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합성 당할까봐'...셀카도 못 찍는 여성들

'알몸 합성 당할까봐'...셀카도 못 찍는 여성들

2017.07.04. 오후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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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셀카도 올리기도 겁나요" 최근 잇따라 화제되는 '합성 사진 유포' 범죄 때문에 여성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의 일종인 '알몸 합성 사진'은 일반인 여성의 얼굴에 나체 사진을 합성해서 온라인에 유포하는 형태의 범죄로 속칭 '일반인 능욕'이라고 불린다.

대상은 주변 동료, 같은 반 여학생, 여자친구, 여동생, SNS에서 알게 된 여성, 연예인 등 등 대상도 폭넓다. 합성하기 좋은 '사진'만 구할 수 있다면 무한대로 합성할 수 있다. 전문적으로 '합성'을 해주고 돈을 받는 일종의 '커미션' 형태를 띠는 등 일종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개인적으로 사진을 주고받기도 해 피해 여성들의 수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신종 성범죄'가 아니다. PC 통신 초기부터 시작된 문화, 알음알음 돌려보던 것에서 디지털로 확산된 형태일 뿐

합성사진 유포에 대해 최근에 알았다는 A 씨(31세)는 "온라인에서 유통되는지는 몰랐다."고 말한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같은 반 남학생들이 예쁜 여자애 사진에 야동 배우를 합성해 돌려본다는 걸 알았다. 실제로 사진을 본 적은 없어 '남자애들의 문화' 정도로 알았는데 충격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미 청소년기부터 나체사진에 주변 여성들 합성하며 돌려보는 범죄를 '장난'과 같은 치기 어린 문화 정도로 가볍게 접하면서 합성 사진 유포가 범죄인 줄 인식하지도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과거 지인들과 돌려보던 수준에서 이제는 온라인에 대량으로 유포하고 그 반응을 즐기게 되면서 그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이다.

몰카 유통과 마찬가지로 합성사진 유포 역시 독자적인 플랫폼과 계정이 운영된다. 여성이 SNS에 올린 사진을 소라넷과 같은 사이트나 음란물을 유포하는 SNS 계정에 제공해서 "댓글로 성적인 욕설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폐쇄된 소라넷 게시판에도 이런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가장 심하게 성적 욕설을 해준 사람에게 기프티콘을 쏘기도 한다.

합성사진에 열광하는 평범한 내 주변의 누군가

한 남성은 "좋아하는 여자가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 경우, 일종의 복수의 형태로 이런 합성 사진을 만들기도 한다."고 말한다. 실제 합성 사진을 부탁하는 글에는 "재수 없다. 도도하다. 지가 예쁜 줄 안다"는 단서들이 붙어있다.

마치 피해 여성들이 이런 범죄를 당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듯이 굴지만, 삐뚤어진 성욕을 전시이며 여성 앞에 당당하게 나서지 못한 일그러진 심리로 읽힐 뿐이다. 무엇보다도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이지만, 일종의 남성들의 음지 문화로 축소하고 은폐하려고 든다.

현행법에는 합성사진의 유통 및 판매는 음란 정보 유통 죄로 처벌이 가능하고, 사진을 제공한 사람 역시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그 피해 정도나 실태에 대해 제대로 된 자료도 없고, 여성 대부분은 자신의 사진이 어디에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아이들이라고 범죄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부모가 올린 아이 사진이나 아동 쇼핑몰 모델 사진을 가져다가 디지털 성범죄에 이용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저번에 미성년자 아동 합성사진 유포하는 계정을 사이버 경찰에 신고했는데, 그 사이 운영자가 계정을 없애버려 별 소득 없이 끝나버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포된 사진이 본인이냐고 묻더니 아니라고 하니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며 신고의 어려움과 한계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항해 국가 대신 야경꾼 역할 도맡은 여성 단체

최근에는 지인, 연예인 합성 신고계정이 생겼다. 주로 트위터나 텀블러 등의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성범죄 계정을 잡기 위해서다.

합성사진을 올리는 계정을 신고해서 계정을 없애고는 있지만, 합성 사진 자체를 삭제하는 게 아니라 유통망을 삭제하는 것이라, 다른 아이디를 만들면 다시 합성사진을 유포할 수 있다. 과거 소라넷 폐쇄에 큰 역할을 한 DSO(디지털 성범죄 아웃) 역시 트위터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는 머리를 하나 자르면 다른 머리가 생겨나는 '히드라'와의 싸움이다. DSO와 같은 단체는 보수 없이 일하는 일반인으로 이뤄진 집단이고, 인원수도 많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 최근에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단체 활동 운영비를 모으고 있지만 넘쳐나는 디지털 성범죄를 일반인 여성이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알몸 합성사진'이 논란이 된 뒤 일부 남성들은 "SNS에 셀카 사진이나 수영복을 입은 사진을 올리는 행동이 잘못이다"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어차피 온라인에서는 누가 어떻게 내 사진을 사용할지 모르는 일이라는 거다.

그러나 그 남성들은 '누가 내 사진을 어떻게 성범죄에 이용할지' 걱정하면서 셀카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성관계 영상이 유포된 여성들이 겪는 2차 피해 중 하나는 주변 사람들이나 경찰에게서 듣는 "그러니까 왜 조심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다. 성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전형적인 2차 가해다.

여자가 조심해야 하는 디지털 성범죄는 없다. 디지털로 유통되는 성범죄에 관련한 엄격한 기준과 처벌이 필요한 이유다. 이제 셀카도 안전하게 찍어야 한다고 훈계할 것인가?

[사진 출처 =DSO, 지인 연예인 합성 신고계정]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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