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화장실7분, 식사 15분... ” 마을버스 기사는 사람 아닙니까?

[투데이] “화장실7분, 식사 15분... ” 마을버스 기사는 사람 아닙니까?

2016.08.17. 오전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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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6년 8월 17일(수요일)
□ 출연자 : 정윤호 금천 06번 마을버스 기사

“서울시, 구청에 실태조사 일임... 조사, 관리 안되고 있어”

- 마을버스 운전기사, 휴식은 커녕 화장실 간 시간도 빡빡해
- 식사시간도 없어 컵라면으로 허겁지겁
- 기사 휴게실, 한시간 7분 휴식도 노조 협상으로 겨우 얻어내
- 기사 경력, 재계약 생각하면 회사에 처우개선 요구는 꿈도 못꿔
- 운행 횟수 구청에 신고한 대로만 지켜줬으면...
- 지자체에서 현장 조사, 관리 제대로 해야 해결될 것

◇ 정병진 아나운서(이하 정병진): 마을버스 자주 이용하시나요? 승객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출발하고 내리기 바쁘게 문을 닫는 마을버스를 보면서 야속해 한 적은 없으신가요. 버스 기사 분들이 그렇게 서두르는 이유가 뭔지는 혹시 생각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빡빡한 배차시간, 휴식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해야 하는 마을버스 기사 분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하는데요. 오늘 현장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금천 06번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정윤호 기사 전화 연결 합니다. 기사님 안녕하세요?

◆ 정윤호 금천 06번 마을버스 기사(이하 정윤호): 네, 안녕하세요.

◇ 정병진: 기사님은 버스 운전을 몇 년 정도 하셨어요?

◆ 정윤호: 버스 운전은 한 7년 정도 했습니다.

◇ 정병진: 그러면 7년 동안 쭉 마을버스를 운전하신 겁니까?

◆ 정윤호: 그렇죠.

◇ 정병진: 네, 마을버스를 이용하다보면 운전할 때 바쁘다는 인상을 많이 받기는 하거든요. 실제로 운전하실 때 많이 바쁩니까?

◆ 정윤호: 운전할 때 배차시간이 너무 빡빡해요. 그러니까 여유가 없죠. 갔다 들어와서 바로 나가야 돼요. 쉬는 시간도 없고, 실제로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요.

◇ 정병진: 운전하는 일은 휴식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지금 몸담고 계신 회사에 버스기사를 위한 휴게실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어떤 시설이 갖춰졌습니까?

◆ 정윤호: 그 휴게실은, 지금 우리 노조가 생겨가지고 휴게실을 얻었어요. 그래가지고 휴게실이 생긴 지가 이제 열흘도 채 안 돼요.

◇ 정병진: 이용해보시니까 어떠세요?

◆ 정윤호: 한결 낫죠. 그런데 아직까지도 회사 측에서 휴게시간을 정확하게 내주질 않아가지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구청에 등록된 회수에 따라서 돌면서 쉬는 시간을 좀 쉬고 나가고 그러니까, 다른 마을버스 회사보다는 굉장히 나은 거죠.

◇ 정병진: 그러면 그전에는 휴게실이 없었다는 이야기인데, 어디서 쉬셨어요?

◆ 정윤호: 그냥 차 안에, 쉴 시간도 없고, 들어오면 나가고, 들어오면 나가고, 그래야 될 입장이었잖아요.

◇ 정병진: 노선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잠깐, 10분이든 20분이든 쉴 시간 없습니까?

◆ 정윤호: 없었어요. 와가지고 화장실 가기도 힘겨웠었어요.

◇ 정병진: 그렇군요. 휴식을 위한 공간은 당연한 건데, 파업까지 해서 이걸 얻어내야 하는 상황인가요?

◆ 정윤호: 그렇죠. 그러니까 참 암울했죠. 우리 마을버스 노동현실이, 지금 우리는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서울시내 마을버스 134개 업체에서 우리 같은 회사는 거의 2~3%밖에 안 될 거예요.

◇ 정병진: 아, 그 정도입니까?

◆ 정윤호: 네, 서울시에서 실태조사를 한다고 각 구청에다가 통보를 하고 그랬는데도 그게 아직 지켜지지도 않고, 실제 주위에 마을버스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렇게 서울시에서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실제적으로 현장을 답사해서 버스 노동자들의 일하는 실태를 잘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 정병진: 서울시에서 직접 조사를 하지 않고 구청 쪽에서 그걸 조사하게끔 조치했다는 겁니까?

◆ 정윤호: 그렇죠.

◇ 정병진: 그런데 그 실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 정윤호: 네, 그게 안 이루어지고 있어요. 아직까지도.

◇ 정병진: 그렇군요. 점심시간도 길지가 않다던데, 대략 어느 정도 쓰십니까?

◆ 정윤호: 우리가 투쟁을 해서 지금 현재는 점심시간 30분을 회사 측으로부터 얻어냈는데요.

◇ 정병진: 아, 얻어 낸 게 30분이에요?

◆ 정윤호: 네, 그런데 왕복해서 식당 갔다 오는 길이 14분이에요. 그러면 16분 안에 밥을 먹고 다시 출발해야 하는 실정이에요.

◇ 정병진: 아니, 지금 얻어 낸 게 30분이면, 그 전에는 점심시간이 30분이 안 됐다는 말씀이세요?

◆ 정윤호: 밥시간이 전혀 없었어요.

◇ 정병진: 그러면 끼니는 어떻게 해결하셨습니까?

◆ 정윤호: 그러니까 편의점에서 컵라면 사다가 시간이 있으면 컵라면이라도 하나 먹고 일하고 그랬어요.

◇ 정병진: 아, 컵라면으로 잠깐 끼니를 때우고,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다시 운행에 복귀해야 했군요.

◆ 정윤호: 네.

◇ 정병진: 보통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하시나요?

◆ 정윤호: 저희는 오전반이 5시부터 14시까지 일하고요. 오후반은 14시부터 24시까지 하고 있죠.

◇ 정병진: 그러면 운행을 마치면 다 퇴근하시는 거죠?

◆ 정윤호: 그렇죠. 운행을 마치면 충전소에 가서 충전을 하고, 그러고 가면 새벽 1시가 되죠.

◇ 정병진: 그러면 2교대로 운영되는 겁니까?

◆ 정윤호: 네, 우리는 지금 2교대로 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우리 관내에 있는 마을버스를 보면, 그냥 하루 교대를 하는 곳도 있어요.

◇ 정병진: 아, 그래요? 그럼 하루 종일 운전하는 거네요?

◆ 정윤호: 그렇죠. 오늘 아침부터 시작해가지고 내일 아침까지, 이렇게 일하는 데도 있어요.

◇ 정병진: 그럼 중간 중간에, 앞서 배차도 빽빽하다고 하셨는데, 휴식 시간이 있습니까? 몇 분 정도 쉬십니까?

◆ 정윤호: 지금 우리 같은 경우에는 배차 간격 8분이면 8분 쉬고 나가고, 10분이면 10분 쉬고 나가고, 그래요.

◇ 정병진: 그러면 운전하다가, 특히 요즘 같은 날씨에는, 물론 에어컨을 트시겠지만 운전하다보면 졸리기도 할 거고, 몸이 고단하다보면 그런 경우도 있지 않나요?

◆ 정윤호: 있죠. 그래가지고 사고도 빈번히 일어났었고요. 요즘에는 안전운전 하고 다니면서, 저희 같은 경우에는 사고율도 좀 떨어지고 그랬는데요. 아직도 배차간격이라든가 이런 게 지켜지지 않고, 그런 게 있어요.

◇ 정병진: 그렇군요. 그러면 노선 한 바퀴 쭉 도는 데 대략 몇 시간 정도 걸리나요?

◆ 정윤호: 우리 금천 06번 같은 경우에는 1시간을 잡거든요. 그러면 들어와서 7~8분 쉬고 다시 1시간 7분 내지 10분, 이렇게 하고요. 회사에서는 옛날 방식대로 하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걸 안 하고 일방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어요. 아직도 회사랑 싸움을 하고 있는 거죠.

◇ 정병진: 지금 그런 상황, 한 시간 돌고 7~8분 쉬는 상황, 이것도 그나마 투쟁을 해서 얻어낸 상황이라는 말씀이시죠?

◆ 정윤호: 그렇죠.

◇ 정병진: 이게 왜 이렇게 빽빽할까? 배차간격이 좀 여유 있게 운행이 되겠다 싶으니까 구청이 허가 해줬지 않습니까? 구청에서도 허가를 할 때 10대면 10대, 20대면 20대, 이렇게 있어야 운행을 할 거라고 확인을 했을 텐데요.

◆ 정윤호: 네, 이게 구청에 신고한 대로 하려면 우리한테 휴게시간도 부여될 수 있고, 식사 시간도 넉넉하게 부여될 수가 있어요. 그런데 회사는 그렇게 신고해놓고 그걸 지키지 않고 있는 거죠.

◇ 정병진: 아, 실제 신고한 거보다 운행되는 차량이 좀 적다?

◆ 정윤호: 네, 운행 횟수가 더 많아지는 거죠. 그리고 차가 신고한 대로 투입이 되어야 하는데 신고한 대로 투입되지 않고 한두 대씩 빼는 거예요. 그러니까 빠진 차 분량까지도 우리가 돌아야 하니까 운행횟수가 많아지고 바쁠 수밖에 없는 거죠.

◇ 정병진: 그렇군요. 이런 경우는 구청에서 실태에 대해서 불시점검을 해서라도 확인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런 것들이 이뤄지고 있습니까?

◆ 정윤호: 아니요. 그렇게 지자체에서 현장조사를 했어야 하는데, 그게 문제죠. 손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현장은 여태까지 조사 한 번 안 나왔고요.

◇ 정병진: 구청 측에 그런 걸 요청하신 적이 있어요?

◆ 정윤호: 요청했죠.

◇ 정병진: 그렇다면 마을버스 기사로서, 지금 일하시는 와중에 잠깐 전화하시는 것 같은데,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게 뭐라고 보세요?

◆ 정윤호: 제일 먼저 개선해야 하는 건, 운행 횟수를 구청에 신고한 대로 지켜주면, 그 안에 휴게시간, 점심시간이 좀 확보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지자체에서 그걸 강력하게 사측에다가 꼭 지켜라, 이렇게 압박을 가해주면 우리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병진: 네, 지자체에서 배차시간 같은 것이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신고된 대로 버스가 잘 운행되고 있는가? 아무래도 인건비를 축소하기 위해서 이러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도 많이 되었는데요. 이런 관리 실태가 제대로 확인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 정윤호: 네, 그렇습니다.

◇ 정병진: 이렇게 상황이 심각해도 기사 분들이 회사 측에 개선 요구를 하기는 어렵죠?

◆ 정윤호: 네, 어느 회사고 젊은 사람들, 노인네로 분리가 되어 있어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여기서 경력을 한 2년 쌓고 큰 회사로 가야 하니까 할 말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것이고요. 나이 먹은 사람들은 또 다음에 계약을 하려고 하면 사측의 말을 잘 들어야죠.

◇ 정병진: 아, 이런 상황 때문에 또 기사 분들의 상황이 회사나 지자체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였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정윤호: 네, 감사합니다.

◇ 정병진: 지금까지 금천 06번 마을버스 운행하시는 정윤호 기사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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