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교신' 무시하고 1시간 이상 방치

'탈출 교신' 무시하고 1시간 이상 방치

2014.04.17. 오후 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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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침몰한 세월호에서 최초 조난 신고를 한 이후 무려 한 시간 동안 탈출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관제센터의 탈출 교신도 무시하고 배 안에서 대기하라는 방송만 계속 내보냈습니다.

이대건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세월호가 제주해상관제센터에 최초로 조난 신고를 한 시각은 8시 55분.

[인터뷰:세월호 조난 신고]
"해경에 연락해 주십시오. 본선 위험합니다. 지금 배 넘어가 있습니다."

1분 뒤,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됩니다.

[인터뷰:세월호 조난 신고]
"지금 배가 많이 넘어 갔습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 빨리 좀 와주십시오."

그리고 4분 뒤, 상황을 파악한 관제센터에서 긴급하게 탈출 준비를 전달합니다.

그런데 이 당시 세월호 내부 상황은 전혀 딴 판입니다.

당시 촬영된 장면입니다.

구명 조끼를 입은 학생들이 선실 안에서 그대로 대기하고 있습니다.

배가 급격하게 기울고 '탈출 준비를 하라'는 관제센터의 교신이 있었는데도 안내 방송에는 '선실 안에 있으라'는 내용만 되풀이 됐기 때문입니다.

안내 방송은 무려 한 시간 동안 계속됐습니다.

[인터뷰:안내 방송]
"움직이지 마세요. 움직이면 더 위험하니까 움직이지 마세요."

그리고 관제센터의 탈출 준비 지시가 있은 뒤 한 시간 15분이나 흐른 10시 15분 쯤.

이때서야 탑승객들에게 바다에 뛰어내리는 상황에 대비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세월호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 버렸습니다.

적절한 탈출 시기를 이미 놓쳤다는 의미입니다.

[인터뷰:김성묵, 사고 여객선 탑승객]
"유리창 깨라고 막 소리 질렀는데, 유리창을 깰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 구조를 못 하고 빠져나왔습니다."

어처구니 없게도 선장과 기관사 등 선원 6명은 9시 50분 쯤 배를 이미 떠나 탈출을 제대로 지휘할 사람도 없었습니다.

이러다보니 10시 쯤 사고 해역에 도착한 어선들도 탑승객들이 배 밖으로 나오기 만을 간절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최초 조난 신고 이후 한 시간 넘게 탑승객들을 사실상 방치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

YTN 이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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