯한 산업 생태계가 단단해야 결국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어찌보면 당연할 수 있는 얘기에 주목할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반도체는 AI 시대 들어 국가안보와 직결된 총성 없는 전쟁터거든요.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이 다 그렇습니다. 다른 나라 정부들이 지원하는 정도까지는 어렵더라도, 보조금 등의 문제에 대해 더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에 제가 대표적인 반도체 벨트에서 당선된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반도체에 대해 인터뷰를 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반도체와 산업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서 좀 놀랐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문제로 여야가 싸우는 모습을 안 봐도 될 것 같아서 안심도 됐고요. 하나 더해서, 너무 광범위한 얘기이긴 합니다만 의대에 쏠려있는 한국의 이상하게 뒤틀린 인센티브 구조는 바로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공학과 엔지니어를 우대하는 문화가 더 자리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 조태현 : 기자님,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였습니다.

#엔비디아 #대만 #젠슨황 #반도체 #TSMC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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