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고라서 샀는데, 속았다? 중고차 기록부, 이젠 '문짝 수리'까지 적는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09:00~10:00)
■ 진행 : 조태현 기자
■ 방송일 : 2025년 1월 8일 (수요일)
■ 대담 : 공정거래위원회 심재식 시장구조개선정책과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조태현 기자 (이하 조태현): 지난 12월, 공정위가 경쟁 제한적 규제를 개선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경쟁 제한적 규제, 쉽게 와 닿진 않는 단어인데요. 이게 어떤 내용인 건지,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과
심재식 과장님과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과장님 안녕하세요?

◆공정거래위원회 심재식 시장구조개선정책과장 (이하 심재식): 네 안녕하세요. 심재식 과장입니다.

◇조태현: 과장님, 흔히 공정위는 기업 간 담합이라든지,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적발하는 업무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은 그 용어가 좀 생소합니다. 어떤 업무인가요?

◆심재식: 말씀하신 것처럼 공정위는 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업무도 하지만 우리의 경제 활동을 방해하는 각종 규제를 찾아 개선하는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자유롭게 경영활동을 해야 혁신이 일어나고 가격과 서비스 경쟁이 촉진되는데, 과다한 규제로 인해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거든요.그리고 규제가 만들어진 당시에는 필요하였지만 시장상황이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불필요해진 규제들도 있어요. 특히 독과점 시장에서는 규제로 인해서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여 기존 독과점 기업들의 지위가 더욱 공고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진입제한 규제나 기업의 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경쟁제한적 규제라고 보시면 되고요. 공정위에서는 이러한 규제들을 발굴하여 소관 부처와 협의해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조태현: 시장진입이 제한되었던 규제, 말씀해주셨는데 대표적으로 어떤 것이 있었나요?

◆심재식: 예를 들자면 정부양곡 도정시장에서의 규제개선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우리 정부는 일정 비율의 양곡을 매입하거나 수입해서 따로 관리를 하는데요. 이런 정부 양곡은 군부대나 복지, 교정시설, 쌀 가공업체 등으로 유통됩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양곡의 효율적 관리와 부정유통을 방지하기 위해서 도정하는 업체를 전국에 120개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련 규정에서, 도정 계약기간이 끝나면 기존에 계약을 했던 업체와 다시 계약을 하도록 정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신규업체는 정부양곡 도정업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형적인 진입제한 규제죠.


◇조태현: 새로 경쟁할 신규 업체가 선정되지 않으면, 기존 업체들은 굳이 시설투자나 서비스 품질을 높일 유인이 없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그랬나요?

◆심재식: 네. 말씀하신 것처럼 시장에 경쟁이 없으니, 일부 업체이긴 합니다만, 시설이 노후화되고 양곡에 이물질이 혼입되는 등 도정 품질에도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농림부와 협의해서,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업체는 퇴출하고 신규업체도 정부양곡 도정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하였습니다. 이번 개선으로 도정 시장의 경쟁이 촉진되면, 도정공장의 기술투자도 확대되고 도정 품질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조태현: 저희 청취자들이 쉽게 알만한 진입규제 개선, 또 어떤 게 있을까요?

◆심재식: 친환경 고급택시의 차종 제한 완화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택시 차종은 경형-소형부터 모범-고급까지 구분되어 있고요. 친환경 자동차도 같습니다. 그리고 각 레벨별로 배기량과 출력기준을 달리 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급택시는 저희가 많은 짐을 싣고 공항을 갈 때나 좀 차별화된 서비스를 원할 때 이용을 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최근에 출시되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보통 저배기량으로 나오고 있어서, 기존에 배기량과 출력기준으로 하면은 고급택시로 운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연비 때문에 택시기사분들 수요도 많은데 택시시장 진입이 제한된거죠. 그래서 국토부와 협의를 해서 배기량과 출력기준 외에 기준을 추가해서 최근에 출시되는 하이브리드 대형차량도 고급택시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요. 참고로 관련 규정 개정은 완료되었습니다.

◇조태현: 중고차와 의료기기 수리와 관련한 이야기도 있던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차례로 말씀 나눠보죠. 중고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가 개선되었다고요?

◆심재식: 네. 중고차를 매매하는 사업자는 중고차 상태를 점검한 내용을 기록해서 소비자에게 교부해야 하는데요. 이를 자동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라고 합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중고차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차량의 수리유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사고이력을 적도록 하면서, 사고이력은 차량의 주요 골격부위에 수리가 있었던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차량 후드 부위나 문 전체를 교체했더라도 이게 차량의 주요 골격부위가 아니니까 사고 이력에는 없음으로 표시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들은 이걸 무사고 차량으로 오인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번에 국토부와 협의를 해서 ‘사고이력’으로 표시하지 말고 차량의 ‘수리 정도’를 기록하자. 즉 중대한 수리를 했는지 경미한 수리를 했는지 모두 기록해서 소비자들이 차량 구입 시 참고하도록 하였습니다.

◇조태현: 말씀하신 조치라면 소비자들도 중고차에 관한 더 정확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겠네요. 의료기기 수리에 관한 내용, 어떤 게 있나요?

◆심재식: 질병 등을 진단, 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기구, 기계 등을 모두 의료기기라고 하는데요. 진료할 때 사용하는 조명등, 휠체어, X선 촬영장치 같은 것들이 모두 의료기기입니다. 이런 의료기기를 수리할 때는 원칙적으로 그 성능이나 구조 등을 변환하는 것은 금지되고요. 예외적으로 안전성 등에 영향이 없는 범위에서 외관을 바꾸는 정도의 경미한 수리만 허용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허용되는 의료기기 수리의 범위가 좁다 보니 의료기기 수리시장의 활성화나 소비자들도 불편이 있어왔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식약처가 의료기기의 안전성 등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허용되는 수리의 대상과 그 관리방안을 좀 더 검토해서요. 경미한 수리의 범위에 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하였습니다.

◇조태현: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청취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심재식: 규제라는 것은 한번 만들어지고 나면 관련 이해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스스로 완화되거나 없어지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규제개선은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추진되어야 합니다. 특히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는 기업의 혁신의지를 꺾고 기업부담과 국민 불편을 야기한다는 측면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정위는 우리 경제의 건전한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적극적인 규제개선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고요. 또 이를 위해 규제 소관 부처와도 긴밀히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태현: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공정거래위원회 심재식 시장구조개선정책과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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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