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죽은 남자, "내 이름 돌려주세요"

두 번 죽은 남자, "내 이름 돌려주세요"

2009.08.09. 오전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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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어렸을 때 가족을 잃고 수 십 년 동안 다른 사람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살아온 30대 남성.

두 번이나 사망 신고를 당한 끝에 자신의 존재 찾기에 나섰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신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35살 성성일 씨는 세 살 때 친아버지에게서 버려졌습니다.

그리고 영아원에서 양아버지 손 모 씨를 만났습니다.

그즈음 친아들을 잃었던 손 씨는 사망 신고도 하지 않은채 성 씨에게 막내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후 30여 년 동안 성일 씨의 이름은 손기원이었습니다.

새 가족들과의 생활은 고통스러웠습니다.

[인터뷰:성성일]
"때려요. 몽둥이로. 주먹으로. 발로 차고요."

학업은 초등학교 2학년까지가 전부였고 성일 씨 앞으로 진 빚도 수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쉴 틈 없이 일하고도 한 달에 받은 돈은 5,000원.

정신지체 장애인데다가 사고로 크게 다쳐도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인터뷰:성성일]
"5,000원 줘요. 5,000원. 과자 사먹으라고..."

[인터뷰:박동숙, 성성일 씨 친어머니]
"완전히 노예로 애를, 돈버는 기계, 일 하는 기계로만 써 먹었어요. 그러니 볼 수가 없지요."

그러다가 지난해 양아버지가 숨진 뒤엔 손기원이라는 이름마저 잃게 됐습니다.

평소 형제로 인정해주지 않던 손 씨의 자식들이 진짜 기원이는 죽었다며 사망신고를 내버린 것입니다.

거의 30년만에 친어머니를 다시 만났지만 이미 이쪽에서도 사망신고를 한 뒤였습니다.

[인터뷰:박동춘, 성성일 씨 외삼촌]
"이런 집에서 입양했다는 것 상상도 못했지 국내에 이름이 두 개 있으면 안된다."

졸지에 존재가 없는 사람이 돼버린 성일 씨는 자신을 버린 친아버지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친자 확인 소송 말고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내라고 권고했습니다.

부자 관계를 입증할 수 있다면 바로 사망 신고도 돌이킬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가족들은 이미 친아버지와 성일 씨의 DNA 확인도 마친 상태입니다.

변호인 측은 관계를 입증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보고 법원의 권고대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30여 년 만에 자신의 진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되찾게 됩니다.

YTN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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