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현장] 100억대 골목상권 대기업에 넘긴 경찰

[추적 현장] 100억대 골목상권 대기업에 넘긴 경찰

2013.06.07. 오전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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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자동차 정비업, 그러니까 동네 카센터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영세 정비업자 보호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이같은 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동네 카센터에 맡겼던 경찰차 정비를, 대기업 계열사에 몰아주면서, 골목상권에 돌아가던 정비 예산 백억여 원이 한꺼번에 대기업으로 넘어갔습니다.

추적 현장, 권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년 넘게 순찰차를 수리한 김춘관 씨는 올해 초, 경찰서에서 정비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습니다.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차여서 더 사명감을 갖고 신경을 썼던 터라 날벼락 같은 일이었습니다.

[인터뷰:김춘관, 영세 정비업자]
"새벽 6시에도 나와본 적 있고요. (경찰차) 펑크 때문에... 저희같이 영세한 업체한테는 (경찰차 정비가) 굉장히 크죠."

김 씨처럼 경찰차 정비를 하다 한 순간에 일감이 끊긴 골목상권 카센터는 전국 3백여 곳이 넘습니다.

[인터뷰:영세 정비업자]
"대기업 하나한테 이렇게 (경찰차 정비) 일감을 몰아준다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죠."

경찰은 지난 2월, 동네 카센터들이 수십 년 동안 해왔던 경찰차 정비를 대기업 계열사에 전부 넘겼습니다.

첫 공개입찰에서 영세 정비업자 단체보다 대기업 회사가 낮은 금액을 제시해 공식 정비업체로 지정한 겁니다.

[인터뷰:이광진, 경찰청 특수장비계장]
"국민의 세금을 절감을 하고 또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서 차량의 최적 성능을 유지해서 치안활동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시행하게 됐습니다."

전국 경찰차는 모두 만 삼천여 대, 한해 정비 예산만 160억 원에 이릅니다.

일년 동안 모든 경찰차가 대기업 계열사만 이용해야 해, 정비 예산 전체가 이 회사 차지가 됐습니다.

경찰이 이제껏 영세업자 몫이었던 정비 수익을 고스란히 대기업에 가져다준 셈입니다.

특히 동반성장위원회가 자동차 정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정하고, 대기업 진출을 자제시키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입니다.

[인터뷰:김종련, 동반성장위원회 적합업종운영팀]
"모든 걸 다 대기업이 독식을 한다면 과연 중소기업이 살 수 있는 여건이 있겠냐는 거죠. 너무 힘들다는 거죠."

순찰차들이 동네 카센터를 벗어나 정해진 체인점에서만 수리를 받게 돼, 불편을 겪는 곳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인터뷰:파출소 경찰관]
"조그만 경정비가 필요한 사항을 금방 수리하고 서비스 받고 하는데 불편한 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돈 문제를 생각 안 할 수 없으니까..."

앞장서 영세업자를 보호해야 할 경찰이 행정 편의주의에만 매몰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인터뷰: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경찰이)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고 대기업 위주로 아주 편의적으로 그냥 편하게 일하려고 하는 관행이 드러났다..."

동반성장과 골목상권 보호란 정부 국정철학에 역행하는 경찰의 처사에, 영세 정비업자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YTN 권민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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