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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09:00~10:00)
■ 진행 : 조태현 기자
■ 방송일 : 2025년 4월 23일 (수요일)
■ 대담 :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태현 기자 (이하 조태현) : 추경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정부가 12조 원 추경안을 발표했던 게 벌써 시간이 꽤 지났죠. 그런데 왜 며칠이나 지난 다음에 이 이야기를 하냐. 얼마나 어디에다 쓸 것인가 이런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정부가 추경안을 발표했던 당일에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 세부 내용이 다 담긴 안이 그제 늦은 시각에서야 국회에 제출이 됐는데요. 정부의 추경안이 국회로 넘어간 게 무려 3년여 만이고요. 대행 체제에서는 또 역대 처음입니다. 이 내용 분석해 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화로 연결하겠습니다. 위원님 나와 계십니까?
◇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하 이상민) : 예, 안녕하세요
◆ 조태현 : 네, 안녕하십니까? ‘구체적인 안을 보기 전에는 추경안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게 사실은 넌센스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이거는 무슨 뜻으로 하신 말씀입니까?
◇ 이상민 : 조금 전에 정부가 지난주에 추경안을 발표했다고 했는데요, 사실상 정부는 지난주에 추경안을 발표하지는 않았고요. 추경안 홍보 자료만 발표를 했어요. 그럼 실제 추경안을 발표한 것은 이번 주인 거고요. 굉장히 재미있는 일인 게 정부가 추경 홍보 자료를 발표한 것은 지난주였죠. 지난주에 홍보 자료를 보고 다른 모든 언론은 그냥 기사를 썼죠. 그런데 기사를 쓴 기자는 물론이고 전문가와 국회의원까지도 이 추경안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추경안을 보지 않고 홍보 자료만 보고 추경안에 대해서 이건 잘했네, 이건 못 했네라고 왈가왈부를 하는 건데요. YTN에서도 저는 지난주에 인터뷰를 요청을 했었는데 저는 추경안을 보지 않고 인터뷰 안 하겠다고 말을 했는데 다른 언론 같은 경우는 그냥 추경안 안 보고 홍보 자료만 가지고 인터뷰를 하는데 그래도 YTN은 추경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 인터뷰를 해서 너무도 당연한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조태현 : 인내심을 갖길 잘했네요.
◇ 이상민 : 그럼요. 속보 경쟁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봅니다.
◆ 조태현 : 알겠습니다. 금액만 있었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이 더 중요하긴 하니까요.
◇ 이상민 : 아예 추경안을 보지 않고 추경안 홍보 자료만 보고 추경안에 관해서 얘기하는 것은 이건 저는 바람직한 것은 아니고요. 이거는 저는 꼭 고쳐져야 할 어떤 잘못된 관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조태현 : 알겠습니다. 저희도 열심히 귀를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자 어찌 됐건 대행 체계에서 추경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급하다고 봐야겠죠?
◇ 이상민 : 급한 정도가 아니라 이미 늦었죠. 이미 너무 많이 늦었고요. 저희 나라살림연구소가 추경 규모랑 내안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게 올해 1월 8일이었어요. 그리고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올해 2월에 추경을 해야 된다고 말을 했는데 굉장히 극단적으로 이례적인 게, 예를 들어서 대한민국 정부가 한국은행이 해야 할 금리를 높여라 낮춰라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우리나라 기재부나 대통령이 한국은행이 해야할 금리 역할을 이번에 낮춰야 되겠다 좁혀야겠다 이런 말을 하면 사실상 월권이고 이런 건 큰일 나는 거예요.
◆ 조태현 : 굉장히 문제가 있는 거죠. 중앙은행에 압박을 준다는 것 자체가.
◇ 이상민 : 거꾸로 생각하면 중앙은행이 기재부가 해야 할 역할을 추경을 해라 마라 말하는 것도 극단적으로 이례적인 일이에요. 그런데 이런 극단적인 이례적인 일이 올해 2월 달에 한국은행 총재가 추경이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로 굉장히 시급한 거였던 거고요. 최근에 이창용 총재가 추경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까 “굉장히 오해받을 일이라는 사실은 나도 안다. 하지만 도저히 침묵할 수 없어서 발언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굉장히 시급했는데 이미 1분기 다 지나고 4월 달이니까 너무 늦었죠.
◆ 조태현 : 그런데 이 늦은 것도 제때 처리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간에 이 이야기는 뒤에 더 해보도록 하고요. 추경안 총평부터 부탁드릴게요.
◇ 이상민 : 총평을 보면은 일단 너무 어정쩡하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너무 늦었다는 말을 제가 반복하는데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정부는 작년 말에 올해 한 2.2% 성장한다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12월 달에 계엄 이후에 1월 달 정부는 2.2%는 안 되고 한 1.8% 성장할 거야라고 했어요. 그런데 한은은 2월 달에 1.8%도 안 되고 1.5% 정도일 것 같아 그러고. 최근에 IMF는 4월 달에 한 1% 이 정도로 낮춰 잡았어요. 이런 상황에서 일단 너무 늦었다는 건데요. 그리고 너무 늦었으면 약간 더 규모를 키워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창용 총재도 지난 2월 달에 추경 규모를 말할 때 추경은 진통제다. 너무 많이 하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 제시했던 규모가 최소 15조 원에서 한 20조 원 정도는 해야 된다고 그랬어요. 진통제여서 많이 하면 안 되는 추경이 최소 15조 원을 해야 한다고 말을 했는데 이번에 규모가 한 12조 원 정도잖아요. 시기도 늦었고 규모도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듭니다.
◆ 조태현 : 시점적으로나 규모적으로나 다 어정쩡하다. 세부적인 내용부터 가보죠. 민생 안정 쪽에 4.3조 원이 잡혀 있어요. 저는 이거 보면서 아 이거 괜찮을까 싶었는데, 아쉬운 대목은 없었습니까?
◇ 이상민 : 민생 안정이라는 것은 내수 경기를 살리겠다는 측면도 있고 저소득층이 너무 어려우니까 도와주겠다는 측면,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봐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추경에서 말하는 저소득층을 도와주겠다는 것은 사실상 없고 소상공인 300만 명에게 한 50만 원 정도 공과금을 지원해 주는 게 핵심이고요. 그리고 소상공인 2만 명한테 한 5천억 원 정도를 융자해 주겠다. 이 두 개가 핵심인데 저희가 아쉬운 부분은 소상공인, 굉장히 어렵죠. 이거 모르는 사람 없잖아요.
◆ 조태현 : 한계 상황인 건 맞죠.
◇ 이상민 :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들을 하시는데요. 이분들을 도와드려야 되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 문제는 폐업 시기를 단순히 한두 달 늦추는 거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니잖아요. 이번 달에 폐업할 분이 다음 달에 폐업하는 거는 이건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닌 거고 실질적으로 소비가 늘고 내수가 이 활성화될 수 있는 그런 대책도 필요한데 그런 대책은 제가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습니다.
◆ 조태현 : 그런 대책은 어떤 게 있을까요? 소상공인의 폐업 시기를 늦추는 거 말고 정말로 내수의 온기가 돌게 할 만한 그런 정책들, 추경으로 할 수 있을 만한 게 어떤 게 있을까요?
◇ 이상민 : 이번에 소상공인에게 50만 원 지원하는 거가 공과금을 지원하는 거거든요. 공과금이라는 게 말 그대로 전기요금이나 수도요금이나 인터넷 비용 아니면 보험료 이런 것들을 지원하는 건데 이런 것들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긴 필요하죠. 이 제도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지적을 하는 건데요. 공과금을 낸다고 해서 그게 내수를 살리는 것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수도요금 전기요금을 냈다고 해서 그게 내수, 나의 소비 여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죠. 예를 들어서 저는 소상공인 공과금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저소득 계층은 현재 소비 여력이 굉장히 없어요.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는 거죠. 이런 저소득계층에게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저소득 계층의 현금성 뭔가를 지원하면 이분들의 생활고도 좋아질 뿐만 아니라 이분들이 소비를 하게 되죠. 소비를 하면 내수 경기가 살아나는, 이런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순환 대책이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 조태현 : 그러다 보니까 민주당에서 이거 지역 화폐 발행을 더 해야 되는 거 아니냐, 이 예산이 들어가야 되는 거 아니냐 주장을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지역 화폐라는 정책이 굉장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책이잖아요.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세요?
◇ 이상민 : 논란이 있는 게 이번 추경에도 온누리 상품권 10% 추가 할인 정책은 있어요. 그런데 민주당은 온누리 상품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 화폐로 해야 된다고 하는데 헷갈려요. 온누리 상품권이 뭐고 지역 화폐가 뭔지. 온누리 상품권은 주로 전통시장 등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거고 민주당이 말하는 지역화폐는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다른 소비처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게 지역 화폐여서 일단 내수를 선순환하는 데는 지역화폐가 당연히 도움이 돼요. 그런데 모든 정책에는 장단점이 있는 것 아닙니까? 지역화폐가 내수를 살리는 데는 분명히 도움이 되는 것은 맞아요. 다만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 지역 화폐를 전체에다가 이거를 뿌리다 보면 돈이 굉장히 많이 들죠. 돈이 많이 든다는 단점과 내수를 살릴 수 있는 장점이 두 가지가 다 같이 있는 정책이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어떤 저소득계층, 취약계층을 사후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과거부터 말을 해 왔는데요. 무슨 소리냐면 일단 보편적으로 지원을 하고 전체 누가 저소득층인지 알 수가 없잖아요. 작년에 제가 돈을 못 벌었다는 이유로 올해 돈을 못 번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고 거꾸로 작년에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서 올해 돈을 잘 번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작년 소득 기준으로 저소득층을 선별한다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 거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보편적으로 지급을 하고 내년에 연말정산 때 소득에 따라서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정책을 제안을 하고 있는데요, 아무튼 이러한 정책은 되어 있지 않습니다.
◆ 조태현 : 돈을 직접 지급하는, 이전 소득이라고 하잖아요. 이런 것들은 쓰는 돈에 비해서 경제에서 활성화되는 효과는 상당히 작다는 게 어느 정도는 검증이 돼 있는 사실이잖아요.
◇ 이상민 : 연구에 따라서 다 다릅니다. 어떤 연구는 굉장히 적다는 연구도 있고 어떤 연구는 그래도 있다는 연구도 있는데, 확실한 것은 저소득층은 그래도 소비에 대한 탄력성이 많거든요. 왜냐하면 저소득층이 소비를 안 하는 이유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죠. 돈이 없어서. 근데 상대적으로 고소득층 같은 경우는 돈을 줘도 돈이 없어서 소비를 못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분들 같은 경우는 소비 탄력성이 굉장히 낮은데 그런 의미에서 이런 어떤 중산층 이상 고소득층에게 지원된 돈을 나중에 세금으로 환급할 수 있는 것은 이거는 저는 두 가지의 장점을 결합한 게 아닐까라고 생각을 합니다.
◆ 조태현 : 제가 말씀드린 연구는 한국은행에서 나왔던 연구 결과를 말씀드린 건데,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이런 기준부터 어떤 선택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기준부터 확립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기도 하고요. 다른 것 좀 보겠습니다. 통상과 AI 지원 분야에서 4.4조 원이 편성됐다. 이거 괜찮습니까?
◇ 이상민 : 이것은 요즘에 거의 안 할 수가 없는 그런 상황인 거고요. AI 관련돼서 거의 전 세계가 경쟁이 굉장히 심해지고 있잖아요. 특히 AI 편성된 돈 중에서 제일 큰 게 GPU를 구매하는 예산이 가장 많이 편성됐어요. 요즘 AI의 핵심이 GPU라는 반도체라고 하는데, 저는 이 부분이 얼마나 지표를 확보를 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최소한 확보를 할 수 있도록 노력은 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로 인해서 돈이 없어서 아예 노력조차 못 하면 안 되고 이런 것은 저는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저는 오히려 만시지탄 너무 늦었다고 생각을 해요. AI 경쟁, GPU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너무 뒤처진 상태여서 지금이라도 어떻게 확보하도록 노력할 수 있는 돈은 우리가 마련해야죠.
◆ 조태현 : 늦었지만 이 부분도 필요하긴 하고. 어찌 됐건 이번 추경, 필수 추경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정도로 가장 시급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산불에 대한 대응이잖아요. 재난재해 대응을 위해서 3.2조를 잡았어요.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 어떤 게 있을까요?
◇ 이상민 : 3.2조 원 중에서 정말로 이번 산불 피해 관련 예산은 한 1.4조예요. 1.4조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죠. 추경은 양도 중요하지만 속도도 중요하거든요. 이것은 빨리 추경이 통과돼서 지출이 됐으면 좋겠는데요. 그런데 1.4조가 이번 산불 피해 관련 예산이고 그럼 나머지는 뭐냐. 한 1.7조 원 정도는 예방 예산이에요. 앞으로 이런 산불 같은 것들은 나오면 안 되겠다. 헬기가 부족하고 굉장히 노후된 헬기 사고도 많이 너무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잖아요. 헬기도 도입하고 산불 진화차, AI 감시 카메라 이런 것들도 있는데 당연히 필요하죠. 여기에 대해서 이견은 없을 것 같은데 저는 이거 가지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헬기와 산불 진화차만 있으면 이제는 산불이 안 날까? 그런데 요즘에 기후 위기 때문에 대형 산불이 많아졌다는 그런 의견도 있고 또 일부는 산림청 조림 사업 때문에 대형 산불이 많아졌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그런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예요. 기후 위기가 됐든 산림청 줄인 사업이 됐든 이런 것들을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추가 예산까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 조태현 : 하긴 진짜 기후 위기에 따른 이런 재난 재해들은 앞으로 계속 우리가 맞닥뜨릴 일이기 때문에 정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이고요. 큰 그림으로 다시 돌아와 보겠습니다.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 규모가 12조 2천억 원이에요. 이 돈은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겁니까?
◇ 이상민 : 마련하는 것은 언론과 정부는 추경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이 많은데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중요한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게, 왜냐하면 어쩔 때는 정부는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해요. 이번에는 국채 발행을 하지 않고 작년도 쓰고 남은 돈을 활용했다고 홍보를 하기도 하거든요. 근데 저는 의미가 없다는 게 제가 예를 들어서 10억짜리 집을 사는데 이 10억 원을 다 현금으로 샀어요. 그러면 ‘우와 어떻게 10억 원이 있었어?’ 그러겠죠. 근데 ‘아 제가 작년에 10억 원을 빌렸어요’라고 말하면 이건 하나 마나 한 소리잖아요. 올해 10억 원을 빚을 안 진 건 맞지만 작년에 10억 원을 빚진 것이 남아서 현금으로 집을 샀다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마찬가지거든요. 정부가 홍보를 할 때 이번 추경 재원은 작년에 남은 돈을 활용했다고 홍보를 하지만 작년에 돈이 남았다는 얘기는 그만큼 작년에 국채를 발행을 안 했던 해는 없고 작년에 그만큼 국채를 더 많이 발행했다는 얘기예요. 작년에 국채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발행하면 돈이 남아서 여유 재원이 생긴 것처럼 보이는 거고요.
◆ 조태현 : 불용 예산이 생겼다.
◇ 이상민 : 맞습니다. 작년에 쓰고 남은 잉여금으로 추경을 하나 아니면 국채를 발행해서 추경을 하나 이것은 저는 거의 사실상 조삼모사라고 보는데요. 다만 회계적으로 차이는 있죠. 예산에서 돈을 마련하는 경우는 우리가 낸 세금인 거고 기금에서 돈을 마련한 것은 세금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낸 것은 맞지만 부과금 같은 데에서 쌓여 있는 돈을 여유 재원으로 활용한 건데 그런데 이번에는 기금을 통해서 마련한 돈 규모가 상당히 많아요. 이 말은 저는 긍정적으로 말하면 여유 재원을 아주 마른 수건까지 꽉꽉 짜서 어떤 여유 재원을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들고 조금 뭐 재미있게 표현을 하자면 이번 정부 마지막에서 다음 정부로 가는 대선이 있잖아요. 다음 정부가 될 때까지 우리가 있는 모든 가용 재원은 마른 수건을 싸서라도 다 쓰고 정권을 넘겨주겠다는 그런 재미있는 생각도 드네요.
◆ 조태현 :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것들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을 수 있어도, 그래도 언론이라든지 많은 관심을 두는 거는 결국엔 국채 발행에서 빚을 내게 되면 우리의 재정건전성에 더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 지금 이게 더 급한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것들을 보는 것 같아요. 재정건전성 문제는 없을까요?
◇ 이상민 : 재정건전성이라는 말보다는, 제가 더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선진국에서는 재정건전성이라는 말보다는 재정지속 가능성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써요. 재정건전성이라는 말은 굉장히 오래된 개념이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죠. 그런데 재정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것은 뭐냐면 일단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더 커진다면 재정이 더 지속 가능해지겠죠.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을 보면. 만약에 우리나라 빚 규모 자체를 줄이기 위해서 우리나라 내수를 악화시키고 우리나라 경제 발전이 저하가 된다면 결과적으로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오히려 높아지는 거고요. 부채가 일정부분 커진다고 하더라도 GDP가 그것보다 더 커진다면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더 커지는 거거든요. 예를 들어서 제가 은행에서 3% 빚을 빌려서 한 4%정도 성장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한다면 제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높아지는 거잖아요. 현재 국채 금리와 우리나라 경상성장률, 여기서 말하는 경상성장률은 명목성장률. 그러니까 물가성장률에다가 경제성장률을 더한 것을 보면 국채 이자보다 우리 명목성장률이 더 커요. 이런 상황에서는 국채를 발행하고 그것이 전체 영역의 경상성장률을 올릴 수 있다면 오히려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더 좋아질 수 있는 거죠.
◆ 조태현 : 알겠습니다. 어찌됐건 굉장히 시급한 추경이었는데 늦었고, 규모도 조금 애매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어떻게 변할지 이부분도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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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조태현 기자
■ 방송일 : 2025년 4월 23일 (수요일)
■ 대담 :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태현 기자 (이하 조태현) : 추경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정부가 12조 원 추경안을 발표했던 게 벌써 시간이 꽤 지났죠. 그런데 왜 며칠이나 지난 다음에 이 이야기를 하냐. 얼마나 어디에다 쓸 것인가 이런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정부가 추경안을 발표했던 당일에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 세부 내용이 다 담긴 안이 그제 늦은 시각에서야 국회에 제출이 됐는데요. 정부의 추경안이 국회로 넘어간 게 무려 3년여 만이고요. 대행 체제에서는 또 역대 처음입니다. 이 내용 분석해 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화로 연결하겠습니다. 위원님 나와 계십니까?
◇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하 이상민) : 예, 안녕하세요
◆ 조태현 : 네, 안녕하십니까? ‘구체적인 안을 보기 전에는 추경안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게 사실은 넌센스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이거는 무슨 뜻으로 하신 말씀입니까?
◇ 이상민 : 조금 전에 정부가 지난주에 추경안을 발표했다고 했는데요, 사실상 정부는 지난주에 추경안을 발표하지는 않았고요. 추경안 홍보 자료만 발표를 했어요. 그럼 실제 추경안을 발표한 것은 이번 주인 거고요. 굉장히 재미있는 일인 게 정부가 추경 홍보 자료를 발표한 것은 지난주였죠. 지난주에 홍보 자료를 보고 다른 모든 언론은 그냥 기사를 썼죠. 그런데 기사를 쓴 기자는 물론이고 전문가와 국회의원까지도 이 추경안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추경안을 보지 않고 홍보 자료만 보고 추경안에 대해서 이건 잘했네, 이건 못 했네라고 왈가왈부를 하는 건데요. YTN에서도 저는 지난주에 인터뷰를 요청을 했었는데 저는 추경안을 보지 않고 인터뷰 안 하겠다고 말을 했는데 다른 언론 같은 경우는 그냥 추경안 안 보고 홍보 자료만 가지고 인터뷰를 하는데 그래도 YTN은 추경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 인터뷰를 해서 너무도 당연한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조태현 : 인내심을 갖길 잘했네요.
◇ 이상민 : 그럼요. 속보 경쟁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봅니다.
◆ 조태현 : 알겠습니다. 금액만 있었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이 더 중요하긴 하니까요.
◇ 이상민 : 아예 추경안을 보지 않고 추경안 홍보 자료만 보고 추경안에 관해서 얘기하는 것은 이건 저는 바람직한 것은 아니고요. 이거는 저는 꼭 고쳐져야 할 어떤 잘못된 관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조태현 : 알겠습니다. 저희도 열심히 귀를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자 어찌 됐건 대행 체계에서 추경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급하다고 봐야겠죠?
◇ 이상민 : 급한 정도가 아니라 이미 늦었죠. 이미 너무 많이 늦었고요. 저희 나라살림연구소가 추경 규모랑 내안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게 올해 1월 8일이었어요. 그리고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올해 2월에 추경을 해야 된다고 말을 했는데 굉장히 극단적으로 이례적인 게, 예를 들어서 대한민국 정부가 한국은행이 해야 할 금리를 높여라 낮춰라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우리나라 기재부나 대통령이 한국은행이 해야할 금리 역할을 이번에 낮춰야 되겠다 좁혀야겠다 이런 말을 하면 사실상 월권이고 이런 건 큰일 나는 거예요.
◆ 조태현 : 굉장히 문제가 있는 거죠. 중앙은행에 압박을 준다는 것 자체가.
◇ 이상민 : 거꾸로 생각하면 중앙은행이 기재부가 해야 할 역할을 추경을 해라 마라 말하는 것도 극단적으로 이례적인 일이에요. 그런데 이런 극단적인 이례적인 일이 올해 2월 달에 한국은행 총재가 추경이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로 굉장히 시급한 거였던 거고요. 최근에 이창용 총재가 추경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까 “굉장히 오해받을 일이라는 사실은 나도 안다. 하지만 도저히 침묵할 수 없어서 발언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굉장히 시급했는데 이미 1분기 다 지나고 4월 달이니까 너무 늦었죠.
◆ 조태현 : 그런데 이 늦은 것도 제때 처리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간에 이 이야기는 뒤에 더 해보도록 하고요. 추경안 총평부터 부탁드릴게요.
◇ 이상민 : 총평을 보면은 일단 너무 어정쩡하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너무 늦었다는 말을 제가 반복하는데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정부는 작년 말에 올해 한 2.2% 성장한다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12월 달에 계엄 이후에 1월 달 정부는 2.2%는 안 되고 한 1.8% 성장할 거야라고 했어요. 그런데 한은은 2월 달에 1.8%도 안 되고 1.5% 정도일 것 같아 그러고. 최근에 IMF는 4월 달에 한 1% 이 정도로 낮춰 잡았어요. 이런 상황에서 일단 너무 늦었다는 건데요. 그리고 너무 늦었으면 약간 더 규모를 키워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창용 총재도 지난 2월 달에 추경 규모를 말할 때 추경은 진통제다. 너무 많이 하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 제시했던 규모가 최소 15조 원에서 한 20조 원 정도는 해야 된다고 그랬어요. 진통제여서 많이 하면 안 되는 추경이 최소 15조 원을 해야 한다고 말을 했는데 이번에 규모가 한 12조 원 정도잖아요. 시기도 늦었고 규모도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듭니다.
◆ 조태현 : 시점적으로나 규모적으로나 다 어정쩡하다. 세부적인 내용부터 가보죠. 민생 안정 쪽에 4.3조 원이 잡혀 있어요. 저는 이거 보면서 아 이거 괜찮을까 싶었는데, 아쉬운 대목은 없었습니까?
◇ 이상민 : 민생 안정이라는 것은 내수 경기를 살리겠다는 측면도 있고 저소득층이 너무 어려우니까 도와주겠다는 측면,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봐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추경에서 말하는 저소득층을 도와주겠다는 것은 사실상 없고 소상공인 300만 명에게 한 50만 원 정도 공과금을 지원해 주는 게 핵심이고요. 그리고 소상공인 2만 명한테 한 5천억 원 정도를 융자해 주겠다. 이 두 개가 핵심인데 저희가 아쉬운 부분은 소상공인, 굉장히 어렵죠. 이거 모르는 사람 없잖아요.
◆ 조태현 : 한계 상황인 건 맞죠.
◇ 이상민 :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들을 하시는데요. 이분들을 도와드려야 되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 문제는 폐업 시기를 단순히 한두 달 늦추는 거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니잖아요. 이번 달에 폐업할 분이 다음 달에 폐업하는 거는 이건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닌 거고 실질적으로 소비가 늘고 내수가 이 활성화될 수 있는 그런 대책도 필요한데 그런 대책은 제가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습니다.
◆ 조태현 : 그런 대책은 어떤 게 있을까요? 소상공인의 폐업 시기를 늦추는 거 말고 정말로 내수의 온기가 돌게 할 만한 그런 정책들, 추경으로 할 수 있을 만한 게 어떤 게 있을까요?
◇ 이상민 : 이번에 소상공인에게 50만 원 지원하는 거가 공과금을 지원하는 거거든요. 공과금이라는 게 말 그대로 전기요금이나 수도요금이나 인터넷 비용 아니면 보험료 이런 것들을 지원하는 건데 이런 것들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긴 필요하죠. 이 제도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지적을 하는 건데요. 공과금을 낸다고 해서 그게 내수를 살리는 것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수도요금 전기요금을 냈다고 해서 그게 내수, 나의 소비 여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죠. 예를 들어서 저는 소상공인 공과금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저소득 계층은 현재 소비 여력이 굉장히 없어요.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는 거죠. 이런 저소득계층에게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저소득 계층의 현금성 뭔가를 지원하면 이분들의 생활고도 좋아질 뿐만 아니라 이분들이 소비를 하게 되죠. 소비를 하면 내수 경기가 살아나는, 이런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순환 대책이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 조태현 : 그러다 보니까 민주당에서 이거 지역 화폐 발행을 더 해야 되는 거 아니냐, 이 예산이 들어가야 되는 거 아니냐 주장을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지역 화폐라는 정책이 굉장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책이잖아요.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세요?
◇ 이상민 : 논란이 있는 게 이번 추경에도 온누리 상품권 10% 추가 할인 정책은 있어요. 그런데 민주당은 온누리 상품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 화폐로 해야 된다고 하는데 헷갈려요. 온누리 상품권이 뭐고 지역 화폐가 뭔지. 온누리 상품권은 주로 전통시장 등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거고 민주당이 말하는 지역화폐는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다른 소비처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게 지역 화폐여서 일단 내수를 선순환하는 데는 지역화폐가 당연히 도움이 돼요. 그런데 모든 정책에는 장단점이 있는 것 아닙니까? 지역화폐가 내수를 살리는 데는 분명히 도움이 되는 것은 맞아요. 다만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 지역 화폐를 전체에다가 이거를 뿌리다 보면 돈이 굉장히 많이 들죠. 돈이 많이 든다는 단점과 내수를 살릴 수 있는 장점이 두 가지가 다 같이 있는 정책이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어떤 저소득계층, 취약계층을 사후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과거부터 말을 해 왔는데요. 무슨 소리냐면 일단 보편적으로 지원을 하고 전체 누가 저소득층인지 알 수가 없잖아요. 작년에 제가 돈을 못 벌었다는 이유로 올해 돈을 못 번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고 거꾸로 작년에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서 올해 돈을 잘 번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작년 소득 기준으로 저소득층을 선별한다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 거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보편적으로 지급을 하고 내년에 연말정산 때 소득에 따라서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정책을 제안을 하고 있는데요, 아무튼 이러한 정책은 되어 있지 않습니다.
◆ 조태현 : 돈을 직접 지급하는, 이전 소득이라고 하잖아요. 이런 것들은 쓰는 돈에 비해서 경제에서 활성화되는 효과는 상당히 작다는 게 어느 정도는 검증이 돼 있는 사실이잖아요.
◇ 이상민 : 연구에 따라서 다 다릅니다. 어떤 연구는 굉장히 적다는 연구도 있고 어떤 연구는 그래도 있다는 연구도 있는데, 확실한 것은 저소득층은 그래도 소비에 대한 탄력성이 많거든요. 왜냐하면 저소득층이 소비를 안 하는 이유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죠. 돈이 없어서. 근데 상대적으로 고소득층 같은 경우는 돈을 줘도 돈이 없어서 소비를 못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분들 같은 경우는 소비 탄력성이 굉장히 낮은데 그런 의미에서 이런 어떤 중산층 이상 고소득층에게 지원된 돈을 나중에 세금으로 환급할 수 있는 것은 이거는 저는 두 가지의 장점을 결합한 게 아닐까라고 생각을 합니다.
◆ 조태현 : 제가 말씀드린 연구는 한국은행에서 나왔던 연구 결과를 말씀드린 건데,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이런 기준부터 어떤 선택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기준부터 확립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기도 하고요. 다른 것 좀 보겠습니다. 통상과 AI 지원 분야에서 4.4조 원이 편성됐다. 이거 괜찮습니까?
◇ 이상민 : 이것은 요즘에 거의 안 할 수가 없는 그런 상황인 거고요. AI 관련돼서 거의 전 세계가 경쟁이 굉장히 심해지고 있잖아요. 특히 AI 편성된 돈 중에서 제일 큰 게 GPU를 구매하는 예산이 가장 많이 편성됐어요. 요즘 AI의 핵심이 GPU라는 반도체라고 하는데, 저는 이 부분이 얼마나 지표를 확보를 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최소한 확보를 할 수 있도록 노력은 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로 인해서 돈이 없어서 아예 노력조차 못 하면 안 되고 이런 것은 저는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저는 오히려 만시지탄 너무 늦었다고 생각을 해요. AI 경쟁, GPU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너무 뒤처진 상태여서 지금이라도 어떻게 확보하도록 노력할 수 있는 돈은 우리가 마련해야죠.
◆ 조태현 : 늦었지만 이 부분도 필요하긴 하고. 어찌 됐건 이번 추경, 필수 추경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정도로 가장 시급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산불에 대한 대응이잖아요. 재난재해 대응을 위해서 3.2조를 잡았어요.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 어떤 게 있을까요?
◇ 이상민 : 3.2조 원 중에서 정말로 이번 산불 피해 관련 예산은 한 1.4조예요. 1.4조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죠. 추경은 양도 중요하지만 속도도 중요하거든요. 이것은 빨리 추경이 통과돼서 지출이 됐으면 좋겠는데요. 그런데 1.4조가 이번 산불 피해 관련 예산이고 그럼 나머지는 뭐냐. 한 1.7조 원 정도는 예방 예산이에요. 앞으로 이런 산불 같은 것들은 나오면 안 되겠다. 헬기가 부족하고 굉장히 노후된 헬기 사고도 많이 너무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잖아요. 헬기도 도입하고 산불 진화차, AI 감시 카메라 이런 것들도 있는데 당연히 필요하죠. 여기에 대해서 이견은 없을 것 같은데 저는 이거 가지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헬기와 산불 진화차만 있으면 이제는 산불이 안 날까? 그런데 요즘에 기후 위기 때문에 대형 산불이 많아졌다는 그런 의견도 있고 또 일부는 산림청 조림 사업 때문에 대형 산불이 많아졌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그런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예요. 기후 위기가 됐든 산림청 줄인 사업이 됐든 이런 것들을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추가 예산까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 조태현 : 하긴 진짜 기후 위기에 따른 이런 재난 재해들은 앞으로 계속 우리가 맞닥뜨릴 일이기 때문에 정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이고요. 큰 그림으로 다시 돌아와 보겠습니다.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 규모가 12조 2천억 원이에요. 이 돈은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겁니까?
◇ 이상민 : 마련하는 것은 언론과 정부는 추경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이 많은데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중요한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게, 왜냐하면 어쩔 때는 정부는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해요. 이번에는 국채 발행을 하지 않고 작년도 쓰고 남은 돈을 활용했다고 홍보를 하기도 하거든요. 근데 저는 의미가 없다는 게 제가 예를 들어서 10억짜리 집을 사는데 이 10억 원을 다 현금으로 샀어요. 그러면 ‘우와 어떻게 10억 원이 있었어?’ 그러겠죠. 근데 ‘아 제가 작년에 10억 원을 빌렸어요’라고 말하면 이건 하나 마나 한 소리잖아요. 올해 10억 원을 빚을 안 진 건 맞지만 작년에 10억 원을 빚진 것이 남아서 현금으로 집을 샀다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마찬가지거든요. 정부가 홍보를 할 때 이번 추경 재원은 작년에 남은 돈을 활용했다고 홍보를 하지만 작년에 돈이 남았다는 얘기는 그만큼 작년에 국채를 발행을 안 했던 해는 없고 작년에 그만큼 국채를 더 많이 발행했다는 얘기예요. 작년에 국채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발행하면 돈이 남아서 여유 재원이 생긴 것처럼 보이는 거고요.
◆ 조태현 : 불용 예산이 생겼다.
◇ 이상민 : 맞습니다. 작년에 쓰고 남은 잉여금으로 추경을 하나 아니면 국채를 발행해서 추경을 하나 이것은 저는 거의 사실상 조삼모사라고 보는데요. 다만 회계적으로 차이는 있죠. 예산에서 돈을 마련하는 경우는 우리가 낸 세금인 거고 기금에서 돈을 마련한 것은 세금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낸 것은 맞지만 부과금 같은 데에서 쌓여 있는 돈을 여유 재원으로 활용한 건데 그런데 이번에는 기금을 통해서 마련한 돈 규모가 상당히 많아요. 이 말은 저는 긍정적으로 말하면 여유 재원을 아주 마른 수건까지 꽉꽉 짜서 어떤 여유 재원을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들고 조금 뭐 재미있게 표현을 하자면 이번 정부 마지막에서 다음 정부로 가는 대선이 있잖아요. 다음 정부가 될 때까지 우리가 있는 모든 가용 재원은 마른 수건을 싸서라도 다 쓰고 정권을 넘겨주겠다는 그런 재미있는 생각도 드네요.
◆ 조태현 :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것들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을 수 있어도, 그래도 언론이라든지 많은 관심을 두는 거는 결국엔 국채 발행에서 빚을 내게 되면 우리의 재정건전성에 더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 지금 이게 더 급한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것들을 보는 것 같아요. 재정건전성 문제는 없을까요?
◇ 이상민 : 재정건전성이라는 말보다는, 제가 더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선진국에서는 재정건전성이라는 말보다는 재정지속 가능성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써요. 재정건전성이라는 말은 굉장히 오래된 개념이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죠. 그런데 재정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것은 뭐냐면 일단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더 커진다면 재정이 더 지속 가능해지겠죠.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을 보면. 만약에 우리나라 빚 규모 자체를 줄이기 위해서 우리나라 내수를 악화시키고 우리나라 경제 발전이 저하가 된다면 결과적으로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오히려 높아지는 거고요. 부채가 일정부분 커진다고 하더라도 GDP가 그것보다 더 커진다면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더 커지는 거거든요. 예를 들어서 제가 은행에서 3% 빚을 빌려서 한 4%정도 성장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한다면 제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높아지는 거잖아요. 현재 국채 금리와 우리나라 경상성장률, 여기서 말하는 경상성장률은 명목성장률. 그러니까 물가성장률에다가 경제성장률을 더한 것을 보면 국채 이자보다 우리 명목성장률이 더 커요. 이런 상황에서는 국채를 발행하고 그것이 전체 영역의 경상성장률을 올릴 수 있다면 오히려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더 좋아질 수 있는 거죠.
◆ 조태현 : 알겠습니다. 어찌됐건 굉장히 시급한 추경이었는데 늦었고, 규모도 조금 애매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어떻게 변할지 이부분도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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