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오명 못 벗는 사모펀드의 흑역사..."규제 필요" 목소리

'먹튀' 오명 못 벗는 사모펀드의 흑역사..."규제 필요" 목소리

2025.03.22. 오전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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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부실기업이 된 배경에는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무리한 투자금 회수 전략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저평가된 기업 인수를 통한 가치 제고'라는 사모펀드의 본질적 기능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황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사모펀드가 국내에서는 생소하던 2003년.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1조 3천억 원에 외환은행을 인수했습니다.

상당히 '헐값'이었을 뿐만 아니라 인수 석 달 만에 주가 급등으로 1조 원가량의 평가이익을 얻고,

또 2012년에는 하나은행에 매각해 4조6천억 원대 차익을 들고 떠나버리자 '사모펀드'에는 '먹튀', '기업 사냥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졌습니다.

하지만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 운영 개선 등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사모펀드의 순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정부도 뒤늦게나마 국내 사모펀드 양성에 나섰고 2004년 12월 제도적 기반이라 할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덕분에 초기 4천억 원에 불과하던 국내 사모펀드 규모는 20년 만에 136조4천억 원으로 350배가량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익 창출'이 목적이다 보니 기업가치 제고나 지배구조 개선 등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최근 홈플러스 사태로, 사모펀드가 투자이익 극대화에 혈안이 돼 오히려 기업 부실을 초래한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견실한 가구 기업이었던 '한샘'은 지난 2021년 'IMM 프라이빗 에쿼티'에 인수된 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급락했고,

밀폐용기 1위인 '락앤락' 또한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에 매각된 이후 영업이익이 급락하더니 지난해에는 상장 폐지됐습니다.

반면 대리점 갑질과 불가리스 사태 등 '오너 리스크'에 시달리던 남양유업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인수된 이후 흑자 전환뿐 아니라 이미지도 개선돼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유정주 /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 투자자가 글로벌화 하면서 어쨌든 이익을 취해야 하니까 무리하게 되고 알짜 자산을 매각해서 빚부터 갚고 악순환에 빠지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데, 어찌 됐든 (기업이) 무너지지 않게 어느 정도는 책임을 지우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토종 사모펀드' 1호로 불렸던 'MBK파트너스'가 무리한 '차입 매수' 전략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소위 '알짜' 매장은 팔아치우고 '부채 잔치' 속 배당은 늘려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모펀드를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은 따갑기만 한 상황.

MBK는 영풍과 손잡고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업체 고려아연과도 지난한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고려아연은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기업 가치가 훼손되고 기술이 유출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20년 역사를 맞은 국내 사모펀드가 끝내 '먹튀'라는 오명을 떼어내지 못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YTN 황혜경입니다.


영상편집 이은경

디자인 이원희


YTN 황혜경 (whitepaper@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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