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화약고에 주민들 불안 [나연수, 뉴스기획팀 기자]

도심 화약고에 주민들 불안 [나연수, 뉴스기획팀 기자]

2013.07.24. 오후 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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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도심 공원에 자리잡은 위험천만한 화약고 문제, 취재 기자와 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뉴스기획팀 나연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질문]

나 기자가 이 동네에 여러 차례 취재를 다녀왔지요.

실제로 가보니까 어떻습니까?

[답변]

이곳이 정확하게는 서울 신내동에 있는 봉화산 근린공원입니다.

공원에서 좁은 도로만 건너면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정문입니다.

문제의 화약고는 공원 한가운데 있는데요.

'출입통제구역' 팻말만 붙어 있을 뿐 화약고 표시는 따로 없어서 아예 모르는 주민분들도 많았습니다.

이른 아침에는 폭약을 실은 차량이 계속 드나들기 때문에 걷거나 운동하기에도 적합해 보이지 않았고요.

특히 낮 시간대에는 인근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산책을 나오는데요, 풀숲에서 식물과 곤충을 관찰하기에는 동네에 이만한 장소가 없지만, 그런 아이들 뒤로 화약고가 있다는 사실이 저도 참 찜찜했습니다.

[질문]

그러니까 이 화약고가 따로 분리된 공간에 있는게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공간 한가운데 있는 것 같군요.

폭발 위험은 없습니까?

[답변]

일단 화약고가 지어진 1971년부터 아직까지 한 차례도 사고가 없었다는 게 화약고 측 설명입니다.

안전 지침에 따라 잘 관리되고 있다는 건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화약고 관계자]
"이 화약이라는 것이 주민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물건이 아니거든요. 관리도 철저하게, 우리나라 화약 관리는 세계 어느 나라 못 따라올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주유소나 충전소보다도 훨씬 안전한 시설물입니다."

폭약이라는 게 뇌관이 제 위치에 연결되어야만 터지게 되는데 이 뇌관을 따로 보관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역 경찰도 매일 아침 공원에서 폭약이 정해진 양만큼 나가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정해성, 서울 중랑경찰서 봉화지구대]
"매일 아침에 화약을 싣고 나가기 때문에 저희들이 정확하게 화약 양과 뇌관 양을 확인해서 반출하고 있습니다."

[질문]

뇌관만 따로 보관하고 있으면 안전한 겁니까?

국내 화약 폭발사고라고 하면 이리역 폭발사고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그때랑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답변]

이리역 폭발사고는 1977년에 발생했는데요.

현재 행정구역상으로는 전라북도 익산이죠.

열차 안에 들어있던 폭발물이 터지면서 사망자만 59명, 부상자는 1000명 넘게 발생했고 반경 5백미터 안에 있는 건물이 모두 파괴됐습니다.

다이너마이트 30여 톤의 위력이었습니다.

일단 이곳 화약고에는 폭약이 각각 2톤, 2톤, 6톤짜리 저장고에 따로 보관돼 있습니다.

양보다도 폭약의 종류가 중요한데요.

함수폭약, 또는 에멀전폭약이라 해서 폭약 안에 물을 일정 비율 함유하고 있습니다.

다이너마이트보다 안전성을 높인 화약인데, 전문가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심동수, 화약류관리기술사]
"이 에멀전 폭약들은 보통 10% 내외의 물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물도 고열에 의해서 수증기가 되면 증기기관처럼 큰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면서 화약의 위력은 그대로 발휘할 수 있는 현대의 폭약들입니다."

[질문]

에멀전 폭약은 안전하다는 취지인가요?

[답변]

다이너마이트 폭약보다는 안전한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에멀전 폭약 관련 사고가 국내에서 전혀 없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2년 전,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경찰관 2명이 다쳤습니다.

한 남성이 내연녀 집에 찾아가 만나주지 않는다며 폭발물을 터트린 사건이었는데, 이때 사용된 게 바로 에멀전 폭약입니다.

당시 뉴스를 잠깐 보실까요?

복도 천장과 이웃집 현관문이 심하게 부서졌고 10층 복도의 창문이 깨질 만큼 폭발력이 컸습니다.

[인터뷰:이웃주민]
"자동차 충돌하는 소리는 아니고 광범위하게 펑하고 소리가 났습니다. 수류탄 터지는 소리 정도."

화약고 측의 주장처럼 아무리 안전성을 높였다고해도 폭발력이 대단한 발파용 폭약입니다.

1% 확률이라도 폭발 조건이 만들어지거나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고 이 폭약을 이용한다면 그 위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주민들도 이같은 불안감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주민들 얘기 들어보시죠

[인터뷰:김남훈, 주민]
"화약고가 대문 앞에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걱정도 되고 불안한 마음도 느끼죠. 시한폭탄 같은 거 안고 있는 느낌이고, 빨리 이전해야 되는데 이전 안 하니까 그렇습니다."

[질문]

화약고 측이 계약 당시에는 2012년, 그러니까 지난해까지는 화약고를 옮기기로 구청과 약속한 걸로 아는데요.

입장을 바꾼 건 보상금을 올려달라는 뜻이겠죠?

[답변]

화약고 측은 이미 70억 원을 받았지만 이 금액이 합의 금액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부지를 강제 수용 당한 금액이고 현실적으로 화약고 이전 비용은 두 배 이상이 든다며 최소 150억 원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폐업에 따른 보상을 따로 해달라는 거죠.

구청은 이미 세 군데 전문감정평가를 거쳐 책정된 보상금액을 지급한 것이라며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또 계약 내용은 정해진 날짜 안에 화약고를 옮기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보상금 소송과는 별도로 일단 나가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질문]

이게 서울 시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화약고라는데 사고 가능성이 적다해도 주민들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겠네요.

구청 측이 강제로 사업을 막을 수는 없습니까?

[답변]

구청도 참 난감한 입장인데요.

행정법원이 대법원 판례에 따라 행정대집행 대상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도시계획사업에 따라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전 계약은 지방자치단체와 사인 간에 맺은 사법적 계약이기 때문에 화약고 부지는 명도 대상이지 강제 집행 대상은 아니라는 겁니다.

결국 구청도 소송을 통해서만 화약고 부지를 넘겨받을 수 있게 됐고 그때까지는 주민들도 화약고와 불안한 동거를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어린이가 있는 학교가 지근 거리에 있다는 점이 걸리네요.

모쪼록 바른 시일 안에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뉴스기획팀 나연수 기자였습니다.

나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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